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 236. 미카엘의 제안
* * *
[ 흑, 아앗 아아아 ]
휴대폰 너머의 영상에선 아나이스의 애달픈 신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 아나이스. 아파? ]
샤를은 묻더니 얼음을 집어들고 상냥하게 아나이스의 아랫도리를 식혀줬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점막 위를 얼음이 스치고 지나가자 놀라서 몸을 움찔했지만, 화상으로 아픈 피부에 스며드는 차가운 냉기는 너무나 달콤하다.
[ 앗, 흐악 감사, 감사합니다 ]
아나이스는 안대 너머로 눈물을 흘렸다. 눈을 가린 채 촛불이 다가오는 걸 기다리는 건 너무 무서웠다. 샤를이 베풀어주는 얼음 조각이 뼈에 사무치도록 고마웠다. 악마라는 걸 알지만 연신 감사인사를 하게 된다.
그걸 보는 미카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나이스가... 저런 꼴이라니...’
아나이스의 몸과 정신은 한계에 몰려있는 듯 했다.
당근과 채찍보다 강한 조교법이다. 샤를은 아나이스를 불에 담궜다가, 물에 식히듯 조련했다. 단단한 강철도 몇십번의 담금질을 거치고 나면 형태를 바꾼다.
지금도 아나이스 정신을 달궜다가. 식혔다가를 반복하며 입맛대로 조교중이다.
[ 아나이스. 가끔 아랫도리 관리하는게 그렇게 힘든 거 아니잖아. 강민 오빠가 여행가느라 며칠 소홀했다고 벌써 풀어진 거야? ]
왁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책망당하다니. 낯뜨거워지는 질책이지만 아나이스는 이를 악물면서도 대답한다.
[ 관리 못 해서 죄송해요 ]
[ 잘못했지? 벌 받아야겠지? ]
아나이스가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중지에 바셀린을 듬뿍 묻혀 아나이스의 뒷구멍을 부드럽게 문지른다.
[ 잠, 잠깐만요]
약한 화상을 입어서 시큰거리는 애널에 바셀린이 발라지자 아나이스가 몸을 이리저리 틀었다. 하지만 묶여서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는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그리고 카메라의 시점이 바뀐다. 아나이스의 배 밑에서 찍는 영상으로, 보지가 아니라 후장으로 딜도가 들어가는 게 훤히 보인다.
샤를이 두꺼운 페니반을 차고 아나이스의 애널에 지그시 삽입한다. 곧 아나이스의 내장을 쥐어뜯기는 듯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화상 입은 애널로 남자 팔뚝만한 딜도를 받아들이는 건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는 미카엘도 똑같이 고통스러웠다.
“영, 영상... 꺼 주세요...”
미카엘은 새하얗게 질린 채 무릎을 꽉 잡고 말했다. 긍지 높고 언제나 까칠하던 아나이스의 모습은 이미 흔적도 없었다. 얼마나 혹독한 섹스를 당했으면 저렇게 고분고분하게 희롱당할까.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도저히 더 이상 영상을 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강민은 웃으며 미카엘의 옆에 딱 달라붙을 뿐이었다.
“왜 꺼요. 처음보다 훨씬 보기 좋은데. 그리고 아나이스도 말로만 싫다고 하는 거지. 엉덩이 뚫어주면 좋다고 비명을 얼마나 질러대는데.”
미카엘은 믿지 못해서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쳐다봤다. 강민의 지저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아나이스의 입에선 달콤한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봤죠? 아나이스가 저렇게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좋아 죽는다니까요.”
강민과 샤를에게 개발당한 항문은 어쩔 수 없이 쾌락을 토해냈다. 파블로프가 개를 훈련시키듯. 항문 점막을 부드럽게 문질러 주면 아무리 목석같은 여자라도 결국엔 괄약근을 꿈틀거리며 장액을 줄줄 흘리게 되는 것이다.
미카엘은 교성을 질러대는 아나이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한테 항문을 범해지며 보지를 적신다니. 항문 성교와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가톨릭계의 관점으로는 도저히 있을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멈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칼자루는 강민이 쥐고 있었다. 미카엘은 머뭇거리다가 살짝 꼬투리를 잡아봤다.
“당신뿐만 아니고 샤를도 괴롭히는 거예요? 맨 처음에는 당신한테 복종한다는 약속이었잖아요.”
하지만 강민은 만만하지 않았다.
“저한테 복종하니까 어떻게 쓰든지 제 마음 아닐까요?
질리면 또 다르게 써먹을 생각도 있는데. 샤를이나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봉사시키는 건 어때요?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처녀성 훼손 금지. 엉덩이로만 봉사하는 천박한 수녀. 섹스 한번에 3만원씩. 아나이스 정도 외모면 하루에 삼백만원은 벌겠네.
멈춰주는 건 글쎄요. 아나이스가 제발 보지로 섹스해 달라고 애원하면 생각해 보죠. 스스로 약속을 깨게 만드는 거, 흥분되지 않아요?”
실제로는 그럴 생각 없이 말로만 놀려주는 거지만 이야기를 듣는 미카엘은 미칠 지경이었다. 프랑스에서 건너오며 세웠던 모든 계획은 강민의 말을 듣자 백지로 돌아갔다.
‘이 남자는, 미쳤어’
강민은 아나이스를 비참하게 꺾어 무릎꿇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돈으로 매수한다거나 용서해 달라고 빈다는 행위는 의미가 없었다. 아나이스가 울면서 순결의 맹세를 깰 때까지 멈추지 않을 셈.
성당의 자매가 혼자 저런 꼴을 당하게 둘 순 없었다. 미카엘은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제발, 제발요. 그러지 말아주세요. 제가, 제가 같이 할 테니까. 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뭘요. 전 천칭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인데요.”
이제 미카엘은 캡슐 호텔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제발, 제발요”
“하하. 왜 이러세요.”
강민의 목소리는 웃지만 눈은 전혀 웃고있지 않았다. 강민은 차갑게 미카엘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잘못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그래. 너도 잘못이 있지.’
아나이스만 죄가 있는게 아니었다. 미카엘도 책임이 있다.
샤를의 심장에서 계약서를 억지로 찢어내고. 자신과 헤어지게 만든 다음 프랑스로 납치 게다가 아나이스의 행동을 방조.
물론 중간중간 아나이스에게 제동을 걸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결국 병원에서 아나이스가 독단적으로 강민을 습격하게 만들었지.
만약 강민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예림이가 박수무당에게 습격당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할까...’
강민은 아나이스와 미카엘 모두에게 알맞은 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놈들. 나한테만 이랬던 게 아냐.’
악마의 심장에서 계약서를 꺼내는 것부터 그랬다. 이들은 악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고통을 줄 수 있는지 괴로워하는지.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어. 강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엎드려 떨고 있는 미카엘을 내려다봤다.
아나이스에 비하면 훨씬 작은 체구. 비스크돌처럼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팔다리. 어렸을 때 악마 부마(귀신들림)으로 인해 희게 탈색된 팔다리.
강민은 어떻게 미카엘과 아나이스를 괴롭힐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입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무릎을 숙여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미카엘. 아나이스랑 같이 짐을 나눠지고 싶다고요?”
미카엘은 머리를 번쩍 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진심인 듯 했다.
“네, 네.”
“그렇게 말해도. 마음의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 아나이스 대신해서. 저기서 매달릴 수 있겠어요?”
미카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강민은 그 위로 말을 쏟아냈다.
“그보다. 정확하게 뭘 하겠다는지 모르겠어요. 제안은 기본적으로 그쪽에서 들고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랑 섹스할 땐 아나이스를 괴롭히지 말라던가. 아니면 영상 찍는 걸 미카엘 당신이 대신하겠다던가.”
어설픈 정의감만 가지고 뛰어든 미카엘로써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동료가 아나이스처럼 유린당한다면 머리가 텅 비는게 정상일 터.
게다가 강민이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아나이스를 미카엘이 직접 범하게 만들고. 반대로도 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둘이서 끈적끈적한 레즈 섹스를 시킬 셈.
아마 가톨릭 계율을 직접 어기게 만든다면 둘은 엄청나게 충격을 받을 터였다. 그러고 나면 뭐.
‘그때부턴 둘 다 생각이 좀 바뀌겠지.’
애초에 계율에 얽매여서 악마는 모조리 화형시켜야 된다고 날뛰던 둘이었다. 직접 계율을 어겨봐야 생각이 좀 바뀔테지.
물론 그 전까지도 양구멍을 모두 써서 봉사하게 만들고. 전신의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주인님의 소유란 걸 자각하게 만든 후.
둘 모두 계율을 어기고 나서야 상냥하게 대해줄 생각이었다. 그 전까진 어떤 자비도 용서도 없다.
거기까지 계획을 마친 강민은 전화 너머의 샤를을 불렀다.
"샤를. 잠깐 아나이스 쉬게 해줄래? 줄에서 풀어줘서 편히 쉬게."
미카엘은 희망에 차 강민을 올려다봤다.
혹시라도 둘의 아름다운 행위에 감복해 용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하지만 강민의 제안은 냉혹했다.
"미카엘. 내가 미카엘 당신 데리고 놀 동안은. 아나이스를 괴롭히지 않겠다. 이런 약속 정도면 될까요?
아니면 선심 써서. 당신이랑 논 날은 아나이스 휴식?"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그리고 내가 아나이스랑 놀고 싶어도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으로 만족해야 된다.
이정도면 괜찮나?"
미카엘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정도라면 아나이스의 부담이 덜어지겠지.
앞으로 주 네번 정도라면 내가 대신해 줄 수 있을거야. 이 남자도 매일 괴롭히진 않았으니까
다짐한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 손을 뻗어 미카엘의 뺨을 만진다.
뱀처럼 속삭인다.
"시작할까?"
미카엘은 무서워서 몸을 떨었다. 자신이 하게 될 일이 뭘까 두렵다.
강민의 취향으로 봐선 바로 펠라치오, 혹은 리밍으로 봉사
아니라면 첫경험을 아날로 한다던가, 러브젤을 발라서 강제 첫경험, 제모플레이?
첫 경험은 로맨틱하게 하고 싶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
무서워하는 미카엘에게 강민이 입을 열었다.
긴장하며 나올 말을 기다린다. 무슨 플레이를 시킬까. 제발. 너무 심한 건 싫어
"일단. 뭐 먹고싶은 거 있어?"
"아프지 않게....네?"
잔뜩 겁에 질린 미카엘은 입을 열었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밥?
"아니. 바로 하진 않을건데.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느라 배고프다고."
미카엘은 멍하니 강민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인간. 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나이스는 그렇게 잔혹하게 짓뭉갰으면서.
나한텐 이렇게 나온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