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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07화 (107/358)

〈 107화 〉 104. 데이트의 마무리는 싸움일까?

* * *

“오늘도 팝콘 먹는 건가요?”

샤를의 눈이 반짝거렸다. 인셉션 보면서 먹었단 팝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보다.

“근데 되게 달콤한 냄새가 나네요... 뭐지?”

샤를은 매점 근처에서 코를 킁킁거렸다. 카라멜팝콘이 냄새가 참 좋긴 해. 이번엔 그걸로 먹어야겠다. 카라멜팝콘이랑 콜라 두 잔을 샀다.

내가 영화표를 찾는 동안, 샤를은 팝콘 한 알을 먹어보고는 엄청 감동받았다. 오물거리며 몇 알을 더 집어먹는다. 저렇게 좋아해주니 먹이는 재미가 있단 말야.

“이런. 시작하겠다.”

시간이 어느 새 간당간당했다. 샤를의 손을 잡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에 들어선 샤를은 거대한 화면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어...? 이게 영화관...? 엄청 크네요...!”

자리에 앉자 곧 영화가 시작됐다. 샤를은 영화사 로고만 보고도 우와, 세상에,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앞 자리의 남자가 신경쓰였는지 뒤를 돌아봤다가 샤를의 미모를 보고는 조용히 앞을 봤다.

그리고는 자기 옆자리의 여자친구를 보고, 눈만 슬쩍 돌려 샤를을 다시 쳐다본다. 묘하게 쾌감이 느껴지는구만. 하지만 임마, 그만 쳐다보고 영화나 봐.

“우와...!”

샤를은 금세 영화에 빠져들었다. 김윤석 배우의 열연을 보며 완전히 몰입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보다 샤를의 옆모습에 더 관심이 갔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반짝거리는 머릿결. 길고 살짝 굽은 속눈썹. 오똑한 콧날. 서클렌즈보다 더욱 큰 눈동자.

섹스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와서 데이트를 하니 더욱 뼈져리게 느껴졌다. 매표소 알바생도, 매점 직원도, 영화관 안의 손님도 모두 샤를의 얼굴, 몸매에 넋을 뺀다.

‘좀 더 잘 해야지...’

샤를의 손을 꼭 잡으며 입에 팝콘을 한 알씩 넣어줬다. 너무 즐거워서 팝콘 먹는 것도 잊어버렸나보다.

아기새처럼 먹어 주는 샤를이었다. 재밌네. 그런데 영화 중반쯤 진한 러브신이 나왔다. 어우. 15세인데 꽤 야하네.

샤를 얼굴을 못 보겠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며 팝콘만 입안에 넣어줬다.

갑자기 촉촉한 감각이 손가락을 덮쳤다.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샤를이 배시시­ 웃으며 내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장난치는 중이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검지 손가락을 살짝 깨물고, 혀로 쪽쪽 빨아준다. 손가락에 펠라치오를 받는 듯한 감각.

난 장난칠 생각 없었는데 샤를이 먼저 이런 장난을 칠 줄이야. 아랫도리가 순식간에 부풀어올랐다.

그러자 샤를이 잔뜩 부풀어오른 내 바지 앞섶을 곁눈질하며, 볼에 쪽 뽀뽀해줬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강민오빠, 흥분했어요? 그래도 나한테 장난치면, 안돼요­ 오늘은 나한테 상냥하게 대한다고 약속했으니까?”

소악마처럼 방긋 웃으며 멀어진다. 그래도 서큐버스란 거야...?

그 이후에도 키스신이 나올 때마다 키스한다던가, 내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터치하는 등의 짖궃은 장난을 계속했다.

나만 당하니 억울하지만, 그동안 쌓은 업보 때문이니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난 영화가 끝날때까지 계속 괴롭힘당할수밖에 없었다. 상영관을 나오니 분명히 영화만 봤을 뿐인데 엄청 피곤해져 버렸다...

얄밉게도 샤를은 혼자 엄청 영화를 즐겼다. 중간에 등장인물이 죽을 땐 울다가, 또 주인공이 시간을 돌려 여주인공에게 되돌아가는 장면에서 감탄하고. 온전히 이야기를 맛보고 나선 내 팔짱을 끼고 재잘재잘 떠들었다.

“범고래가 엄청 귀엽네요! 하얗고 까맣게 생겨서는 바닷속에 산다니!”

혼자 즐기면 다냐! 억울한 마음에 샤를을 째려보고 말했다.

“샤를, 영화 보면서 너무 장난치는 거 아냐?“

그러자 샤를은 내 팔을 더 꽉 껴안으며 웃었다.

“오빠도 평소에 저 많이 괴롭히면서! 오늘 제가 한 건 진짜 새발의 피거든요?”

음. 할 말이 없네. 울기 직전까지 관장한다던가, 몸을 장난감처럼 다룬다던가. 샤를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히히 웃었다.

“솔직히 왜 괴롭히는지 알 것 같긴 해요. 오빠가 곤란해 하는 모습 보니까 엄청 재밌네.”

이런, 이대로 뒀다간 샤를이 이상한 방향으로 눈뜨겠군. 다른 토픽으로 황급히 주제를 돌렸다.

“샤를, 밥 먹으러 갈까?”

“어! 좋아요!”

성공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향한 곳은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다. 요새 집에서 한식만 먹은 것 같아서 선택했지.

“까르보나라 크림이랑, 로제 파스타로요.”

음식을 잘 모르는 샤를 대신 주문하고, 오늘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물론 나는 제대로 못 봐서 샤를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는 수준이었지만.

대화를 하다가 파스타 두 접시가 나왔다. 우린 서로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샤를도 신나는지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며 웃었다. 한 입 먹고는 탄성을 지른다.

“음! 크림 파스타 이거, 맛있어요!”

크리미한 맛이 마음에 드는지 식전빵을 찢어 소스에 찍기도 하며 열심히 먹었다. 잘 먹으니 좋네. 그런데 식사 중간에 샤를이 옆 테이블을 곁눈질했다.

사진을 찍는 옆 테이블이 신경쓰였나보다.

“음식 사진도 찍는 거예요? 찍어서 어디에다 써요?”

천진난만한 질문이다. 아마 인스타에 올리겠지?

“인스타그램이라고, 사람들이 사진 올리는 곳이 있거든. 거기에 올려서 자랑도 하고, 관심도 받고.”

“신기하네요.”

샤를은 흥미를 느끼는지 옆 테이블을 쳐다봤다. 그러자 나도 생각이 뻗었다.

‘인스타 해볼까? 샤를을 자랑하고 싶긴 한데... 예림이가 사진을 보면... 으음...’

괜한 분란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폰에 깔려 있지도 않고. 가입만 해 놨었는데 대학 동기들의 자기자랑하는 사진이 속쓰려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샤를 보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건 한번 느껴보고 싶네. 만약 올린다면 인식저해를 걸어야겠지만.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 폰허브 댓글 중 샤를의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보는 댓글이 있었다. 인식저해 걸고 일상계정 하나 운영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샤를. 여기 봐볼래?”

휴대폰을 들어 셀카 모드로 바꾸고, 사진을 들이대자 샤를이 좋아했다. 입을 닦아내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원판이 예쁘다 보니 대충 찍어도 화보같다.

“이따 보내줘요! 프사 바꿔야지.”

그러고 보니 샤를 프로필 사진은 영선 누나랑 유다누나 말고는 볼 사람이 없겠구나. 묘하게 아쉬웠다. 안 되겠어. 빨리 인스타를 시작해야지! 그래서 샤를 사진 이곳저곳에 자랑할거야!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로제파스타는 바닥을 드러냈다. 샤를도 다 먹은 것 같은데.

“다 먹었어? 부족하진 않고?”

“네에. 배불러요­”

샤를은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만족해했다. 그럼 슬슬 가볼까.

“오빠, 다음엔 뭐 할거예요?”

글쎄. 커피? 느긋하게 대화나 하고 집에 갈까 했는데. 그러자 샤를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음... 좀 걷고 싶어요.”

응? 그럴까? 샤를은 배가 부른지 산책하자고 했다. 뭐, 그것도 괜찮지. 샤를의 손을 잡고 1층으로 내려와 밖을 걸었다. 시내라 그런지 쌍쌍이 손을 잡은 커플들이 많았다.

“이렇게 걸으니까 좋네요오­.”

샤를은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기대왔다. 나도 행복했다.

“사진좀 더 찍어요!”

샤를은 금세 핸드폰을 꺼내, 셀카 모드로 바꿔 찰칵찰칵 찍어댔다. 샤를 혼자 찍다가, 내 팔짱을 끼고 같이 구도에 들어오게 하고.

내가 바라던 사진들이었다. 인스타에 올리면 ‘형, 여친 생겼어요?’라고 DM이나 댓글이 주륵주륵 달릴만한.

샤를은 활짝 웃으며 사진 수십장을 찍었다. 남들은 여친이 사진 찍는게 지겹다는데 나는 안 그렇다.

사진 한 장 한장이 소중하고 즐거웠다. V자를 그리거나 볼에 키스하거나 하며 사진첩을 빡빡 채웠다.

그러다가 샤를이 먼 곳을 사진으로 찍었다. 뭐지?

“뭐 찍어?”

“볼래요?”

샤를이 사랑스레 웃으며 사진을 보여줬다.

모텔 간판이었다. 임페리얼 모텔. 이걸 왜 찍지?

샤를의 얼굴을 보자, 샤를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순진한 원피스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색기 넘치는 표정이었다. 내 허리를 껴안으며 속삭였다.

“저... 대낮부터 이러긴 부끄러운데... 솔직히, 지금 너무 하고싶어요...”

더운 여름인데, 여긴 더 뜨겁다. 샤를은 간절하게 날 쳐다보며, 내 손을 끌고 앞장섰다.

번화가의 모텔. 대낮부터 사람이 드나들긴 부끄러운 곳. 하지만 샤를은 성큼성큼 날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카운터로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저, 여기 하루 묵는 데 얼마일까요?”

알바생은 샤를이 물어보는 상황이 당황스러운듯했다. 날 한번 쳐다보고, 샤를을 한번 쳐다보며 어버버 말을 삼킨다.

아마 카운터에 올라간 H컵 가슴이 이리저리 뭉개지고 있어서일수도 있고.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저, 대실 말씀하시는 거죠? 4시간에 4만원이요...”

하지만 샤를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하룻밤. 자고 갈 거예요.”

“7만원, 입니다.”

샤를이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내 계좌에 연동된 거긴 하지만 여자가 모텔비를 결제하는 게 무슨 상황이겠는가? 부끄럽지만 남자친구때문에 몸이 달아올라서 여자가 주도하는 상황 아닌가.

남자는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힐끔 보며 결제했다.

“영수증도 주세요.”

샤를이 올라가며 자신의 모텔비 영수증 사진을 찍는다. 그러며 내게 속삭였다.

“오빠. 저한테 인스타 하자고 한 거... 이런 사진 올리려고 한 거죠?”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막... 사람들한테 엄청 부끄러운 상상하게 만들려고. 내가 이렇게 모텔 가는 거 인스타에 올려서 댓글에 이상한 말 달리게 하려고. 나한테 콘돔 물려놓고 사진찍고.”

내 마음속을 읽힌 것 같아 뜨끔했다. 그러자 샤를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키스해왔다.

“부끄러운 사진, 다 찍어서 올려도 괜찮아요, 강민오빠...그러니까, 오늘처럼만 상냥하게, 해줘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자지가 터질 듯 발기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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