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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325화 (325/358)

〈 325화 〉 320. 챠르의 마음을 풀자 (1)

"언니, 언니! 일어나!"

"흐아아악!"

챠르는 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햇빛이 잘 드는 큰 침대 위였고- 방 안엔 따뜻한 온기가 넘실거렸다. 찬바람이 쌩쌩 들어와 몸을 덜덜 떨게 만드는 마계의 집과는 차원이 달랐다. 여기가 어디지?

"뭐, 뭐야-?"

챠르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큰 유리창, 높은 천장, 좋은 냄새- 그리고 눈에 걱정을 가득 담아 자신을 쳐다보는 사랑스러운 여동생 샤를.

"으, 아아- 샤를?"

챠르는 황급히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아까까지 꾼 악몽에선 팔다리가 없었다. 다행히도 팔다리는 잘 붙어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샤를을 꽈악 껴안았다.

"이, 바보야, 멍청아- 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미안, 미안해- 언니!"

안겨 있던 샤를은 우는 소리를 했다. 마계에서 건너오자마자 언니에게 가학 섹스를 체험하게 만든게 못내 미안했다. 원래대로라면 같이 쇼핑도 다니고, 맛있는 걸 대접하며 강민을 소개할 생각이었는데 첫 단추부터 완전히 잘못 끼워졌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미안해. 언니. 꿈 속에서 엄청 고생했지. 미안해-"

말도 제대로 못하고 훌쩍인다. 몸둘 바를 모르고 미안해하자 챠르가 한숨을 푹 쉬었다. 샤를이야 원체 꿈도 제대로 못 다루던 아이었으니. 그리고 이 불상사는 어찌 보면 거의 자신의 과실이었다. 샤를을 믿지 못하고 게이트 앞에서 미적거렸고, 나오자마자 강민을 죽이겠다고 마력을 냅다 쏘아보냈으니.

"됐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챠르의 말에 샤를이 더욱 꽉 껴안았다. 자매는 한참 동안 껴안고, 서로가 무사한 걸 실감하며 안심했다.

"그러고 보니까 언니. 왜 맨 처음에 게이트 안으로 안 들어왔어? 언니가 들어왔으면 폰허브 보여 줄 일도 없었고, 언니가 화낼 일도 없었을 텐데..."

챠르가 믿기만 했다면 훨씬 수월했을 터였다. 샤르의 물음에 챠르가 한숨을 쉬었다.

"그건 미안해. 하지만 샤를 너인 척 하는 놈들한테 너무 많이 당했어. 네 목소리를 내며 차원의 틈에 갇혔다고, 마력을 보내달라고... 몇 번은 깜빡 속았지. 근데 이번이 진짜일 줄은 몰랐네."

샤를은 눈을 깜빡거렸다. 보이스피싱이라니. 마계는 이제 사기를 쳐야 간신히 먹고 살 수 있는 지경까지 떨어진 모양이었다.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수라장에서 언니를 데려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으로 느껴졌다.

"언니- 일단 좀 더 누워있어. 우리 일주일 넘게 혼수상태였대."

"그, 그래?"

챠르는 그제서야 꿈을 떠올렸다. 꿈 안에서 온갖 가학적인 섹스를 당했었는데, 그게 일주일이나 이어진 거라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행위를 일주일 동안이나? 질싸, 후싸, 입싸, 관장, 똥까시, 펠라, 촛농, 제모, 스팽킹, 피어싱, 음뇨, 뿔에 구멍뚫기, 그리고 임신까지- 챠르가 멍하니 볼을 감쌌다.

"샤를! 언니 분은 일어나셨어?"

쿵쿵 달려오는 소리, 그리고 벌컥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챠르와 강민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25톤 트럭 두 대가 달리다가 콰앙 충돌하듯-

둘의 얼굴이 새빨개졌고, 샤를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했다. 언니를 소개하기엔 강민은 이미 챠르의 성감대부터 점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속속들이 아는 상황.

강민도 이 자리가 부담스러운지 슬쩍 문을 닫고 나갔다.

"둘이 먼저 이야기하고 있어. 난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응, 오빠. 알았어요- 이따. 진정되면 나갈게요."

강민이 나가자 샤를은 어쩔 줄 몰라하며 변명했다.

"언니, 언니도 알지? 이번 일 사고였다는 거? 오빠 너무 미워하진 않을거지? 그리고, 오빠가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야한 짓 할때만 그렇지 평소엔 얼마나 상냥한 지 몰라."

샤를은 혼전 임신에 대해 언니가 얼마나 화를 낼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끊임없이 장점을 쏟아냈다. 하지만 챠르는 하나도 안 듣고 있었다. 샤를의 말을 한 귀로 넘기며 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 이 미친년, 아우, 아, 나 왜 이래, 정마알-'

강민을 본 순간 자신의 질내가 흠뻑 젖어드는 걸 느꼈다. 여자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데이트만 해도 젖는다고 하던데, 일주일동안 괴롭힘당하던 챠르의 뇌는 강민을 보는 순간 애액을 질펀하게 뿜어냈다. 아마 입고 있던 속옷이 흠뻑 젖었을 터.

하지만 멍하니 말을 넘기는 챠르가 화났다고 착각한 샤를은 다리를 붙잡고 칭얼거렸다.

"언니, 언니이- 진짜로, 괜찮은 사람이라구-"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남자 마음에 안 들어. 섹스하는 것도 그렇고, 너한테 강제로 임신시킨 것도 그렇고, 저런 놈들이 나중에 더 큰 쾌락 찾겠다고 다른 남자 불러도 돼냐고 물어보고 그런다니까!"

"아냐, 언니- 그런 거 아냐! 강민 오빠는 초대남 같은 거 안 좋아해! 능력 있고 진짜 괜찮은 남편감이라니까!"

"난 싫어! 이 결혼 반대야!"

챠르는 필사적으로 강민의 흠을 잡았다. 자신이 임신 섹스에 대해 엄청 나쁘게 말하듯, 강민에게 육체적으로 끌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강민을 깎아내린다.

"생긴 것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는, 하는 짓거리가 저게 뭐야! 나한테 그런 걸 보여주고 결혼 허락해 달라고? 절대 안 돼!!"

"언니, 언니 동생 미혼모 만들 셈이야? 나, 언니한테 부케 던질 계획도 다 세워놨다구, 제발-"

샤를의 찡찡거림에 챠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계를 벗어나더니 뭐 저런 변태같은 남자를 데려와서 남편감이라고- 뿔 뚫고, 혼전임신 시키는 남자가 뭐가 좋아서-

꿈틀.

챠르는 자신의 질내가 젖어드는 걸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절대, 절대 결혼같은 건 허락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

강민의 집 테이블엔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어찌할 줄 모르고 햄스터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샤를. 그리고 팔짱을 낀 챠르, 난처해하는 강민. 챠르가 먼저 고개를 팍 쳐들었다.

"강민 씨라고 했죠? 뭐. 딱히 긴 말은 안 할게요. 샤를이랑 결혼이라니, 꿈도 꾸지 마세요."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고 던진 말이었지만 강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저, 제가 보여드린 꿈이 좀 충격일 거라곤 생각하는데. 저는 진심으로 샤를 사랑하고 있어요. 믿어주세요."

그걸 믿으라는 건지. 싸늘하게 쳐다보자 강민은 순순히 물러났다. 챠르가 깜짝 놀랄 정도의 순순한 물러남이었다. 그러며 카드를 한 장 식탁 위에 놓는다.

"일단 머물면서 쓰시죠. 샤를이랑- 다른 사람들이 현대에 적응할 때까지 좀 도와드릴 거예요."

챠르는 슬쩍 카드를 살폈다. 게이트에서 마력으로 대충 구매한 지식에 따르면 저기에 돈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래, 꼴보기 싫은 녀석, 아예 파산시켜주지. 이걸 나한테 준 걸 후회하게 해주마.

"샤를. 일단 나가자. 너랑 이야기좀 하고, 이쪽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좀 알아봐야겠어."

"응, 언니, 알았어- 내 옷 빌려줄게-"

하지만 샤를의 옷을 입자 가슴이 줄줄 흘러내렸다. 챠르는 차갑게 샤를을 노려봤다. 마계에 있을 때보다 세네 컵은 더 커진 가슴. 저 남자 취향에 맞춰서 가슴 크기까지 변형시켜준 모양이었다.

"으으, 아냐... 그런 거 아냐..."

시선에서 도망치려고 팔로 가슴을 감쌌지만, 가슴은 육감적으로 꿈틀거렸다. 팔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의 폭유. 챠르는 손가락으로 유방을 쿡쿡 찌르며 쏘아붙였다.

"아주 그냥 기둥뿌리까지 다 갖다 바쳐라, 바쳐- 에휴. 임신까지 했는데 뭘 못해주겠냐. 그래서, 얼마나 됐어?"

"4, 4주."

실실 웃으며 손가락을 꼽아 역산하는 샤를의 모습에 챠르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여동생이 혼전 임신했다고 저렇게 좋아하게 될 줄이야... 게이트가 보이면 바로 뛰어들라고 말했던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배에 살짝 손을 올린채 헤헤 웃는 여동생을 보자 보지 앞 부분이 찌릿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라고 뇌가 신호를 보내듯, 챠르의 취향인 플레이를 흠뻑 즐기고 있는 동생을 보자 보지도 신호를 보낸다.

'으읏, 안 돼- 꿈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저런 플레이 해 본 거지, 실제로는 절대 안 하고 싶거든-?'

그렇게 생각하며 샤를의 옷을 다시 옷걸이에 거는데, 누군가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어? 유다 언니?"

"응. 혹시... 이거 입으실까 해서..."

유다가 들고 온 건 프리사이즈 조거팬츠, 후드 티 등이었다. 남자의 시선을 피하기엔 좋은 옷. 챠르는 감사히 받고 옷을 입었다. 홍대에서 출몰할 것 같은 패션 모델처럼 보여서, 유다와 샤를 모두 박수를 쳤다.

"음. 나도... 맨날 오빠가 좋아하는 파인 옷만 입었었는데. 이번엔 좀 바꿔볼까?"

"그거 좋다. 아, 샤를. 나도 같이 가도 돼?"

유다의 말에 샤를은 언니와 유다를 번갈아 봤다. 오랜만에 언니를 만난 거라 - 둘이 할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 좋네요. 같이 나가죠!"

챠르의 시원한 수락에 유다는 다행이란 표정을 지었다. 챠르도 물론 순수한 호의로 수락한 건 아니었다. 온 몸에 피어싱이 가득한 걸 보니 강민에게 협박당해서 저런 걸 한 모양인데, 조금만 찔러 주면 금방 안 좋은 사실을 술술 말하겠지.

그걸 듣고 강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할 생각이었지만-

"헤헤, 강민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지 몰라요..."

"그치? 유다 언니. 강민 오빠 진짜 좋다니까..."

티파니란 곳에서 나온 반지를 자랑하며, 둘이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며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샤를, 저 바보같은 녀석- 서큐버스란 게 자존심도 없어? 아니, 여자 세 명이랑 결혼하겠다고 하는 남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하, 참 나-'

챠르는 밀크쉐이크를 쪼옥 빨아들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가 백화점이라고 했지? 좋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면 비싸기도 더럽게 비싸겠지. 아마 공주나 왕들이 올만한 곳으로 보이는데- 잔뜩 써서- 강민이란 놈을 파산시켜 주겠어!

"따라와. 물건 살 거야."

"같, 같이 가, 언니!"

"잠시만요!"

챠르는 밀크쉐이크를 계산하고, 도넛이란 것들도 잔뜩 포장하며 사악하게 웃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저 드레스들도 몽땅 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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