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화 〉 235. 아나이스 음모 그슬리기 플레이♥
* * *
“사실 오빠랑 섬에 며칠간 갇혀있어볼까 생각도 했어요.”
여행을 마무리하며 샤를이 재잘거렸다. 뭐. 그럴수도 있지.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섬에 갇혀서 하루 종일 섹스만 하는 일상도 괜찮지 않나? 이사가면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여자친구들이랑 섹스만 해보는 것도 좋겠네.
하지만 샤를이 원하는 건 나랑 단 둘이 있는거겠지. 샤를이 원하는 답을 해줬다.
“나중에 둘이서 해외여행이라도 가자. 일등석 끊어도 되고.”
“음. 그럴 거면 비행기보다 크루즈 여행이 더 좋겠네요.”
한 달 이상을 단 둘이서 같이 있고 싶은 거야? 샤를의 독점욕이 꽤나 위험 수위로구만. 물론 이곳저곳 절조없이 아랫도리를 놀린 내 탓이지만.
“꼭 같이 가자.”
일단 지금 지키기 어려워보여도 질러놓고 나면 나중의 내가 해결해 주겠지!
다행히 샤를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좋아요, 오빠. 그럼 이제 집에 갈까요? 짐 다 쌌어요?”
“잠깐만.”
여행 중에 연락이 왔었다. 지금 당장 만나자고. 물론 거절했지. 샤를과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데. 거절당한 쪽은 몸이 달아 내가 섬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약속이요? 누구요?”
“미카엘이랑 약속했거든.”
“미카엘? 성당기사단이요?”
“응. 내가 아나이스를 괴롭히는 게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나봐. 이번에 한국 들어왔다던데.”
샤를은 코웃음을 쳤다.
“흥. 웃기네. 먼저 그따위로 행동해놓고 대접받길 바라다니. 기가 차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런 건 어때?”
내 제안을 듣자 샤를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 팔을 간지럽혔다.
“오빠는 가끔 악마보다 더 악마같다니까.”
“그거 칭찬이지?”
“칭찬이고말고요. 그러면 전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오빠는 인천공항 데려다 주면 되죠?”
“응. 부탁해.”
우린 올때와 똑같이 텔레포트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파직거리는 번개와 우리가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등장했지만 아무도 우릴 눈치채지 못한다.
“아이쿠.”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혔다.
인식장애 마법 덕분에 인천공항 라운지 한복판에 내려도 사람들은 우리가 생겨난 것도 모른 채 그냥 지나간다.
편리한 마법이다. 효과에 감탄했지만 걱정되는 게 있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력 이렇게 써도 괜찮은 거야? 언니 부를 때 부족하진 않을까?”
맨 처음에 변신 마법조차 쓸 마나가 없어서 허덕였던 게 엊그제같은데. 걱정스럽게 묻자 샤를은 머리를 긁었다.
“마력 함부로 쓴다고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마력은 넘쳐서 흐를 정도예요. 지맥만 확보하고 나면 게이트 바로 열 수 있어요.”
전 세계 남자들이 우리 폰허브 영상을 보고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마력이 가득가득 쌓여 있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영상 목록에도 몇번이고 올랐으니.
하긴. 그 정도니 성당기사단도 샤를을 데려가려고 온 거겠지. 샤를도 자신의 막대한 마력이 실감나지 않는지 손을 몇번 폈다, 접었다 했다.
“사실 지금 모든 게 전부 꿈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마계에서 생존에 필요한 마력만 겨우겨우 채우고 살았던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땐 진짜 굶어 죽을수도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오빠에게 나눠주고도 이만큼이나 남아요.”
샤를이 손을 젓자 내 손목에도 마력이 넘실거린다. 나와의 계약을 통해 공유하는 절반의 마력.
‘솔직히 난 이게 얼마나 되는지 잘 못 느끼겠지만.’
박성연은 내게 마법적 소양이 없다고 했다. 이만큼이나 마력을 담아놓고도 과민반응이 전혀 없다니. 둔해도 너무 둔하군 하고 고개를 저었다.
‘둔해서 마법을 못 쓰는 줄 알고 걱정하긴 했지만 필요없는 걱정이었지.’
샤를이 나눠주는 마력이 너무 방대해서 상관없다고 했다. 가스불로 물을 끓여서 증발시키긴 어렵지만 용광로에 물을 올려놓으면 어떻게 되겠냐고 물으며.
“이게 다 폰허브 덕분이라니.”
결국 야동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샤를의 언니를 부를 마력과 예쁜 여자친구들, 막대한 돈까지.
새삼 샤를에게 고마워 주변의 면세점을 가리켰다.
“혹시 뭐 사고싶은 거 있어? 향수라던가. 샤를한테 너무 고마워서 다 해주고 싶네.”
하지만 샤를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오히려 날 껴안고 눈을 반짝였다.
“오빠가 맨 처음에 폰허브 아이디어를 내 줘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오빠 없었으면 아직도 전 남자랑 자면서 마력 모으고 있었을걸요?”
...솔직히. 내가 샤를과 맨 먼저 만나서 다행이다.
샤를이 다른 남자와 마주쳤다면 영선 누나라던가. 예림이라던가. 만날 일이 절대 없었겠지.
무의식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샤를 첫 남자라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샤를도 지지 않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야말로 다행이죠.”
“...”
“...”
서로 쑥쓰러워서 얼굴도 못 보고 손만 잡은 채 인천공항 한복판에서 꼼지락거렸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동안 샤를 뿔 뚫는 걸 한번 거절한 게 결정타였는지 거침없이 내게 애정표현이라던가. 독점욕. 애정을 거침없이 쏟아주는 중.
좋네. 그리고 이렇게 잘 해주니까... 나도 죄책감이 드는 부분도 있다. 샤를에게 물었다.
“샤를. 이만큼 했으면 영상 그만 올리고 싶진 않아?”
혹시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던가. 샤를이 싫거나 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기우였다.
“마력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리고 오빠가 영상 올리는 거 좋아하잖아요.”
마력은 샤를에게 한계효용이 존재하지 않는 기쁨이다. 아무리 많아도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기쁜 것.
그리고 영상을 올리면 내 취향도 만족시킬 수 있다며 발게 웃는다. 아이고, 말하는 것도 참 기특하단 말야.
샤를의 허리를 붙잡으며 은근히 물었다.
“그럼 샤를이 이번에 엉덩이로 내 물건 받아들이면서 엉엉 우는 것도. 다 보여주겠네?”
이번 영상은 정말 역대급이다. 뿔을 줄칼로 갈아내며 뒷치기로 항문을 뚫리고 천박한 아헤가오를 보여주는 거지.
“웃, 으으”
샤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엉덩이를, 허벅지를 꽉 움켜쥐자 하읏, 하는 달콤한 신음을 흘린다.
“여기 뚫는 것도 올릴거지?”
뿔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묻자 샤를의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녹아간다.
“앗, 아아아...안 되는데에♥♥♥♥, 이런 거 어떻게 보여줘요”
“샤를이 뿔 뚫으면서 눈 까뒤집는거.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어.”
“앗, 오빠아♥♥♥, 짐승, 진짜, 너무해에”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내 목덜미에 묻고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 나쁘다, 어떻게해, 변태 등등의 말을 한참 쏟아내다 모기 소리만하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올릴게요”
“약속한 거다?”
이마에 키스하는 감각으로 샤를의 뿔 피어싱에 키스를 해 주자. 샤를은 고개를 더욱 파묻는다. 귀여워라.
“그럼 오빠. 전 먼저 가서 아나이스랑 있을게요.
오빠는 미카엘이랑 이야기하고 오세요.”
“응. 그래. 집에 가서 봐.”
***
미카엘은 초조하게 앉아서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오늘 강민이 이쪽으로 온다고 했지...’
지금 미카엘이 있는 곳은 인천공항 안의 캡슐호텔.
1박에 7만 7천원. 더블침대. 샤워 제공.
꽤나 편안한 곳이었지만 미카엘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다.
‘아, 오면 뭐라고 해야하지?’
미카엘이 쓸 수 있는 패는 없었다. 천칭이 내린 벌이다. 취소할 수도 없고. 용서를 구하기엔 아나이스가 너무나 사고를 크게 쳤다.
강민의 앞에 납작 엎드려 자비를 구걸할 수밖에.
다시 한번 폰허브 영상을 확인했다. 아나이스가 장난감처럼 비참하게 사용당하는 모습은 몇 번을 확인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토할 것 같아...’
팔다리가 없는 상태로. 자궁과 항벽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울고불고 애원하는 모습. 용서 없이 항문을 유린하는 팔뚝만한 자지.
‘아아, 어떻게 해’
미카엘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자신의 배를 만지며 강민의 자지가 얼마나 아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내장이 꼬일 것 같았다.
손으로 명치쪽을 쓰다듬으며 두려움에 입술을 꽉 물었다.
‘이런 몸으로 아나이스를 대신한다고 하면...받아들일까?’
키 160cm 를 넘지 못하는 단신. 작은 가슴.
아나이스와 비교하면 육감적인 부분에선 0점 수준이다.
물론 아름답긴 하다.
비스크 돌을 닮은 희고 가녀린 팔다리. 차갑고 도도하게 올라가 있는 눈꼬리. 배에는 부마자(악마들린 자)의 흔적인 인면창 자국이 남아있긴 하지만 얼굴이 워낙 아름답기에 오히려 사람의 눈길을 끄는 특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한 여자 목록을 보면, 나같은 몸엔 취미가 없을 것 같아...’
강민의 취향으로 봐서는 최소 가슴 C컵 이상에 골반 빵빵하고. 평균 이상 키의 여자들과 관계를 즐긴다. 조사를 통해 파악한 사실을 되새기며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싫다고 해도 내가 간청해서 아나이스의 짐을 나눠질 수밖에...’
처녀의 맹세를 하진 않았으니 성교를 해도 상관은 없었다. 미카엘은 그렇게 다짐하며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계신가요?”
문 밖에서 들리는 강민의 목소리. 미카엘은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아, 미카엘 씨 맞네요. 그래서. 한국까진 어쩐 일로?”
강민은 아주 태연하게. 그리고 웃으며 미카엘과 인사했다. 미카엘은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아나이스를 그렇게 죽도록 괴롭혀 놓고는. 동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분노가 확 올라왔지만 꾹 눌렀다. 아나이스를 구하기 위해서는 강민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된다.
“아나이스 일 때문에 왔습니다.”
딱딱한 존댓말. 강민은 아나이스란 이름을 듣자 피식 웃었다.
“아. 아나이스 어떻게 하든지 제 소관이라니까요.”
“최소한 제 말이라도 좀...!”
“아. 잠깐만요. 전화 왔다.”
강민은 자신의 폰을 만지작거렸다.
“마침 아나이스한테 전화 왔네요.”
“뭐, 뭐라고요?”
미카엘은 강민의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영상 통화가 걸려오는 중이었다.
저걸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너머에서 뭔가 불길하고. 징그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 감각이 들었지만.
말리지 못했다.
강민의 손은 움직여 영상통화를 열었다.
[ 흐으으윽 아아아아아악 ]
전화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나이스의 목소리다.
하지만 영상통화에는 두 사람이 나온다.
[ 아나이스. 털 관리는 매일 해야 하잖아요.
꼭 제가 이렇게 직접 관리해줘야 하나요? ]
[ 죄송해요, 죄송해요오옷 ]
절규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샤를이. 악마가.
안대로 눈을 가린 아나이스를 줄로 매달아놓고.
촛불로 아나이스의 보지를 스쳐 지나간다.
화상을 입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속도로 천천히.
동물의 털을 그슬리듯 남아있는 음모 뿌리를 치직 태운다.
털 타는 냄새가 통화 너머로 옮겨오는 것 같다.
미카엘은 그렇게 잔혹한 SM플레이는 처음 봤다.
경악에 입을 벌리고 화면을 쳐다본다.
[ 항문 주변 털 정리도 제대로 안 했네요. ]
샤를은 중얼거리며 촛불을 엉덩이 쪽으로 옮긴다.
[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리할 테니까, 정리할 테니까아!!! ]
[ 늦었어요. ]
아나이스의 아랫도리가 민둥산이 될 때까지.
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죄로 아나이스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털을 그슬림당했다.
[ 아나이스. 불로 악마들 태우는 거 좋아하셨죠.
느낌이 어때요? 좋나요? ]
화상을 입기 직전의 화끈거리는 두 구멍을 아픔에 움츠러뜨리며, 아나이스는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미카엘도 충격에 입을 다물었다.
저걸, 대신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미카엘의 생각을 꿰뚫어본듯.
강민은 웃으며 미카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째서 오셨다구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