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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48화 (148/358)

〈 148화 〉 145. 니모나

* * *

“샤를! 세상에! 무슨 일이야!”

깜짝 놀라서 샤를을 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불빛 한 점 없는 창고는 완전한 암흑. 손이 연신 헛손질을 했다.

“젠장, 스위치! 스위치!”

샤를을 찾아도 빛이 없다면 문을 찾지 못한다. 나는 벽면에 위치할 전등 스위치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잡히는 게 없었다.

“젠장, 불, 불 좀 켜줘요! 유다 누나!”

반짝.

갑자기 손목의 타투가 희게 빛났다. 어라? 원래 이런 색이었나? 파란 색 계열 아냐? 그리고 블랙라이트 받아서 빛이 나는 거 아니었나?

하지만 한가하게 원인 분석따위 할 시간이 없다. 일단 빛이 생기니 샤를이 어디 있는 지 찾을 수 있었다. 등에 업고 문을 향해 달렸다. 마침 내 목소리를 들은 유다 누나가 달려와 열어줬다.

“샤를! 괜찮아?”

샤를을 소파에 눕히고 손발을 주물러 주며 계속 이름을 불렀다.

“샤를, 샤를!”

반응 없이 으응­ 하는 신음소리만 냈다. 보통 때도 흰 피부였지만 지금은 아예 시체처럼 창백하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뭐지? 뭐가 잘못된 거지? 샤를이 한 계약에 문제가 있는 건가? 마법이란 걸 아예 모르니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가슴 속에 숯불을 들이부은 듯한 격통.

몸도 차다. 유다 누나에게 무릎담요를 얻어 몸 위에 덮어주고 연신 손을 쓸었다. 그래도 깨어나지 않기에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했는데 샤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샤를! 괜찮아?”

젠장! 간 떨어질 뻔 했네! 나는 누운 샤를을 껴안고 숨을 내쉬었다.

샤를도 내 팔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많이 힘든 듯 했다. 샤를이 진정하자 겨우 물어봤다.

“샤를. 대체 무슨 일이었던 거야?”

“잠시만요... 좀 어지러워서.”

샤를이 몸을 일으키자 유다 누나가 따뜻한 허브티를 가져왔다. 샤를은 창백한 미소를 띄우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 모금 홀짝거리고 두통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면요­”

설계상으로 마나 팔찌는 샤를이 가진 마력 양의 10% 정도만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마나 팔찌 문신이 훨씬 많은 마력을 담을 수 있었다.

샤를과 강민이 마나 공유 계약을 맺는 순간, 둘의 마나가 동일해질 때까지 강민에게 빨려나간다. 삼투압 현상처럼, 농도를 맞추려고. 원래대로라면 마력을 더 담을 수 없으니 10%를 가져가고 끝나야 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가져간다.

그 탓에 샤를이 마나 빈혈 현상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게 샤를이 말한 요지였다.

나는 걱정스레 내 팔목을 바라봤다. 설계 구조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담고 있다고? 그럼 체르노빌 원자로 같은 상황 아닌가? 샤를도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내 손목을 살폈다.

“잠시만요. 어디서 잘못됐는지 한 번 볼게요.”

그러며 마력의 흐름을 점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이 더 정교해졌다고 해야 할까.

‘왜지?’

샤를은 내 손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고리를 살폈다. 선이 빠진 부분도 없고, 획수가 부족한 부분도 없고. 구조는 완벽했는데, 어째서­

그때 팔목의 팔찌 아래 새겨진 이름들에 눈이 갔다.

Sharle, Yuda

이 스펠링에도 마나가 흐르고 있다. 설마. 샤를은 기쁨으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뭐야, 무슨 문제 있어?”

“아뇨. 문제는 아니고­ 이거 크라바트 효과네요.”

“크라바트 효과? 그게 뭔데?”

내가 묻자 샤를은 얼굴을 붉히고 이야기를 돌렸다.

“별 건 아니고. 그냥 마법의 효과가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돼요.”

크라바트. 옛날 한 마법사가 썼던 수필 민담집.

크라바트에서 남주인공은 마을 처녀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땋은 머리카락 반지를 받고 마력이 두 배 가까이 강해진다.

반지의 힘을 빌린 남주인공이 악마와 계약한 자신의 주인을 방앗간 절구에 넣고 빻아버리는 호쾌한 결말이 특징이다.

크라바트 효과의 요지는, 주술에 사랑이 담겨 있으면 훨씬 강해진다는 거다.

강민이 팔목 문신 아래에 샤를의 이름과 유다의 이름을 새김으로써 마법적 효과가 훨씬 강해졌다는 것.

샤를은 그 사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쿵쾅대는 가슴을 내리누르며 강민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오빠가... 나를. 주술적 효과가 날 정도로. 좋아한다 이거지...’

저절로 입꼬리에 웃음이 떠오른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이리저리 비비며 웃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갑자기 강민의 자신의 손목을 보다 아차 하고 말했다.

“... 영선 누나 이름을 빼먹었네?”

유다가 바로 강민에게 말했다.

“손 내.”

강민이 머뭇거리며 몸을 뺐다.

“잠깐만. 제가 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나중에 영선 누나가 자기 이름 없으면 어떤 반응 보일 지 궁금해서...”

유다가 강민을 차갑게 노려봤다. 남을 따돌리는 건 안된다는 듯한 단호함이었다. 강민은 깨갱하고 손을 내밀었다.

“넵.”

얌전히 손을 내밀어 Yungsun 이란 타투를 받는다. 그런데 그 순간, 그 곳에도 마력이 흘러간다.

샤를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뭐야, 영선 언니 이름에도 반응한다고...? 저 타투 중, 누구의 이름에 마력이 가장 많이 깃들어 있는 걸까...?’

입술을 뚱하게 내밀고 쳐다보자 강민이 당황해 말했다.

“샤를. 왜 갑자기? 또 어지러워?”

“별 일 아니예요.”

그러면서 이불을 감싸고 눕는다.

‘음... 왜지? 무슨 일 있나...?’

잘 모르겠군. 고개를 갸웃하다가, 일단 마나 팔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일단... 시험좀 해볼게.”

촬영 마법을 가동한다. 샤를이랑 손잡고 마력을 공유하고 있을 때 작동법은 얼추 익혀 놨었다.

그리고 직접 이곳저곳을 찍어 봤다.

“음. 유다 누나. 혀 한번 내밀어 보실래요?”

“이, 이렇게­?”

내 말에 순순히 혀를 내민다. 뱀처럼 이리저리 양 끝이 꼬이고, 그 끝의 피어싱에 침이 살짝 맺힌다.

정말 음란하네...

그 영상을 가공해 바로 폰에 전송하고, 유다 누나에게 보여준다. 누나가 깜짝 놀라 물었다.

“어? 언제 찍은거야? 게다가 폰에 바로 온다고?”

“이게 마법으로 찍고 있는 거거든요?”

유다 누나가 헤에, 하고 입을 벌렸다. 그런 누나의 귀에 속삭였다.

‘누나 엉덩이로 할 때, 이걸로 촬영해봐도 돼요?’

순식간에 유다 누나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D컵 가슴 위의 피부까지 달아오른 상태. 아무 말도 못하고 자신의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치마 무릎만 콱 움켜쥔다.

‘음... 이건 어디 올릴 건 아니지만. 촬영해 놓으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유다 누나의 애널 첫경험때 어떨 지, 다시 보고 싶거든. 샤를의 애널 첫경험도 다시 볼 때마다 자지가 바짝바짝 서는데.

‘아차, 그러고 보니 예림이 모습으로 애널 처녀 뚫는 것도 마저 해야 하는데...’

할 일이 많다. 남은 일들을 체크해봤다.

일단 성당기사단 이야기 해결했고. 나 혼자 있을때 촬영 어떻게 할지도 마력 팔찌 받아서 괜찮고.

샤를도 내가 문신하고 나서는 기분이 훨씬 나아 보이고.

그럼 이제 남은 건 니모나를 어떻게 조교하느냐인데...

그런 것에 관해서라면. 완벽하지. 미리 생각해 놓은 게 있다.

***

“그래서, 촬영 조건이 뭐라고?”

“박성연 씨가 말하길, 촬영할 땐 성지현으로 불러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약지에 반지는 절대 빼는 거 금지.”

“빼라고 해도 안 빼. 걱정 마.”

“그리고 촬영 컨셉은 박성연이 진 빚 갚으려고 저한테 몸 파는 거고. 결혼은 했지만 남자친구와는 섹스 한번 해 본 적 없고. 영상 첫 부분에 두 분 사이좋게 찍었던 녹화영상 몇개 들어갈 거구요­ 블라블라­ 블라블라­”

강민이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 중이었지만 니모나의 머릿속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경악에 빠져 강민의 손목을 쳐다볼 뿐.

‘미친, 서큐버스가 마력 공유의 마법진을 새겨줬다고? 미친 년... 남자 좆에 얼마나 미쳤으면 저딴 짓거리를 하는 건지. 진짜 기겁스럽다.’

니모나가 혀를 쯧쯧 찼다. 심지어 기둥으로 세운 룬은 안스르, 지푸, 니이드. 그리고 마지막의 에오로. 보호와 사랑, 위급할 때의 힘­ 자기 희생까지­

강민의 목숨이 위험할 땐 샤를의 마나를 간당간당할 때까지 빌려 써도 괜찮을 정도로 묶어 놨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신체포기각서를 한 장 써준 셈. 니모나는 그걸 보다가 어이가 없어 강민의 이야기를 끊고 물었다.

“야, 너는 그 서큐버스랑 무슨 사이냐?

“글쎄. 한 침대 쓰는 사이?”

“그런 걸로 그렇게까지 해 준다고?”

강민은 잠깐 멈칫했다. 샤를의 애정공세가 좀 과하긴 하지? 하지만 나도 많이 좋아하는데 뭐 어때서? 같이 붙어 사는 동안 정도 엄청 들었고. 데이트도 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섹스하고.

그리고 박성연의 어두컴컴한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앞에서 지켜주고 싶었고, 곰팡이에 찌든 부모님의 집을 보여줬을 때 샤를이 이런 건 말해달라고 울먹거렸고.

가장 어둡고, 음침한 욕망을 다 보여줬는데도 받아주고.

이미 많은 걸 공유하고 있었다. 샤를의 잠버릇은 자면서 꼭 껴안는 것까지.

“원래 연애란 게 그런 거 아닌가요?”

“야, 룬을 저 모양으로 썼는데? 저건 그냥... 됐다. 그만하자.”

니모나는 말하려다 기가 차서 손을 흔들었다. 저건 자기처럼 깊은 죄의식이 섞여 있는 사람이나 쓸 법한 질척질척한 룬이다.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갚아주고 싶은 자가 쓰는 룬.

‘그 서큐버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니모나는 생각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다. 내 팔자에 무슨 남 걱정이야. 내일 저 남자랑 몸 섞어야 할 텐데.

역겨움에 이마가 저절로 찌푸러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남편을 낫게 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 하겠냐.

‘남편, 남편이래...’

니모나는 히죽거리다가, 강민을 밖으로 쫒아냈다. 그러며 침대를 이리저리 굴렀다.

“남자랑, 몸 섞는다라...근데 정확히 뭘 하는 거야?”

니모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흐트러트리며 생각했다.

니모나도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냥 서큐버스가 모아오는 마력을 취하며, 언니나 부모님이 하는 말을 따라했을 뿐. 더러운 년들. 가랑이 싼 년들. 남자랑 뒹굴 생각을 하다니.

그저 혐오감을 학습했을 뿐,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모른다. 옛날 백인들이 더러운 깜둥이를 관습적으로 욕하고 같은 버스에, 같은 식당에 자리하는 것조차 참아줄 수 없던 걸 부모에게 배웠던 것처럼.

“...역겨워.”

그렇게 말하며 니모나는 무릎을 접었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게 역겨움이 아니라 공포라는 사실도 모르고.

니모나는 내일, 공포에 대면하며 엉엉 울게 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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