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2화 〉 288. 니모나는 남편의 버릇을 고쳐주고싶다
* * *
'...오늘도 안 오네.'
니모나는 침대에 앉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강민이 자신을 찾은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자궁은 남자의 정액을 달라고 보채며 큥큥 시위중이다. 익을 대로 익은 유부녀 리림의 보지는 정조대에 박힌 딜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진짜로 이렇게 방치할 생각인가?"
강민을 꼬시는 시도도 많이 했었다. 폰허브 영상 안 찍은지 오래됐다며 빨리 찍어달라고, 냉정한 척 말해봤지만 돌아오는 강민의 대답은 싸늘했다.
'지금 찍어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1년 내로 마력 다 모일 것 같은데?
요새 바빠서. 니모나도 나랑 섹스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잘 됐네.'
반 존대를 섞은 띠꺼운 대답. 니모나는 그때를 생각하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안 좋아하긴! 좋아서 미칠 지경이거든?'
자궁에 꿀처럼 똑똑 떨어지는 정액의 달콤함. 입으로 뭉클거리는 정액 덩어리를 삼켰을 때의 황홀감. 애널로 받아들이며 드는 배덕감. 모든 게 너무 좋았다.
남편이 딜도로 해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 남편이 치료되려면 아직도 일 년 남았는데. 그동안 계속 이렇게 과부 신세로 살아야 할까?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 음. 여보. 무슨 일 있어? ]
중후한 성연의 목소리. 평소였다면 기뻐서 헤헤 웃었겠지만 오늘은 목소리를 들어도 답답했다. 자신을 남자에게 보내놓고, 남자의 자지가 얼마나 기쁜지 깨닿게 해놓고는 아무것도 못 해주다니.
리림의 자존심 때문에 강민에게 방치당하고 있다는 걸 말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평이하게 물었다.
"자기야. 뭐 해?"
[ 뭐, 평소 하던 연구 중이지.
무슨 일 있어? ]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손으로 정조대 위를 문질렀다.
자위 금지라고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굵은 바이브가 러브젤을 문지르며 보지를 쑤셨다. 니모나의 코에서 달콤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전화 너머의 박성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
[ 혹, 혹시 강민이랑 섹스하고 있는 건가?
섹스하면서 나랑 통화하는 건 아니지? ]
싫은 게 아니라 묘한 기대감마저 가지고 있는 목소리였다.
니모나는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당신 사랑하니까 여기 와 있고, 양 구멍에 딜도 박혀서 방치당하며 힘든 꼴 당하고 있는데.
당신은 헛소리나 하고 있고.
[ 그런 거 아니야.
...남자랑 몸 섞은지 일주일 넘어서, 그냥 쓸쓸해가지고. ]
[ 뭐, 뭐? 어쩌다가?
야한 속옷이라도 좀 보내줄까? ]
니모나는 이를 아득 물었다. 박성연이 미웠다.
깊이 사랑하고 있으니까 서운할 때의 실망도 더욱 컸다.
힘들겠구나, 하는 위로의 말을 듣고싶었지만 돌아오는 건 강민에게 아양부려보라는 말이라니.
자신이 쫄쫄 굶는 것보다 폰허브 영상을 더 우위에 두는 남편의 말에 가시돋힌 말로 응수했다.
[ 자기야. 내가 다른 남자한테 험하게 괴롭힘당하는 게 그렇게 좋아? ]
[ 아냐. 좋아하지 않아. ]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였다. 순간 니모나는 가슴이 떨려왔다.
혹시라도 성연이 NTL취향을 고쳐먹을 생각이 든 걸까?
강민에게 안기는 것도 기분은 좋았고 흥분됐지만, 그래도 성연과 알콩달콩 살고 싶었다.
하지만
[ 정확하게 말해야지. 나는 니모나가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냐.
사랑하는 거지. 죽도록 사랑해. ]
[ 그렇구나.]
니모나는 손으로 눈을 덮었다.
한순간이나마 설렜던 자신이 미웠다. 큰 눈에서 눈물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울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었다. 더듬거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돌려주고 침대에 엎드렸다.
속절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흐엉, 흑, 흐엉
내가 다른 남자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사랑한다고."
한참을 울어도 달래주는 사람도 없었다. 창밖이 서서히 땅거미가 졌지만 니모나는 아무것도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랫도리에 차고 있는 정조대를 만지며 서글픔에 울었다.
"박성연, 이 나쁜 놈, 나쁜 자식.
내가 이런 꼴이어도 관심 없지?"
슬픔은 서서히 복수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4개월이 넘도록 강민의 성노예 생활을 하느라 잔뜩 쌓인 서운함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떻게든 따끔하게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싶었다.
남편이 술 쳐먹느라 밤새고 들어왔을 때 현관 문 잠궈버리는 새댁처럼.
"좋아. 나도 당신한테 상처 줄거야."
니모나는 눈물을 흘리며 성연에게 상처줄 방법을 생각했다.
아주, 깊고 날카로운 상처.
NTL을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게 만들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
"서방님, 오셨어요? 코트 받아드릴게요."
"뭐, 뭐야?"
강민은 현관에서 자신을 맞는 니모나에게 당황했다. 니모나가 이러는 건 처음이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유다도 깜짝 놀라 강민을 봤다. 강민과 찐득한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이것도 플레이의 일종인가?
"왜 놀라세요?"
니모나는 상냥하게 웃으며 유다를 슬쩍 노려봤다. 유다의 아랫도리에선 정액 냄새가 풀풀 풍겼다. 방금 전까지도 진한 성관계를 즐긴 듯 했다. 목에도 키스마크가 수없이 찍혀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너무 부러웠다. 강민이 입으로 유다의 아랫도리를 청소하게 해준다면 고맙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액이 너무 고팠다.
하지만 그런 눈빛을 받은 유다는 당황해 깨갱할 뿐이었다.
'뭐지? 뭐지? 강민이랑 니모나랑 뭐 하기로 했나?
나, 난... 오늘 아침부터 강민이랑 놀았으니까 이번엔 양보해야겠지?"
"나, 난 먼저 올라갈게"
피어싱투성이인 쎈 외모와는 다르게 속은 소심하다. 종종걸음으로 2층의 방으로 올라갔다. 니모나와 둘만 남은 강민은 어찌할 줄 몰라 일단 코트를 건넸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진 건 더욱 황당했다. 니모나는 강민의 손을 잡고 밥상이 차려진 식탁에 앉혔다.
"잠, 잠깐만, 니모나 씨...?"
"배고프시죠?"
니모나는 자신을 부르는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떴다. 입으로 후후 불어 식히고 강민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드셔보세요. 입맛에 맞아야 할 텐데."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사람들은 도망치거나, 받아들인다. 강민은 받아들이는 쪽이었다. 얌전히 된장찌개를 먹었다. 원래 니모나의 요리 실력은 절망적이었는데, 이번엔 제발 맹물에다 해감 안한 바지락으로 끓이지만 말았길 바라며 우물우물.
"음?"
강민은 눈을 크게 떴다. 육수와 된장을 잘 쓴 맛있는 찌개였다.
평소엔 강민에게 요리해주기 싫어서 개판을 치던 니모나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박성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강민에게 사랑에 빠진 척을 하는 중.
요리도 훌륭하게 해냈고 밥도 한 술 떠주며 배시시 웃었다.
"어때요? 마음에 좀 드시나요?"
고개를 끄덕끄덕. 평소엔 재수없이 톡톡 쏘는 모습만 보이다가 갑자기 이러니 강민도 어지러웠다. 향수도 듬뿍 썼는지 아찔한 냄새가 풍겼다. 새댁처럼 사근사근하게 구는 모습이 귀엽다고 느껴질 정도.
자세히 보니 화장도 정성스럽게 했다. 주말에 남편을 보러갈 때처럼 화사하게 꾸몄다. 자지가 꿈틀, 반응했다.
강민은 일단 니모나가 주는 밥을 받아먹으며 녹화를 시작했다.
'이건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이러는 것 같은데?'
니모나도 주변에서 마력의 흐름이 변하자 녹화가 시작됐다는 걸 알았다.
'잘 됐다. 오빠 정신 차리게 하려면 강민에게 홀딱 빠진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찍어줘야겠지?'
둘의 이런 쪽에서만 빠른 눈치는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다.
강민에게 정성스레 밥을 먹여주는 장면을 촬영한 뒤, 식탁 아래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게 행동한 것 모두 사죄드릴게요."
도도한 유부녀가 무릎꿇고 비는 모습은 강민에게 짜릿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아직이다. 좀 더 즐거운 영상을 찍으려면 한번 튕겨줘야겠지.
"왜? 지금까지 콧대 높게 굴었잖아.
뭐만 하면 남편 이야기하고, 남편 보러간다고 주말 일정은 빼지도 않고.
됐어. 그냥 지금처럼 남남으로 지내."
니모나는 눈물 섞인 눈으로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싫, 싫어요
사실 강민 씨랑 섹스하는 거 엄청 좋아요.
이렇게 방치당하는 건 더이상 못 견디겠어요.
여자친구까진 바라지도 않을게요.
변기처럼 쓰셔도 괜찮으니까, 제발요
남편따윈 이제 필요 없어요."
예상보다 더 센 워딩에 강민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자신에게 푹 빠졌다는 전조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변화시켰다는 건 진짜로 사랑하는 게 아닐 것이다.
기껏해봐야 박성연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던가. 아니면 니모나가 박성연을 안달나게 만들고 싶던가. 둘 중 하나겠지.
'뭐, 둘 중 뭐가 됐든 그 아저씨는 정신좀 차려봐야 해.
자기 아내를 남한테 빌려주다니. 제정신이 아냐.'
강민도 장단을 맞췄다. 발을 내밀고 복종의 증거를 요구했다.
"일단 여기에 키스해봐."
쪼옥. 쪼옥.
망설임 없이 발등에 입을 맞췄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싱긋싱긋 웃으며 올려다본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키스할 수 있어요
외출하고 오시느라 찝찝하시죠? 제가 입으로 다 청소해드릴게요"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변한 유부녀를 보자 흥분이 솟아올랐다.
바로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옷을 한꺼풀씩 벗는 강민을 보며 니모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보, 두고 봐
다시는 NTL 같은 거 시도도 못하게 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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