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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224화 (224/358)

〈 224화 〉 221. 유다 누나의 부모님 뵙기

* * *

"누, 누나 부모님 보러가는 거였다구요??"

상상 이상의 추진력이다. 같이 여행가자고 한 거였는데 여자친구 부모님을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

이게 정상적인 건가? 여자친구랑 두 달 사귀고 부모님 보는게 정상? 연애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네.

황망해져서 더듬더듬 물었다.

"누나, 그... 부모님 만나서는 대체 뭘 하려고...?"

"만나면 알게 될 거야... 그냥 내 옆에 서서 내 손만 잡고 있어 줘."

대체 뭘 하려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유다 누나는 드물게도 알려달라는 요청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기묘한 흥분에 휩싸인 상태.

두고 봐, 복수할 거야...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차를 몬다. 그래. 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집에서 시달렸다고 하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누나의 광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장성의 작은 모텔에 투숙하자마자 사람 둘은 너끈히 들어갈만한 트렁크 두 개를 들고 올라와 풀어놓고, 날 대상으로 옷갈아입히기 게임을 시작했다.

"손목 타투 잘 보이게 하고. 와이셔츠좀 풀어봐. 될 수 있으면 양아치같이 보이게 하자. 머리도 포마드로 넘겨줄게."

유다 누나는 나랑 같이 내려오기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 옷 십 몇벌을 내게 입혀보며 날 코디했다.

"맨투맨은 아니고, 역시 위쪽은 차이나칼라 와이셔츠가 좋겠어..."

중얼거리며 배기팬츠와 와이셔츠, 그리고 다양한 장신구들을 꺼내 날 최대한 꾸몄다. 귀걸이도 몇 종류를 꺼내 내 귀에 대본다. 설마 지금 귀를 뚫어주겠다는 건가???

"차 볼래?"

다행히도 귀를 뚫지 않고 끼우는 형식의 골드 귀걸이었다. 내 귀 한쪽에 귀걸이 몇 종이 주렁주렁 달렸고, 누나는 그 중 두 개를 남기고 제거했다.

"어떤 것 같아?"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고 말을 잃었다.

금방이라도 우효wwww 라고 낄낄 웃을법한 양아치의 몰골이다. 안 그래도 최근 운동으로 넓어진 어깨 + 하나도 삐져나온 곳 없이 포마드 올백으로 넘겨버린 머리. 풀린 와이셔츠와 날티 넘치는 스카쟌(등 뒤의 용 포함). 배기팬츠. 그리고 귀걸이까지.

"...누나. 설마 이거 누나 취향이에요???"

"아니, 내 취향은 아니고. 최대한 불량하게 보이게 만들려고..."

취향이 아니긴! 지금 날 보는 눈길에 하트가 반짝반짝하구만!

유다 누나는 아무래도 순진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날티나는 스타일을 좋아하나본데.

뭐. 취향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근데 진짜로 이대로 입고 가요?"

한바퀴 돌며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봤다.

이렇게 입고 갈 수 있는 곳은 클럽, 술집 정도가 아닐까?

여자친구의 부모님 집에 입고갔다면 네이트 판에 올라올 정도의 복장이다.

­ 여친 부모님 뵈러 갈 때 스카잔 입어도 괜찮은가요?

­ 결혼하기 어지간히 싫은가보네. 걍 헤어져라.

...진짜로 괜찮은 거야? 내 물음에 유다 누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딱 좋아.

그것보다. 강민이 네가 도와줘야 할 게 더 있거든."

내가 도와줘야 할 게 뭐가 있길래... 라고 말하던 나는 유다 누나가 트렁크에서 꺼내는 것들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타투 스티커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크기가 이상하다.

사람 몸통 상체만한 크기의 스티커. 주먹만한 것들.

대여섯 사람이 전신에 붙여도 남을 정도로 쏟아진다.

심지어 색깔도 화려하다. 이레즈미까진 아니지만, 컬러풀한 화원을 연상케 하는 꽃들이 가득한 타투 스티커.

이걸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들고 온거야? 어안이 벙벙해진 내게,누나는 샤워하러 들어가며 내게 윙크했다.

"이따 나한테 붙여줘야 하니까. 잘 보고 있어!"

평소의 우울하고 기운 없는 유다 누나와는 전혀 다른 텐션이다.

마치 친절한 금자씨가 복수를 생각할 때처럼. 우울하던 사람이 방방 떠 있는 상태.

"...대체 뭘 할 생각이길래?"

나는 멍하니 타투 스티커 도안을 살펴보며 누나를 기다렸다.

누나가 나오는 건 금방이었다. 누나가 머리를 수건으로 틀어올리고 나왔다.

그런데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이다. 순간적으로 말을 삼켰다.

피부를 가로지르는 고래 문신, 장미, 나비들 ­ 자세히 보니 그 아래에 화상 상처라던가.

칼날이 지나간 자국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너무 보지 말아줄래?"

누나는 상처들을 가리며 침대에 엎드렸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등판이 물기를 머금어 촉촉하게 빛났다.

그러며 색색의 장미, 나비, 화원­ 그리고 뱀이 새겨진 타투 스티커를 톡톡 두드린다.

"그거. 내 등에 붙일 거야. 물 담아왔으니까. 피부에다 올리고 물 발랐다가 떼면 돼."

나는 뭐라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홀린 듯 누나의 말을 따랐다. 등 위에 문신지를 올리고, 물을 톡톡 두드린다.

피부에 달라붙자 유다 누나가 긴 한숨을 쉬었다. 긴장을 해소하려는 듯한 태도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유다 누나가 종이를 떼 달라고 했다.

스으윽­ 종이를 부드럽게 들어올렸다가 숨이 멈추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누나의 등을 가득 메운 문신은 정말 ­ 충격적이었다.

누나의 피부를 도화지삼아등에 한 여름의 짙은 화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색감이었다.

몰포나비처럼 파란색 계열을 주로 쓰고, 빨강 장미와 흰 장미들이 포인트를 준다.

꽃 향기가 나는 착각이 들 정도로생생했다.

심지어 크기도 기겁할 정도다.

원래 눈처럼 희던 유다 누나의 피부 위를 거의 다 덮는다. 어깨에서 시작해 날개뼈, 척추 근육을 따라 엉덩이 바로 위까지 가는 초 거대한 사이즈.

만약 길거리에서 이런 문신을 한 여자를 본다면, 늙은이들은 혀를 쯧쯧 차며 말세다­ 말세야­ 라고 중얼거릴 법한 크기였다.

"어때? 예쁘지?

잘 보면. 화원 안에 뱀도 숨어있다?"

"그, 그렇네요."

등의 문신을 살피다 뱀과 눈이 마주쳤고,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누나의 등에 생겨난 문신은 평범한 그림과는 다르다.

유다 누나가 숨을 쉴 때마다 천천히 오르내리고. 근육을 움직이면 부드럽게 약동한다.

마치 그림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긴다. 내 영혼이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만지고 싶다는 욕망을 참을 수 없어 부드럽게 터치하자, 누나가 간지러운 듯 웃었다.

"강민아. 아직 안 끝났어. 이따가 부모님 뵙고 들어오면 맘껏 만지게 해 줄게."

누나는 말을 하며, 몸을 돌려 자신의 앞쪽을 노출시켰다.

핑크빛 백보지와 출렁거리는 가슴, 그리고 고래 문신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음란한 몸이다.

특히 클리토리스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조그마한 금빛 고리는 음탕함에 방점을 찍어주는 역할.

"왼손에 들고 있는 거. 그거­ 여기에 붙여줄래?"

손가락으로 자신의 아랫배 둔덕을 가리킨다.

내가 가진 문신을 살폈다. 꽃을 이리저리 꼬아놓고, 그 위에 십자가를 올려놓은 문신이다.

"저, 누나­ 이거 붙이면­ 나중에 옷 입었을때 다 보일텐데­"

크기가 워낙에 크다 보니, 청바지를 입는다면 허리띠 위로 십자가와 꽃덩굴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언뜻 보면 마치 수북한 보지털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터. 옛날에 연예인 나르나인가? 그런 문신을 했다가 엄청난 악플 세례를 받았었는데.

하지만 내 말에 유다 누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걸 바라는 거야. 붙여 줘."

어쩔 수 없이 문신을 붙여줬다. 아랫배에 손바닥 두 개 크기만한 문신이 자리한다.

수북한 음모로 착각할 정도로 진한 색감.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자지가 바짝 섰다.

하지만 지금 섹스했다간 스티커 타투가 꽤 뭉개지겠지. 이따 돌아오면 마음껏 만지게 해준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최대한 자지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유다 누나가 또 지시했다.

"남은 것들도."

유다 누나의 말에 따라 문신을 차곡차곡 붙여간다.

허벅지 뒤쪽에도 리본 문신. 이걸 하자 맨살에 가터벨트를 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허벅지 안쪽엔 큰 장미. 정말 누나의 몸을 도화지삼아 어린애가 장난친 것처럼 문신들을 덕지덕지 붙여갔다.

문신들을 어느 정도 붙이고 나자, 유다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보며 만족감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어때? 진짜 싸 보이지?"

"..."

평소 유다 누나의 문신과는 다르게, 악취미적일 정도로 색깔도 진하고 눈에 띈다.

정말... 화류계에 종사하는, 온 몸에 문신 범벅인 날라리녀로 보인다.

특히 귀에 가득한 금속들과 갈라진 혓바닥. 그 끝의 볼형 피어싱까지.

길에서 마주친다면 저절로 눈을 피하게 될 양아치녀의 표본이다.

옆에는 일수가방을 든 근육돼지들이 꼬여있을 관상.

몸에서 시각적인 페로몬을 뿜뿜 뿜어내는 것 같다. 저 남자 좋아해요. 문신 중독이에요. 정말 쉬워보이지 않나요?

내가 아는 유다 누나가 아닌 것 같았다.

유다 누나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는 듯, 트렁크에서 옷들을 또 꺼내 마지막으로 마무리한다.

몸에 있는 문신들을 하나도 가리지 못하는 옷들뿐이다.

한 뼘이 안 되는 초미니 청바지를 입자 내가 지적했던 대로, 허리띠 위쪽으로 드러난 문신이 음모처럼 보여 더럽게 음탕했다.

허벅지의 장미도, 리본도 모조리 내보인다.

그 위에 브래지어와 구분이 안가는 상의. 거기에 온 몸의 문신이 훤히 비쳐보이는 검정 레이스 가디건.

"강민이 너, 문신 좋아하지? 어때?"

그래. 맞아. 이런 것도 취향이긴 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건 좀 과하다! 한 번쯤 섹스해보고 싶지만 절대 결혼하긴 싫을 스타일!

MSG를 잔뜩 뿌린 음식에 가깝다. 자극적이고, 한번 먹으면 혀가 아릴 정도겠지.

하지만 절조 없는 자지는 꺼떡꺼떡 섰다. 누나는 그걸 보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다행이다! 내가 아는 유다 누나가 맞아!

누나는 새침하게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그... 보니까 알겠네. 좋아. 이정도면 괜찮겠다. 그럼 가기 전에... 밥 한번 먹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보고..."

유다 누나는 내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섰다.

잠깐. 그러고 나가겠다고?

솔직히 말하면 유다 누나는 지금 벌거벗은 상태나 다름없다.

아니, 벌거벗은 것보다 못하다. 몸을 가린 옷들은 그냥 속옷이고. 길거리로 나가자마자 남자들의 시선이 팍팍 꽃힌다.

노골적으로 허벅지와 우유통을 쳐다본다.

"누, 누나. 괜찮아요?"

다행히 발작의 증세는 없다. 유다 누나는 걱정하는 내게 괜찮다고 말하며 식당으로 날 끌고 들어갔다.

"백반 둘이요."

주문하고, 태연한 척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주변 반응을 엄청 신경쓰고 있다. 저 빨갛게 달아오른 귀좀 봐.

주인장도 혀를 끌끌 차면서, 연신 유다 누나의 옷차림을 흘끔거린다.

"누나. 진짜로 이러고... 부모님 만날 거라구요?"

우리 둘은 좋게 말하면 화류계 종사자같고, 나쁘게 말하면 골빈 양아치들같다.

하지만 이런 몰골에도 불구하고, 유다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라던 거야. 부모님한테, 이렇게 살고 있다고 보여줄 거라고."

"...부모님이 대체 어디서 뭘 하시는데요?"

솔직히 이젠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끝까지 말해주지 않고 나온 밥만 깨작거린다.

아무래도 엄청 긴장한 것 같은데.

"누나. 부모님 보러가기 전까진 이거 입어요."

내 스카잔을 벗어 어깨에 둘러줬다.

다 비치는 레이스 가디건 속으로 보이는 타투 때문에 내 주니어가 자꾸 설 것 같다고!

유다 누나는 눈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며, 우리 차로 돌아왔다.

타투가 다치지 않게 안전벨트를 차며 운전대를 꽉 잡는다.

"이제 부모들 보러 갈 거야."

유다 누나는 결연하게 다짐하며 차를 운전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향하는 곳은 시내였다. 그런데 풍경이 이상하다.

잘 차려입은 중년의 부모들, 혹은 순진해 보이는 화장기 없는 청년.

그리고 허리 굽은 어르신들이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차들도 은근히 막히고 있다. 수요일 저녁에 다들 어딜 가는 거람?

이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곳을 살폈다. 길 중간에 꽤 큰 규모의 교회가 보였다.

주차관리원이 열심히 주황색 봉을 젓는 걸로 보아 차량을 가지고 가는 사람도 많은 듯.

다들 교회 가나 보네. 우린 저기로 들어가진 않겠­

유다 누나의 차가 주차관리원의 유도를 따라 우회전했다.

"누, 누나. 뭐예요?"

누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교회로 들어갈 리가 없잖아.

그냥 주차장에 세워 두고 걸어갈 뿐이야.

"...아니죠?"

내 불안감을 희석하기 위해 물었지만, 누나의 대답은 내 기대를 와장창 박살냈다.

운전대를 붙잡은 손이 새하얗게 될 정도로 긴장한 상태로, 더듬더듬 대답한다.

"우리 아빠. 목사야."

가슴이 쿵쿵 뛰는지, 가슴을 내리누르며 심호흡하고. 그러며 달아오른 얼굴로 날 바라본다.

피가 맺힌 목소리로 말을 짜낸다.

"내 부모들한테­ 보여줄거야. 내가 어떻게 됐는지. 당신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남들 눈 더럽게 신경쓰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면 치욕에 죽으려고 하겠지.

그런데 강민아, 나, 너무 무서워.

그러니까. 가지 말고. 교회 안에서 내 손. 꼭 잡아줘야 해."

...아하. 그러니까.

탕녀같은 몰골로.

교회 안에 들어가겠다고.

부모한테 정말 제대로 된 복수겠지만­ 잘못하면 교인들에게 죽겠군. 정말.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내가 이런 여자친구를 둔 게 잘못이지.

제발 맞아죽게만 하지 마십쇼. 이러다 천벌받는거 아닌가 몰라. 아나이스도 죽도록 괴롭히고 있고 말이지.

"내리죠."

각오를 다지며­ 유다 누나의 손을 잡았다.

제발. 신이시여. 저를 악에서 구하옵소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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