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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261화 (261/358)

〈 261화 〉 257. 미카엘 화염인장 완전타락

* * *

"미, 미카엘?"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미카엘이 맞았다. 미카엘은 충격에 빠진 아나이스에게 천진하게 다가왔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못 찾은 거예요?"

아나이스는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했다. 미카엘의 복장은 가까이서 보자 더욱 충격적이었다.

쌀살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강조되는 캡나시. 허벅지와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갸냘픈 몸매와 어울리지 않는 높은 하이힐. 건방진 꼬맹이가 남자를 매도하기 위해 한껏 음탕한 복장을 입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몸 군데군데 위치한 장미와 백합 문신이었다. 싸구려 창녀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아나이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몸에 있는 문신은 다 뭐예요...? 강민, 강민... 그 새끼가 억지로 시킨 거예요?"

그러자 미카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빨간 장미 문신을 손가락으로 쓸며 부른 배를 만지고 있는 임산부같은 표정을 지었다. 사랑스러워서 못 견디겠다는 눈빛이었다.

"제가 인면창때문에 신경쓰인다고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강민 씨가 둘 중에 고르라고 했어요. 문신으로 흉터 가려줄지, 아니면 아예 흉터를 없애는 게 좋은지."

아나이스가 문신을 자세히 살폈다. 미카엘의 말대로, 문신 아래쪽에는 울퉁불퉁한 흉터의 흔적이 보였다. 소위 말하는 흉터를 가리기 위한 커버업 타투였다. 솜씨 좋은 문신사가 새겼는지 흉터가 있는 지도 모를 경지였다.

"마법으로 그냥 흉터 지울수도 있었지만 제가 문신 새겨달라고 했어요. 강민 씨가 문신한 여자 좋아하잖아요."

아나이스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강민 씨, 라고 발음하는 미카엘의 눈엔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문신, 새길 때 아프진... 않았어요?"

"사실 꽤 아프긴 했는데 강민 씨가 문신 새길동안 손 꼭 잡아줘서 되게 좋았거든요."

뭐라고 이야기해야할지 혼란에 빠졌다. 미카엘은 무슨 말을 하든 강민 씨가 좋다, 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혹시 정신 계열 마법이 아닐까 싶어 물었다.

"혹시 사랑의 묘약이라던가 매혹 마법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죄송해요. 이런 말 하게될 줄은 몰랐는데 전 정말로 강민 씨가 좋아요."

미카엘은 쑥쓰럽게 고백했다. 그러며 왜 강민을 좋아하는지 천천히 손을 꼽아본다.

"일단 제가 못된 짓 했는데도 친절하게 대해줬고, 데이트 할 때 귀엽고, 매일 사랑한다고 해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여기 피임 문신도 새겨주고­ 그리고 섹스하면서 엄청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됐어요. 그만해요."

어지러워져 손을 저었다. 미카엘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본 그 자체였다.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남겨도 될 정도였다. [ 쓰레기 남친을 사랑하는 여자가 보이는 태도 ].

'어떻게 해야 하지?'

아나이스는 당혹감에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미카엘이 자신을 대신해 강민과 섹스해 준다는 건 고마웠지만, 창녀 취급 당하며 조교받는줄은 몰랐다.

게다가 자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교당했다. 강압이 아니라 애정으로... 깊숙히 사로잡혀서 스스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성당 기사단의 동료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을줄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나이스는 주저하다 물었다.

"미카엘. 혹시 강민한테 문신 말고 이상한 짓 당하고 있는 거 있어요?"

혹시라도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들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미카엘은 한 술 더 떴다.

"제가 가장 최근에 한 섹스 보여드릴까요?"

“네, 네? 아니. 그걸 보고 싶은 건 아닌데?”

하지만 미카엘은 눈을 반짝거리며 아나이스의 손을 꼭 잡았다.

"보여드릴게요. 좀 놀라실 수도 있긴 한데. 아나이스한테 하겠다는 거 저한테 대신 해달라고 했거든요."

아나이스는 미카엘의 반짝거리는 눈동자 안에 담긴 감정을 보고 경악했다.

자랑스러움. 기쁨.

미카엘은 자신에게 강민과 한 섹스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었다.

봐. 내가 너 대신 이렇게까지 했다? 근데 나 그거 싫지 않았다?

"잠깐만..."

챠랑­

아나이스가 말리기 전 미카엘의 마법진이 둘을 감쌌다. 빛나는 선 수십가닥이 둘을 감쌌다. 기억 재생의 마법. 미카엘은 아나이스와는 다르게 마법 사용도 제한을 받지 않았다.

'이런...'

구토가 나올것같은 현기증이 아나이스를 덮쳤다. 눈을 감고 멀미가 가실 때쯤 눈을 뜨자 강민과 미카엘이 침대 위에 정답게 앉아있었다.

'이게 가장 최근에 한 섹스라 이거지.'

아나이스는 둘을 유심히 살폈다. 강민이 상냥하게 미카엘을 쓰다듬으며 이마에, 뺨에 키스해준다.

'잠깐? 뭐 저렇게 사이좋게 키스를 해?'

순간적으로 억울함이 확 올라왔다. 자신은 팔다리가 잘리고 유두에 피어싱을 당하며 험한 섹스를 했는데. 게다가 자신은 제대로 된 키스도 한 번도 못했다. 전부 강민의 엉덩이와 자지에만 했을 뿐.

문신 말고는 저런 평온한 섹스라. 미카엘을 걱정한 게 바보같았다. 아나이스는 기억 속에 나타난 둘을 노려봤다. 그런데 순간, 강민이 고개를 돌렸다.

"아나이스. 보고 있어?"

깜짝 놀라 바닥을 구를뻔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기억의 재생 마법일 뿐. 미카엘이 이 기억을 아나이스에게 보여줄 거라 가정하고 만든 녹화영상일 뿐이다.

아나이스는 자신이 놀랐다는 것에 기분이 상해 말했다.

"네. 잘 보고 있어요. 둘이 아주 잘 지내고 있나 보네요."

아나이스가 쏘아붙였지만 영상 속의 강민은 대답하는 대신 손으로 TV를 가리켰다.

"아나이스. 억울해? 너만 혹독하게 당하는 것 같아?"

속마음을 들킨 아나이스는 몸을 움츠렸다.

강민은 피식 웃으며 볼을 긁었다.

"나도 천칭이 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궁금했어.

사실 네가 나한테 저지른 짓만 보면... 5년간의 성노예 처벌이 좀 심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미카엘에게 물어봤어. 아나이스 네가 예전에 악마들한테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쿠웅.

아나이스의 가슴 속에서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천칭이 아나이스에게 가혹한 벌을 내린 이유.

TV에서 이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뿔이 난 악마에게 불에 달군 인장을 찍어 추방하는 과정이 생생히 담겼다.

비명을 지르는 여자 악마가 인장이 찍히고, 마계로 강제 소환당한다.

그걸 집행하는 건 활짝 웃고 있는 아나이스였다.

아나이스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잠깐만요, 나쁜 짓을 저지른 악마들도 저 중 섞여있잖아요, 전 제 일을 했을 뿐­"

하지만 재판따윈 없이, 천칭도 쓰지 않고. 검사도 없이 도장을 찍어 마계로 강제 송환했다.

게이트가 닫힌 이후 건너온 악마들은 워프 폭풍에 휘말리거나 마계의 틈새로 떨어진 악마들이 대부분.

즉 샤를같은 난민들을 잡아다가 인장을 찍어 돌려보내버린 것이다.

"아직도 네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 안하는구나."

강민의 차가운 지적에 아나이스는 뜨끔해서 입을 다물었다.

"넌 아직도 반성을 안 할 것 같아서. 내가 벌을 주려고 했거든. 이거, 알지?"

강민은 침대 뒤에서 익숙한 물건을 꺼냈다. 아나이스는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

성당기사단이 쓰는 십자가 모양의 강철 인두다. 심지어 강민은 이미 달궈놔서, 뜨거운 공기가 인두 주변으로 일렁댄다.

강민은 시뻘건 인두를 들어올려서 보여줬다. 아나이스는 여기가 그냥 기억의 공간이라는 것도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인장이 찍혔을 때 악마들이 비명지르던 게 귀에 생생했다.

강민은 인장을 들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원래는 이걸 쓰려고 했는데. 미카엘이 제발 자기가 대신하겠다고 사정하는거야. 미카엘. 진짜로?"

양갈래 머리의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랫배가 다 드러난 네글리제를 입고, 양 쪽으로 걷어서 갸냘픈 배를 드러냈다.

팬티는 이미 벗어놓고, 강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대신 할게요.

아나이스도 이걸 보면 자기 잘못을 깨닿게 되겠죠.

죄송해요. 제 동료가 엉망이라 강민 씨가 이런 일 하게 해서, 죄송해요..."

얼음으로 피부온도를 한껏 낮추고, 물도 뿌려서 최대한 화상을 덜 입게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상처가 남을 터였다.

"그럼. 이리 와."

강민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인두를 세심하게 조준했다.

미카엘의 몸이 워낙 작았기에 보지와 배꼽 사이의 공간을 꽉 채우는 크기.

강민이 힐 마법을 준비하며 말한다.

"미카엘. 마지막 기회야.

그만둬도 괜찮아."

하지만 미카엘은 입술을 꽉 깨물면서도, 네글리제를 양쪽으로 더욱 열어젖혔다.

그리고­ 강민이 인두를 밀어 미카엘의 피부에 밀착시키는 순간.

아나이스는 도저히 못 보고 기억의 공간에서 도망쳐버렸다.

쿠당탕, 우당탕­

카페 의자를 화려하게 밀어젖히며 아나이스는 쓰러졌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재생된 기억이었다.

두려움에 떨며 미카엘을 올려다봤다.

"아나이스. 봤어요?"

미카엘은 부끄러운 듯 웃으며 핫팬츠의 지퍼를 살짝 내렸다. 안에 가려진 피부엔 커다란 십자가 모양의 화상 흉터가 져 있었다.

"힐 마법을 써도 아프더라구요.

아나이스가 예전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제가 알게 됐어요.

앞으로 아나이스의 죄를 속죄하려면 몇 개의 인두를 더 받아내야할지 모르겠지만­"

"미카엘. 그러지 마요. 제발요."

아나이스는 무릎꿇고 사정했다.

그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미카엘의 옆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어깨에 손을 두르고 달콤한 키스를 해주며, 아나이스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벌을 피하려니까 미카엘이 대신 받는 거잖아."

"맞아요. 아나이스."

"제가, 제가 할게요. 미카엘한테 더 이상 이런 거 하지 마세요."

아나이스는 도저히 못참고 강민의 발을 붙잡고 매달렸다.

자신의 잘못으로 미카엘이 이렇게 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싫어."

강민의 거절에 아나이스는 바닥에 엎드렸다. 강민의 발에 입을 맞춘다.

"제발. 제발요."

"아니면. 미카엘. 네가 어떻게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줘."

미카엘은 얼굴을 붉히고 몸을 낮췄다. 아나이스에게만 들릴 곳까지 내려가 귓가에 소근소근 속삭였다.

"있죠. 아나이스."

아나이스는 끔찍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미카엘은 후우, 하고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끈적한 말을 속삭였다.

"저랑 섹스 한번만 할래요?

그러면 강민 씨가, 저랑 당신 모두 용서해 주시겠대요."

미카엘이.

여성끼리 성교를 하자고.

부끄러운 장면을 상상하며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을 올린 채로.

'안 돼­ 이럴 순 없어­'

아나이스는 현실을 부정해 봤지만 눈 앞에 있는 미카엘은, 이미 자신의 말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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