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234화 (234/358)

〈 234화 〉 231. 샤를 몰래임신계획수립

* * *

"어떻게 하지..."

샤를은 침대에 털썩 엎드려 중얼거렸다. 이번 여행은 자신이 갈 차례긴 하지만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가고싶은 곳은 있지만 여행에 의미가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강민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건 맞을까? 가봤자 장난감처럼 좋을 대로 사용당하는 건 아닐까?

"우우..."

기분같아서는 아예 울릉도같은 곳에 쳐박혀서 배 안 뜨는 걸 핑계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붙잡고 싶다.

마력을 사용해 강제로 폭풍우를 불러온다면 충분히 가능하긴 하다. 섬에 쳐박혀 몇달간 꽁냥거리는 생활을 상상하던 샤를은 헤죽헤죽 웃다가도 한숨을 푹 쉬었다.

성당기사단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리고 강민도 자신에게 실망할 거고.

결국 샤를은 도롱이벌레처럼 이불을 둘둘 감고 축 쳐졌다.

"분명히­ 강민 오빠가 날 생각해 주고는 있지만­"

강민은 여러가지로 샤를을 배려해준다. 이번엔 샤를의 언니를 소환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박성현이 그랬던 것처럼 지맥이 흐르는 곳에 집을 짓고, 거기에서 게이트를 열 생각.

요새 샤를은 나이 먹은 대기업 부장들이 전원주택 부지 찾는 것처럼 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하지만 강민은 바빠서 세 번 가면 한번쯤 동행해 줄까 싶은 정도.

샤를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언니를 다시 볼 수 있는 건 좋은데..."

강민이 언니를 부르려는 목적이 불순하진 않을까 의심부터 들었다. 혹시 나랑 언니랑 같이 자매덮밥으로 한그릇 뚝딱해버리고 싶다는 욕망때문은 아닐까?

"아니겠지? 이렇게나 여자가 많은데?"

하지만 이번에 유다의 아버지인 신정우의 케이스를 본다면 의심이 안갈래야 안갈수가 없다.

미인 아내와 불륜 상대가 둘셋이 넘어도 새로운 여자를 찾는 마인드.

“남자들은 다 똑같아...”

샤를은 속상함에 추욱 늘어지기만 했다. 게다가 이제 샤를이 가진 강점은 얼마 없었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플레이는 남들도 다 해 준다.

‘영선 언니가 문신까지 할줄은 몰랐어...’

저번에 집에 놀러와서는 엄청 쑥쓰러워하며 배에 있는 남자화장실 문신을 보여줬다. 샤를도 기겁할 정도로 음란한 문신이었다.

아무래도 영선 언니는 강민에게 제대로 코가 꿰인 모양.

‘그리고... 아나이스도...’

아나이스가 해 줄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사지절단 섹스라던가. 자궁구 투시 섹스라던가. 간지럼 크림 발라놓고 방치하기라던가.

샤를도 직접 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하드코어한 섹스뿐이다.

“물론 못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자신과 큰 차이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렘의 여자들이 있으면, 샤를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샤를은 머리를 붙잡고 끙끙거렸다.

“으으, 아으­

진짜로, 확 임신해 버려?”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다.

강민 오빠도 서큐버스의 혼전 임신에 꽤나 관심이 있어보였는데.

만약 혼전 임신이란 금기를 어기고. 강민과 섹스하는 도중 몰래 배란해버리고 임신해버린다면­

하렘 사람들 중 가장 먼저 결혼할 수 있겠지?

상상 속에서 음란하게 개조된 웨딩드레스를 입고 강민과 섹스하는 상상이 떠오른다.

“나도 오빠한테 너무 물들었어...”

머리를 휘휘 저으며 상상의 내용을 바꾼다.

임신으로 부푼 배에 맞는 드레스를 찾으며 같이 샵을 돌아다니는 상상.

웨딩플래너한테 ‘제가 배가, 좀 부풀어서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부끄러워하며 옆에 있는 강민의 손을 꼭 잡는다면...

얼굴이 대책없이 히죽히죽 풀린다.

아이를 낳고, 강민이 매일 챙겨주고.

다른 하렘 멤버들도 아이를 엄청 귀여워하며 챙겨주겠지.

‘폰허브에 임신한 상태로 영상을 올릴 수도 있을 거고­’

샤를은 여러가지로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을 굴렸다.

그러다 문득 언니 챠르에게까지 생각이 미쳤다.

“혼전임신 한 거 알면 언니가 나랑 강민오빠 둘 다 죽이려고 들 텐데...”

서큐버스의 혼전 임신은 종족 전체가 뒤흔들릴수도 있는 대사건이다. 예전에 마왕도 한번 교체당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여긴 마계가 아니잖아?

어차피 나중에 강민 오빠가 결혼 서약만 해준다면 아무도 모를텐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리저리 계획을 짜본다. 이번에 여행가서 몰래 임신하면 출산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결혼식을 한다면 챠르 언니도 있어야 하는데.

집 건축하고, 게이트 열고­ 임신 후 결혼서약까지 하려면.

순간 샤를의 등에 오싹한 감각이 달렸다.

만약 강민이 결혼서약 없이 그냥 살자고 하면?

영선 언니나 유다 언니 생각해서 결혼은 일단 대학 졸업하고 한다면?

몇 년간 미혼모 서큐버스 신세라니­ 상상만으로도 오싹해진다.

물론 아예 안 해주진 않겠지만­ 대학 졸업까지 기다리는 이유도 있고, 결혼해달라고 비는 게 보고싶어서 한 달, 두달이고 결혼을 미룬다면...

‘안 돼, 안 돼­’

샤를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응. 그치. 역시 임신이랑 출산은 이야기해보고 하는 게 맞겠지...”

샤를은 꼼수 부리는 걸 그만두고 얌전히 여행계획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이제 날씨는 서서히 추워지고 있고­ 점수를 딸만한 게 뭐가 있을까­

‘나만 해 줄 수 있고. 다른 여자들은 할 수 없는 플레이가 뭐가 있을까­’

샤를은 자신이 썼던 통증을 쾌감으로 변환해주는 마법이 뭔가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강민이 가학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니까. 고통과... 쾌감... 나만 할 수 있는 플레이...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강민 오빠가 숨겨둔 폴더가 있었는데.’

전에 살던 원룸에서 예림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강민의 야동 취향을 읽어서 원하는 대로 섹스해 주겠다고 꼬셨는데.

그때 강민의 기억을 뒤졌을 때 과격 하드코어 플레이가 취향인 걸 알았지.

‘오빠랑 만난 지 되게 오래된 것 같다...’

실제로는 얼마 안 됐지만, 매일같이 동거 + 여러 자극적인 사건들이 합쳐지다 보니 매일매일이 새롭고 기쁘다. 사랑도 불같이 타오르는 중.

‘좋아. 이번 여행 땐 나만 할 수 있는 걸 해줘야지...’

샤를은 강민에게 취향의 섹스를 해 주기로 마음먹고 강민의 야동 폴더를 뒤졌다. 강민의 취향을 더 깊숙히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폴더엔 먼지가 쌓일 지경이었다. 야동을 뭐하러 보겠는가. 해달라고 하면 음뇨 플레이부터 엉덩이 청소까지 싹 해 주는데. 샤를은 폴더 안의 만화 몇 편을 살펴보며 당황했다.

“으음? 우리가 만화보다 더 하드코어한 섹스를 해 주고 있네...? 어쩌지?”

하지만 샤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만화를 뒤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디스트로이어...? 뭘 부순다는 소리같은데...”

그리고 만화에 나온 플레이를 보고 눈을 반짝 떴다.

이건 오직 샤를만이 해줄 수 있는 플레이다.

“우우, 오빠가 좋아했으면 좋겠다...”

샤를은 자신의 뿔을 매만지며­ 여행 계획과 섹스 계획을 충실하게 짰다­

***

“샤를. 미안. 요새 너무 바빠서...”

샤를은 복어처럼 잔뜩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자신과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서야 집으로 돌아와서 내게 잔뜩 삐진 상태.

“미안. 예림이 달래주느라.”

예림이의 이름을 꺼내자 잔뜩 부푼 볼이 흔들린다. 예림이한테는 빚이 있으니 도저히 더 투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화난 표정을 살짝 풀며 물었다.

“...예림 언니가 뭐래요?”

“실수로 우리 여행 이야기했는데. 되게 기분 복잡한 것 같더라고.”

예림이는 그럴 법도 했다. 남자친구는 문어발을 걸치고 있고. 하렘 구성원들끼리는 이미 친해보이고. 자신은 사귄지 한달도 안 되서 여행 가자고 조르기도 뭐한 상태인데.

남자친구는 주말 이틀 빼주는 거 말고는 혼자 좋을대로 하고 있으니.

결국 예림이는 오늘 아침에 서운함이 터져 울어버렸다.

‘내가 죽일놈이지...’

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예림이가 끅끅 울며 내게 기대서 한 말이 계속 생각난다.

‘나도, 나도­ 오빠 말한대로 오빠 여친들이랑 친하게 지내보려고 했는데­

오빠는 소개해준다고 말만 해놓고 며칠간 여행다닌다고 연락도 잘 안하고­’

죄책감에 죽겠다, 진짜!

샤를이랑 여행갔다와서 자리를 만들겠다는 내 말과 몇십번의 키스 끝에야 겨우 진정했다.

그제서야 부은 눈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여행 잘 갔다오라고 떠밀었지만 어떻게 그냥 가.

아침까지 같이 먹고 완전히 화를 풀어주고 나서야 겨우 왔다.

‘하렘이란 거 진짜 의외로 힘들구나­’

게다가 중간에서 조율해줘야 할 내가 많이 신경도 못 쓰고.

샤를이랑 여행 가면서도 꾸준히 연락해줘야겠다. 유다 누나랑 영선 누나한테도...

원래 하렘 멤버들은 나 빼고 자기들끼리 단톡방도 있는 모양이라 그렇게 소외감은 안 느끼는 것 같다.

‘예림이가 거기 합류하고 나면 이런 사태도 좀 줄겠지. 다음 목표는 예림이랑 다른 셋 사이좋게 만들기야...’

거기까지 생각하며 샤를을 달랬다.

“미안해. 샤를. 대신 이번 여행때는 샤를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약속.”

내가 내민 손가락에 망설이다가 금세 새끼손가락을 엮어 온다.

“약속한 거예요...”

도장을 찍자 얼굴이 금세 환하게 풀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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