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화 〉 262. 샤를과 북한산 등산!
* * *
"우우...이런 것까지 한단 말야...?"
샤를은 미카엘과 아나이스의 첫경험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야동 안의 수녀는 지글거리는 낙인을 찍히면서도 강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계 밑바닥의 악마들도 기겁할 플레이를 해 줄 줄은 몰랐는데.
"구멍 뚫을때도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는데, 어쩌지."
샤를은 뿔에 뚫린 금색 피어싱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뿔 피어싱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자신도 낙인 플레이 준비를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니면 문신을 더 할까? 유다 누나처럼 클리 피어싱?'
남자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염색을 한다던가 새 옷을 산다는 느낌으로 하드코어 플레이를 찾아봤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너무 수위가 올라갔단 말이지.'
샤를은 폰허브의 재생목록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강민 오빠 주변의 여자들은 이제 똥까시와 애널섹스는 기본으로 하고, 그 이상의 플레이를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서큐버스인 자신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변태 플레이. 아무래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듯 했다.
'하드코어 플레이 대신 강민 오빠를 기쁘게 해 줄만한 게 없을까?'
예림 언니와 둘이서 쌍둥이 섹스같은 걸 기획은 하고 있지만, 지금은 단독으로 섹스하고 싶었다. 알콩달콩하게 데이트도 하고 싶고.
'아니면 아예 순진하게 가버려?'
샤를은 자신이 부동산 카페를 돌아다니다 본 글 하나를 생각했다.
[ 제목: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
단독주택 데크 깔다 2천만원 쓰고 전부 철거했습니다. 처음엔 돌 깔았다가, 나무를 더하면 이쁘지 않을까 하고 데크 깔았는데 색이 맘에 안들어서 다시 칠했다가. 집에 놀러온 손님들은 캐노피가 있으면 비 안맞고 좋지 않겠냐. 바베큐 그릴은 없냐. 온갖 말들을 얹더군요.
제가 귀가 얇아서 전부 설치하다가 어느날 보니 너무 흉물스럽고 지저분한 겁니다. 전부 때려부숴서 철거하고 나니 제일 예뻤습니다. 제 마음이 다 후련합니다.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입니다.
'이걸 강민 오빠와의 관계와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하드코어 섹스를 즐긴다고 해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 법.
그리고 하드코어한 섹스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울릉도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쌓인 추억과 애정이 있어서 좋다고 한 거니까.
"으음... 그럼 보자..."
될 수 있으면 순진하게 보일 수 있는 걸로. 야한 짓 하는건 싹 빼고. 뭐가 있을까...
샤를은 볼펜 꼬다리를 씹으며 열심히 계획을 짰다.
***
"북한산... 뭐? 임장? 임장이 뭐야?"
나는 샤를의 말에 멍청하게 되물었다. 샤를은 이제 현대 사회에 완벽히 적응했는지 자랑스럽게 팔짱을 끼며 설명했다.
"부동산 관련 현장을 미리 답사하는 걸 임장이라고 하는데요.
저희는 북한산 등산 갔다가 내려오면서 매물 보러 가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거의 다 보고 계약금까지 걸긴 했지만. 오빠도 한번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계약금도 걸었었어?"
샤를은 내가 모르는 사이 이것저것 진행한 모양이었다.
세금이라던가 등기라던가 이런 건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자 유튜브에서 다 배웠다고 했다.
...정정. 샤를은 현대사회에 나보다 훨씬 더 어울리는 인재다.
"뭐, 나도 한번 보고 싶긴 했으니까. 그럼 등산 갈 거면 영선 누나랑, 다른 사람도..."
샤를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내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풍만한 가슴이 전해졌다. 눈을 반짝이며 올려다봤다.
"둘이서 가고 싶어요."
"그, 그럴까?"
요새 아나이스나 미카엘 조교한다고 신경을 덜 쓰긴 했지.
참고로 하렘 멤버들과 데이트는 1인당 주 2회씩이다. 불가피하게 겹치는 날도 생기지만 그건 내가 안 보는 곳에서 협의를 해온다. 주로 2인 데이트를 하지만 가끔은 9 to 9, 9 to 다음날 아침까지 2부제로 나뉘는 경우도 있는데...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서 다행이다. 내 의사도 좀 들어줬으면 싶지만 내 자업자득이니 어쩔 수 없지.
"알았어. 그럼 같이 등산 갔다가 임장 들르면 되겠네."
"내일 아침 6시에 같이 나가요!"
삑삑삑삑. 삑삑삑삑.
샤를은 일어난 내게 등산복을 건넸다. 간편한 운동용 트레이닝복을 입고 갈 생각이었는데. 샤를의 마음 씀씀이에 마음이 몽실몽실해진다.
"헤헤. 오빠랑 저랑 커플룩이예요!"
그런데... 커플룩이라고 하기엔 노출도가 너무 차이나지 않니?
샤를은 레깅스와 나시티만을 입고 내게 자랑했다. 인스타에 몸매 좋은 누나들이 등산 인증이라고 올리는 거 있잖아.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보라색 레깅스, 배꼽이 보이는 파랑색 나시티.
나는 검정 + 연보라색 반바지와 파랑 바람막이. 이건 시밀러룩 아냐? 뭔가 좀 그랬다. 샤를에게 슬쩍 태클을 걸었다.
"예쁘긴 한데 사람들이 다 쳐다보지 않을까?"
"오빠는 노출 많은 거 좋아하지 않았어요?"
샤를은 키득키득 웃으며 날 놀렸다.
아니, 좋아하긴 하는데... 요새 묘하게 신경쓰인다고 해야 할까.
여자친구들이 워낙 예쁘다 보니 야하게 입은 날은 시선이 너무 쏠린다.
그리고 날마다 야한 옷을 입고 나가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카페에서 다른 남자들의 질시어린 시선을 받는 것도 지겹다.
나만 여자친구들 예쁜 거 알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든다.
아무래도 똑 부러지게 말해야겠어.
"오빠, 왜요? 제가 이런 옷 입는거 싫어요?"
"응. 싫어."
내 말에 샤를이 갑자기 딸꾹질을 했다.
"히끅, 네? 히끅, 진짜로, 히끅, 싫어요?"
"야하게 안 입어도 될 것 같아."
샤를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얌전히 나와 똑같은 바람막이를 입었다. 그러며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린다.
'아니, 원래 이거 위에 입을려고는 했는데, 웬일이래. 평소에는 아주 홀딱 벗겨서 데리고 다니더니.'
"뭐라고 했어?"
"아뇨. 좋다고요."
지하철을 타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원래는 차 끌고 가려고 했는데 하산하고 막걸리 마셔야 하니까, 왜 차를 끌고 가냐고 한다.
"그럴 거면 텔레포트 해도 되지 않아?"
"음. 이렇게 지하철 타고 가는 시간도 되게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샤를은 내 어깨에 기대며 히히 웃었다.
갑자기 이렇게 심장 공격을 하면 곤란한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주변의 어르신들은 아이고, 보기 좋네 하면서 웃으신다.
"올라가기 전에 도시락 사갈까?"
그러자 샤를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며 자신의 가방을 탕탕 쳤다.
"여기에 다 담아 왔어요! 뭔진 올라가서 보여드릴게요!"
"그래?"
말 없이 샤를의 가방을 내 쪽으로 옮겨 들었다. 은근 무겁네.
"어? 오빠, 제가 들어도 되는데..."
"됐어. 이러려고 운동하는 거지."
내가 가방 두 개를 매자 샤를은 달라고 하면서도 헤실헤실 웃었다.
"헤헤. 오빠, 고마워요."
그리고 역에서 나와 등산을 시작했다. 상쾌한 숲 향기. 화창한 햇살. 그리고 10월 말을 향해가는 서늘한 날씨. 등산하기에는 딱 좋은 시즌이었다.
"의외로 가파른데?"
"그러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린 별 무리 없이 올라갔다. 운동... 아니 섹서사이즈라고 해야 할까. 섹스는 의외로 허벅지와 허리힘이 많이 필요해서 이정도 산행은 쉽다고 해야 할까.
딱 좋은 자극이었다. 기분 좋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즐기며 쭉쭉 올라갔다. 본격적인 급경사 계단 구간이 슬슬 등장한다.
"샤를. 내 손 잡고 올라..."
내가 먼저 선행하고 있었는데 샤를의 뒤쪽에서 정체가 일어났다. 사람들의 걸음이 이상하게 느리다.
'뭐야?'
내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사람들이 흘낏 시선을 피한다.
"...샤를. 네가 먼저 올라갈래?"
"힛. 오빠 벌써 힘들죠? 제가 앞으로 가야겠죠? 아까 두개 다 든다고 그러더니 벌써 힘든가봐요?"
날 놀리며 앞으로 올라갔다. 뭐랄까. 샤를은 서큐버스 치고는 너무 사람들의 시선에 둔감한 거 아닐까.
뒤에서 샤를을 보니 연보라색 레깅스에 적나라하게 엉덩이 라인이랑 도끼자국이 드러나 있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위쪽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천천히 올라오지!
내가 몸으로 가리고 올라가자 정체는 서서히 사라졌다. 망할 남자들 같으니.
그렇게 샤를의 뒤에 붙어서 올라갔다. 곧 나무가 없는 지역이 나타난다. 바위산 정상을 알리는 부분.
샤를은 올라가면서도 호기심에 가득차 주변을 살폈다. 특히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서워했다.
"로프 하나 믿고 바위산을 오르는 거라구요? 세상에나."
"영선 누나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자극 추구하는 사람들 말야. 시덥잖을 농담을 하며 북한산 정상에 도착했다.
발 아래로 서울 시내가 쫙 내려다보인다. 샤를은 번쩍! 만세를 하고 신나했다.
"산 정상을 밟아본 건 처음이네요! 신난다!"
다람쥐처럼 폴짝거리는 모습은 솔직히 엄청 귀여웠다.
지금 샤를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흥분으로 좋아하고 있어서?
세상의 모든 걸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외형적인 것 때문이라기엔 몸매도 보이지 않는데.
턱 아래까지 자크를 올리고, 모자로 뿔을 감춘 샤를.
이상하게 꽁꽁 싸매고 있는데도 귀엽고 예쁘다.
"샤를, 이리 와. 너무 뛰다간 넘어진다."
넘어질 듯 위험천만하게 달려온다. 꽉 잡아서 안았다.
껴안긴 샤를이 날 올려다보며 히히 웃었다.
"...샤를. 사랑해."
"힛. 오빠. 저도요."
"저기요! 저희 사진 한번만 찍어주시겠어요?"
주변의 사람에게 폰을 드리고 촬영을 부탁했다.
북한산 정상이라는 비석 옆에 서자 샤를이 자신의 윗옷을 좌악 벗어 허리에 묶는다.
배꼽과 H컵 가슴이 모두 드러나자 찍어주는 사람이 순간 침을 꿀꺽 삼킨다.
"내려갈 땐 다시 입어드릴게요, 오빠."
샤를이 내 귀에 속삭이고는 볼에 쪽 뽀뽀했다. 그리고 사진 한 방.
...이래서 샤를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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