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169. 분쇄 박수 대갈채!
* * *
그리고 이틀 후.
"에이, 씨발. 진짜 좆같네."
열반농원 소속의 조폭들은 스타렉스 안에 구겨져서 투덜거렸다.
동주 형님에게 차인 정강이가 아직도 아팠다.
'이 씨발놈들아. 일 똑바로 못해?'
미행 중에 영선과 민수를 몇 번이나 놓치자 조직원들을 두들겨 팼다.
놈들은 미행을 아는 것처럼 움직였다.
억울함을 호소해 봤지만 더 많은 폭력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너네 사무실 안에서 한번만 더 음식 쳐먹는 거 보이면 죽통 돌려버린다.
사무실을 얼마나 더럽게 쓰길래, 쥐가 한 무더기가 나와?'
그래서 사무실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차 안에서 라면과 삼김으로 식사를 때우며 미행하길 이틀.
그들의 신경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영선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형님. 쟤 으슥한 곳으로 가는데요? 어? 저기 나갈 데도 없는데?"
"야, 다들 연장 준비해."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을 주섬주섬 들었다.
스타렉스가 영선을 따라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면 쟤도 예림이만큼 예쁘지 않아요?"
차 안으로 끌여들여서 영선 주연의 하메도리 AV 한 편 정도 찍어도 괜찮지 않을까?
여섯 명의 조직원은 영선에게 울분을 풀 생각에 흥분중이었다.
우리 일에 끼어든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지.
이제 이 골목만 돌면, 막다른 길이라 당황할 영선이 있을 텐데
"어?"
멍청한 소리가 스타렉스 안에 퍼졌다. 골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때 창 밖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얘들아 들어!!!!!"
그리고 스타렉스가 8M짜리 파도를 만난 배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차 뒤쪽에 사람들이 달라붙어 아랫부분을 들어버린 것이다.
"젠장! 뭐야! 야! 밟아! 튀어!"
"형님, 차가 안 움직여요!"
후륜구동이라 뒤쪽을 들어버리자 속절없이 바퀴가 허공만 갈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합을 지르며 차를 옆으로 엎어 버렸다. 마티즈로 해도 놀라울 짓거리를 스타렉스 대상으로!
콰앙! 차가 옆으로 눕고 유리창이 깨져서 우수수 떨어졌다.
안에 타고 있던 여섯명은 비명을 질러댔다.
"씨팔, 뭐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위쪽 창문을 깨버리고 통나무만한 팔 하나가 쑤욱 들어오더니 한 명을 낚아갔다.
퍼억! 싸대기를 때리는 소리. 뒤쪽 트렁크로 끌려간 동료가 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허허. 이놈들. 전기충격기도 가지고 있네?"
웃으며 말하지만 말 하나하나가 끊어지듯 분노를 담고 있다.
또 차 안으로 팔이 들어와 한 명을 낚아가고, 또 한 명
수조에서 물고기를 뜰채로 퍼내는 것 같은 상황에 남은 조직원은 두려움에 떨었다.
한 명, 한 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람보르기니를 운전했던 놈.
그는 두려움에 온 몸을 벌벌 떨었다. 그리고 팔뚝이 들어와 그를 낚아챘다.
창 밖에서 멱살을 잡힌 채 곰과 눈이 마주쳤다.
"너네 내 딸내미 건드릴려고 했냐?"
으스스한 목소리가 위협했다.
사무실의 동주 형님보다 더 커 보이는 덩치. 산맥처럼 일어나 있는 근육들.
그리고 분노로 조여든 눈.
아기곰을 할퀸 너구리를 밟아 죽이는 아빠 곰의 모습이 이러할 터.
"저, 전"
대답하기도 전에 솥뚜껑같은 앞발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코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기절했다.
놈을 땅에 던져놓은 영선의 아버지가 물었다.
"영선아. 얘네 사무실 주소가 어디라고?"
"여기요."
강민이 알려준 열반농원 사무실의 주소를 줬다. 아버지의 얼굴이 살기등등해져서 외쳤다.
감히 내 딸을 건드려?
인간 곰. 움직이는 산사태.
영선의 아버지 전일도는 자신의 후배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우리 아빠지만 무섭다."
"동감."
영선과 민수는 현장에 남아 경찰에게 전화했다.
특수폭행, 납치 미수, 범죄조직 결성죄. 이 놈들은 곱게 대접받긴 글렀다.
놈들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민수가 물었다.
"야, 근데 강민이 얘는 어떻게 다 알고 있냐?
사무실 주소부터, 오늘도 얘네가 따라붙는 거 알려줬잖아.
뭐 CCTV라도 있어? 아니면 그건가? 강민이가 연락해 본다던 사람이 알려준 거야?"
"어. 그 사람 맞어."
"진짜 대단하네. 뭐 흥신소 사람인가."
민수는 혀를 내둘렀다.
영선은 씩 웃었다.
대단할 수밖에. 왜냐면 강민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은 마법사니까.
'그것말고 다른 것도 있는데. 열반농원 범죄 피해자 목록이라던가 박지철 범죄 목록.
증거품. 증인 서 줄 수 있는 사람 등등.'
이따 아버지가 사무실을 뒤집어놓고 나면 경찰 편으로 전달할 생각이었다.
이 사악한 놈들의 목을 조를 마지막 퍼즐.
특히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를 보며 영선은 치를 떨었다.
'납치라니. 이 새끼들 대체 이런 걸 지시하는 놈이 어떤 놈인지. 아빠가 박살내 버렸으면 좋겠네.'
***
박지철은 사무실 안에서 극도의 짜증을 느끼는 중이었다.
최근 들어 자꾸 쥐가 나오고, 까마귀가 창 밖에서 자신을 쳐다본다.
착각이라고 하기엔
"이 씨발! 안 꺼져?"
창문 밖으로 바둑돌 하나를 던져 까마귀를 맞추려고 했지만 잽싸게 피한다.
그리고는 다시 전선에 앉아 고개를 기웃거리며 바라본다.
"씨발... 재수없게..."
"아, 좀 가만히 있어. 정신 사납잖아."
동주는 박지철에게 핀찬을 줬다. 하지만 지철은 분노에 길길이 뛴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 이 병신새끼들이 일 좆도 못해서 개 빡치게 만들잖아!"
이예림을 옭아매려는 시도는 자꾸 무위로 돌아간다.
멍청한 부하놈들은 미행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엉망진창이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이 씨발놈의 쥐!"
사무실 구석에서 쥐가 자신을 보다 쪼르르, 책장 뒤로 사라진다.
히치콕의 기분 나쁜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이다.
까마귀가 쥐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내가 미쳐가는 건가?'
미쳐가는 게 아니었다.
박지철은 까마귀가 사역마인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강민이 성연에게 부탁해 붙여놓은 감시병들.
영선과 민수, 예림에게도 호위가 붙어있다.
폰허브 영상에 만족하던 박성연은 강민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덕분에 니모나랑 즐겁게 놀았네!
그리고 내 치유도 순조롭게 되고 있고!
벌써부터 새끼발가락에 감각이 돌아왔어!
고맙네. 고마워.
아, 도와달라고? 물론이지!
보자 전영선, 이예림, 정민수 셋의 보호에다가 열반농원이라는 곳의 조사?
조금만 기다리게. 금방 될 거야!'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대체 어떻게 니모나와 노는 거지?
같은 질문이 강민에게 떠올랐지만 물어보지 않고 그냥 감사만 표했다.
그리고 이제 그 부탁이 결실을 맺고 있다.
박지철의 부하들은 영선의 아버님에게 모조리 정리당했다.
'원래라면 경찰을 부르려고 했는데'
자신의 딸이 미행당한다는 소식을 들은 영선 아버님의 눈이 뒤집혀 직접 해결하겠다고 했다.
'원래 이런 쪽 일이라도 하신 건지 뭔지.'
복싱 체육관 앞에서 마주쳤을 때 압도적인 덩치를 보고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오늘 스타렉스를 엎어버렸다는 말을 듣고는 강민은 소름이 돋았다.
'영선 누나 괴롭히다 나도 반으로 접히는 거 아냐?'
조금 자제하자 이런 생각을 하며, 강민은 까마귀의 눈을 빌려 사무실 안을 계속 지켜봤다.
'간이 계약으로 사역마를 대여받긴 했는데. 마력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네.
박성연 씨가 가르쳐 주겠다고, 니모나와 같이 강원도로 한번 오라고 했지만...'
샤를과 같이 강원도에 갔던 기억이 떠오르자 가슴이 쿡 아파왔다.
'아냐. 지금은 신경쓸 때가 아냐. 일단 저 보험사기단부터 해결하자.
어, 왔다!'
까마귀의 눈에 지금 박지철의 사무실의 상황이 똑똑히 비춰졌다.
곰이 등장하는 중이었다.
쿵, 쿵, 쿵.
"젠장, 누구십니까?"
박지철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답이 없다.
"야, 동주야. 손님 좀 맞아봐라."
동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갑자기 강철 문이 우그러들었다.
"뭐, 뭐야!"
쿠웅! 쿠웅! 두 번만에 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열렸다.
문을 발로 차며 거대한 덩치가 들어왔다.
"니가 내 딸내미 건드렸냐?"
전일도가 소화기를 사무실 안으로 던지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소화기를 공성추처럼 써서 철문 잠금쇠를 박살내 버리고 들어온 것.
"너, 뭐야, 이 새끼야!"
동주가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한 손에는 크리스털 재떨이를 들고 들어온 전일도를 내리치려고 했다.
퍼억, 퍼억
잽 두번만에 동주의 코가 뭉개지고 다리가 풀린다.
하지만 넘어지듯 전일도의 허리를 잡고 매달렸다.
"이 개새끼, 넌 뒤졌다!"
동주는 전일도의 허리를 잡고 120kg의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로 들어올렸다.
허리껴치기! 안쪽 다리를 걸며 콘크리트 바닥에 쳐 박아 버릴 셈!
"위험해요!"
까마귀를 통해 지켜보던 강민은 들리지 않을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영선의 아버님에겐 전혀 위협적이지 않는 듯 했다.
"자세가 영 아니구만."
전일도는 중얼거리며, 공중에서 다리를 뻗어 땅을 지지하고 유연하게 허리를 숙였다.
거의 땅에 닿을 정도의 브릿지!
넘어가는 도중에 허리힘만으로 동주를 들어올려 역으로 방향을 바꾼다.
"어, 어어?"
동주의 멍청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살아 움직이는 산사태가 120kg이 넘는 동주를 잡아다가 허공에 띄운 것.
그것도 넘어가는 도중에.
자신의 몸무게와 전일도의 몸무게까지 한 번에 받아내게 된 동주는 하늘이 뒤집히는 걸 느끼고
뻐억 콘크리트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쳐박히며 그대로 기절했다.
바닥에 널부러져 팔다리를 덜덜 떠는 동주.
그걸 무심하게 바라보며 전일도는 안쪽 방으로 도망친 박지철을 따라갔다.
만능 스포츠걸 영선의 아버지, 전일도.
영선의 유전자가 어디서 왔겠는가?
그레코로만 레슬링 무패 챔피언. 일본 MMA 무제한급 전승.
상대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서 결국 은퇴했지만 아직도 그는 살아 있는 재앙이다.
그런 전일도의 딸을 건드리다니. 박지철이라고 했나?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콰앙, 콰앙! 문을 발로 찼다.
안쪽 사무실 문을 걸어잠구고 바리게이트를 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발차기 두 번만에 문이 쪼개진다. 샤이닝 마냥 안쪽을 들여다봤다.
"힉, 히이이이익!"
전일도와 눈이 마주친 박지철은 비명을 지르며 망설임 없이 2층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동주가 정리당하다니, 다음은 자기 차례다. 그렇게 되느니!
"크아아악!"
뛰어내리며 자세가 잘못됐는지, 발목이 시큰거렸다.
하지만 쩔뚝거리면서 도망쳤다. 저 곰한테 잡히면 분명히 죽는다.
젠장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지!
도로를 달린다. 뒤에서 목소리가, 발소리가 들린다.
"제, 젠장!!!"
그 때 가까운 경찰서가 눈에 띄었다.
시체를 숨기려면 무덤에 라는 말처럼. 일부러 사무실을 경찰서 가까이 잡았다.
그리고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중. 저기까지만 가면!
"저, 저 좀 살려주십시오!"
박지철은 다리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혹사해가며 경찰서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마음이 턱 풀렸다. 박지철은 바닥을 기며 경관들에게 사정했다.
"누가 쫒아옵니다! 미친 놈이에요!"
그런데. 자신을 보는 경관들의 눈이 이상하다.
들고 있는 서류와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중.
"왜, 왜 그러십니까?"
박지철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경찰서 안을 둘러봤다.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저 쪽 구석에 줄줄이 앉아 있는 여섯 명.
얼굴이 퉁퉁 부어있지만 다들 아는 놈들.
자신의 부하다.
그리고 저 근처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둘도 낯이 익다.
사진으로 본 영선과 민수?
'서 설마?'
운도 지지리도 없이, 체포된 부하들이 잡혀온 경찰서로 도망쳐 들어온 것이다.
범의 아가리로 들어온 셈. 박지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을 가리고 몸을 돌렸다.
"아니, 아닙니다"
박지철은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문 앞에, 곰 한 마리가 서 있다.
"아 아아아."
곰이 문을 열고, 뚜벅뚜벅 들어온다.
그러며, 그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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