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140.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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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들은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갈지 모를 정도로 샤를을 흘끔거렸다. 나도 샤를에게 슬쩍 눈치를 줬다.
'너무 급작스레 밝힌 거 아냐? 좀 더 시간을 두고 밝히는 게 낫지 않았겠어?'
'하지만... 저도 이제 예림이 얼굴로 사는 건 싫다구요!'
엄마를 뵙고 온 후 샤를이 유독 투정을 부렸다. 평생 예림이 얼굴로 살 게 아니면 하루빨리 본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폰허브 영상도 몇편 내로 빠르게 끝내고 직접 출현하고 싶단다.
그래도 유다 누나랑 영선 누나가 놀라지 않겠냐 이야기해봤지만 샤를은 완고했다. 이런 건 빨리 말할수록 좋은 거라고 우겼다.
내가 예림이 생각을 하는 자체가 싫은 듯 했다.
나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 나도 예림이 생각은 이제 졸업하고 샤를한테 집중해야지. 앞뒤 다 따인 음란한 여자애 생각을 해서 뭐해. 나한텐 지금 샤를이 있는데. 예림이가 예쁘고 친절하긴 했지만, 이젠 잊자. 그렇게 다짐하며 자신의 본 모습으로 육화하라고 해 줬다(문신은 그대로 두고 말야).
그럼 남은 건, 이 둘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인데...
"놀랐죠?"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라니. 처음 봤어..."
"진짜 악마가 있다는 거 알면 울 엄마는 교회 주 세번 나가시겠네."
하지만 그렇게까지 놀라운 건 아닌듯 했다. 미드라던가, 영화에서도 끊임없이 다뤘고 성경에도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둘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이제 관심이 성당 기사단에게 쏠렸다.
"그래서, 성당 기사단이 박성연이란 아저씨를 작살내 놨다는 거네?"
"우리도 악마랑 계약했으니까 큰일나는 거 아냐...?"
하지만 샤를이 필사적으로 손을 저었다.
"그렇진 않을 거예요! 그 리림은 인간을 습격해서 벌을 받은 거고! 두 분 다 아무 것도 안 했잖아요?"
그건 그래. 고개를 끄덕이다가, 영선 누나가 샤를이 괘씸한지 볼을 잡고 주욱 늘렸다.
"그런 건 진작 말했어야지이"
모찌떡처럼 쭈욱 늘어났다. 유다 누나도 시무룩해져서 이야기했다.
"샤를, 실망이야... 우리 친구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도 안 하고 힌트도 없고..."
"죄송해요오..."
샤를이 울상이 되서 열심히 사죄했다. 다행히 둘은 샤를 괴롭히는 걸 금방 멈추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그래서. 악마는 마법도 쓸 수 있는 거야?"
"네. 외형 변신이라던가. 상대방에게 손을 대서 기억을 읽는다던가. 아니면... 저랑 강민 오빠 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때 인식 저해를 걸거나 해요."
"너네, 영상도 찍었어?"
이번엔 유다 누나가 놀라며 날 쳐다봤다. 나는 볼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음. 뭐... 유다 누나 없을때만요. 찍어서 폰허브에 올려서 돈 벌고 그러죠. 걱정 마요. 누나가 싫다면 안 찍을게요."
순식간에 유다 누나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왜 나는 안 찍었어 나만 빼놓고 란 배신감과 날 생각해서 안 찍어 준 거야? 라는 마음이 뒤섞인 표정. 어라. 왠지 밀어붙이면 찍어도 오케이 할 것 같은데. 나중에 애널 처녀 관통식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영선 누나는...
'젠장. 엄청나게 관심 간다는 표정인데.'
누나는 요새 자꾸 내 폰으로 영상을 보내거나 한다. 올리지만 않을 뿐이지 촬영 ok.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ok. 그런데 인식 저해가 되는 걸 안다면 자신의 영상도 올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뭐. 내 폰허브에 배우 한 명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지. 그리고 내 짐작이 맞는지, 영선 누나가 카톡으로 영상 링크좀 보내달라고 했다. 내 폰허브 계정을 알려줬다.
나중에 집에 가서 보거나 하겠지. 그럼 이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 건가 싶었는데 영선 누나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기에 여자 한 명이 더 온다고? 마법사 아저씨랑 결혼한 유부녀가?"
아니, 그 말이 맞기는 한데...
"그 여자도 악마고. 그냥 마력 모으려고 오는 거에요! 누나들처럼 여자친구 관계가 아니라! 그냥 폰허브 배우처럼!"
"못 믿겠어..."
누나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세웠던 미래 계획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살긴 하지만! 니모나는 금토일엔 남편 보러 강원도로 올라갈 거구요!"
"저봐 저봐!! 벌써부터 친근하게 이름 부르는 거!"
"그 리림! 샤를이랑 사이도 안 좋아요! 저도 그 여자 마음에 안 들구요!만나자마자 샤를 무시하고 욕했다구요! 제가 그 여자 좋아할 일 절대 없습니다! 여자친구 같은 거 될 일 없어요!!"
하지만 누나들은 여전히 맘에 들지 않아했다.
"그 여자가 너한테 반하면?"
"예? 유부녀가 그럴 일 있겠어요?"
"없긴 왜 없어! 우리 도장에 운동하러 오는 유부녀들 중에 오빠들한테 은근히 눈치 주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
"신혼인데 그러겠어요... 그리고 제가 뭐 잘난 게 있다고."
그러자 누나들, 샤를까지 내 귀에 들리지 않게 모여서 뭐라뭐라 이야기를 했다.
'저렇게 지각 없는게 꼴보기 싫네요.'
'관심없는척 하는 거라니까. 저거 완전 여우임.'
'나만 봐주면 좋을 텐데...'
유다 누나가 눈치없는 소릴 했는지 뺨을 꼬집히는 중이다. 셋이서 무슨 이야길 하는 거람?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하는 중인가?
'아무래도 강민이, 무슨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지 않아?'
영선 누나는 기대감 반, 불안함 반으로 날 보고.
'맞아요. 혹시 진짜... 막... 절 성욕 처리용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거 아닐지... 갑자기 니모나로 갈아탄다던가..."
샤를은 불안한 눈으로 날 흘끔거렸다.
'나, 난 돈 받아도 나만 봐 주면 좋긴 하지만...'
유다 누나는 절박하게 쳐다본다.
'''그래도, 강민이가 우릴 어떻게 생각하는 진, 알고 싶어 새 여자를 들이는 이유도!!!'''
셋은 쑥덕쑥덕 이야길 하더니, 갑자기 냉장고에서 소주와 맥주를 꺼냈다. 그러며 오후 네시부터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오늘은 이사 온 기쁜 날이니까! 마시자!"
뭐. 얼떨결에 마무리된 감은 있지만, 잘 된 건가?
"강민아! 이사하느라 고생했어!! 받아!!"
"오빠, 제 잔도요!!"
나는 음흉한 속셈이 있는 세 여자의 속도 모르고 열심히 소맥을 들이켰다. 술이 몇 바퀴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누나아 저만, 아헙 잔, 연속으로 마신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자, 봐. 너 한잔. 나 한잔. 너 한잔. 유다 언니 한잔. 너 한잔. 샤를 한 잔. 딱 맞잖아!"
"그, 그런가아"
뇌가 빙빙 돈다.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하다. 혀가 빙빙 꼬이고 세상이 빙빙 돈다. 그걸 본 영선누나가 씨익 웃었다.
"오, 강민이 뻗었다. 나 먼저 물어볼래."
영선 누나가 내 귓가에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속삭였다. 애달픈 표정이었다.
"강민아. 너랑 나랑... 무슨 사이야...?"
"이사 도와주는, 고마운 누나지이~ 그리고. 섹스, 파트너고... 운동도 도와주고~"
누나의 표정이 굳어진다. 머뭇거리다가 물어봤다.
"나, 나도 샤를처럼... 여자친구 하면 안 돼?"
귀여워라. 하긴. 안 될게 뭐 잇어.
"아, 아랏서요여자친구. 좋아요."
"녹음했다. 너 나중에 다른말 하기만 해봐..."
영선 누나가 배시시 웃으며 뒤로 빠졌다.
그 다음은 유다 누나가 달라붙어 질문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자긴 뭐냐고 물었다. 나도 냉큼 답했다.
"누난... 이미, 여자친구잖아요..."
유다 누나도 화색이 돈다.
그럼 이제... 샤를만... 남았나...? 무슨 질문 하려나?
샤를이 옆에 와서 속삭였다.
"오빠. 저랑... 결혼할 생각 있어요...?"
뭐? 술에 꼴아서 입력이 잘 안 된다. 결혼이라고? 그러자 샤를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중얼거렸다.
"저번에, 어머님도 뵀고... 집 구할 때 신혼부부냐고 물었는데 싫지 않은 표정이구... 여기도 신혼 집 같으니까..."
몰라. 이건 술에 취해서는 대답 못할 것 같은데... 누나들도 샤를을 내 옆에서 뜯어내 취조를 시작했다. 둘 모두 기겁한 상태.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너 강민이 어머님 뵙고 왔어? 구리고 결혼이라니! 말도 안 돼!!"
"치사해...!!! 나도, 나도...!!"
"아, 언니! 그냥 물어본 거라구요!"
셋이 열심히 써우지만 내 귀엔 들리지 않는다. 셋이서 싸우는 걸 자장가 삼아 내 머릿속은 스위치를 끌 준비를 한다. 소맥 세 병은 너무 심한 거 아냐? 심지어 엄청 투명했다고...
그러다 내 폰에서 카톡, 소리가 울렸다. 샤를이 그걸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강민 오빠 어머님한테서 카톡 왔어요! 언니들도 보고싶지 않아요?"
순간적으로 취조가 멈췄다. 그 틈을 타 샤를이 내 폰에 지문 인식을 했다. 유다 누나가 깜짝 놀라 물었다.
"으응? 너네 둘, 폰 비번도 공유해?"
그러자 샤를은 배시시 웃었다.
"그건 아니구... 예전에 패턴 봐서 뚫었거든요. 인증에 제 손가락 등록해 놓고, 언제든지 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해놨어요."
"그, 그럴 필요까지 있나? 그냥 믿으면 안 돼?"
영선 누나가 좀 깬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샤를은 요지부동.
"너무 불안해서... 혹시 유다 언니나 영선 언니 빼고 다른 여자 만나는 건 아닌지. 어머님한테 안좋은 소리 하는 건 아닌지..."
"... 너 괜히 악마가 아니구나?"
"좋은 방법이네...!"
아니, 유다 누나. 좋은 방법이라뇨 거의 범죄 아닙니까?
하지만 내 눈이 저절로 감긴다. 아마 술을 너무 마셔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건 기억 못할 것 같아...
샤를... 너 의외로, 귀여운 얼굴에 비해 집착적인 면이, 있
그리고. 암전.
꿈 속에서 샤를이 날 냉장고 속에 집어넣는 꿈을 꿨다.
'이제 오빠 집은... 냉장고 안이에요...'
냉장고 멈춰!!!! 으악!!!
눈을 다시 떴을 땐 세 여자와 같은 침대 위였다. 아으... 머리야... 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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