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107. 오빠. 우린 대체 무슨 관계예요?
* * *
“샤를. 미안해.”
사과했지만 샤를은 잔뜩 삐져서 등을 돌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좀 심했지? 슬쩍 샤를을 떠봤다.
“샤를. 맨 처음에 계약할 때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계약서 조항을 꺼내자 몸이 움찔했다. 대답하기 싫은지 이불을 끌어서 자신의 머리끝까지 덮어버렸다. 이불 아래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든 한다고 했지만... 오늘은...너무했어요...”
“모텔 오고 싶어했으면서.”
“이렇게 섹스할 줄은 몰랐단 말이예요.”
“샤를 너도 흥분했으면서.”
그건 사실이다. 억지로 범해도 서큐버스의 몸은 모두 쾌락으로 받아들였다. 아픈 것도 처음뿐.
하지만 절정한 것과 마음적인 부분은 별개였나보다. 계속 삐져 있는 샤를에게 말해봤다.
“너도 내 취향 알고 있었잖아. 맨 처음에 내 야동들 봤으면서.”
샤를은 이불을 더 꾸욱 내리눌렀다. 말하기 싫은 듯 했다.
내 잘못이니 할 말이 없네. 한숨을 쉬고 이불을 껴안으며 사과했다.
“잘못했어. 샤를. 오늘은 내가 너무 심했어.”
그렇게 사과하자 이불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날 봤다.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차라리 데이트하면서 상냥하게 대해주지 말던가.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러면서도 내게 안겼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물었다.
“샤를은 이렇게 섹스하는 게 싫어?”
“싫은 건 아닌데...좀, 상처받는다고 해야 할까...”
상처를 받는다고? 으음.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구만. 그냥 플레이일 뿐인데.
“서큐버스면서 되게 순수하네?”
“오빠가 성욕이 이상성욕에 가까운 거거든요.”
“싫으면, 다음부턴 이렇게 하지 말까?”
그러자 샤를이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싫은 건 아니예요.... 솔직히, 오빠가 저 험하게 대하면 엄청 흥분돼요. 자궁 안까지 짜릿짜릿하고, 남들 꿈 꾸게 해줄 때하곤 다르게 엄청 자극적이에요.”
그런데, 라고 덧붙였다.
“무서워요... 오빠가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봐 걱정돼요. 성욕 해소용이라느니, 오나홀이라던가, 정액 변기라던가...
그런 말을 들으면 막 가슴 안쪽이 저리고, 진짜 날 성욕 푸는 여자로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하지?
“샤를. 그럴 리가 없잖아.”
해명해 봤지만 샤를은 나를 더 꼬옥 껴안고 울먹거렸다.
“우리 어차피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라고 하면서 영선 언니라던가, 유다 언니한테 가 버릴 것 같아요. 오빠는 나한테 아무 마음도 없는 것 같고. 이렇게 험하게 대하고...”
샤를은 자신의 아랫배에 써진 낙서를 손으로 만지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라? 샤를의 말을 종합해보면 의외로, 샤를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저번에 욕조에 파묻혀서 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샤를도 계약때문에 내 옆에 있는 거지. 계약이 없었다면 나랑 사귈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오늘의 태도로 보아하니 그런 건 아닌듯했다. 오히려 자신을 버릴까봐 무서워한다.
마음 속에 어둡게 가라앉았던 고민들이 조금 걷혀가는 느낌이다.
확인을 한번 해 볼까? 정말 샤를이 나랑 더 진지한 관계로 있고 싶어하는 걸까? 계약관계가 아니라?
그러고 보니 샤를도 저번에, 그냥 다 같이 여자친구 하면 안되냐고 물어봤었지. 그 땐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고 했었고. 그럼 지금이야말로 대답할 적기가 아닐까?
“샤를”
말하는데 긴장 때문에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왔다. 헛기침으로 목청을 가다듬고 침을 삼킨 후 다시 말하려 했다.
“샤를”
아이씨, 말하려니까 가슴이 쿵쿵 뛴다. 맨 처음에 성공했어야 하는데. 하지만 말을 꺼냈으니 해야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샤를, 그냥 나랑 사귈래?”
섹스까지 다 한 사이인데도 긴장이 됐다. 대답을 기다리며 흘끔 쳐다봤다. 무슨 반응을 보일까? 이 말을 한 내 심장은 터질듯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건 샤를도 마찬가지였다.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네? 어, 진짜요?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여자친구?”
샤를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봤다. 그러며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의 볼을 꼬집어봤다.
“어, 오빠. 이거 꿈 아니죠?”
“뭐, 꿈은 아니지. 너만 좋다면야...”
샤를도 그게 좋다면 여자친구라고 못박아두고싶다. 굳이 섹파라고 주변에 이야기해서 상처주지 말고. 오늘처럼 격한 플레이하면서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진짜로 말하는 거야. 나랑 사귈래?"
내 말을 들은 샤를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떨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이 꼼지락거리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빨갛게 달아오른 뺨에 손을 댔다가, 가슴 위를 눌렀다가. 부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사실...다 같이 여자친구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오빠가 생각해 본다고 했을 때 크게 기대 안했거든요. 오빠 성격이라면 고양이가 쥐 가지고 놀듯, 애타게 희망고문만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날 얼마나 쓰레기로 생각한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아니라고 반응하자 샤를이 활짝 웃으며 날 껴안아왔다. 엄청 기쁜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 그럼, 오빠 연인인 거예요..?”
“그럼. 사랑해, 샤를.”
“헤헤 저도 사랑해요”
샤를이 내 목에 쪼옥, 길게 키스했다. 피가 배어나오는 듯한 따가움. 이러면 100% 목에 키스마크가 남겠구만. 샤를은 그게 목표인 듯 연신 내 목에 자국을 만들었다.
“헤헤. 남자친구라고 자랑해야지 막 표식 남겨야지 이제 계약자 아니구, 연인이다.”
샤를에게서 분홍빛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눈에 하트표시가 남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나를 열렬하게 쳐다봤다. 샤를의 마음이 이 정도였던 건가... 난 몰랐는데...
샤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아랫도리로 입을 내렸다. 날 눕히며 불알을 정성스럽게 핥아주고 그 뒷편까지 혀로 싹싹 빨아줬다.
여섯 번은 넘게 사정하느라 텅텅 비었지만, 샤를이 능숙하게 혀를 놀리자 다시 솟아올랐다. 아랫도리 음모를 모조리 자신의 침으로 적셔놓고 나서야 샤를이 입을 뗐다.
뒤로 누워, 다리를 벌리고 섹스를 졸랐다.
“강민 오빠, 나쁜 말 더 해도 괜찮아요, 엉망진창으로 해도 좋아요. 오빠... 제 팔 묶어주세요... 나, 오빠가 험하게 다뤄 주면, 엄청 흥분돼...”
샤를은 여자친구란 말을 듣자 안심이 되는 듯 했다. 어떤 심한 짓을 자신에게 해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듯. 여자친구니까. 괜찮아.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한 감각. 나도 덩달아 흥분이 올라왔다.
샤워 가운의 끈으로 손목을 묶고, 침대 위쪽에 고정시켰다. 샤를이 살짝 다리를 꼬아 자신의 음부를 가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문신을 모두 드러낸다. 생년월일도. 골반의 타투도. 허벅지의 가터벨트도.
남성의 판타지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한 음탕한 몸이었다. 참지 못하고 빳빳하게 선 자지를 샤를의 질내에 삽입했다. 샤를은 나를 받아들이며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비명을 질렀다.
"히이잇, 오빠아♥♥♥, 강만오빠아♥♥♥♥, 진짜 사랑해요♥♥♥, 내 남친 자지, 정말 좋아♥♥♥, 오빠 자지 내 거야, 다른 사람한테 주면 안 돼. 나한테만 박아줘야 돼♥♥♥♥”
“미안. 그건 약속 못하겠는데.”
그 말을 들은 샤를의 손목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얼굴을 쾌감으로 질척질척하게 녹게 만들면서도, 윗입으로 날 타박했다.
"오빠...나빴어, 바람이나 피고... 나처럼 예쁜 여친이 앞으로도, 뒤로도 다 해주는데에♥♥♥, 만족 못하고오 다른 여자들한테 집적거리고오♥♥"
그러며 스스로 더티톡을 졸랐다. 내 귀에 더 험하게 욕해달라고 속삭였다. 거절할 필요 없는 달콤한 제안. 나는 샤를의 수치심을 부추길만한 말을 연신 내뱉었다.
"샤를 보지가 헐렁헐렁해서, 못 싸겠으니까 그렇지. 응? 이렇게 너덜보지니까 오빠가 바깥으로 돌지. 솔직히 말해봐. 이런 음탕한 몸 하고는 섹스 한번도 안 해봤다는게 말이 돼? 거짓말이지? 주변 남자들한테 다 대주고 다녀서 이렇게 헐렁한 거지?"
샤를은 그 말을 듣자, 항문에 힘을 주며 자신의 질근육을 꽉꽉 조이고 애원했다.
"흑, 아핫♥♥, 아니에요 오빠가 처음이야, 진짜로오♥♥ 오빠아, 보지 더 조일게요, 오빠 싸기 편하게 콘돔 절대 안쓸게요♥ 언제나 질싸해도 좋으니까, 샤를한테 진짜 강민 오빠밖에 없어요오♥♥"
샤를의 아랫도리에서 물이 줄줄 흘렀다. 침대 시트의 색깔이 변할 정도. 치욕감과 흥분으로 아랫도리를 태우고 있었다. 그걸 보며 샤를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샤를. 그냥 흥분하려고 하는 말인 거 알지?"
"알아요, 오빠♥♥ 사랑해요, 아흣♥, 샤를 허접 보지, 마음대로 써 주세요♥♥, 오빠 마음대로 쓰다 버려주세요옷♥♥♥♥♥"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가장 깊숙이 자지를 쳐박으며 일곱번째로 사정했다. 샤를도 허벅지와 다리를 벌벌 떨며 절정했다. 우리 둘의 신음소리는 아마 옆방까지 다 들릴 터였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샤를의 질내에 짜내며, 땀으로 흠뻑 젖은 샤를을 껴안았다. 하지만 아직 팔은 풀어주지 않았다. 그 상태로 샤를의 입에 딥키스를 했다.
“샤를,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마음 속 깊이 만족감, 애정이 차오른다. 말하는 떡정이 든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완전한 알몸 무방비 상태로 안겨 있고, 뭐든 다 해주는 샤를이 너무 사랑스럽다. 샤를의 질내에 박힌 자지에서, 맞닿은 피부에서 온기가 전해져 온다.
뭐, 샤를이 여친이면 나야 복 받은 거지
샤를의 팔목을 풀고, 우리 둘은 간신히 침구류를 정리했다. 피곤이 몰려왔다. 이불 하나를 나눠 덮고 다리를 엮어 껴안으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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