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188. 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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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성당을 나와 택시에 탔다.
내가 앞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여자 둘이 도끼눈을 뜨고 날 노려봤다.
결국 뒷자리 가운데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속이 쓰리다.
"샤를 데려왔어요."
택시가 출발하자 예림이가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와 눈 마주치기 싫은 건가?
근데 또 그런 건 아닌 것 같은게. 내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놨다.
뭐지? 물음표가 백개쯤 생길 것 같다.
어찌됐든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지.
"고마워. 프랑스까지 와 줘서. 덕분에샤를 꺼낼 수 있었어."
그런데 택시기사는 한국말이 신기한 듯 연신 뒤를 흘끔거린다.
신경쓰이네. 예림이도 그걸 느꼈는지 입을 열었다.
", "
뭐, 뭐야? 유창하고 부드러운 프랑스어였다.
진짜로 프랑스 영화에서 나올 만한. 택시 기사도 깜짝 놀랐는지 입을 다물고 앞만 봤다.
나도, 샤를도 놀랐다. 예림이에게 물어봤다.
"예림아. 뭐라고 한 거야?"
"저희 신경쓰지 마시고 운전 하라고 했어요. 계속 뒤에 힐끔거리고. 제 가슴이랑 샤를 문신 보는게 영 거슬려서요."
아니, 이 늙은이가 미쳤나.
룸미러로 아저씨를 잠시 노려봐주고는 다시 물었다.
"예림이 너 프랑스어도 했어?"
"그냥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 거에요."
별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은근 자랑스러운 듯 입꼬리를 씰룩거린다.
확실히 아버님이 중소기업 사장님이라고 하셨지...
예림이 은근 부잣집 아가씨였구나.
사소한 대화에 즐거워하던 예림은 앗차, 하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본론을 꺼냈다.
"좋아요. 오빠. 생각해 봤는데. 유일한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곤 안 할 게요."
엥? 진짜? 갑자기?
하지만 역시나. 다른 조건이 달린다.
"대신! 주말 이틀동안은 무조건 저랑 놀아야 해요.
그게 싫다면 저 다시 택시 돌려서 돌아갈 거에요."
성당 기사단에 샤를을 다시 넘기겠단 말인가! 안 돼!
샤를도 옆에서 간절하게 날 쳐다보는 중이다. 수락하라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여기서 안 된다고 조건을 걸 수도 없고.
뭔가 예림이와 샤를 사이에 밀약이 있었던 게 아닐까 강하게 의심되지만!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패는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주말 이틀은 예림이 너랑 보낼 테니까."
예림의 주먹이 해냈다! 외치듯 꽈악 쥐어졌다.
우리 둘다 적당히 양보한 타협안이다.
이건 아마 예림이 생각이라기보단 샤를의 제안이겠지.
샤를, 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호텔에 도착했다.
고딕 디자인으로 잘 빠진 5성 호텔.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별점순으로 해서 비싼 걸로 골랐으니까.
내리자마자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트렁크에서 짐을 꺼낸다.
"어, 어? 괜찮아요! 예림아, 이 사람들 도둑이야? 뭐야?"
예림이 내가 허둥거리는 걸 보고 입술을 꽉 깨문다.
화 난 건가? 웃음을 참는 거야?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짐을 들어준 사람에게 건넸다.
잘 부탁해요 라는 듯한 프랑스어를 덧붙인다.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니까 그냥 받아요.
그러고 보니 오빠 해외엔 처음 나와본다고 했죠?"
"응, 응"
"그러고 보니 방은 뭘로 예약했으려나."
프론트에 간 예림은 내 이름을 댔다. 방이 두개라는 말을 듣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방 하나로 합쳐달라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안 되겠지만.
예림이 간절한 표정을 짓자 프론트의 남자가 버터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다.
원래는 안 되는데 해 주는 거겠지. 역시 사람은 예쁘고 잘생기고 볼 일이야.
아니, 근데 방 하나라고?
하지만 예림은 설명하지 않고 날 끌고 올라갔다. 방에는 이미 모든 셋팅이 끝나 있었다.
방 한 가운데에 과일 바구니와 와인까지. 입이 떡 벌어졌다.
"생일도 아닌데 별 걸 다 주네."
"오빠가 예약할 때 비싼 걸로 예약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최상급 스위트룸으로 빌리긴 했다.
그래도 예림이 프랑스까지 데려왔는데 이상한 방을 줄 순 없잖아.
방 안으로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다.
그 동안 샤를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리 둘의 눈치만 봤다.
이제 샤를이랑 이야기할 시간이다. 한숨을 쉬고 예림에게 부탁했다.
"저. 예림아. 잠깐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는데."
"10분 뒤에 올게요."
샤를이 무서운지 몸을 움찔 떨었다.
나는 방 가운데의 소파에 앉았다. 예림은 키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샤를이 바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얼마나 절박한지 거의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있다.
"오빠. 죄송해요.
제가 다 속였어요. 맨 처음부터 거짓말했어요. 예림이에 대한 거. 다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계약서에서 오빠랑 헤어지고 싶다고 말한 건 제가 아니라"
"다 알아. 설명 안 해도 돼."
미카엘에게 다 들은 이야기다.
내 말에 샤를은 고개를 들기 무서운지, 벌벌 떨며 그대로 말했다.
"저, 저한테 화나진 않으셨어요?"
"글쎄..."
후우. 한숨만 나왔다.
분명히 맨 처음엔 정말 원망스럽고. 미웠는데.
움찔거리는 샤를의 모습을 보니 화를 내기도 뭐하다.
샤를이 항상 주저주저하지 않았는가.
오빠에게 잘못한 게 있는데, 오빠가 용서할지 모르겠다고.
분명히 뭐든 용서해 준다고 했었지.
'그것도 그렇고'
나 때문에 비참한 꼴을 당했던 예림이도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샤를에게 무슨 자격으로 죄를 묻겠는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됐어. 화 안 났어.
물론 실망하긴 했지만."
그러자 샤를이 고개를 들고, 혼난 강아지처럼 날 바라봤다.
가슴이 아려온다. 에휴. 그래. 더 뭐라고 해서 뭐 하겠냐.
"앞으로... 거짓말 안 하고 잘 할게요.
저한테 심하게 대해도 괜찮아요.
프랑스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 됐어. 일어나. 그보다 왜 넌 지금 예림이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예림 언니가 저한테 변해보라고 했거든요.
아직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도 못 들었고.
예림 언니랑 저랑 3P 쌍둥이 플레이 하면 좋아하실까 싶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너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 웃었다."
젠장할. 샤를이랑 있으면 무슨 화를 못 내겠군.
야하고 귀엽고 예쁘고 가슴 수박만한 여자친구는 정말 반칙같은 존재였다.
그보다 예림이랑은 어떻게 한 거야?
"예림이랑은 뭐라고 하고 화해했어?"
"음. 일단은... 주말 포함 양보해 달라고 조건 걸라구 했구요.
예림 언니한테 심한 짓 하는 건 다 제가 대신한다고 했어요.
예림 언니한테 너무 심하게 하진 말아주세요."
"아, 젠장. 그럴 것 같더라니."
역시나. 예림과 샤를이 뭔가 밀약을 맺은 게 맞았다.
예림이랑 꽁냥거리는 연애관계를 유지하고. 주말은 예림이 거라...좋으면서도, 복잡한 기분이었다.
"내가 예림이 떼놓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영선 누나도 영상 찍느라 힘들었다고."
하지만 샤를이 한숨을 푹 쉬었다.
"예림 언니 떼놓긴요. 영상 본 이후로도 예림 언니 오빠 생각밖에 안 하던데?
오빠 맨 처음에 예림 언니 마음을 아주 꽉 잡았더라구요?
카페 알바할 때부터 예림 언니가 오빠한테 홀딱 빠져 있는 거 몰랐어요?"
"엥? 나한테?"
샤를이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아이구, 이 화상아! 진짜!
관심 없는 사람이 손 깍지끼고. 맨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달라 그러고.
밤새 술 먹고 그러겠어요? 앞에서 울고?
하여간 남자들은... 여자가 주는 신호를 정말 못 알아먹어서 탈이야."
그, 그랬던 거야?
"아니. 나는 예림이가 원래부터 그런 앤지 알았지...
그리고 너도 나한테 거짓말했잖아! 예림이는 누구한테나 다 그런다면서!"
하지만 샤를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화제를 돌렸다.
바로 날 껴안으면서 속삭였다.
"오빠. 어쨌든 정말 보고 싶었어요미안해요. 제가 전부 잘못했어요.
대신 오빠 원하는 거 뭐든 다 해드릴게요. 정말로. 어떤 것도. 하나도 안 빼고."
젠장. 이렇게 넘어간다 이거지. 좋아!
나도 내 마음 고생한만큼은 샤를을 괴롭혀야겠어!
"뭐든 다 해 준다고 했지? 임신도?"
샤를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누가 쳐다보진 않는지 주변을 둘러봤다.
서큐버스의 혼전 임신은 마왕도 암살당할 정도의 엄청난 금기라고 했었는데.
과연 그것도 하겠다고 할까?
"...오빠가. 진짜로. 하고 싶다면요..."
얼굴을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진짜로 이것까지 해 주겠다니.
맨 처음에 계약한 것보다 더 하드코어한 것까지 다 해줄 모양.
일단 임신은 논외다. 이 나이에 벌써 애아빠 될 일 있어?
"됐어. 그냥 물어본거야."
샤를의 얼굴이 샐쭉해졌다.
"짐승. 그래요. 오빠는 제가 수락하는 걸 보고싶은 거죠?
할 테니까. 다시는 물어보지 마요.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치욕스러워 죽을 것 같으니까."
그 때 밖에서 똑똑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기 다 끝났나요?"
"네, 언니! 다 끝났어요!"
샤를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들어온 예림에게 이상한 소리를 시작했다.
"저, 언니. 그런데 제가. 사실 3주동안 남자 손도 못 잡았거든요.
강민 오빠 아니면 아무도 안 잘 거라고 그러느라 지금 너무, 속이 타서"
샤를이 자신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렸다.
주변에서 분홍빛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오를 정도.
예림은 깜짝 놀라 눈을 가렸다.
"지금 강민 오빠랑. 자려고 하거든요."
"지, 지금? 밖에 엄청 환한데?"
대낮에 섹스한다는 말만으로 예림의 얼굴이 확 붉어진다.
아무래도 예림이의 머릿속에 섹스 = 밤, 어두울 때만 할 수 있는 것 이란 공식이 있는 것 같다.
"낮에 하면 더 좋아요. 하여튼 언니. 언니도 같이 할래요?"
"뭐, 뭐?"
"강민 오빠는 셋이서 같이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예림이 깜짝 놀라 입을 가렸다. 날 쳐다본다.
"자, 잠깐만! 아니"
내가 그러는 순간 테이블 밑으로 내 발을 꽉 밟았다.
3P를 수락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샤를 이 녀석, 이중 간첩이구나!'
예림을 위한다고 적당히 구슬려 놓고는!
나한테 이득이 될 일이랑 적당히 섞어서 예림의 가드를 무디게 만들 생각!
'이, 이걸 어째야 한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 예림이와 영선 누나, 유다 누나. 샤를까지 다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
예림이는 싫어하겠지만 의외로 하다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좋아! 3P를 받아들인다!'
어짜피 예림이도 주 2일 조건을 걸어놓고. 내 방어를 무너뜨려서 결국엔 자기 혼자 가질 생각으로 샤를의 딜을 받아들인 거잖아!
그러니까 결국 이건 그거다.
예림이가 나를 독점하는 걸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되거나!
주 2일의 현상 유지!
아니라면 내가 예림이에게 흠뻑 빠져, 진짜로 예림이와 완벽한 연인이 되는 시나리오, 총 세가지!
'...좋아! 예림이가 정 못하겠다 싶다면 주말을 통째로 넘겨주는 걸로 타협하자!'
그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 안하긴 했는데... 나. 셋이서 하는 것도 좋아하긴 하거든."
그러자 예림은 주저주저했다. 고뇌에 번민하는 게,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로댕 같군.
한참을 주저하다가 침대 옆에 살짝 앉았다.
"너, 너무 이상하다 싶으면 그만 할 거에요"
아무래도 영선 누나의 영상을 본 이후 가드가 약해진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샤를은 눈을 반짝 빛내며, 예림의 옆에 앉아 볼에 쪽쪽 키스를 해간다.
예림은 얼굴을 붉히고 내 눈치를 흘끔흘끔 본다.
그리고 샤를이 손을 뻗어, 예림이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려갔다.
이미 자신의 쇄골 문신과 브래지어까지 다 드러낸 샤를.
그리고 경험 없는 쌍둥이 언니처럼 새침하게 얼굴을 붉히고 몸을 비비 꼬는 예림.
음. 쌍둥이 3P라니... 정말 배덕적이고... 좋구만..
나도 예림의 옆에 앉아 부드럽게 키스를 시작했다.
"아으, 이런 거 이상해요"
달뜬 목소리로 당황해하는 예림.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인걸!
그렇게 예림은 달콤한 늪 속으로 빠져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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