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320화 (320/358)

〈 320화 〉 315. 챠르의 고생(3)

* * *

이번에 재생되는 기억은 인천공항의 캡슐 호텔이었다. 미카엘과 맨 처음 첫키스를 했던 곳.

"흑, 흐윽, 흐아앙, 흐아아앙... 나쁜 새끼, 쓰레기같은 놈..."

챠르의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호텔 안을 메웠다. 몸이 바뀌며 보지털에 왁스를 부어지던 고통은 사라졌지만, 머릿속에 남은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털을 뜯기던 순간, 그리고 항문 주변을 촛불로 그슬림당하던 아픔­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강민이 우는 챠르를 최선을 다해 달랬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챠르. 진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예요­"

침대 안에서 꽉 껴안고 속삭인다. 챠르는 강민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은 부드러운 키스와 애무뿐이란 것이었다.

"키스, 하지 마­ 싫어­ 싫다구우­"

싫다고 저항해 봤지만 강민의 입술은 부드럽게 온 몸을 덮었다. 쪼옥. 쪼옥. 쪼옥. 그 동안 있었던 가학적인 섹스는 전부 거짓말인 것처럼, 상냥하게 몸을 어루만져 주고 딥키스로 연신 달래준다.

'이 자식, 왜 이렇게 키스를 잘 하는 거야­'

챠르는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았다. 창관에서 꿈을 만들어 주며 겪은 키스 중 강민이 제일이었다. 제법 귀여운 얼굴, 온 몸의 성감대를 희롱하는 손길, 입 안으로 꿈틀꿈틀 들어오는 혀,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연신 사과하는 태도.

"챠르, 많이 아팠죠. 미안해요, 이럴 생각은 없었어요."

강간 섹스를 하다가 상냥하게 달래 주는 건 반칙이었다. 온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여동생과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품을 지경­ 챠르는 이를 꽉 꺠물었다. 아랫도리가 젖는 게 들킬까봐 두려웠다. 들키지 않으려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래서, 이 여잔 대체 누구야? 샤를이랑은 이런 상냥한 섹스 한번도 안 해줬으면서?"

그리고 성당 기사단 여자랑 섹스했다는 대답에 기가 찼다.

"너 진짜­ 그냥 미친 놈이구나. 아까 촛농 부었던 여자는?"

"그 여자도, 성당 기사단 수녀인데요. 샤를 괴롭혔던 여자라 복수해준다고..."

"거짓말 하지 마."

강민은 진짜인데... 란 말을 우물우물 삼켰다. 이미 자신에게 화나있는 챠르에게 미안하다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터. 그냥 미카엘과 했던 상냥한 섹스를 해 줘서 좀 달랠 생각이었지만­

챠르는 네 시간 후, 이건 상냥한 섹스가 아니라고 울먹이며 내뱉었다. 소리를 지를 힘도 없었다. 네 시간 동안 보빨을 겪으며,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르겠다. 강민의 자지를 빨아주던 입 안엔 짠맛이 서릴 지경이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자지가 계속 섰다.

"그만 좀 세우­ 으깃, 앗, 싫엇­!! 거기, 싫다고오­!!"

자신의 애널을 핥는 감각에 챠르는 비명을 질렀다. 이 변태 자식은 왜 이렇게 이쪽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느낄대로 느끼긴 하지만 얼굴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세상이 검정 색으로 깜박거렸다.

"이, 이 다음엔 뭔데, 뭐야­ 대체, 얼마나 해댄 거야, 이 짐승같은 놈아­"

챠르는 너무 지쳐 물었다. 기억이 바뀔때마다 몸은 기력을 되찾지만 소모된 정신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벌써 몇십 번, 몇백번의 절정을 겪은 챠르는 휴식을 간절히 바랬지만­

"아, 아직 절반도 못 온 것 같아요­"

챠르는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강민도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여자친구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섹스들은 더욱 하드코어해졌는데, 이곳의 타임라인은 시간 순서가 기본인 것 같았다. 다음 섹스가 뭐가 나올 지 불안했다. 제발, 제발­ 챠르한테 너무 힘들지 않은 섹스가 나오길­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

쏴아­ 쏴아.

파도소리가 들렸다.

울릉도의 펜션...이었다.

샤를의 뿔에 구멍을 뚫으며 놀았던.

"어, 어? 여기 뭐야? 세상에..."

챠르는 압도당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매 아니랄까봐 반응이 샤를과 똑같았다. 세상을 가득 채운 물, 물, 물­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과 소금 소리. 챠르는 잠시 근심을 잃고 감탄을 내뱉었다.

"어, 여기 진짜 이쁘다­! 그리고, 여기 샤를이랑 온 데 맞지? 다행이다, 여행까지 와서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닐 거 아냐!"

강민은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샤를의 뿔에 난 구멍을 만든 날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챠르는 착실히, 샤를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치마를 들어올렸다.

"잠, 잠깐­ 이 변태같은 속옷은 뭐야!"

챠르는 기겁해서 소리질렀다. 흰 원피스 아래엔 보지를 훤히 드러내는 검정 갈라팬티가 자리했다. 심지어 이미 번들번들 젖어있는 걸로 보아 샤를이 그 당시 엄청 흥분했던 모양.

"너, 너­ 샤를한테, 최면 걸어서 이런 거나 입히고­!, 강제 발정시키고!"

"저, 진짜 최면같은 거 건 적 없어요. 진짜예요..."

"그럼 내 여동생이 이렇게 변태라고? 웃기지 마!"

챠르는 부정하고 싶은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여동생이 최면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무겁게 자리했다.

지금까지 겪은 모든 섹스의 기억을 종합해 봤을 때, 강민이 최면술을 썼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성당 기사단의 수녀 한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섹스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 모양.

'하, 그래도­ 이 남자는 정말 싫어­'

챠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강간 섹스를 합의했다고 자랑스럽게 해대는 강민의 대갈통 속을 까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이좋은 연인처럼 강민의 손을 잡고 펜션으로 향했다. 지금 기억을 보니, 강민은 정말로 샤를과 합의 섹스를 즐긴 모양이었는데­

"잠깐만. 이거 뭐야?"

기억이 챠르를 기둥 쪽으로 데려가자 의아해져 물었다. 강민은 얼굴이 창백해져 말도 못하고 망설이는 중. 챠르는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 강민조차 두려워하는 플레이라고? 대체 뭔데?

강민이 바닥에 방수포를 깔고, 자신의 목에 사슬을 채우자 공포감을 이기지 못해 소리질렀다.

"싫엇, 싫어어! 뭔데, 뭐냐고! 말해, 빨리!"

강민이 그제서야 겨우 더듬더듬 말했다.

"저, 저­ 샤를이, 뿔에 구멍 뚫어달라고 했거든요, 마계에선 흔한 일이라면서­"

챠르의 눈이 공포와 놀람으로 거의 점처럼 변했다. 덜걱, 덜걱­ 머리를 흔들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속박된 사슬은 목을 옭아맸다.

"싫어, 싫어, 하지 맛, 싫어어어어어­­­­­­!!!"

자랑스러운 서큐버스의 뿔에 구멍이라니. 그건 형벌이었다. 마계 내에서도 거의 시행되지 않는 잔인한 형벌. 챠르는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강민의 손에는 드릴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드릴에서 귀를 찢는 불쾌한 소음이 흘러나왔다.

위이이이이잉! 치과 치료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소음. 챠르는 드릴이란 도구가 뭔지 몰랐지만, 소음을 듣는 순간 챠르는 자신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싫어, 싫어, 싫어­ 제발, 뭔진 모르겠지만, 제발 꺼 줘, 싫엇, 싫엇, 싫어어­"

며칠인지 모를 섹스를 겪은 챠르의 정신은 이미 꽤 깎여나가 있었는데, 드릴 소리가 결정타를 가했다. 멈춰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드릴은 용서 없이 윙 소리를 뿜으며 챠르의 뿔에 다가왔고­ 챠르는 싫다고 소리지르며 무릎을 꿇은 채, 악을 썼다.

"제발, 제발, 제바아아아알­!!!!!!!"

드릴은 뿔에 닿기 직전 우뚝 멈췄다.

"아흑, 아아, 아아아아아아­"

챠르는 벌벌 떨며 숨을 내뱉었다. 공포로 과호흡이 오기 직전이었다. 멈춘 드릴을 보는 순간 강민에게 절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 그치­ 다행이다. 이런 플레이를 했을 리 없지­, 그치? 맞아. 아무리 샤를이 부탁했다고 해도 안 되는 거잖아­ 흑, 흐앙, 다행이다­"

하지만 강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목의 사슬을 풀어주며 충격적인 사실을 말했다.

"결국엔, 구멍 뚫었어요­ 샤를이 안 뚫어주면, 다른 여자친구한테 뚫어달라고 부탁한대서, 그래도 아프진 않을 거예요­ 고통 변환 마법 걸었으니까­"

챠르는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채 강민을 올려다봤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이지­? 아니지­?"

하지만 사실이었다. 챠르는 자신이 허리를 세우고, 무릎을 꿇는 걸 느꼈다.

"싫어, 싫어, 하지 마­ 하지 마아­"

샤를이야 강민을 종교 수준으로 믿으니 아무렇지 않게 부탁한 거지만, 챠르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드릴은 무감정하게 가까이 다가왔다.

"죄송해요, 챠르, 금방 끝날 거예요, 그러니까, 잠깐만 참아요­"

"싫엇, 그만, 그만, 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드릴이 연한 뿔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챠르는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이 하나의 악기처럼 비명을 쏘아내는 걸 느꼈다. 교회의 거대한 오르간 건반을 눌렀을 때처럼, 제어가 불가능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뇌 속까지 드릴이 파고든 채 빙빙 돌리는 듯한 쾌감.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뇌를 휘젓는듯한 날카로운 절정­ 어느 새 아랫도리의 근육이 풀려 오줌을 줄줄 흘리는 게 느껴지고, 혀는 통제를 벗어나 배배 꼬인다.

"히깃, 아앗, 으아아앗, 아아아아­ 졔발, 졔발, 시럿, 시러엇♥♥♥♥♥♥♥♥♥, 이게, 머얏, 아아아아아아­♥♥♥♥♥♥♥♥"

고통을 쾌락으로 변환하는 마법이 뇌에서 엔돌핀을 펑펑 솟아나게 만든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유두와 클리토리스 모두 혈액이 바짝 몰려 충혈된다. 한 번 건드리면 그대로 톡 터질 것 같다.

창관의 꿈에서 수없이 많은 절정을 겪은 챠르지만­ 이 절정은 농도 자체가 달랐다. 그간의 절정은 물처럼 아무 맛도 안 나는 수준이었고, 지금의 쾌락은 푹 끓여낸 꿀의 결정체요 불타는 캡사이신 원액을 코로 마시는 듯한 강렬함이었다.

'으극, 으아아아아­♥♥♥♥♥♥♥♥'

챠르는 덜덜 떨며, 온 몸의 구멍에서 액체를 쏟아내며 절정한다. 하지만­ 아직, 챠르가 겪어야 할 섹스는 많이, 많이 남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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