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 248. 예림 & 영선의 코스프레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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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보내고 돌아온 예림은 하렘을 받아들이고도 기분이 괜찮다는 점에 놀랐다. 생각처럼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민과 다른 하렘 멤버들과 보냈던 2박 3일은 엄청 즐거웠었다.
‘캠프파이어도 재밌었는데.’
강민이 뒷산에서 죽은 나무를 가져와 모닥불을 만드는 건 정말 멋졌다. 톱질한 나무를 뚝뚝 꺾어 능숙하게 쌓고 불까지 뚝딱 붙여낸다. 옛날부터 자주 해봐서 익숙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쓱 웃는 모습이라니.
‘귀엽고 믿음직했지. 강민 오빠는 어떻게 잘생긴 데다가 귀여울수가 있지?’
예림은 이마의 땀을 닦아내던 강민을 생각하며 배게를 껴안고 침대 위를 굴렀다. 사귀고 있지만 사귈 수록 강민이 좋아진다. 가슴이 간질거렸다.
모닥불 만들기뿐이랴. 요리도 잘 했다. 불 위에 철판까지 올려 고기와 김치를 잔뜩 구운 후 소주랑 같이 저녁식사까지 훌륭하게 준비해줬다.
아직도 어젯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일렁이는 불과 어둑하게 깔린 석양. 춤추듯 모닥불 위로 튀어오르는 불씨들. 불 위에서 익어가던 삼겹살의 기름 냄새. 뇌리에 깊게 박혀 아주 긴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기억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친절했어...’
하렘 멤버들은 모닥불 앞에서 예능 프로그램 찍는 기분이라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예림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어주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다. 술 잘 마셔? 강민이랑 알바할 때 어땠어? 나도 강민이랑 같이 알바하다 만났는데
예림도 엄청 신나서 이야기를 했다. 인기는 많지만 깊은 친구가 드문 예림이에겐 생소한 경험이었다. 얼굴 보고 들이대는 남자, 혹은 자신과 친해지더라도 남자 관련 문제로 금방 떠나가는 친구들밖에 없었는데, 어제같은 즐거운 자리는 오랜만이었다.
‘즐거웠지.’
예림은 어젤 생각하며 자신의 휴대폰 친구목록을 슥슥 내려봤다. 새 친구 목록에 하렘 멤버들이 반짝거렸다.
“영선 언니한테 연락해볼까?”
어제 강민 오빠를 주제로 한 토크가 너무 즐거웠다. 남자친구 덕질을 같이 할 수 있는 상대라니 참 좋지 않은가.
“그리고... 저번에 박수무당 사건 때 신세진 것도 있고...”
영선과 영선의 부모님이 쳐들어가 사무실을 모조리 엎어 놓았었다. 놈들의 부하가 달라붙는 걸 막아주기도 했고.
“감사인사도 못 했으니까. 한번 연락해봐야겠네.”
예림이가 만나자고 하자 영선은 바로 수락했다. 안 그래도 예림이랑 친해지고 싶던 터였다. 하지만 예림이와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내가 이런 데 들어와도 되는거야?”
영선은 분홍색 톤으로 칠해진 가게 앞에서 머뭇거리며 자신의 레깅스와 스포츠 저지를 내려다봤다.
수플레 전문점.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다. 영선도 한번쯤 가보고 싶었지만 자신이랑은 안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해 발걸음을 꺼렸었는데.
“왜요. 언니. 언니가 못 올 이유가 뭐가 있어요?”
예림은 웃으며 영선의 손을 끌고 자리에 앉았다. 달콤한 생크림, 빨간 생딸기가 잔뜩 올라간 수플레를 시키자 금방 나왔다. 영선이 포크를 들고 먹으려고 했는데 예림이가 말렸다.
“잠시만요, 언니. 사진 먼저 찍구요.”
영선은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서 물었다. 뭔가 조금 부끄러웠다. 선머슴같은 자신에 비해서 예림이는 훨씬 여성스럽다고 해야 할까.
‘흐응... 예림이는 인스타도 하고 그러는구나.’
찰칵찰칵, 사진에 필터를 씌우고 인스타에 능숙하게 올린다. 그러고 나서야 겨우 먹기 시작했다. 그러며 영선에게 묻는다.
“언니는 인스타같은 거 안 해요?”
“나, 나는 그런 건 좀 남사스러워서.”
“왜요. 이렇게나 스타일도 좋고 멋진데!”
예림은 진심으로 아쉬워했지만 영선은 손을 휘휘 저었다. 매일 사진 찍고 편집하고, 그런 귀찮은 일을 어떻게 한담.
“어우, 됐어. 아. 그런데 나 찍어주는 팬 계정은 있다.”
“네? 팬 계정?”
예림은 깜짝 놀라 물었다. 영선은 히히 웃으며 유튜브를 꺼내 영선 직캠을 검색한 다음 보여줬다. 복싱 대회가 열릴때마다 찾아와주는 팬이 올리는 영상이다.
미녀 복서라고 조회수도 잘 나오는 편이다. 예림은 영선의 직캠을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언니 대단한 사람이셨네요.”
“그치, 그치?”
영선은 신나서 폰을 올려놓고 이것도 저것도 보라고 권했다. 예림은 헤에 하고 탄성을 흘리며 영상을 감상했다. 그러다 최신 영상이 재생됐다.
영선이 정선에서 복싱 라운드걸을 할 때의 영상이었다. 손바닥만한 흰색 청바지, 가슴을 다 드러내는 홀터넥 브래지어. 라운드를 알리는 표지를 들어올릴 때 드러나는 복근 라인과 배꼽.
유독 조회수가 높고 댓글도 폭발적이었다.
복장보소 ㄷㄷㄷㄷ
표정에서 색기가 넘치게 변함 뭐지?
이분 누구신가요? 우유통이 일품이네요.
초콜릿 복근 실화냐??? 녹을때까지 개처럼 핥아먹고싶다
예림은 성희롱 댓글들을 신고하며 영선에게 말했다.
“언니 라운드 걸도 하셨었네요.”
“하하. 협회장님 부탁으로 어쩌다 했던 거였어.”
“잘 어울리시네요. 그런데... 이 옷,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예림은 말을 하다 얼굴이 빨개졌다. 영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수플레만 바라봤다.
‘이 영상에 나온 옷, 강민 오빠 폰허브에서 본 적 있는데’
예림은 이 영상이 찍힌 날이 영선의 처녀 상실일인걸 알아챘다. 라운드걸 복장을 입고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미니 딜도로 괴롭힘당하던 영상을 찍은 날.
음란한 역 웨딩드레스를 입고 강민의 자지를 애널로 받아들이다가, 청소펠라를 한 다음 처녀 뚫리는 영상.
말도 못하고 눈이 이리저리 방황하자 영선은 예림이가 왜 이러는지 잠시 고민했다.
‘뭐지? 갑자기 왜 이러지?’
그러다가 영선도 깨닿는다. 예림이는 자신이 출연한 아마추어 섹스동영상을 모조리 봤고, 이 복장이 어디서 나온지 알아챈 것이다.
둘은 얼굴을 확 붉히고 얌전히 수플레만 삼켰다. 침묵이 한참 이어지다 예림이 입을 열었다. 이왕 이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쪽 이야기도 상담해 볼 셈이다.
샤를이 보낸 문자를 꺼냈다.
강민 오빠, 코스프레같은 거 해주면 좋아할걸요?
“영선 언니. 제가 이런 쪽은 잘 몰라서 그런데, 혹시 강민 오빠가 좋아할만한 옷이 있을까요?”
“아, 잘 알지! 일어나자!”
처녀상실 날짜를 알려준 민망함에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영선이 계산하려고 했지만, 예림은 여러가지로 고마운 일이 많다며 계산을 했다. 그리고 둘이 향한 곳은
시내의 성인용품점이다. 예전에 영선이 강민과 같이 들어왔다가 구석에서 엉덩이로 온갖 장난을 당했던 곳. 강민은 그 이후로 여기서 꾸준히 물품을 주문하고 있고, 지금은 VIP다.
“여기에 코스프레 용품 많더라.”
“어, 어어”
예림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렸다. 이 안은 엄한 물품들로 가득했다. 남자의 성기를 닮은 제품부터 고생대 시대의 바닷속 생물을 닮은, 알 수 없는 성인용품, 그리고 주사기라던가, 구속용구
“언, 언니 여기 너무 부끄러워요”
“뭘 이정도 가지고.”
영선은 자신이 쇼핑용 바구니를 들었던 때의 치욕을 기억했다. 애널 플러그를 엉덩이에 꽂고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던 기억.
“이 정도로 부끄러워 하면 강민이가 슬퍼할 텐데.”
예림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렇게 속삭여주자 입술을 한번 깨물고 허리를 세웠다.
‘음, 이거... 야한데?’
영선은 강민이 왜 괴롭히는 쪽을 좋아하는지 조금 짐작이 갔다. 자신을 위해 힘내주는 게 좋다고 할까. 내 말을 따라주는 게 꼴린다고 할까...
영선은 빳빳이 굳은 예림이의 손을 끌고 코스프레 제복 쪽으로 향했다. 옷이 많은 정도가 아니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우는 옷들. 거의 패션샵을 차려놓은 정도였다.
“이, 이게 뭐예요...?”
예림은 토마토처럼 빨개진 얼굴을 가리고 말을 더듬었다. 학교 수영복이라던가 몸에 딱 달라붙는 경찰 옷, 가랑이 사이가 갈라진 팬티 등등.
예림에겐 너무 강한 자극이다.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붙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언, 언니 강민 오빠가 이런 옷 진짜로 좋아해 줄까요?”
“그럼. 좋아하지.”
영선은 가터벨트와 역웨딩드레스를 입은 날을 떠올렸다. 그렇게 입은 날엔 강민이 평균적으로 두 번 정도 더 쌌는데.
하지만 예림은 몰아치는 부끄러움의 파도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치맛자락이 보지 가장 아랫부분을 겨우 가려주는 세라복을 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우우 언니, 강민 오빠는 다 좋은데, 너무 변태예요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영선은 대답하기 미묘해서 볼을 긁었다.
‘사실 난 강민이 그런 점이 제일 좋은데.’
손을 배에 올리며 W.C 화장실 문신을 어루만졌다. 강민이 새겨준 천박하고 음탕한 문신. 그리고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모두 실현시켜주고, 가학적인 섹스로 불에 기름을 부어주는 강민.
“난 강민이가 변태여서 좋아.”
예림이는 눈을 크게 뜨고 영선을 쳐다봤다. 영선은 씨익 웃으며, 이야기하는 대신 예림이가 직접 몸으로 겪었으면 했다. 다른 마네킹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복장 입으면, 강민이가 엄청 좋아할 걸.”
예림은 영선이 추천해주는 복장을 보고 정신이 나갈 뻔 했다. 이런 걸 입으라고? 정말로?
하지만 영선은 악마처럼 웃으며 예림이를 꼬신다.
“같이 입어줄게. 예림아”
“으, 으으”
예림은 자기가 어쩌면 연락할 사람을 잘못 고른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홀린 듯 영선이 권하는 옷을 샀다
***
“별 일이네. 영선 누나랑 예림이가 같이 있다고?”
둘이 같이 놀자며 날 호텔로 초대했다.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번 가서 볼까.
문자로 보내준 호수는 칼 호텔 스위트룸이다. 한강뷰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특실. 기대치가 올라가네. 고급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따라가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벨을 눌렀다.
안에서 영선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대한항공 라운지입니다. 김강민 씨 맞으신가요? ]
뭐? 대한항공 라운지? 이게 무슨 소리람? 일단 대답을 했다.
“어, 네. 맞는데요.”
[ 탑승수속 진행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그리고 철컥, 철컥. 문의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에 혼란에 빠졌던 정신이 돌아온다.
아하. 이런 상황극이라 이거야? 기대로 헛기침이 나온다. 잠깐 기다리는 순간이 영원 같았다. 그리고 문이 열린 후 나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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