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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34화 (134/358)

〈 134화 〉 131. 같은 모텔 열번 이용하면 한번 무료

* * *

하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 쿡쿡 웃으며 누나에게 말했다 .

“누나. 이러니까 저 진짜 쓰레기같은데요 ? 데이트 시작하자마자 돈 없다고 용돈 타 쓰고 ."

“아하하하, 그러네?”

누나도 이 상황이 웃긴지 입을 가리고 피식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용기를 끌어내 내 어깨에 기대며 속삭였다.

“그래서, 서방님. 뭐 먹을 거야? 사줄게.”

서방님이라. 허허... 이런 호칭은 또...신선하네...

“그래서, 뭐 먹을 거야 ? 사줄게.”

“음, 그럼 핫도그랑. 카라멜 팝콘. 콜라요. 누나는 카라멜 팝콘 좋아해요 ?”

“어니언 반 섞은 게 더 좋아 .”

“그럼 그렇게 해요 .”

누나가 카운터에서 사람을 불렀다 . 그런데 남자 알바가 다가왔다 . 순간 유다 누나의 몸이 떨렸다. 이런, 남자가 두려운 건 아직도 그대로인가 ­

옆으로 다가가서 어깨를 감싸고 카드를 받으려 했다 . 하지만 유다 누나는 힘들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팝콘이랑요­"

작은 목소리로 주문하고 손이 안 닿게 조심하며 카드를 건네줬다 . 조금 소심한 사람인가봐­ 하고 넘길 수 있을 정도. 깜짝 놀라 유다 누나에게 속삭였다.

“남자인데 괜찮아요?”

“응, 이 정도라면, 괜찮네.”

아직도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무섭지만 , 얼굴 보고 말할 정도는 됐나보다. 다행이다...

음식을 받아들고 상영관에 들어가 영화시작 전까지 가벼운 근황 이야기를 했다.

"누나, 이번에 샤를이랑 저 이사가요."

"헐, 진짜? 어떻게?"

"아시는 분이 전세 자금을 빌려줘서. 잘 됐죠?"

"잘 됐다!! 나중에 집들이 하자! 놀러가고 싶어!!"

유다 누나의 눈이 안경 너머로 반짝거렸다. 친구가 별로 없다 보니 우리랑 놀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소중한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초대할 테니까 같이 놀아요."

내 말에 기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 중 제일 연상이면서 하는 행동은 가장 어리단 말이지. 이런 점이 귀여운 거지만.

'근데 언제 시작하냐...'

핫도그를 깨물며 멍하니 영화 광고를 봤다. 더럽게 오래 광고하네! 내가 영화를 보러 온 건지, 광고를 보러 온 건지.

"팝콘도 먹어."

누나가 내 입에 팝콘을 넣어줬다. 샤를은 음식을 주면 보통 햄스터처럼 자기가 먹는데. 남이 먹여주는 것도 괜찮네?

"어니언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그래? 포카칩 초록만 먹어서 어니언은 어떨까 했는데. 다행이다. 아, 영화 시작하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등의 배우가 나왔다. 핵심적인 내용은 휴대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모든 통화, 카카오톡, 메일을 참가자들에게 공개하는 것.

스포가 될 지 몰라서 정확하게는 말 못하겠지만, 통화 한 통 올 때마다. 메일이 올 때마다, 이미지가 올 때마다 살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걸 남들에게 모조리 공개해야 한다니.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니 내 휴대폰 안에 영선 누나 주연의 애널 자위쇼가 가득한데. 만약 저런 게임을 하다 걸리면?

끔찍하겠네. 그리고 폰허브 환금 메일을 들켜도 지옥이겠고. 강민아, 너 폰허브에서 메일 왔는데? 등등으로 얼마나 놀림받을까.

절대 저 게임은 하지 말아야겠다.

'근데 이런 게임 같이 할 사람은...'

유다 누나. 영선 누나밖에 없네. 어차피 다 섹스까지 한 사이에 무슨 상관이람. 복학해서 이런 게임을 하면 몰라도. 나는 게임에 푹 빠져들어 영화를 관람했다.

엥, 마지막은 인셉션 오마주네??? 샤를이랑도 같이 보러 와야겠는데?

"재밌었다..."

나와 유다 누나는 멍한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이 영화 잘 만들었는데? 천만 찍겠네. 구성이 참 좋았다.

“누나. 우리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 좀 더 할까요?”

“그럴까?”

영화 동아리 사람으로써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영화 이야기를 더 해야겠어! 유다 누나와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마라샹궈. 나는 양고기 듬뿍 담고, 누나는 메추리알과 당면, 채소, 어묵 등을 선택했다.

"아, 칭따오랑 연태고량도 한 병이요."

유다 누나가 술도 주문했다.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벌써 한 잔을 만다.

"저번에 영선이가 가르쳐 줬잖아. 엄청 맛있더라. 자꾸 생각나."

그렇긴 해! 같이 배 향이 난다며 실컷 들이켰었지.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 우린 술을 들이키며 영화 내용에 대해 토론을 열심히 나눴다. 안타깝게도 좋은 토론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결혼한 남자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거 아냐!"

유다 누나의 남자 배우에 대한 지식은 괴멸적인 수준이었다. 작중 이름으로 자꾸 이야기하길래 내가 다 헷갈릴 지경. 하지만 술이 들어가니 그냥 재미있을 뿐이었다. 엄청 웃으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새 작중 등장하는 게임 이야기까지 나왔다.

"나랑 연락 모두 공개하는 게임 하면 재미 없겠지? 아무 연락도 안 오고 끝날 것 같은데."

"에이, 손님들 연락 엄청 오잖아요!!"

지금도 DM으로 온 손님들 예약을 잡아주는 중이다. 이렇게 보니 유다 누나가 잘나가는 타투이스트란게 체감이 되네. 하지만 누나는 폰을 닫으며 울상을 지었다.

"그건 그거고, 게임은 재미없을 거 아냐."

"뭐, 그건 맞을지도?"

메추리알을 먹으며 짖궂게 놀려 봤다. 하지만 유다 누나는 농담으로 받아넘기는 대신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야? 진짜 나랑 있는 거 재미없어?"

그러며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젠장, 이 누나 취했나봐!!

"에이, 아니예요! 누나,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유다 누나는 더 서럽게 어깨를 들썩였다.

"강민아... 나랑 있는 거 재미없으면 왜 나랑 데이트하는거야? 집에 가..."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곤경에 빠진 남자친구를 재밌어하는 눈빛도 있고, 저 저 쓰레기놈­ 흘끔거리는 눈도 있다. 젠장할! 왜 이렇게 된 거야!

누나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어깨를 토닥거렸다. 하지만 이상한 놈이 옆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났다. 남자 셋이 온 모양인데 다진 돈까스처럼 생긴 놈이었다.

껄렁껄렁하게 굴며 유다 누나에게 말을 건다.

“말 들어보니까, 남친이 쓰레기네! 저희랑 같이 놀래요?”

유다 누나의 외모에 혹해 되도 않는 허세를 부리는 중이다. 하지만 유다 누나는 상대방의 플러팅에 질색을 하며 내 등 뒤로 숨었다.

"강민아, 이상한 사람이 나한테 말걸어. 무서워­"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여자친구가 술취해서 장난치는 거예요. 괜찮습니다."

어디서 끼어들어?

근데 유다 누나 외모(스플릿텅, 피어스, 문신)으로 보면 대차게 ‘꺼져 이 돈까스같은 새끼야!’라고 말해야 어울릴 텐데. 이런 반전 매력이 있다.

옆 테이블 놈은 똥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다른 테이블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자, ‘에이­ 씨발.’ 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도 ‘하지 말랬잖아, 병신새끼야­' 비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신 같은 놈들. 비웃어 주며 우린 다시 술잔을 들었다. 그런데 유다 누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진짜. 나랑 노는 거 재미 없지...미안해... 뭐든 다 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줘...내가, 돈도 줬잖아...”

아오! 왜 매력적인 외모를 깎아먹을 소리만 할까! 누군가는 자존감낮은 얀데레 집착녀가 좋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내 집이 냉장고가 되는 건 사양이다. 그리고 유다 누나는 좀 밝아져도 될 텐데.

아닌가? 그냥 우울한 상태로 놔두고, 내가 부탁하는 건 뭐든지 들어줄 의존 상태로...

‘쓰레기같은 생각 멈춰!’

머릿속에 어둡게 차오른 상상을 쫒아내고 유다 누나와 술을 좀 더 비웠다. 누나는 술도 제일 약한 주제에 술마시는 걸 좋아해서 탈이야.

“누나, 일어나요...”

누나가 꽤 취해 내게 문어처럼 엉겨붙는다. 그러며 스플릿텅으로 내 귀를 간질인다. 좋긴 하지만 지금 가게라고! 끙끙거리며 누나를 일으켜 세웠다.

‘선불 가게라 다행이다...’

유다 누나를 끌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거의 내게 기대는 상태라 끌고 갈 수가 없다. 근처엔 택시도 없다. 어차피 유다 누나랑 밤새 있을 거라고 했으니까... 저기로 갈까.

눈에 띄는 가장 가까운 모텔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 샤를이랑 왔던 모텔 아냐?

입구의 직원을 보니 똑같은 사람이었다. 영화관, 식당 거리가 다 이쪽이니 이렇게 되는군.

내가 카운터로 향하자 직원은 묘하게 부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며 유다 누나의 상태를 보며, 난색을 표했다.

“저, 손님...완전히 취하신 분이랑 같이 투숙하는 건 좀 곤란­”

“안 취했어요.”

유다 누나가 배배 꼬인 목소리로 말하며, 주머니에서 오만원짜리 두장을 꺼내 카운터에 턱 올려놨다.

“...키 드리겠습니다.”

나는 유다 누나를 간신히 끌고 움직였다. 누나, 좀! 아오! 술을 왜 이렇게 먹었어!

강민의 뒤를 바라보며 카운터 직원은 피눈물을 흘렸다.

‘와, 저 새끼... 씨발... 저번엔 분명히 다른 여자였는데... 그 여자도 씨발 연예인 급이었는데. 미친... 인생 좆같다...’

하지만 강민은 그것도 모르고, 최상층의 방으로 올라갔다. 평일 대실 가격 10만원이면 스위트룸이다.

유다 누나를 침대에 눕히려고 하는데, 유다 누나가 강민의 목을 감싸고 확 끌어당겼다.

“강민아, 나 버리지 마...”

그러며 스플릿텅으로 진한 키스를 해온다.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한 느릿하고 녹아내리는 키스.

그러며 바지 벨트로 손을 뻗어, 덜컥거리며 풀어낸다.

벌써 이 손길 한번만으로 바짝 서올랐다.

오늘은, 유다 누나랑. 내일 아침까지 같이 있는 거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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