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348화 (348/358)

"으와..."

몇 년만에 느껴보는 '완벽한 휴식'에 소파에 누워 하품을 쩌억 했다.

영선이 모든 아이들을 복싱 전지훈련에 데리고 갔기에 너무나 한가했다.

너무 적막해져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내들도 마찬가지인지, 하나 둘씩 거실 소파에 나와 같이 서로 다리를 베고 누웠다.

"넷플릭스 볼까?"

에어컨을 최대로 올리고 넷플릭스를 켰다. 하지만 곧 배경음에 불과하게 됐다. 아이들도 없는 좋은 기회에 굳이 시시하게 영화만 봐야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소파를 침대 삼아 새하얗게 불태우는 섹스를 했다.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를 지경이었다. 아내들도 아이가 없다는 걸 깨닿곤 마음껏 교성을 질렀다.

"오빠, 더, 더 세게- 흑, 앗, 좋앗, 좋아아아-"

"주인님, 사랑해욧, 사랑해욧-"

오늘은 분신 마법을 쓰진 않았다. 만약 오늘 잘못 썼다가 다섯명 치의 피로를 받게 된다면 2박 3일간의 휴일 내내 앓아누울 위험이 있었다.

다행히 아내들끼리 잘 맞춰 줬다. 서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내가 삽입하기 전까지 키스하고 애무해주며 분위기를 달군다.

"싼닷, 싼닷, 싼닷-"

모두에게 한 발씩 사정하고 나자 추욱 늘어졌다. 정말 오랜만의 집에서 섹스에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아이 낳기 전엔 진짜 집에서 별별 거 다했는데...'

아이들에 방을 만들어주고 나자 이 넓던 집에도 방이 부족했다. 그리고 아내들과 엉겨붙으면 수아가 서큐버스의 피가 섞여서 그런지- 귀신같이 그런 기류를 감지하고 문가에 알짱거린다.

"아빠, 문 잠궈놓고 뭐해요?"

아이를 피해서 지하실로 내려가려고 해도, 아이들에게 지하실은 엄청나게 좋은 놀이터였다. 자꾸 지하실에 들어가보고 싶어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안의 도구들을 모두 빼야 했다.

결국 관계를 하려면 모텔까지 나가야 하거나 차에서 섹스를 해야 했다.

그래서 오늘같은 달콤한 섹스가 너무나 좋았다. 질펀한 섹스를 하고 나자 몸이 너무 더웠다.

"어우...좀, 씻자..."

클린 마법으로 정리하긴 했지만 샤워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아내들도 오랜만에 집에서 하는 관계가 좋은지 헤헤 웃으며 대욕탕으로 향했다.

유다만 빼고.

유다는 배경음에 불과했던 넷플릭스 영화 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유다 누나. 뭐 봐요?"

옛날 영화였다. 거의 60년은 되보이는. 체력이 부족한 유다 누나는 섹스 막바지엔 섹스보다 영화가 더 관심을 끌었는지 반쯤 벗은 상태로 누워서 영화에 빠져 있었다.

거의 배꼽까지 올라온 편한 원피스를 내려주며 유다 누나의 곁에 누웠다.

"나도 좀 이따 씻어야겠다.

지금 들어가면 한 번 더 짜일 것 같아서."

벌써 다섯 번이나 싸서 좀 쉬고싶긴 했다. 유다 누나와 같이 누워서 영화를 보며 뒹굴거린다.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했다. 한 여자와 곱추 아버지가 마을에 이사왔고, 마을의 유지 가문은 샘을 막아버린 땅을 그들에게 비싸게 팔았다.

두 명이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버리면 그 땅을 다시 싸게 가로챌 속셈으로.

문제는 곱추 아버지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가뭄이 지속되어도 다이너마이트로 지반을 깨가며 물을 찾으려 했다.

결국 아버지는 낙석에 깔려 사망한다.

그리고 딸은 떠나려고 마음먹었다가, 유지 가문의 남자들이 샘을 파내는 것을 보내고 충격에 빠진다-

"세상에. 저런 나쁜 놈들이."

"벌받아야 하는데!"

다행히 천벌이 내린 것일까. 유지 가문의 아들이 딸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녀를 쫓아가며 제발 결혼해 달라고 애원한다...

그 다음 이어진 장면에 나는 깜짝 놀랐다.

여자가 도망치며 흘린 리본을, 남자가 주워다가 자신의 가슴에 꿰메는 게 아닌가!

"미친 거 아냐? 세상에..."

하지만 유다 누나의 반응은 색달랐다.

눈을 번쩍 뜨고 TV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노려봤다.

그러고 보니 유다 누나는 피어싱 같은거 정말 좋아했지.

저런 건 스티치 계열이라고 하던가?

사람의 살에 의료용 실 같은 걸 직접 꿰메는 형태부터, 살에 고리를 박고 거기에 리본을 통과시키는 형태도 있다.

하지만 저런 건 너무 하드코어하잖아. 유다 누나가 그렇게 변태인 것도 아니고-

"강민아. 저거 진짜 예쁘지 않아?"

그 말 취소.

아무래도 유다 누나는 저 스티치에 정말 꽂힌 듯 했다. 일단 말려봤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아파보이지 않아요?

누나 진짜 저거 하고 싶어요?"

안 그래도 피어싱과 문신이 많은 유다 누나의 몸에 아이들은 엄청 관심이 많다.

볼펜으로 몸에 그림 그리는 것도 지겨워 죽겠는데!

거기에 스티치까지 하나 더하겠다고?

"으응, 안 보이는 곳에다 할게.

그리고- 허벅지 뒷쪽에다가.

리본 이렇게 달면 정말 예쁠 것 같지 않아?"

자신의 매끈한 허벅지 뒷편을 만지며, 유다 누나가 기습적으로 내 귓가를 깨문다.

구불거리는 혀도 슬쩍 들어오며 낼름낼름.

피어싱이 스치는 감각에 순식간에 아랫도리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그리고- 너, 샤를 몸에 박은 문신중에.

허벅지랑 복근 만나는 쪽, 리본도 두개 박았잖아.

사실은 엄청 보고싶은 거 아냐?"

귓가에 후우, 바람을 불어넣자 뜨거운 감각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아니, 물론 좋긴 하지만-'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아요, 라고 말할까. 아니면 유혹에 넘어가 버릴까- 생각하다가-

"강민 씨, 안 씻으실 건가요-?"

미카엘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싸맨 채 날 부른다.

그러면서 입술을 쪽쪽 내미는 걸 보니 욕실에서 뭔가 더 서비스를 해주고 싶다는 표시같은데.

유다 누나와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아 고심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먼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지금 들어갈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과는 다른 활짝 웃는 미소를 비치며 날 이끈다.

'...뭐.

유다 누나가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욕탕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번이나 더 짜였다.

***

[ 강민아. 오늘은 나랑 저녁까지 있는 거다? ]

유다 누나의 문자를 확인하며 옷을 점검했다.

샤를이 내 곁에 찰싹 달라붙어 양아치 느낌으로 포마드를 발라 머리를 넘겨준다.

"꼭 이렇게 하고 나가야 해?

애아빠가 아니라 일본 크로우즈 제로 고등학생 양아치같은데?"

"유다 언니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좀 맞춰 줘요. 뭘 그런 걸 가지고 쩨째하게."

"아, 이러고 시내 나가면 전부 다 한번씩 쳐다본다니까!"

"나한텐 저번에 씨스루 옷에다가 젖소무늬 브라 입힌 건 기억 안나고?

그때 남자애가 번호 물어보길래 애엄마라고 했고. 당신 그때 웃느라 죽을뻔 했잖아!"

...할 말이 없다.

이게 다 내 업보다.

"하여튼. 오늘은 유다 언니 취향대로 좀 맞춰줘요."

"알았어."

어쩔 수 없이 유다의 취향에 맞춘 옷을 입었다.

대체 체인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진 모르겠지만.

"으음... 우리 자주가는 성인용품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지?"

차고의 스타렉스 앞에서 망설였다. 팰리세이드는 이미 팔아버린지 오래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려면 12인승 스타렉스도 부족했다.

이젠 캠핑카를 사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술 마실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택시 타고 가야겠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에도 유다누나는 몹시 눈에 띄였다.

치렁치렁한 블랙 고딕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까.

분홍 머리에 윗가슴, 그리고 가슴 사이의 나비 문신까지 전부 드러내는 대담한 디자인.

그리고 팔에 있는 고래 문신, 허벅지의 장미 문신까지 모두 보인다.

길 가는 사람마다 한 번씩 쳐다보는 게 굉장히 신경쓰이는군!

하지만 유다 누나는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시선을 담담히 넘겼다.

아이 낳고 나선 남성 혐오증이 거의 사라졌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의외로 유다 누나의 적성에 맞았고, 거기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다른 남자를 만나도 무서워하는 일이 없다.

이젠 배달 음식도 혼자 받고, 밖에 쇼핑도 혼자 나가고.

'잘 된 일이지.'

하지만 세상 천지에 무례한 놈은 여전히 존재했다. 남자 몇몇이 지나가며 몰래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저 새끼가...'

손을 휙 저어 마력을 방출, 카메라의 센서를 태워버렸다.

새까매진 화면을 보며 당황한다. 그러면서도 티는 못 내고 잽싸게 휴대폰을 집어넣는다.

"쯧. 어디 함부로 남의 아내 사진을 찍고 있어."

유다의 허리에 손을 감으며 남들의 시선에게서 감추자 유다가 배시시 웃었다.

"이젠 나 남자가 쳐다봐도 아무렇지 않은데.

울 남편이 신경쓰네-?"

"신경 쓰일리밖에 없잖아?"

특히 허벅지 뒤편에 붙은 보라색 리본이 신경쓰인다.

눈썰미 없는 사람들은 스타킹에 붙어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피부에 꿰멘 상태다.

더럽게 야해보이긴 했지만- 걱정이 됐다.

"아프진 않았어요?"

"난 피어싱 할 때도 아픈 거 잘 참았어.

이 정도면 오히려 흥분되는 편인걸?"

유다는 오랜만에 날 독점하게 된 게 좋은지 부드럽게 키스했다.

"일단- 피어싱만 몇개 보자."

바로 성인용품점으로 내려갔다. 유다는 레이스 장식으로 덮인 자신의 가슴께를 만지며 아쉬움에 한숨쉬었다.

"유두 피어싱, 자기가 진짜 좋아했는데-"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달 수 없어서 빼 버렸다.

솔직히 나도 그건 정말 아쉬웠지만.

아이한테 피어싱 한 가슴으로 수유라니. 좀 그렇다.

둘째 계획을 세우며 다시 다는 걸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유두 피어싱 자리도 막혀 버렸다.

"둘째 가질 타이밍이 너무 안 맞는다."

여자 여섯명이 있어도 연년생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유다도 잠시 미뤄두는 중.

물론 성인 용품점에서 가족계획을 세우는 꼴도 이상했으니 갈아끼울 수 있는 피어싱만 몇 종류 사서 빠르게 탈출했다.

"그래서. 누나. 뭐 먹고 싶어요?"

"피자가 좋아."

5년간 남자 안 만나는 배달 음식 생활을 할 때의 입맛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다를 더 좋아하는 걸지도?

'햄버거랑 피자 자주 시켜주니까.'

"알았어요. 그럼 먹고 데이트-"

유다는 내 팔을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귀에 속삭인다.

'나, 빨리 스티치 너한테 보여주고 싶어-

모텔 가서 시켜먹고 싶어-'

뭐랄까.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들 성욕에 불이 붙었다고 해야 할까.

웬만한 일엔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섹스를 즐기는데.

아쉽기도 했지만-

혀로 입술을 핥으며 섹스를 조르는 유다 누나의 모습을 보면.

이것도 나름대로 좋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