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화 〉 234. 바다의 키스
* * *
"샤를. 그렇게 신경쓰여?"
"아, 아뇨!"
샤를은 별장에서 밥을 먹으면서 자신의 뿔을 흘끔흘끔 쳐다봤다. 배달온 울릉도 해물짬뽕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
‘뿔에 구멍 뚫은게 엄청 마이너한 플레인가보네.’
메이저한 플레이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얼마나 하드코어한 플레이인지 감이 안 잡힌다.
뻥 뚫린 공동. 그 안에서 반짝거리는 고리.
구멍 뚫린 뿔은 마계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알몸산책 수준으로 수치스러운 행위일 수도 있고 강제문신 정도의 플레이일수도 있겠지?
‘한번 시험해 볼까?’
검지손가락을 뻗어 고리를 통과시켰다.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샤를은 목덜미까지 붉히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오빠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오”
치욕적인 행동인가 보네. 하지만 얼마나 하드코어한지 더 알고 싶었다. 다른 방향으로 꼬아서 질문을 던졌다.
“샤를. 네 언니가 구멍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아?”
그러자 샤를은 양 손으로 뿔을 붙잡고 우는 소리를 했다.
“이런 거 어떻게 보여줘요! 안 돼 언니한텐 진짜 안돼요”
...내가 그렇게나 심한 짓을 한 거야?
나중에 샤를의 언니를 만날 땐 마법으로 가리던가 해야겠네. 그러고 보니 언니를 불러올 게이트 부지 선정은 잘 되고 있으려나?
“샤를. 집 건축할만한 지맥은 찾았어?”
지맥. 마나가 흐르는 땅. 박성연이 자신의 죽은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지맥이 흐르는 산 하나를 사들인 것처럼, 우리도 샤를의 언니를 불러오기 위해 지맥이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음. 북한산 쪽에서 하나 찾긴 했어요. 그런데 집을 짓는 것보다 60평대 주택 하나 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래?"
샤를은 쉬는 날엔 도서관을 들락날락했고 대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부동산 투자라는 개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건폐율과 용적율 같은 걸 계산하고 있는 서큐버스라니.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나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아 통째로 맡겼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에 들면 그냥 계약해도 괜찮아."
"알았어요."
샤를은 내가 맡겨주는 게 기분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박성연처럼 산 하나를 통째로 살 순 없겠지만 지금 폰허브로 벌어들이는 돈으로면 8억대 주택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샤를, 영선, 유다, 니모나, 아나이스 최소한 다섯 명이 같이 살아야 하니까 8억으론 모자랄 수도...
아나이스랑 니모나가 요새 수익 다 벌어다 주고 있는데. 좀 더 찍어서 올려야 하나.'
최근엔 니모나에게도 피어싱을 해 달라는 요구, 아나이스의 처녀를 따달라는 요구도 빗발친다. 어떻게 하면 잘 엮어볼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성당기사단을 원망하고 있는 니모나를 잘 꼬드겨 아나이스를 괴롭혀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둘 말고 배우 바리에이션을 늘려봐? 사람들이 매너리즘을 느낄지도 모르고.
영상을 더 올리면 수익이 더 늘 텐데.'
유다 누나나 영선 누나의 영상 개수 자체가 적어서 아쉽다.
둘 다 인기가 엄청 좋아서 조회수는 잘 나오는데.
문신에 피어싱으로 날티나는 유다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건강미인인 영선 누나를 좋아하는 파.
특히 애널 영상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선누나에게 환장한다.
...그러고 보니.
'예림이는, 영상은 절대 허락하지 않겠지?
내가 집 산다고 했을때 동거하려고 하려나?'
생각이 복잡했다. 예림이가 영상때문에 그 고생을 했으니까. 박수무당놈과 아나이스를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매일 영상 찍으면서 섹스하는 우리 보면서 트라우마가 도지진 않을까.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다 샤를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음? 샤를. 누구 연락이야?"
"아. 예림 언니요. 잘 놀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둘이 따로 연락도 해?"
"네. 맨 처음에 약속도 제가 하드코어한 플레이 다 해준다고 하고 꼬드겼으니까..."
그리고 샤를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자신의 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예림이에게 전송.
"영상도 따로 찍었는데. 언니한테 보내줘야지."
"잠깐만. 뿔 뚫는거?"
"네. 제가 언니 대신 이렇게 험하게 구르고 있다는 거 보여줘야 예림 언니가 저한테 고마워하지 않겠어요?"
역시 악마는 악마야. 물론 보내는 샤를도 주저주저하긴 했지만, 예림에게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지 눈 딱 감고 영상을 전송했다.
예림이가 나한테 정 떨어지지 않을까 모르겠네.
솔직히 여자친구 뿔에 구멍 뚫으면서 실금시키는 남친이라. 완전 쓰레기같지 않을까?
'...내가 예림이한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닐까.'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겪어본 적 없는 여자친구 예림.
내 취향에 맞춰준다곤 하지만, 싫어하면 안 해도 되는데.
어디선가 아나이스가 '쓰레기 자식'이라고 말하는 게 들리는 것 같다. 애초에 연인이랑 성노예가 똑같은 급으로 취급받으려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고!
'안되겠어. 돌아가면 아나이스나 좀 더 괴롭혀야지.
니모나랑 같이 해서...'
"오빠. 지금 다른 여자 생각했죠."
샤를이 내 팔뚝을 꼬집으며 노려봤다.
마음 속에 CCTV라도 달아놓은 줄 알고 깜짝 놀랬네!
다행히 샤를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폰을 내게 보여줬다.
예림이가 보낸 카톡이었다.
[ 혹시... 강민 오빠가 좋아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
아프거나, 무서운 거 말고 ]
"잘 됐네요. 오빠.
이 참에 원하는 플레이 말해봐요."
예림이가 내게 맞춰준다라.
...이번엔 예림이 끼워서 3P를 해볼까.
코스프레라도 시켜서.
여러가지 생각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샤를의 귓가에 원하는 플레이를 말하자 샤를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예림이에게 권유하는 형식으로 내가 원하는 플레이 내용을 보낸다.
"고마워, 샤를!"
하지만 샤를은 살짝 삐졌다.
"이런 거 나도 다 해줄수 있는데...
코스프레가 좋아요? 승무원? 교복? 아니면 전신 망사? 메이드?"
어떻게 내 취향인 것들만 저렇게 쏙쏙 골라 말할까?
내 기억을 읽어서 그렇다곤 해도 정말이지...
내가 침을 꿀꺽 삼키자 샤를은 울상을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우, 그래도 이번엔 여행왔으니까. 야한 건 나중에 해요.
섹스만 하는 여행은 싫어..."
"알았어."
아무래도 영선 누나가 서큐버스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섹스 대신 여행을 택하는 서큐버스라니.
영선 누나라면 하루 종일 호텔에 있어도 만족할 타입이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성욕도 왕성하고. 괴롭혀도 금방금방 회복하고.
하지만 샤를의 이런 점도 정말 사랑스럽단 말이지.
"같이 산책 갈까?"
"좋아요!"
샤를의 손을 잡고 울릉도 해안 산책로를 걸을 겸 밖으로 나왔다.
탁 트인 푸른 바다. 그리고 청량한 공기에 깜짝 놀랐다.
역시 섬은 공기가 좋군. 나중에 우리가 살 집도 이렇게 풍경 좋으면 좋겠네.
하지만 샤를의 반응은 내게 비할 정도가 아니었다.
"세상에!!! 물이, 물이 세상에 가득해요!"
해안선을 손으로 가리키며 호들갑을 떤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중.
이런 반응이 너무 좋다.
"마계엔 바다가 없어?"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건 상상도 못했어요!
저 끝까지 물로 다 차 있는 거라니!
앗, 소금기가 느껴져요!"
자신의 입가를 핥으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오빠, 내려가 봐요!"
샤를은 내 손을 끌고 나무 데크를 밟고 뛰었다.
빨리 오라고 웃으며 재촉한다.
아가씨한테 끌려다니는 기분도 참 좋구만.
샌들을 벗어 모래사장에 던진 샤를은 원피스를 걷어 무릎까지 올리고 바다에서 찰방거렸다.
즐거운 듯 발로 물을 차며 꺄, 꺄 소리친다.
나도 옆에 가서 무릎에 찰싹거리는 파도를 맞으며 웃었다.
"어, 어, 어?"
샤를은 무릎까지 오는 큰 파도에 깜짝 놀라 해변 밖으로 후다닥 뛰었다.
"이거, 뭐예요????"
그러고 보니 울릉도는 파도가 세지.
먼 동해에서 오는 파도를 직접 맞이하는 셈이니.
"파도라고. 파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말만 들었지, 엄청 신나네요!"
샤를은 금세 파도로 노는 법을 배웠다.
파도가 먼 바다로 빠질때 아슬아슬할 때까지 깊숙히 들어갔다가.
파도가 몰려오면 후다닥 달려나간다.
골든 리트리버처럼 장난기가 넘친다.
이런걸 보니 장난을 안 칠 수가 없네.
샤를이 가장 깊숙한 곳까지 올 때를 노려 팔목을 붙잡았다.
곰덫처럼 찰칵!
"어, 어? 강민오빠! 놔줘요, 놔줘어!!!!"
다음 파도가 몰려오기 전에 도망칠 요량이었던 샤를은 당황해 소리질렀지만.
이런 바다에선 젖어야 제맛이지!
샤를의 손목을 꽉 붙들고 바다 깊숙히 들어간다.
"오빠, 오빠아아 파도 온다고요!!!!"
꺄악꺄악 비명을 지르지만 입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철썩! 샤를을 붙잡고 파도에 온 몸을 던졌다.
거의 1M가 넘는 세찬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휩쓸렸다.
서퍼처럼 파도를 타고 모래톱까지 밀려간다.
가을 초입으로 들어가서 수온은 살짝 차가웠지만. 오늘은 햇살이 너무나 좋다.
햇살 아래에서 하얀 포말은 춤추며 팡팡 터지고.
우리 웃음소리는 하늘에 울려퍼진다.
"아, 오빠! 뭐야! 다 젖었잖아요!!"
샤를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깔깔 웃으며 내게 소리쳤다.
흠뻑 젖은 원피스는 피부에 달라붙어 묵직한 가슴을. 빚어낸 도자기같은 몸매를 더욱 강조한다.
"...변태."
샤를은 자신의 가슴을 슬쩍 가렸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몸매가 더욱 강조된다.
너무 예쁘고. 매혹적이어서 샤를의 옆에 앉아 손에 깍지를 꼈다.
밀려오는 파도가 우릴 부드럽게 덮어주고.
샤를은 내 입술이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꼬옥. 샤를의 손이 더욱 꽈악 움츠러든다.
그리고, 길고 긴 키스
바닷물에 젖은 입술이었지만 키스에선 카라멜처럼 달콤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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