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299화 (299/358)

〈 299화 〉 295. 시스터 액트

* * *

'부럽다...'

미카엘은 강민과 니모나의 격렬한 정사를 훔쳐들으며 거대한 펭귄 쿠션을 꽈악 껴안았다.

새로 이사온 집에 있는 건 호텔 생활 하던 때보다 훨씬 편했다. 예금 걱정 없이 카드를 막 써도 괜찮았고 직원들이 자신에 대해 수근거리는 걸 들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외로워.'

강민은 이사온 이후로 자신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 혹시 오늘은, 혹시 오늘은­ 하고 기다린 것도 한참. 다른 여자친구들과 노느라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태도였다.

물론 룸메이트인 아나이스는 강민이 찾아오지 않는 게 기쁜지 휴가를 흠뻑 즐기는 중이다. 지금도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느긋하게 먹으며 늘어져 있다. 차라리 자신도 저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 씨 보고 싶어...'

아랫배의 커다란 화상 자국을 살살 손으로 문질러 봤다. 십자가 모양의 흉터가 진하게 남아있다. 이렇게 괴롭힐 땐 언제고.

좋아한다면서, 사랑한다면서 마음을 한참 흔들어 놓고는 이렇게 방치하다니. 서러움에 긴 한숨이 나왔다.

"하아아..."

아나이스는 그런 미카엘을 흘끔거렸다.

사랑에 빠진 소녀가 따로 없다. 자기보다 두 살인가 위로 알고 있는데. 성당기사단에서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보고 살다 강민에게 코가 꿰인 거지.

'나도 할 말은 아니지만.'

미카엘에게만 티를 안 냈지 아나이스도 강민을 자주 생각했다.

샤워하면서 허리의 십자가 화상 자국, 유두와 클리토리스의 피어싱을 보면 가슴 속에 분홍빛 안개가 끼었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장식이지만 싸구려 모텔방에서 살며 양구멍을 바치던 그 때의 비참한 쾌락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강민이 언제 올까?'

아나이스는 정신 말고 육체적인 준비도 빼먹지 않았다. 아침 일과엔 제모가 꼭 포함되어 있다. 샤를에게 아랫도리를 촛불로 태워진 이후로는 매일 손질한다.

클리토리스의 십자가 피어싱을 살짝 들어올린 후, 면도크림을 바르고 사각사각. 엉덩이 사이도 왁싱용 테이프로 깔끔하게. 수녀라기보단 밤일을 나가는 창녀같은 태도다.

그만큼 잘 조교된 두 수녀는 침대에 누워 길고 긴 한숨을 쉬었다.

'...우린 계속 이렇게 방치당하는 걸까?'

'보고 싶어...'

그 때, 방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순식간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안에 있어?"

강민의 목소리. 둘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네, 네!"

강민이 들어왔다. 니모나와의 정사를 마치고 아직 발기가 죽지 않았는지 헐렁한 와이드 팬츠 아래로 굵직한 물건이 도드라졌다. 수녀 둘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저희 방에 오시는 거 아니에요?"

"왜, 서운했어?"

아나이스는 입을 다물고, 미카엘은 옆자리로 옮겨가 어깨에 기댔다. 사촌 오빠에게 매달리는 중학생같은 태도로 애교를 부렸다.

"엄청 서운했어요. 우리랑은 밥 먹을때 몇마디 이야기하는 거 빼고는 찾아오지도 않고."

"그건 미안해."

강민은 집에서의 전쟁같은 아침 식사를 생각하며 진땀을 흘렸다. 예림, 영선, 유다, 샤를, 아나이스, 미카엘, 니모나. 그리고 자신까지. 총 여덟명이서 한마디씩만 해도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수녀 둘은 다른 여자친구들과 친하지도 않기에 한국인들끼리 이야기하면 입을 다물고 가만히 밥을 먹길 택한다. 챙겨 주려고 한마디씩 해봐도, 강민을 빼앗기기 싫은 멤버들은 대화의 물꼬를 자기쪽으로 가지고 온다.

결국 수녀들은 쓸쓸해질 수밖에 없었다.

둘에게 밀당을 위해 밀어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길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서 미카엘을 쓰다듬어 줬다.

"외로웠지? 미안해."

"으응, 아니에요­"

가르랑거리는 고양이처럼 턱을 부비며 달라붙었다. 강민은 볼에 키스를 받으며 수녀 둘을 어떻게 할지 향후 계획을 생각했다.

'둘도 어차피 앞으로 5년은 같이 있어야 할 텐데. 내 여자친구들이랑 친해지는게 낫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정실 중 붙여서 친해지게 해야 할 사람은­

'샤를이지.'

맨 처음 하렘에 들어온 사람답게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고, 대화를 주도하는 것도 샤를이다. 수녀 둘이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도 샤를이 한 몫 했다. 성당기사단이 벌을 주려고 했던 악마가 하렘의 첫번째 부인이니까 껄끄럽겠지.

'그러니까! 사이 좋게 만들기 위해! 이 세명으로 찐한 레즈보빔야동을 찍는다! 물론 자지 난입까지 더해서!'

강민은 원대한 계획을 세우며 오랜만에 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아나이스와 미카엘 모두 새로 이사온 집을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었다. 지하실을 체험시켜주면 생각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음 날.

"으으... 오빠, 너무해요..."

샤를은 볼을 잔뜩 부풀리고 투정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래서. 계속 서먹서먹하게 지낼거야? 같은 집 안에 있으면 갈수록 불편해질텐데?"

"그건 맞지만..."

샤를은 수녀들과 찍으라는 야동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숨을 쉬었다. 아나이스와 미카엘도 싫긴 마찬가지였지만, 강민이 신경써서 마련해 준 자리인 만큼 간곡하게 부탁했다.

"샤를. 그동안 잘못했어요. 한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될까요?"

"잘 할 수 있어요..."

둘 다 무릎을 꿇고 제대로 부탁한다. 샤를은 끙, 하는 신음을 뱉고 머리를 흐뜨러뜨렸다. 결국 강민이 원한다면 해주고 마는 것이 샤를.

"알았어요. 일단 준비부터 할게요."

그러면서도 강민이 써준 대본을 보며 어지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 정숙한 수녀와 악마의 아랫입 키스 ]

"제목은 가제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이걸 어떻게 신경 안써요!"

***

수녀 둘은 촬영 시작 전에 자신의 몸을 쓰다듬었다. 문신이나 잘렸던 팔다리의 자국, 화상 흉터, 피어싱­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 가려준 것.

옛날 생각이 나는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거울 앞을 떠날 줄을 몰랐다. 강민은 씨익 웃으며 귓가에 후욱, 바람을 불어넣었다.

"왜? 옛날처럼 몸이 깨끗했으면 좋겠어?"

"...아뇨."

괜히 그립다고 했다가 더 험한 꼴을 당할 것 같아서 하는 대답이었다. 강민도 그걸 알기에 둘의 가슴을 조물거리며 속삭였다.

"말 잘 들으면 가끔 피어싱 빼게 해 줄게."

"아니에요, 피어싱 진짜로 좋아요­!"

진짜 좋아서 하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완벽하게 조교된 둘이 마음에 들었다. 슬슬 촬영을 시작해 볼까?

***

­ 아나이스는 자꾸만 청초한 수녀 미카엘이 신경쓰인다.

물망초처럼 가련한 미카엘이 기도를 하고 있는 동안 실눈을 뜨고 옆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눈토끼처럼 하얀 머리카락. 투명할 정도의 피부.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까?

아나이스는 모욕적인 나레이션에 얼굴을 붉혔지만, 연기를 멈추진 않았다. 얼굴이 붉어진 덕에 미카엘을 신경쓰는 연기가 진짜같아졌다.

"주님. 동성애는 죄라고 하셨으면서.

미카엘은 왜 이렇게 아름답게 빚으신 건가요?

설마 주님의 시험이신가요? 유혹에 들지 말라는?

이럴 거면 차라리 저에게 자유를 주지 마셨어야죠.

왜 자꾸 생각나게 하세요?"

수녀복을 입은 아나이스는 무릎을 꿇고 열심히 기도했다. 물론 폰허브용 수녀복답게 슬릿이 옆구리까지 올라가있고 가슴의 융기까지 또렷하게 드러나는 음탕한 옷이었다.

누군가는 고증이 엉망이라고 욕하겠지만 알 게 뭐람. 꽁꽁 싸매 놓으면 아나이스의 치명적인 몸매가 부각이 안 되는걸?

기도하는 아나이스에게 하나님의 목소리 대신 장난기 넘치는 여자의 목소리가 내려온다.

"수녀님. 뭐가 그렇게 고민이 많아요?"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아나이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물러난다. 머리 옆에 난 뿔, 꼬리, 그리고 몸에 짜악 달라붙는 가죽 레오타드. 누가 봐도 서큐버스다.

"악, 악마?"

샤를은 입가에 손을 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러며 다가가 속삭인다.

"미카엘 양이 그렇게 신경쓰이나요?

어쩌나. 미카엘 양은 당신에게 관심 없는데.

대신 제가 미카엘로 변신해서 당신에게 안겨드릴까요?"

"뭐, 뭐라구요?"

아나이스는 이런 달콤한 제안에 망설인다.

물론 나도 바로 수락하진 못했었지.

샤를이 삐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됐어요. 알아서 하세요.

미카엘 양의 얼굴로 놀아야겠다.

수녀원의 청소부 자지가 그렇게 크다던데."

아나이스는 깜짝 놀라며 샤를의 앞을 막았다.

"조건이 뭔데?"

"제 원래 모습이랑도 하루 한번은 저랑 자 줘야 해요."

자신의 악마인 모습도 사랑해 달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꼰다.

아나이스는 어쩔줄 몰라하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컷, 컷!

잘 했어! 다음 장면 찍을게!"

하지만 두 배우는 촬영이 끝났어도 얼굴을 감싸고 어쩔 줄 몰라한다. 샤를은 날 노려보며 내 팔을 팡팡 두드렸다.

"오빠, 이거 스토리가 왜 이래요!

이거 완전 우리 처음 만남 각색한 거잖아요!"

"몰라. 잘 모르겠는데?"

내가 뻔뻔하게 잡아떼자 이번엔 아나이스가 항의했다.

"수녀는 유혹에 이렇게 홀라당 넘어가지 않거든요?

이거 신성 모독이에요!"

"포르노 스토리는 간단하고 짧아야 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킵하고 넘어간다고."

"아, 그럼 저희 둘이 그냥 침대에서 바로 시작할게요! 어차피 스킵할 거라면서요!"

아나이스는 샤를과의 연기가 정말 부끄럽고 싫은지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스토리 부분을 찍고 싶지 않아했지만­

내가 찍고 싶은걸?

다음 장면은 샤를과 아나이스가 어둑어둑한 곳에서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아나이스는 쭈뼛거리며 묻는다.

"저...근데, 같이 잔다는 게 뭔가요?

키스 다음이 있는 건가요?"

크으으으! 이거지!

젖소만한 우유통을 갖고 있으면서 야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아나이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샤를!

이거다! 이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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