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135. 4일 연속 데이트는 힘들지
* * *
우린 모텔에서 느지막이 일어났다. 유다 누나는 이쪽으로 오라며 날 끌어당겼다.
“누나, 일어났어요?”
“응...”
“잠깐 저 씻고 올게요.”
자고 일어나니 몸이 끈적거려서 씻고 싶었다. 하지만 유다 누나는 나를 꽈악 붙잡았다.
“가지 마”
“알았어요.”
문신이 가득한 팔이 날 감싸고, 다리로도 내 몸을 꽉 붙잡고 있다. 애처롭게 날 붙잡길래 씻는 걸 포기하고 그냥 껴안고 좀 더 노닥거렸다.
아침 해가 드는 침대에서 보니까, 유다 누나의 문신이 새삼 대단하다. 가슴, 팔 피어싱도 그렇고. 몸매도 살짝 슬렌더하면서 가슴만 크고.
그러면서 어젠 버리지 말아달라고 울었다. 격렬한 정사가 기억나자 자지가 다시 설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유다 누나랑 더 놀면 안 돼! 오후 일정이 엉망이 될 거라고!
섹스 대신 유다 누나가 받아들일 만한 일을 제시했다.
“누나, 그럼 같이 씻고, 아침 먹으러 갈래요?”
“응... 좋아...”
유다 누나는 아무래도 저혈압이 있는지, 아침엔 눈을 비비며 눈도 제대로 못 떴다. 손을 잡고 욕조에 들어가 내가 거의 씻겨주다시피 했다.
샤를이나 영선 누나랑은 또 다른 모습. 묘하게 물가에 내놓은 애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해진다. 가장 어른이면서 이렇게 약하면 어떻게 해!
물 밖으로 나와 몸까지 닦아주자 그제서야 정신을 좀 차린다. 문신을 두드려 물을 닦아주자(예전에 유다 누나가 준 문신 주의 가이드에서 봤다. 문신 쪽은 두드려 주는 게 좋다고) ‘오래 되서 그럴 필요까진 없어, 하지만 고마워'하며 배시시 웃는다.
“밥 먹으러 나가죠!”
저번에 샤를과 같이 아침 먹었던 가게다. 그 때 샤를이 노팬티인 상태라 재밌었는데.
이번엔 유다 누나니까 그렇게까진 못하지. 뼈해장국을 먹고 택시에 태웠다.
“강민아, 데이트해줘서 고마워 누나는 아무래도 집 가서, 좀 더 자야겠어”
피곤한 듯 유다 누나의 안경이 축 내려와 있었다. 역시 어제 다섯 번? 섹스한 건 유다 누나한테 버거운 듯 했다.
“조심히 들어가요. 가서 연락하구.”
“응”
다행히 난 피곤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최근에 운동을 열심히 한 효과가 있나 본데. 만약 피곤했다면 이런 낭패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이젠 영선 누나랑 데이트였으니까.
‘4일 연속 여자랑 데이트라니... 좋긴 한데... 쉬고 싶기도 하다...’
강릉 가기, 신혼집 구하기, 유다 누나와 데이트, 그리고 영선 누나까지. 이런 하드코어한 일정은 오랜만인데.
하지만 배부른 소리를 할 순 없지! 나는 내 양 뺨을 짝 쳤다. 남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상황 아닌가! 손에 꼽히는 미녀들과(특히 내 마음대로 해 주는) 섹스를 하면서 이렇게 처질 순 없다.
그리고 영선 누나랑 이따가 할 플레이가 기대되기도 하고.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영선 누나가 내린다는 정류장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뛰어 올 거리일텐데, 얼마나 날 만나고 싶은 건지. 핫핫. 아, 저 택시인가?’
영선 누나가 사슴같은 다리를 뽐내며 내렸다. 그러다 나를 보고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달려와 날 껴안았다.
“강민아! 보고 싶었어!”
그러며 볼에 쪽, 뽀뽀한다. 하긴. 강원도 갔다 오느라 연락도 제대로 못했지. 영선 누나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주변 시선이 쏟아졌다.
“저도 보고싶었어요. 누나.”
“진짜아~?”
히죽히죽 웃으며 내 팔짱을 꼈다.
오늘은 움직이기 편한 운동용 레깅스와 튜브탑. 그리고 보스턴백. 갈색으로 예쁘게 탄 피부
“오늘도 예쁘네요, 누나. 근데 너무 다 드러나는 거 아니예요?”
영선 누나의 팽팽한 엉덩이를 다른 남자들의 눈이 쓱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강민이 너 노출 많은 거 좋아하잖아. 아까부터 배꼽이랑 복근 보고 있던 거 다 들켰는데.”
그러며 슬쩍, 내 손을 끌어 보지둔덕 위로 가져간다. 교묘하게 몸으로 남들의 시선을 가리고 레깅스 위를 내 손으로 덮었다.
적나라한 도끼자국이 손으로 느껴졌다. 당황한 내 귀에 달콤한 한숨을 불어넣었다.
‘이런 것도 좋아하지? 밖에서 만지고, 남들 안 볼때 장난치는 것도?’
영선 누나, 안 본 사이에 더 대담해졌네...
내가 살짝 쓰다듬자 흐응♥, 하는 신음을 낸다. 그러다 주변의 눈치를 보며 손을 잡아 허리에 두르게 만들고, 내게 속삭였다.
‘그래도 오늘은 샤를이나 언니처럼, 데이트 할 거야. 모텔 가기 전까진, 나한테 친절하게 해줘야 해’
뭐. 그러지. 어차피 모텔 들어가면 엉엉 울텐데, 그 전까진 상냥하게 데이트 해야겠다!
“좋아요. 계획 짜왔는데. 누나가 마음에 들어하려나?”
“흠, 한번 가 볼까!”
내가 안내한 곳을 본 영선 누나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여기 안 그래도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시내에 생긴 클라이밍장이다. 워낙에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영선 누나니까 취향에 맞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답인 듯 했다.
폴짝폴짝 뛰어들어가, 신발을 갈아신고 손에 익숙하게 초크를 바른다.
“누나, 전에 해 본 적 있어요?”
“아니. 그런데 요령은 비슷하겠지 뭐. 턱걸이 그런 거 아냐?”
그러며 바로 벽에 붙었다. 설명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말하려 했지만, 누나는 잘 갈라진 등 근육을 자랑하며 벽을 스파이더맨처럼 올라갔다.
“세상에.”
내가 초보자 코스에서 쩔쩔맬 동안, 누나는 중급자 코스의 꼭대기를 쉽게 찍고 내려왔다. 그러더니 자일 연결법을 직원에게 물어보고, 혼자 140도 각도의 벽에 매달렸다. 마치 중력이 없는 것처럼 성큼성큼 벽을 탄다.
특히 두 손으로 매달린 채, 양 발을 유연하게 쫙 벌려 거꾸로 벽에 매달리자 직원도 입을 떡 벌렸다.
“저, 혹시 저 분 클라이밍 선수신가요?”
코치가 와서 물어봤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코치는 의아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정도면 선수급인데. 근육 갈라진 것도 그렇고. 자세도 그렇고.”
“아, 복싱 선출이예요. 주짓수라던가 MMA도 하고. 운동 류는 다 잘해서.”
“어쩐지.”
그 뒤로 한참동안 운동하면서도, 눈으로 영선 누나의 등 뒤를 쫒았다.
매일 나한테 엉엉 울면서 후장으로 당하는 누나가 밖에선 엘리트 체육 선수라니. 그 갭에 자지가 바짝 설 것 같았다.
‘젠장, 공공장소에서 발기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누나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자일을 타고 내려와, 머리끈을 입에 물고 머리카락을 뒤로 모으는 영선 누나의 뒷모습은 정말 섹시했다. 목선을 타고 흐르는 땀과 튜브탑 아래로 도드라지는 부푼 가슴.
내 쪽을 보며, 손에 초크를 묻히고 손을 팡팡 터는것도. 그리고 레깅스 아래로 드러나는 근육으로 꽉 잡힌 엉덩이 근육까지.
지금 당장이라도 모텔로 들어가서, 정신 못 차리고 엉엉 울 때까지 항문을 범해주고싶다. 누나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옆으로 다가왔다.
“마무리 스트레칭을 잘 해야지.”
날 앉혀놓고, 뒤에서 허리를 밀어주며 속삭인다.
‘강민아... 그렇게 나 쳐다보면 어떻게 해... 나, 젖는단 말야... 이따가, 모텔 가서 괴롭히면 되잖아...’
누나도 나랑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모텔로 들어가 내 밑에 깔리고 싶은 모양.
“누나, 지금 모텔 갈래요?”
누나는 입술을 깨물고 진지하게 고민하다,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싫어 그래도, 낮까지는 데이트하고 싶단 말야’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을 안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둘 다 운동으로 흠뻑 젖었다. 샤워를 마친 영선 누나의 얼굴은 비에 씻겨나간 식물처럼, 훨씬 싱그럽게 변해 있었다. 방긋방긋 웃는 해바라기처럼.
아, 빨리 저 얼굴을 쾌락과 흥분으로 일그러지게 만들고 싶다. 그 마음을 꾹 참고 같이 손을 잡고 시내 음식점 거리로 향했다.
“누나, 뭐 점심으로 땡기는 거 있어요?”
그러자 얼굴을 붉히고, 여우처럼 몸을 배배 꼬며 웃다 속삭였다.
“음 강민이, 너?”
어우. 세다. 나는 웃으며 뭐예요, 누나. 이러며 손을 더 꽈악 잡았다. 그러다 우린 길 한복판에서 시끄러운 인파와 마주쳤다.
“자, 자! 만원에 오 분! 스트레스 해소에 딱 좋습니다!”
“뭐야?”
영선 누나는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눈을 크게 떴다. 인파 안 쪽을 보니 와이셔츠 입은 남자가 글러브를 끼고 헉헉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호장구를 찬 남자가 기운차게 외친다.
“자, 형님! 좀더! 원투원투!”
자기 헤드기어의 턱 부분을 턱턱 치며 도발한다. 와이셔츠 남자가 으아아! 소리를 지르며 붕붕펀치를 날렸지만 위빙으로 휙휙 피한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길거리 복싱 같은데요?”
하지만 영선 누나는 보호대 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하... 이런 거 하는 놈들은 왜 다 저 모양이야?”
“뭐가요?”
“잘 봐봐.”
자세히 보니 보호장구를 끼고 있는 남자가 와이셔츠 입은 남자를 글러브로 툭툭 친다. 맞고 있는 남자는 기분이 상당히 상한 듯 반격을 했지만 가드당하고, 다시 머리를 툭툭 얻어맞는다.
아무래도 돈을 내고 맞고 있는 꼴이다.
“실력 차이도 나는데, 저런 짓 하면 손님이 기분 좋겠어? 영 상도덕이 없네.”
마침 5분이 끝났는지, 와이셔츠가 글러브를 벗고 땀을 닦았다. 기분이 상했는지 돈을 내동댕이치고 바로 가 버린다.
“자, 한 분 끝나셨고! 다음 분 계신가요!”
“강민아, 잠깐 들고 있어.”
누나가 보스턴 백을 넘겨주고, 오천원짜리 한 장을 들고 들어갔다. 아무래도 버릇을 고쳐주려나 본데...
“오, 여성분이시네요! 이야, 몸매도 좋으시고!”
가운데 보호장구를 낀 놈이 시시덕거렸다. 하지만 영선 누나는 아무 말 없이 글러브를 끼고 바로 자세를 잡았다.
“복싱 좀 하셨나 봐요? 자세가”
“가드 올려. 3초 준다.”
“예? 허, 참. 뭔 별 허세가”
안타깝게도 기회를 걷어차 버린 건 그 놈이었다. 영선 누나가 스위치 인, 스위치 아웃으로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시야의 밖에서 바로 헤드기어 턱 부분을 후려쳤다.
우득, 소리가 들릴 정도로 목이 돌아갔다. 바닥에 보호장구를 찬 놈이 구르자 주변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와! 방금 뭐야?”
“미쳤다! 소리 들었어?”
영선 누나가 그 위로 몸을 숙여 뱉듯이 말했다.
“야. 서비스 할 거면 제대로 해. 괜히 손님들 기분 나쁘게 하지 말고. 복싱 이미지 좆같이 만들면 전부 다 피보는 거 몰라?”
“으으으... 시발, 너 누군데...”
“알 필요 없고.”
누나는 글러브를 벗어던지고, 5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 같이 끼웠다.
“이걸로 파스나 사서 붙여라.”
그리고 뒤로 돌아 나한테 웃으며 걸어왔다.
“강민아, 미안. 기다렸...”
“조심해요!”
뒤에서, 보호장구를 낀 놈이 우악스럽게 달려드는 게 보였다. 영선 누나가 아무리 세다고 해도, 등 뒤에서 밀쳐지면 크게 다칠 수도 영선 누나를 밀치고 내가 끼어들었다. 젠장, 아프지 않았으면
쿠웅! 놈과 내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내가 튕겨져서 날아갔다. 아무래도 다칠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아픔은 오지 않았다. 그냥 쿠션과 좀 부딪힌 느낌. 눈을 떠 보자, 영선 누나가 내 허리와 머리를 받치고 간신히 받아낸 상태였다.
“야! 너, 위험하게괜찮아? 안 다쳤어?”
얼떨떨했다. 아무래도 영선 누나가 반사신경으로 날 구한 모양이였다.
“멍청아! 그러니까, 왜 끼어들어서!”
“에이, 누나가 다치는 것보다 제가 다치는 게 낫잖아요.”
그러자 순식간에 영선 누나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과,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
“너, 잠깐 기다려.”
그리고 보호장구를 낀 놈에게 다가갔다. 싸커킥을 날렸는지, 끄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와서는 새빨개진 얼굴로 날 일으키고 편의점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안이 벙벙해져서 물었다.
“뭐예요? 밥 안 먹을 거예요?”
“아, 데이트고 뭐고 필요없어. 밥도 모텔에서 대충 먹어.”
그러며 컵라면, 맥주 등등을 카트에 쑤셔넣는다.
“모텔이요?”
“아, 눈치없이 굴지 말고! 나! 너랑! 섹스하고 싶다고! 지금!”
편의점 안에서 크게 외친다.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쏠린다. 누나는 바로 등 뒤의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카운터로 날 끌고갔다.
“만족하냐, 이 변태야?”
“...네.”
그러며, 카운터에 물품을 내려놓고 내 손을 꽉 잡는다.
음...
영선 누나도, 뭐, 누가 지켜주고 이러니까. 좋은 가 보네. 오늘 점수좀 딴 건가...
그럼 모텔에서 푹 쉬면서 섹스할 수 있겠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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