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296화 (296/358)

〈 296화 〉 292. 니모나의 최후

* * *

"오빠. 내가 강민 씨한테 아양부릴때.

기분 어땠어? 슬펐어?"

성연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거렸다.

사랑하는 니모나가 진짜로 강민에게 가버리는 줄로만 알았다. 심장이 아플 정도였다.

니모나는 성연의 반응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

NTR 플레이를 그만두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을 붙잡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오빠. 우리 약속했잖아.

내가 마력 다 벌때까지만 강민한테 가기로.

나 마력 다 벌어오면.

진짜로 그만할 수 있어?"

NTR 플레이를 그만둘 수 있냐고?

"당연히­"

그만둘 수 있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니모나의 눈에 고여있는 눈물이 달콤한 마약처럼 박성연의 뇌를 태운다.

NTR의 쾌락은 무시무시했다.

아내가 다른 남자한테 변기 취급당하고도.

눈물젖은 눈으로 자신에게 와서 말한다.

'오빠. 그래도 사랑해­'.

실체 없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한 방법이다. 다른 남자에게 가도 항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걸 확인할 때마다 성연은 극도의 쾌락과 행복을 느꼈다.

비둘기처럼 수천km 밖으로 날려보내도 결국에는 자신의 옆으로 돌아와 울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

지금도 니모나는 자신에게 돌아왔다.

니모나가 강민과 애정 넘치는 영상을 찍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제발 NTR 플레이를 멈춰달라고 찍은 것이다.

하지만 박성연은 뒤의 전제에 집중한다.

'날 너무나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NTR 플레이를 계속해도, 니모나는 날 사랑할거야.

근거없는 믿음이다. 도박중독자가 여섯 판 연속으로 룰렛의 검정색에 걸어 돈을 따고 나서도 칩을 모조리 검정에 밀어넣는 행위.

'괜찮아! 다음번에도 또 검정이 나올 거라고!

그렇게 되면 백만원이 오천만원이 되는 거야!'

물론 그 결말은 대부분 모든 돈을 잃는 것이지만 박성연은 한번 더 니모나를 판돈으로 걸었다.

"강민한텐 안 보낼게."

"뭐?"

니모나가 눈을 크게 뜨고 성연을 바라봤다.

"강민 말고. 다른 사람이랑 플레이하면 되잖아.

이번엔 강민이랑 너무 오래 있어서 그랬던 거야.

다음번엔 짧게짧게 갔다오자.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 있거든.

마력만 다 모으면­"

"여, 여보..."

니모나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다 자신은 이런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지금도 자신을 강민의 곁에 보내놓고. 빼앗기면 어쩌지 고민하며 밤새 가슴을 쥐어뜯었으면서. 무사하게 돌아오자 이번 일은 없었다는 것처럼 태연히 다른 남자에게 보내려고 한다.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성연은 그걸 보며 행복을 느꼈다.

'이렇게 싫어하고 절망하면서도.

결국에겐 내게 돌아올 거잖아?'

니모나는 전처보다 더 큰 스릴을 줬다.

전처인 지현은 이런 걱정 없이 편하게 보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니모나는?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서 걷는 것처럼 흥분된다.

한 발을 장전한 리볼버를 머리에 대고 철컥철컥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강민 말고, 짧게 2­3주 정도로. 누가 있으려나.'

예전 지현을 맡겼던 다른 남자들을 생각했다.

강민은 위험했다.

폰허브 영상은 정말 잘 뽑아주지만 너무 오래 붙어있었다.

머릿속으로 니모나를 맡길 새 후보를 물색하며 아내를 껴안았다.

귓가에 속삭여준다.

"니모나. 사랑해. 니모나도 나 사랑하잖아?

이건 그냥 가벼운 놀이같은 거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가벼운 놀이라고?'

니모나는 박성연을 껴안은 채 눈물을 주륵 흘렸다.

이 바보같은 남편은 내가 용서해 주는 한 끊임없이 NTR 플레이를 계속할 것이다.

강민에게 아픈 꼴을 겪고도 그만두는 대신, 새로운 사람을 찾다니.

'아아, 아아아...'

니모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성연을 사랑하지만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결국­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도박 중독자가 언제 도박을 끊는 지 아는가?

돈이 다 떨어졌을때.

남이 모든 돈을 관리해줄때.

그때서야 비로소 끊을 수 있다.

자신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나서야 이 짓거리가 끝난다는 이야기다.

니모나는 남편을 껴안고 말을 짜냈다.

"나도, 사랑해­ 자기야."

성연을 두고 내려와 사 온 재료들로 요리를 한다.

눈물 닦으며 성연이 먹고싶다던 닭도리탕을 만들고, 자신이 오랫동안 없어도 괜찮도록 한 솥 가득 사골국을 끓이고.

주말동안 마력을 부어주고.

웃는 얼굴로 인사한 다음.

울면서 강민에게로 향한다­

***

니모나는 강민에게 새 계약서를 내밀었다.

강민은 계약서를 읽어보다 기겁했다.

"아, 내가 당신을 왜 가져요!

마력 다 모으면 성연 씨랑 둘이서 같이 알콩달콩하게 살 거라면서요!

제가 왜 결혼한 사람을 가져야 하는데! 됐어!"

하지만 니모나는 도게자 자세를 취하고 간곡히 부탁했다.

"부탁할게. 제발.

성연씨가 앞으로는 날 다른 사람한테 보낼거래.

이번에 영상을 찍어도 정신 못차려.

내가 다른 사람이랑 뒹굴어도 좋아?"

강민은 머리를 짚었다.

좋든 싫든 몸을 수십번 섞은 사이다.

다른 남자가 니모나를 범하고 영상을 보낼 걸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워진다.

'아오, 씨. 어떻게 하지?'

제발 자신의 소유권을 가져달라고 애원하는 니모나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존댓말까지 쓰며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어 옆에 개어두고, 알몸으로 애원한다.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저는 남편을 사랑해서 평생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발 절 가져주세요."

"아니, 이게 말이나 되냐고!"

강민은 새 계약서를 펄럭펄럭 흔들며 화를 냈다.

여기선 관계가 바뀌어 있었다.

주중의 5일은 박성연과 함께 있고 주말의 이틀은 강민과 함께한다.

언뜻 보면 박성연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아 보이지만, 뜯어보면 니모나가 강민의 소유물로 바뀐다. 주인이 강민이고, 박성연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바뀌어 있다.

강민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아, 진짜. 그 아저씨도 참.

다른 건 다 좋은데 성적 취향 한번...'

예림이의 목숨도 구해주고. 박수무당 잡는 것도 도와주는 유능한 마법사지만.

아내가 제발 자길 가져달라고 애원하게 만드는 뒤틀린 성취향이라니.

강민은 엎드려 훌쩍훌쩍 우는 니모나를 봤다.

솔직히 니모나는 정말 예쁘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유부녀였다면 '남편 존나 부럽네' 하고 중얼거릴 정도.

샤를에게 변신을 부탁해 한번 놀아보기도 했겠지.

하지만 강민에게도 양심이 있다!

한번 노는 것과 아예 소유물로 하는 건 다른 이야기!

이것도 맨 처음에 마력을 모은다는 이유가 있으니까 거래를 받은 거지.

강민은 어떻게 거절해야 할 지 고민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하지만 니모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주인님, 주인님도 아시잖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하렘을 받아들이고 천박한 섹스를 하면서도 사랑하면 어쩔 수 없다는 거."

그건 맞다.

자신의 하렘 멤버들도 똑같다.

1:1로 연애할 수 있다면 그녀들은 망설임 없이 그쪽을 택할 것이다.

칼자루를 쥔 쪽이 강민이니 맞춰 주는 것.

니모나도 그렇다. 니모나가 더 많이 사랑하기에 성연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NTR플레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간곡히 부탁한다.

"주인님. 저는 성연 씨랑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런데­ 성연 씨가 계속 저를 다른 남자들에게 보내면.

저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제발요. 제 남편을 계속 사랑할 수 있게 한 번만 도와주세요­"

눈물을 뚝뚝 흘리는 니모나를 보자 다른 하렘 멤버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하렘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며 슬퍼하던 예림이.

차라리 임신하고 싶다던 영선.

자길 버리지 말아달라고 클리토리스 피어싱을 받는 유다.

뿔에 구멍 뚫려가며 사랑한다고 외치던 샤를까지.

니모나가 부탁하는 것도 비슷한 거다.

남편과 같이 있고 싶으니까.

목줄을 내 손에 쥐어주는 것.

"하아..."

강민은 길게 신음을 흘렸다.

'젠장, 망할. 이러고 싶진 않지만.

둘 사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게 최선이다.'

"일어나. 니모나."

니모나는 두려운 눈으로 날 쳐다봤다.

"네 새 주인님 되어 줄 테니까.

침실에서 맹세해야지."

"감, 감사합니다­!"

니모나는 후다닥 일어나 초커의 목줄을 강민에게 쥐어줬다.

개처럼 끌려가면서도.

앞으론 성연과 있을 수 있다는 기쁨에 눈을 빛낸다­

***

[ 오빠. 이거 보여?

오늘 영상은 폰허브에 올릴 거 아니고.

촬영도 아냐. 이건 진심이야. ]

새로운 계약서를 팔랑팔랑 흔든다.

주인을 바꾸겠다는 계약서.

[ 도장 찍자. ]

립스틱을 백보지에 칠해주자 니모나가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아랫도리를 움직여 계약서의 이름 란에 콕, 보지를 갖다대 계약을 완료한다.

마나가 풀려나오고­ 새로운 계약이 성립됐다.

[ 성연 씨. 오늘은 진짜로 새로운 주인님 됐거든요? 잘 보세요. ]

그러며 립스틱 묻은 보지를 벌린 니모나를 범하기 시작한다.

[ 주인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니모나는 자지를 받아들이면서도 강민에 대한 미안함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민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사실 강민과 맺은 계약보다 성연과 맺은 결혼계약서가 더 우위에 있다.

'박성연 씨. 밤새 문헌 찾아보고 있었지.'

부부끼리 지켜야 할 신의성실을 주장하며 박성연이 자신을 데려오려 한다면­ 강민도 자신을 내줘야 한다.

박성연은 똑똑하니까 문헌에서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러니까. 박성연이 신의성실을 주장한다면.

자신도 이미 신의성실을 깼으므로 헤어지자고 주장할만한 과실이 필요했다.

만약 진짜로 박성연이 강민과의 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다른 남자들에게 자신을 보낸다면.

그땐 진짜로 박성연과 헤어질 각오로.

니모나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미안해요, 강민 씨.

그래도 내가 임신해야 된다는 거 말했으면 절대 안했겠지.

말 안해줘서, 정말 미안해요­'

몰래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니모나는 임신할 준비를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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