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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78화 (178/358)

〈 178화 〉 175. 눈물의 패배자위

* * *

나와 눈 마주치기 힘든지 고개를 돌린 상태로 예림이가 커피를 건내줬다. 그러며 중얼거렸다.

"별 일 없어요. 그냥 들른 거예요. 그리고 다음부턴 제발 문좀 잠궈요."

방금도 상체 노출. 저번엔 영선 누나랑 섹스하는 걸 라이브로 노출(심지어 3P중). 얼굴을 똑바로 보기도 부끄럽다.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할 말을 찾았다.

샤를 관련으로 할 말이 있었는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영선과 유다 누나는 나에게 빨리 샤를 데려오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그게 쉽게 되냐고!

빨대 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예림이가 먼저 이야기하길 기다렸다.

영선 누나와 한 섹스라던가­ 내 노출이라던가­.

빨리 그 이야기가 끝나야 내 이야기를 할 거 아냐! 하지만 예림인 얌전히 커피만 마실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먼저 이야기하는 수밖에.

"저, 있잖아. 혹시 프랑스 한 번만 갔다와 줄 수 있어?"

"네? 프랑스요?"

"성당기사단에서 그러는데 샤를을 그냥 내보낼 수는 없고 네가 이야기를 해 줘야 한대. 물론 지금 갔다와 달라는 건 아니고. 부모님 퇴원 하시면 부탁할게."

"저 혼자서 갔다오라구요?"

예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봤다. 그건 아니고.

"혼자 가기 싫으면 다른 사람 데리고 가도 돼! 부모님이랑 같이 가도 돼고. 여행비용 다 대줄게."

비행기값, 체류비 합쳐서 2천만원 정도 빠지려나. 병원비랑 그런 것도 다 내 줬지만 전세금 안 빼는 게 어디야.

예림은 내 제안에 고민을 시작했다.

"음..."

어쩌지? 샤를 용서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진짜 어떻게 하냐.

예림이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겠다.

두 달간 같이 산 나조차 샤를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하물며 온전한 피해자인 예림은 어쩌겠는가.

"꼭 지금 결정하진 않아도 돼. 어차피 시간은 좀 있으니까­"

예림한테 말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걱정으로 두근거렸다.

샤를을 성당 기사단에 두는 건 싫었다.

잘 대접해 주고 있다고 해도 완전히 적대적인 분위기일텐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샤를을 완전히 용서한 건 아니지만.'

옛날과 똑같진 못할 거다. 처음 시작부터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니까.

그래도­ 꺼내주고 싶다.

싸우던. 아니면 헤어지던. 화해를 하던. 뭘 하던­ 얼굴을 보고 말하고 싶었다.

예림이가 프랑스에 가서 샤를을 풀어주고. 한국으로 오면­ 그 때 이야기하자.

"하­ 좋아요. 같이 갈 사람은 제가 정해도 되는 거죠?"

"응. 누구나 괜찮아. 부모님 말고 친구랑 같이 가도 돼."

솔직히 말하면 내가 같이 가고 싶지만 예림이가 거절할 것 같았다.

나랑 프랑스 여행이라니. 엄청 부담스러울 거 아냐.

날 용서했다고는 하지만 꺼림칙할 것이었다. 내 생각으론 부모님이랑 같이 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사고를 겪은 예림의 부모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해외에서 요양좀 하다 오셔도 되니까.

그런데 예림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 예상을 깼다.

"오빠랑 같이 갈래요."

"나, 나랑?"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나랑 프랑스에 같이 갔다오겠다고? 이건 무슨 시그널이지?

예림이 내 표정을 보곤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딱히 오빠가 좋아서 데리고 가는 건 아니고. 가서 샤를이라는 악마랑 삼자대면으로 이야기좀 해 볼려구요.가서 악마 이야기만 듣다가 제가 또 홀랑 넘어갈 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거지?"

괜한 희망을 가질 뻔 했네!

"오빠. 그리고... 폰허브에 올라가 있는 제 얼굴 영상 내려주시면 좋겠어요."

"아. 그건 진작 내렸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미안해."

그 덕에 폰허브엔 니모나의 영상만 남아있다. 무수히 많은 물음표가 찍혔지만 예림이 얼굴을 남겨둘 순 없지...

덕분에 채널 조회수는 급감 중. 빨리 니모나 영상도 찍어야 하고. 샤를도 데리러 가야 하고.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잠깐만... 그러면... 예림아. 부모님 퇴원은 언제셔?"

"3주 뒤요."

나보다 더 늦게 퇴원하시는구나. 하긴. 나이도 있고. 중환자실까지 들렀으니까 회복하시는 데 좀 오래걸리시겠지.

그래도 영구적인 장애가 남지 않아서 엄청 다행이다...

아마 그랬으면 나 스스로도 날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

"그러면­ 비행기 표랑, 그런 건 다 예약해 둘게."

예림이 고개를 끄덕였다.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럼 전 가 볼게요."

"응, 응."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나랑 같이 프랑스에 간다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네.

차라리 카페 알바하던 시절이었다면 훨씬 편하게 대할 텐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어렵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한참 동안 누워 끙끙거렸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이 안 나오는 문제라 포기했다.

'일단 샤를한테 간다고 알려주고 싶은데.'

미카엘에게 연락해봤다.

[ 미카엘. 3주 후에 예림 양이 프랑스로 갈 건데요. 혹시 샤를에게 말해주실 수 있나요? ]

성당 기사단에게 부탁해 봤지만 난색을 표했다.

[ 안됩니다.그게 암호일 수도 있고.

예림 양이 저희에게 와서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전해드릴 수가 없어요. ]

천칭이 샤를의 판결을 내린 건 예림이가 날 용서하기 이전.

그래서 나와 연락할 수 없다는 조항도 엄격히 지켜지는 중이다.

결국 가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샤를... 3주 정도만 참으렴... 금방 갈 테니까.

"그럼 빈 3주간 뭘 해야 하려나..."

일단 박성연씨가 열심히 노력해 줘서 지철 일당을 잡았으니까. 보답을 해야겠지.

다음 폰허브 영상은 니모나로 제작해야겠다. 수익 망한 것도 복구해야 하고. 빨리 시작하자...

***

샤를은 멍하니 침대에서 눈을 떴다.

버릇처럼 마력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려 했지만, 파삭­ 하고 가로막힌다.

'맞아. 이 안에서 마법 사용은 금지당했지.'

자신이 있는 방 안을 살펴봤다.

솔직히 말하면 성당기사단이 내 준 방은 꽤 좋은 편이었다.

작은 정원과 TV. 샤워실. 침대. 밥도 잘 나오고. 원하는 책도 다 가져다준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연락 수단이 없다는 점만 빼면.

샤를은 침대에 누워 베개를 껴안고 중얼거렸다.

"강민 오빠 보고 싶다."

강민은 샤를이 거짓말하고 도망친 걸로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해명할 방법도 없이 끌려와 갇힌 상태.

처음엔 돌려보내달라고 엉엉 울었지만 듣지 않았다.

울다 지쳐 쓰러질 무렵. 대주교라는 사람이 찾아와 마법 연구에 도움을 달라고 했다.

'남자도 제공해 줄 테니 원격 마력 수집에 대한 연구를 좀 하고 싶습니다.

서큐버스라 그런지 색욕을 이용한 원격 마력 수집의 효율이 월등히 좋아요.

협조하시죠. 강민 씨를 보게 해 드릴 순 없지만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겠습니다.'

입에 꿀을 바른 것 같이 샤를을 구슬렸지만 결국은 다른 남자랑 폰허브 영상을 찍으라는 소리.

샤를은 분노하며 쫒아냈다. 기도 안 차는 말이었다.

나가는 대주교는 자신을 보며 비웃었다.

'어차피 당신 거짓말에 남자도 정이 다 떨어졌을 텐데.뭐하러 그럽니까? 그냥 저희랑 손 잡고 여기서 즐거운 생활을 즐기시죠?'

'꺼져요!'

대주교는 어차피 시간은 많다며 밖으로 나갔다.

샤를은 맨 처음에는 분노를 불태우며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분노도 연료가 있어야 탄다.

며칠이 지나자 도저히 할 게 없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곱씹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우울해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가져다 달라는 책들은 다 줬지만 도저히 읽히지가 않는다.

결국 누워서 하릴없이 TV만 만지작대는 중.

'하... 내가 서큐버스라고 성인사이트까지 연결해놨네.웬만한 곳은 다 있잖아? 햄스터, 엑스비디오­'

아마 이걸 보다가 남자가 고파지는 걸 노렸겠지.

샤를은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매일 하루 세 번씩 강민과 몸을 겹치다가 여기에 오니 미칠 지경이다.

샤를은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혹시 여기. 강민 오빠의 채널에 연결할 방법은 없을까?'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폰허브는 막아놓은 상태.

'하. 연결되어 있는 통로는 다 막아놨다 이거지?'

들어온 김에 잠깐 구경이나 하자, 하고 이리저리 영상을 돌려본다.

서큐버스의 본성은 벌써 준비 만전이다. 침이 꼴깍 나오고, 숨이 가빠진다.

'외국 영상 말고... 한국 남자 나오는 건 없나...?'

강민 오빠를 생각하며 이입할 생각이었다. 태그를 보며 이리저리 돌려본다.

"어, 어?"

샤를의 입에서 당황한 의문문이 튀어나왔다.

엑스비디오의 영상 중, 한국어가 써진 영상이 있다.

그런데­ 나오는 사람이 니모나다. 그리고­ 강민 오빠까지.

"잠깐. 이게 왜 여기있어?"

간단하다. 구독자가 불법으로 클립을 따서 올린 것이다.

평소였다면 내 마력을 훔쳐가네­ 하고 분노했겠지만 지금은 고마울 따름.

샤를은 황급히 동영상을 켰다.

강민 오빠가 잠든 니모나를 범하는 영상이었다.

"으으읏­"

샤를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오빠는, 내 거였는데.

저 도둑고양이랑 뒹굴고­ 내 마음도 모르고­

그리고 나는 혼자서, 해명할 기회도 없구...

억울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저절로 들어간다.

흠뻑 젖은 보지가 반갑게 받아들였다. 여기 온 이후로 첫 자위.

샤를은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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