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267화 (267/358)

〈 267화 〉 263. 강민 오빠. 오빠는 저 섹스용 장난감이라고 생각해요?

* * *

"샤를. 너 마계에서 왔다는 거 거짓말이지."

"네?"

샤를은 눈을 꿈벅꿈벅거리며 어안이 벙벙해 나를 바라봤다. 귀여워라!

가방에서 나온 음식을 보여주며 킥킥 웃었다.

"음식 싸오는 게 한국 토박이인데?"

유부초밥. 보온병에 싼 뜨거운 물과 육개장 컵라면. 살얼음 끼게 얼은 막걸리 한 병. 오이와 얼음물. 확실히 먹을 것에 진심이다. 내 놀림에 부끄러운지 팔을 파닥파닥 저었다.

"하, 하지만 산 위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다고 유다 언니가 그랬는걸요...!"

유다 누나는 밖에 안 나가면서 그러는 거잖아. 아마 유튜브로 체득한 지식이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누나의 명예를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꺼내 식사 준비를 하려는데...

"어, 어?"

샤를은 당황한 듯 가방을 뒤졌다. 그러고는 울상이 되서 날 쳐다봤다.

"오빠, 젓가락이 하나밖에 없어요."

"엥? 그래?"

근데 그게 문제가 되나?

유부초밥을 집어 샤를의 입에 물려줬다. 그리고 나 하나. 육개장 뚜껑으로 작은 컵을 만들어서 샤를의 손에 들려주고 면발도 꼬들꼬들 말아서 들려준다.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넘기자 눈을 반짝거리며 기대왔다.

"오빠 멋지다. 오빠는 어떻게 당황도 안해요?"

뭐, 이런것쯤이야!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렸다.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며 발 아래 깔린 서울 시내의 풍경을 내려다봤다.

"진짜 좋다..."

엄청 절경이지만 사실 옆의 샤를이 더 예쁘다.

인스타 운동녀 느낌이 너무 사랑스럽다.

뒤로 묶은 포니테일 덕분에 목덜미의 잔털이 강조되기도 하고, 목에서 땀 한방울이 흘러 가슴골 안으로 흘러내리는데 눈이 안 갈 수가 없다.

산행동안 가렸다가 정상에서 까니까 파괴력이 대단하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으슥한 곳에서 장난치고 싶지만 북한산에서는 좀 무리다.

텐트같은 것도 없고.

머리를 털어 음탕한 생각을 휘휘 날려버리고는 쓰레기를 모조리 정리하고 하산 루트를 탔다.

올라올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내려간다. 우리가 계약한 집쪽으로 내려가서 임장을 볼 계획.

그런데...

'젠장. 엄청 흥분되네!'

아까 가슴골을 본 이후로 계속 신경쓰인다. 앞에서 내려가며 덥다고 바람막이도 벗어던진 상태.

뒤에서도 가슴이 출렁거리는 게 보인다.

거기에 토끼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엉덩이와 흘끗 드러나는 도끼자국까지.

도저히 못참겠어서 남들의 눈이 뜸해지는 구간에서 냅다 샤를의 팔을 붙잡고 키스했다.

샤를도 날 껴안으며 혀를 섞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고, 나를 밀어내며 살짝 째려본다.

"오빠, 뒤에서 제 엉덩이랑 가슴만 계속 쳐다봤죠?"

"솔직히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어?"

의뭉스럽게 넘기며 레깅스로 덮인 도끼자국쪽에 손을 뻗었다. 샤를도 야한 기분으로 만들면 야외 섹스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지만 샤를은 내 손을 밀어내고 몸을 휙 돌렸다. 삐진 듯 코로 숨을 길게 내쉰다.

"오빠아... 오빠, 그런 생각밖에 안 해요오...? 나는 오빠랑 데이트와서 엄청 신났는데."

처음 보는 샤를의 태도에 엄청 당황스러워 황급히 변명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가득이었다. 샤를의 음탕한 뒷태때문에 힘이 들어가는 걸 어쩌라고! 반발기 상태로 내려가는게 얼마나 고역인데! 한 발 빼고 개운하게 가는게 뭐 어때서!

하지만 샤를은 지금 섹스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나에게서 떨어지며 팔짱을 낀다.

"남들 다 보는데에서 어떻게 하려구요."

"마법으로, 뭐...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아?"

하지만 샤를은 토라진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나빴어. 그래요. 오빠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알콩달콩 데이트한다는 생각에 기분 좋았는데. 오빠는 내 몸만 보고 있었구나. 오빠한텐 전 그냥 성욕 해소용 장난감이죠? 알았어요. 레깅스 내리고 있으면 되나요?"

허리 밴드에 손을 집어넣는 샤를을 후다닥 말렸다.

"아냐, 아냐!"

샤를이 이렇게 삐진 건 처음이라 엄청 당황스러웠다. 물론 섹스할 때야 성욕처리용 오나홀이라던가 성노예라던가 걸레보지라던가 엄청 말하긴 하지만 그거야 플레이 중에 하는 소리고!

'좆됐다. 샤를이 왜 삐진 거지?'

요새 샤를에게 소홀해서 삐진 건가? 아니면 저번에 플레이할때 소변 지릴때까지 애태워서 그런가? 샤를은 생리도 안 하는데 생리 이슈는 아니고!

아니면 진짜로 오늘은 별로 안 하고 싶은건가? 서큐버스인데도?

솔직히 레깅스만 벗겨놓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목덜미를 깨물며 거칠게 섹스하고 싶지만, 샤를이 싫다는데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도 좀 그렇다. 일단 달래주자!

"샤를, 그런 거 아냐! 네가 너무 매력적이라 잠깐 그런거지. 네가 싫다고 하면 할 생각 없어. 진짜야."

"...진짜죠?"

샤를은 미심쩍은 눈으로 날 보다가, 허리에 맨 바람막이를 풀어서 다시 입었다. 옷 속으로 가슴이 사라지자 서글펐다. 반 발기된 자지를 추스르고 같이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중간중간 급경사 구간에서 샤를의 손을 잡아주고, 혹시 기분이 풀렸나 싶어 허리쪽으로 손을 뻗으면 슬쩍 피한다.

오늘 샤를과 섹스는 물 건너간건가. 슬프구만.

북한산을 하산해 조금 걷자 단독주택이 드문드문 보였다. 여기에 계약한 곳이 있나. 살피며 천천히 걸었다. 그 중 한 곳이 내 눈길을 끌었다.

북유럽 풍의 흰색 톤. 밖에서 안 보이게 조경한 나무. 2층으로 뻗은 넓이. 여기가 우리 집이면 좋겠네­ 생각하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샤를이 내 손을 잡아세웠다.

"오빠! 여기가 저희 계약한 곳이에요!"

"...세상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북한산 단독주택, 2층, 건물평수 60평. 용적률 50%, 마당 60평. 2층.

"이게... 진짜로 우리 집이라고? 얼만데?"

"13억이요. 박성연씨 대출 찬스도 좀 끼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액 현금."

"우리 폰허브가 그렇게나 잘 나갔었어?"

최근엔 영상 만들기만 하느라 수익금은 어련히 잘 벌고 있으려니 했었는데. 이 정도였다고?

"아나이스랑 미카엘이 정말 인기가 좋더라구요. 특히 미카엘은 teen 태그에서 1위구요. 아나이스는 SM 태그쪽에서 1위 왔다갔다 해요. 아마추어같지 않은 촬영솜씨에 내용이 워낙 하드하다 보니."

그리고 샤를은 잠깐 멈췄다가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제가 인기가 떨어진다는 건 아니구요. 제 뿔 뚫던 영상도 수익 꽤 잘나왔는데... 코스프레 쪽이랑, SM에서..."

샤를도 데몬 걸 코스프레로 허리가 부러져라 폰허브에 올리고 있지. 고마움에 샤를을 꽉 껴안았다.

"고마워, 샤를. 영상찍은 것도 그렇고. 혼자 여기 찾아보고 계약하느라 힘들었겠네."

"맞아요! 오빠는 맨날 다른 여자랑 놀러다닌다고 세 번 둘러보면 한 번 따라와줄까 말까 하고!"

샤를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주제를 돌려야겠군.

"내부도 보고 싶어. 샤를 집 취향이 궁금하네? 계약금 걸었으면 비밀번호 받았으려나?"

말을 돌리자 샤를은 잠시 고민했지만, 내게 집이 어떤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큰 듯 했다. 내 손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집 안은 더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창문들이 커서, 외부의 조경수들에 부딪힌 햇살은 초록빛으로 변해 집안을 따뜻하게 비췄다. 그리고 하렘 멤버가 하나씩 써도 방이 남을 정도로 방도 많고. 가구들이 없어서 그런지 공간은 넓었지만 휑한 분위기는 들지 않았다. 게다가 시스템 에어컨도 있고, 마이너스 몰딩에 조명들도 다 매립. 집주인이 애정을 많이 쏟은 게 느껴졌다.

정말 아름다울 정도로 완벽한 집이었다. 샤를은 내 손을 끌고 집안을 이리저리 보여줬다.

"그리고 오빠. 지하실도 있어요!"

지하실이라. 저기에 방음판이랑 SM플레이용구들 들여놓고 놀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골똘한 내 표정을 보고 샤를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생각 해요?"

"샤를 네가 진짜 집 잘 골랐다는 생각."

"히히."

샤를은 2층으로 올라갔다. 가구가 몇 점이 남아있었다. 창 밖이 보이는 곳에 놓여진 책상과 책장들. 전부 원목인지 튼튼하고 예뻐 보였다. 샤를은 책상 위에 앉아 히히 웃었다.

"전 주인이 해외로 나가게 되서. 남겨놓을 가구는 남겨놓고 가신다고 하더라구요."

자신이 계약한 집을 정말 마음에 들어하는 태도였다. 다가가서 샤를을 꽉 안아줬다.

"고마워. 샤를. 모든 것들이 다.

...그리고 아까 산에서 미안해. 화났었지?

그래도 이건 알아줘. 널 장난감처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러자 샤를이 다리로 내 허리를 옭아맸다. 그러며 책상 위에 천천히 드러눕는다.

모자를 벗어던지자 머리카락이 책상 위로 확 풀리고 뿔이 드러난다.

아찔한 향기가 퍼졌다. 땀 냄새와 샴푸 향이 섞여 복숭아처럼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이었다.

날 쳐다보는 눈길도 끈적거리고, 목소리도 끈적거린다.

내 물건을 살살 쓰다듬으며 속삭인다.

"...오빠.

저도 사실 하나도 안 삐졌었어요.

주인님이 너무 좋은데 왜 삐지겠어요."

음? 근데 왜 그랬던 거야?

"근데 가끔은... 내가 너무 익숙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싶어요.

내가 뭐든 다 해주는 거, 당연한 거 아니예요.

폰허브에 올리는 것도, 앞도 뒤도 언제나 사용해도 괜찮은 거, 엄청 심하게 섹스해도 언제나 좋다고 하는 거.

오빠 사랑해서 그러는거니까.

저 사랑하는 거 변하면 안돼요."

울 듯한 얼굴로 내게 애교를 부렸다.

아까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한 심장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젠장! 다행이다!

난 샤를 네가 진짜 화나거나 삐진 줄 알았어."

샤를을 껴안고 진하게 키스를 해줬다. 샤를은 콧소리를 내며 내 입속의 타액을 쪽쪽 마셨다.

그러며 내 목을 껴안고 사과했다.

"주인님, 놀려서 죄송해요­."

깜짝 놀랐다. 진짜.

샤를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으로 레깅스 위를 살살 문지른다.

몸이 달아올랐다는 표시.

샤를이 자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럼 오늘은 좀 순진하게 섹스해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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