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6화 〉 340. 마지막 이야기
그 이후 아나이스와의 성교는 1주일동안 반복이었다.
촛농 팬티를 벗겨내고 미카엘이 입으로 청소한 다음 다시 질내사정. 또 촛농으로 봉인한다.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 뜰때까지.
그래도 아나이스는 받아들였다.
'옛날처럼 털에 엉겨붙어서 아프거나 하진 않네.'
아나이스는 맨 처음 섹스를 기억했다. 엉덩이로 강민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보지는 쓸 일 없다며 촛농으로 막아버렸을 때.
혼자 달동네의 모텔 화장실에서 털에 엉겨붙은 왁스를 정리하고, 셀프로 털 정리를 해야 했었지.
그것에 비하면 이번 섹스는 견딜 수 있었다. 물론 도뇨관의 이물감이 불편하긴 했지만 강민이 주는 마지막 시련이라고 받아들였다.
"읏, 아아-"
아침에 일어난 아나이스는 변기에 앉아 신음을 흘리며 카테터의 끝 부분을 풀었다. 밤새 모인 소변이 졸졸 흘러내렸다.
부끄러울 정도로 양이 많았다. 강민에게 소변까지 통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읏. 제발- 오늘은 - 임신했길.'
아나이스는 간절히 바라며 임신테스트기를 중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자신의 배에 손을 소중히 올린 채 나왔다.
두 줄이었다.
***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눈도 못 뜨던 아이들은 일어서고, 걷고, 뛰고, 재잘재잘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강민의 집에서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은 예림뿐이었다.
물론 강민이 유부남인 걸 숨기고 예림이의 부모님과 대여섯번은 만났고, 예식장 예약에 청첩장 인쇄까지 끝냈으니 이미 사실혼 관계긴 하지만.
어찌됐든-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강민의 가족구성은 생각보다 잘 돌아갔다.
최근 강민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한 가지 문제를 빼고.
강민과 영선 사이의 아들 수혁은 이제 말도 곧잘 하고, 매일 지치지 않고 뛰어다닌다.
운동을 좋아하고 여동생들을 잘 돌봐주는 믿음직한 오빠다. 최근엔 공룡에 푹 빠져서 공룡 이름을 달달 외우고 온갖 모형들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모나 이모 오셨어요!"
주말마다 찾아오는 니모나에게 인사한 후 자신보다 한 살 누나인 니모나의 딸 박아연과 포옹한다.
"아빠. 어른들끼리 이야기하세요. 저흰 놀이터 가서 놀다 올게요!"
그리고 손을 잡고, 동생들을 데리고 쪼르르 주변의 놀이터로 놀러나간다.
미남 미녀의 아들딸답게 모두 예쁘다. 특히 샤를과 니모나의 딸들은 악마의 피가 섞여서 그런지 아름다움이 더욱 도드라진다.
주변 단독주택의 아이들도 주말만 되면 활기찬 이 아이들과 놀러 나온다. 주변에서 많은 어른들이 돌봐주고. 어른스럽게 의젓한 수혁이를 칭찬하지만.
강민의 가장 큰 고민은-
"아빠. 아빠!
난 커서 아연 누나랑 결혼할래!"
강민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연이는 니모나와 자신 사이의 딸이다.
그러니까 수혁이가 아연이와 결혼한다면- 사촌누나와 친누나 사이의 근친 족보가 되는 거지.
강민은 입술 근육을 부들부들 떨며 설명했다.
"니모나는 수혁이 이모라서 안 돼요."
사실 니모나와 자신은 피 한방울 안 섞였지만- 수혁은 아연이와 피가 꽤 섞여있는 관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니모나를 이모라고 설명하지만-
"으음? 이모 딸이랑 결혼하면 왜 안 되는 거예요?
니모나 이모는 아빠랑 친남매는 아니잖아요?
엄마랑, 샤를 이모. 유다 이모는 이해했어요.걔들은 같이 사는 내 동생들이잖아요?
동생들이랑은 결혼 못하는 거 알았는데...
니모나 누나는 수염 난 마법사 삼촌이랑 결혼한 거 아니예요?"
강민은 혀를 깨물 뻔 했다.
어느새 자신의 아들이 결혼과 친족관계를 이해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니.
그보다 대체 누가 가르쳐 준 건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말을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수혁이 택배 왔던데.
가서 확인해 볼래요?"
"아, 진짜요???"
수혁은 자신이 말하던 것도 깜빡 잊어버리고 후다닥 달려갔다.
아빠한테 졸라서 샀던 허리까지 오는 아파토사우루스 모형이 왔을까 기대하며.
강민은 아들이 뛰쳐나간 걸 보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이고. 미치겠다."
"그러니까 평소에 잘 좀 하지 그러셨어요."
니모나가 허리를 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 난 이럴 줄은 몰랐지."
강민은 자신이 사타구니를 멋대로 놀린 것에 대한 결과가 이런 식으로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나중에 아들이 이 관계의 진실을 안다고 생각만 해도 두렵다.
'아니, 박성연 씨가 NTR 취향이란 걸 어떻게 설명하는데?'
아들의 인성 함양- 혹은 성취향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는 아저씨였다.
'따지고 보면 내 가족구성이 문제일지도.'
지금도 근처 아이들이랑 놀 때, "우리 아빠는 여자들 셋이랑 결혼해서 같이 산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어린이집을 안 보내고 집에서 돌봐서 다행이었다.
자식 수가 많으니 사회성 기르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나중에 초등학교 갈 땐 또 문제가 터지겠지만 그때까지 미뤄두도록 하자.
그러다 수혁이 시무룩해진 채 돌아왔다. 택배가 자신의 것이 아닌 걸 안 탓이었다.
니모나에게서 사과 주스 한 잔을 받아들곤 강민의 의자에 같이 턱 앉았다. 눈을 반짝이며 올려다본다.
"근데 아빠.
엄마는 언제 와요?
다섯 밤 잤는데 아직도 안 오고 있어요."
수혁이 안겨서 칭얼거렸다.
강민은 그제서야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곤 어이쿠, 말을 흘리며 TV 앞으로 가서 앉았다.
자신의 아내인 영선의 경기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일찍 탈락하면 집에 일찍 왔을 거예요. 근데 엄마가 엄청 세다 보니까 계속 올라가는 거야. 수혁이도 게임 잘하는 친구랑 대회하면 집에 늦게 들어오잖아?"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나갔던 5~7세 어린이 수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시상식에 참가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왔다.
"그럼 엄마 몇 밤만 더 자면 돌아오는 거예요?"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지금 영선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복싱 부분에 참가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강민아! 나... 둘째 가지기 전에 한번 참가해 보고 싶긴 하거든.
수혁이 엄마로 사는 게 좋긴 한데. 나도 아직 한참 시즌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을 하길래 보내줬다.
'그리고- 복싱 금메달리스트 바닥에 깔아두고.
엉엉 울리는 거 강민이 네가 더 좋아할 걸?'
그런 마이너한 취미는 없었지만. 영선을 이루는 요소 중 운동이란 건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
엉덩이로 섹스하는 것을 좋아하고, 하복부에 변태같은 남자화장실 문신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복싱 선수로써의 삶도 아내의 일부인 것이다.
그걸 강민이 억지로 막거나 방해할 권리는 없다.
"갔다와요. 누나. 돈이나 애들 돌보는 걱정은 하지 말고."
"응. 알았어!"
그렇게- 둘째 낳기 전에 국제무대 뛰고 온다며 날아갔고.
오늘이 금메달 결정전이다.
"영선 언니도 진짜 대단해."
과일을 깎아 온 샤를이 옆에 턱 주저앉았다. 이젠 한국 아이 엄마같은 태도가 몸에 배었다. 물론 미모는 맨 처음 강민을 만났을 때보다 더욱 섹시해지고 물이 올랐지만.
"수혁아. 동생들은 어디 있어요?"
"지금 씻고 온대서! 아연누나랑 다 같이 욕실 들어갔어요!"
"아이구. 알았어요."
수혁이를 쓰다듬어 주며 포크를 손에 쥐어준다.
자식들의 터울이 비슷비슷 하다보니 다들 서로의 자식을 자기 자식처럼 잘 챙겨준다.
강민으로써는 다행인 일이다.
니모나도 옆에 앉아 한쪽 다리 위에 팔을 얹고 과일을 아삭아삭 씹는다.
사실 주말마다 와서 섹스하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거의 4년이 지나다 보니 다들 둥글둥글해져서. 가끔 저녁에 섹스하고 폰허브에 올릴 영상을 찍는 걸 제외하면 이웃사촌 같다고 해야할까.
아연이도 강민의 딸이었기에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강민에겐 고민이었다.
"니모나, 남편은 아연이한텐 어떻게 대해줘?"
"별 말 안해요. 그냥 자기 잘못이려니 하고- 잘 키우지. 최근엔 셋이서 놀이동산도 다녀왔어요."
롯데월드의 사진을 보여준다. 박성연 씨는 이제 혼자서도 잘 걸어다닌다. 니모나가 부어준 마력으로 말이지. 감각도 다 돌아와서- 곧 첫째 아이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행복했으면 좋겠네.'
강민은 진심으로 빌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정신 차렸는지, NTR 취향은 극도로 억제하고 계신 듯 하다.
"엇. 경기 시작했다."
경기 내용은 금메달전이었지만 영선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수준이었다. 강민은 속으로 섹스할 때 빼곤 얌전히 굴어야지- 생각하며 수여식까지 봤다.
[ 제가 이길 수 있던 이유는- 뭐. 남편 생각 때문이죠. 강민아! 사랑해! ]
"낮간지럽게 방송에서 무슨 소리람."
강민은 중얼거리면서도 볼을 긁었다. 기분은 좋았다. 돌아오면 기념으로 개 변태 섹스해줘야겠다, 생각하며 플레이를 생각한다.
그때 샤를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아. 오빠. 저녁 먹기 전에 같이, 도서관에 책좀 반납하러 갈래요? 같이 가고 싶어서."
"응? 아. 뭐. 그러지."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강민은 아내 샤를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공기는 놀라울 정도로 상쾌하고, 북한산은 푸르게 쾌적했다. 가을 날 저녁의 마법같은 날씨였다. 샤를도 공기가 좋은지 활짝 웃었다.
"이번엔 책 뭐 빌렸었어?"
"그냥, 아이들 동화책이랑- 내가 읽을 소설책 몇 권 빌렸어요.
아, 한강 소설 읽었는데. 여기에서 남편이 처제랑 몸에 그림 그리고 섹스하는 장면 있었거든요.
오빠도 해볼래요?"
"..."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말에 망설이자 샤를이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아, 오빠! 진짜. 하고 싶으면 말해요.
언니 몸에 그림은 내가 그려줄 테니까."
"...아냐..."
후폭풍이 두렵다.
챠르와는 미혼 상태로 아이 둘 낳고, 잘 기르고 있지만.
가끔 샤를이 언니를 쨰려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거절했다.
"아, 근데.
오빠. 저 요새 가끔 소설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
샤를이야 예전부터 책을 좋아했으니까 충분히 그럴 법 했다.
"영선 언니도 아직 한참인 거 보니까.
나도 아기 엄마나 오빠 아내 말고.
다른 것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흐응. 그거 괜찮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폰허브 영상을 올리는 것 말고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그리고 샤를이 쓸 소설도 궁금했다.
평소에 단테 신곡이라던가, 로맨스 소설이라던가.
그런 걸 닥치는 대로 섭취한 아내가 무슨 소설을 쓰려나?
"그래서. 무슨 소설 써보고 싶은데?"
"음. 글쎄요.
그냥 여기 한국 와서 겪었던 이야기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인 것 같아서."
"괜찮은 생각인데?
애는 내가 봐 줄 테니까. 짬 날때 조금씩 적어봐!"
강민의 응원에 샤를은 히히 웃으며 옆에 달라붙었다.
"그래서. 제목은 뭘로 할거야?
소설 내용이야 서큐버스가 쓸 건 뻔하지."
"맞아요. 19세용 성인소설을 쓸 건데.
제목은 사실 다 정해놨어요.
오빠 만나고 겪은 모든 일. 어쩌면 제가 맨 처음 했던 거짓말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그래서, 소설 제목은...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
"벌써 제목까지 생각해 놨어?
잘 되겠네!"
강민은 박수를 쳤다.
재미있는 소설- 아니. 에세이가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