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12화 (112/358)

〈 112화 〉 109. 유다의 왁싱

* * *

“그, 그건 ... 그래도 첫경험은 단 둘이서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샤를은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유다는 완강하게 3P를 주장했다.

“그럼 평생 못할 것 같아. 무섭단 말야. 옆에서 도와주면 안될까?.”

샤를은 고민했다. 으으... 동물 교미를 도와주는 농장 주인도 아니고... 아니, 도와준다고 해도 뭘 어떻게 도와줘? 직접 몸으로 시범을 보여줘야하나?

샤를은 한참 망설였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유다 언니를 강민 오빠와 데이트하게 만든 후 모텔로 입성시키는 시나리오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강민 오빠가 모든 걸 주도한다고 해도, 유다가 중간에 도망칠 확률이 높았다. 아니면 침대에서 삽입 직전에 포기하던가.

여기선 독수리가 둥지에서 새끼를 밀어내듯, 샤를이 끌고 나가는 수밖에. 한숨을 푹 쉬며 수락했다.

“알았어요. 도와드릴게요. 계획을 같이 좀 짜 봐요!”

유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샤를이 도와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보다 다섯 살은 어리지만 하는 행동거지도, 몸매도 훨씬 어른같으니까.

‘특히 어른의 장난 부분에선... 영선이랑 같이 3P도 했던 샤를이니까. 거기에 내가 들어갈 수 있으면 훨씬 쉬울거야!’

혼자 어른의 언덕을 넘는 건 두려워서 어린 서큐버스의 도움을 받으려는 25세 문신녀, 유다...뭔가 안쓰럽다. 샤를은 일단 강민과의 친밀도부터 점검했다.

“강민 오빠는 어때요? 괜찮은 사람 같아요?”

“응! 이야기할때 상냥하고. 잘 들어줘. 무리해서 관계를 진행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리고 키스도 되게 잘 하구.”

천진난만한 유다의 대답에 샤를의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자신에게 배워서 유다한테 써먹는 강민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었다. 자기한텐 키스도 잘 안하고 림잡이나 시키면서 유다 언니한테만 상냥하게 굴다니. 묘하게 싫었다.

‘내가 조금만 참자... 유다 언니, 되게 안 좋은 일도 많았으니까 강민 오빠도 신경써 주는 거겠지?’

샤를은 스스로를 달래며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보기만 해도 아, 유다가 나랑 오늘 자고 싶다! 이런 시그널이 느껴지는 속옷은 있어요?”

“응. 평소에도 베이비돌 입고 자니까. 그건 괜찮아.”

좋아, 합격.

“혹시 바라는 요청사항은?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분위기 있게라던가...”

유다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벌써 과부하가 걸린 듯 했다. 강민과 잔다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데, 다른 것에 신경을 어떻게 써­!

“알았어요. 그럼 어떻게 진행하냐면­”

샤를은 간단한 개요를 유다에게 설명했다. 어차피 예쁘고 몸매 좋고 하니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순조로울 터.

“아참. 집에 콘돔은 있어요?”

“없는데.”

“뭐... 편의점에서 사놓으시구요. 아, 언니. 왁싱 받는 게 좋을걸요? 강민 오빠는 털 없는 걸 훨씬 좋아해서.”

“그, 그렇지?”

대략 짐작하곤 있었지만. 왁싱이라... 아프진 않으려나. 고민하는 유다에게 계속 조언을 더했다.

“그리고 알바비는 가급적 나중에 줘요. 상품권 같은 걸로 줘도 괜찮고.

술은 2층에서 마실 거예요! 1층에서 마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 깨지니까.”

“알았어.”

얼추 정리가 되자 유다가 샤를의 손을 꼭 붙잡고 감동의 눈빛을 보냈다.

“샤를. 신경써줘서 고마워. 내일도 잘 부탁해. 알바비도 완전 두둑하게 챙겨줄 테니까­!”

“뭐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 안 좋아요, 언니. 물론 고맙게 받긴 하겠지만...”

모텔비랑 외식 등으로 이것저것 나간 돈이 많았다. 유다 언니가 채워준다면 고마울 일이지. 그러다 샤를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언니. 근데 왜 강민 오빠예요?”

그러자 유다가 턱을 괴며 살짝 웃었다.

“음, 맨 처음 문신 시술해 줄때. 내가 힘들어하니까 알아서 자리를 피해줬잖아? 사려깊은 점이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샤를 네 손 잡아주면서 웃을 때, 둘이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고. 행복해 보여서 부럽고­ 샘났다고 해야 하나?”

“저랑 강민오빠가요?”

샤를은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려는 걸 참았다. 우리 둘이 잘 어울렸구나. 흐응. 샘나기도 했고. 샤를은 남이 말하는 강민의 좋은 점을 더 듣고 싶었다.

“또 좋은 점은 뭐예요?”

“음. 그 뒤로 만날 때도 되게 상냥하고. 이야기도 잘 통해서. 내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맞아. 강민 오빠는 상냥하고,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지(섹스할 때만 빼고). 샤를은 강민의 칭찬에 마음이 보송보송해지는 느낌이었다. 샤를도 강민을 자랑했다.

“강민 오빠가 상냥하긴 해요. 은근 마음도 잘 써주고. 선물도 막 해주고. 아, 요리도 되게 잘 해요!”

“진짜? 부럽다. 난 맨날 시켜먹는데.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둘은 여러 이야기를 하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부모님 이야기가 나왔다. 유다 언니는 절연한 이야기를 풀며 혐오감을 내비쳤다.

“난 부모님 아예 안 보는데, 샤를 넌?”

샤를은 그 말을 듣자 가슴이 턱 아파왔다. 자신한테 게이트 너머로 뛰어들라고 이야기한 챠르 언니.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말은 일부러 안 했겠지. 그랬다면 뛰어들지 않았을 테니까.

“언니가 있는데, 아주 멀리 있어요.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갈 방법이 없는 먼 곳이라.”

그 말을 하고 나자 새삼 샤를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갈 곳 없는 유랑자, 튀어나온 혜성. 눈시울이 시큰해져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냈다.

“샤를. 괜찮아. 힘들었구나.”

유다가 샤를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의외로 큰 위로가 되었다. 샤를은 훌쩍거리며 고맙다고 말했다. 진정할 때까지 손을 잡고 쓰다듬어 줬다.

“이제 괜찮아요, 언니.”

“다행이다. 다음에 또 슬퍼지면 언니한테 연락해. 이야기 다 들어줄게.”

“알았어요!”

샤를은 훌쩍훌쩍 웃으며 눈물을 닦아냈다. 그런 샤를을 보며 유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강민이는 자기 이야기는 절대 안 하네.”

“그런가요?”

샤를은 아니라고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생각해보니 실제로 그랬다. 저번에 어머니가 아프시단 이야기 말고는 들은 적이 없었다. 좋아하는 성적 취향은 기억을 읽어서 알아낸 거고, 친구 관계라던가 좋아하는 음식, 취미같은 것을 말한 적이 없었다.

“진짜네? 오빠는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해요. 듣기만 하고.”

“그치? 왜일까?”

둘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샤를이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둘은 기지개를 쭈욱 폈다.

“으으­ 그럼 이제 슬슬 헤어질까요?”

“그러자. 샤를, 고마워. 앞으로도 종종 같이 차 마시고 그럴래?”

유다가 쭈볏거리며 제안했다. 샤를은 반가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다. 영선 언니는 친구라기보단... 아직까진 섹스 파트너?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으니까.

‘서큐버스보다 더 변태같은 언니지.’

샤를은 영선의 취향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까지 처녀성을 유지하면서, 엉덩이로 강민과 열심히 가학적인 섹스를 즐기는... 아니, 강민 오빠가 그냥 변태인 건가?

생각에 빠진 샤를에게 유다가 말을 걸었다.

“별 일 없으면 작업장에도 놀러와. 손님 없으면 심심하거든.”

“좋아요!”

샤를은 웃으며 대답하고 커피숍 밖으로 나와 헤어졌다. 치마가 바람에 들리는 불상사는 없어서 노팬티, 낙서플을 자랑하진 않았다. 그래도 조심조심 원피스를 누르며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그 동안 유다는 왁싱샵으로 향했다. 손님이 없어 예약 없이도 바로 시술이 가능했다. 1회용 치마를 입고 침대 위에 눕자 여자 왁싱사가 말을 걸었다.

“머리숱 많은 거 보니까. 좀 많이 아프실 것 같네요.”

그러며 아랫도리를 확인했다.

“역시 털이 좀 많네요­”

자신의 보지털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상당히 부끄러웠다. 유다는 눈을 감고 아랫도리를 내밀었다. 왁싱사는 가위를 들고 가볍게 아랫도리의 숱을 치고, 녹인 왁스를 발랐다.

“따가워요­”

왁스를 붙였다가, 짜악 떼냈다. 히익­! 유다는 허리를 번쩍 들었다.

“모근이 깊으셔서 그런가? 구역 적게 잡아서 뗄 테니까요.”

그리고 지옥같은 반복 작업이 시작됐다. 왁스를 바르고, 떼고, 바르고, 떼고­ 민감한 외음부 근처를 작업하는 순간 피가 나는 듯한 고통이 달렸다. 유다는 곧 죽을 것 같이 숨을 몰아쉬며 왁서에게 물었다.

“으흑­ 혹시, 지금 피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땀이 흐르시는 거예요. 피부는 튼튼하셔서, 피 날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그­그런가요­?”

유다는 포기하고 옆에 놓여진 가리비 인형을 품에 꽉 쥐었다. 아, 이래서 인형이 있는 거구나­ 쥐어뜯으라고­ 가리비를 껴안은 보노보노같은 자세로 유다는 한참 동안 고통을 더 견뎠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가 되자 물었다.

“끄, 끝났나요­?”

“아직 30% 남았어요.”

“아흑, 아으으으으으­”

눈물이 찔끔 났다. 섹스하기 위한 준비란 게 이렇게 힘든 일이야­?

안타깝게도 섹스 준비가 다 힘들진 않다. 강민이 백보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유다는 살짝 후회하며 왁서의 말대로 자세를 바꿨다. 허리를 내리고 엎드린 고양이 자세.

“엉덩이 주변 털 제거할 거예요­”

어어어엄청 부끄러웠다. 유다는 땀을 뚝뚝 흘리며, 항문 근처에 발리는 왁스를 느꼈다. 뜨겁다. 양 쪽 모두에 발라가며 쫘아악­ 한번에 뜯어낸다.

“아으으으으으으­!”

“아휴, 죄송해요. 왁스가 조금 두껍게 발렸네요. 한 번 더 뜯어야겠네.”

쫘아아악­!

항문 같은 부끄러운 곳에 두 번씩이나 왁스를 바르게 된 유다는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광기의 기독교 집안에서 20년간 자랐던 유다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이었다.

“다 끝났습니다. 5분 뒤에 옷 갈아입고 나오심 돼요!”

족집게로 잔털들을 정리하고 나서, 소독약을 발라주고 팩까지 덮어준 다음 왁서가 나갔다.

따끔따끔하고 아프고 부끄러워서 제정신을 유지 못할 지경이었다. 유다는 5분 후 일어나 자신의 아랫도리를 거울에 비춰봤다.

“어, 엄마야...”

저절로 신음소리가 나왔다. 초등학교 이후로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태초 그대로 돌아간 민둥산. 매끈한 아랫도리 사이로 살짝 튀어나온 외음부. 유다는 자신의 백보지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음모로 덮여 있을 땐 몰랐지만 거울에 비춰보니 뭐랄까, 정말 음란해 보였다.

엉덩이 쪽을 손으로 만져봐도 걸리는 털은 하나도 없다.

‘엄, 엄청 부끄러워...’

자신의 매끈한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며, 유다는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이 혼전 성교라는 죄악을 저지르기 위해, 이렇게 정성들여 준비하다니.

엄마가 이걸 보면 아주 기겁하겠지...

유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엄마의 통제를 벗어나서 죄악을 저지른다니...

빨리, 내일 밤이 됐으면 좋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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