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99. 느릿하고 느릿한 키스
* * *
일단은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다.
"긴장되진 않아요?"
"음, 아직까진 괜찮아."
그러며 허브티를 홀짝 마신다. 다행히 긴장한다던가 그런 건 없었다. 저번의 길고 긴 키스도 꽤 도움이 됐던 것 같고.
"어제 헤어지고 나서, 특별한 일은 있었어?"
유다 누나는 허브티를 내려놓고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번엔 허그부터 시작하려는 모양인지, 왼손으로 내 허리를 둘렀다.
"음. 샤를한테 도서관을 소개해 줬거든요."
"헤, 그렇구나."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나를 껴안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나무늘보처럼 꼭 달라붙은 상태. 민트 향이 난다. 안경이 달그락거리고 어깨에 가느다란 숨이 스쳤다.
"계속 이야기해줘."
"제 생각보다 책을 많이 좋아하더라구요. 도서관에서 단테의 책을 읽을 거라던데."
"그랬구나아"
단테가 뭔지 전혀 모르는 눈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내 허리를 꼭 껴안고, 등을 쓸어내린다. 그러며 나한테도 껴안아 달라고 요청했다.
"허리 쪽 안아줘."
오른손을 뻗어 허리를 감쌌다. 한 손으로 다 잡힐 정도로 얇다. 영선 누나가 근육으로 쫀쫀하다면 샤를은 부드럽게 푹신푹신하고, 유다누나는 말라서 그런지 살짝 딱딱. 하지만 슬렌더는 또 슬렌더 나름대로 좋지.
"있잖아, 샤를이랑은 어디서 만났어?"
순간 머리가 멈췄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대답을 살짝 미루고, 왼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 아래에서 회색 머리카락이 바스락거렸다. 그동안 거짓말을 생각했다.
"샤를이, 음. 집을 뛰쳐나왔더라구요. 원래 살던 곳은 엄청 가난하고, 배고픈 곳이어서 못 살겠다고. 버스에서 내려서 맨 처음 눈에 띈 게 저였는데, 갑자기 저한테 재워 달라고 하더라구요."
어느 정도 진실을 섞어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유다누나에겐 탐탁지 않은 대답이었다.
"뭐어? 너, 갈 데 없는 여자애한테 문신도 시키고, 섹스하자고 한 거야?"
유다 누나는 포옹을 풀고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허리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뻗어 황급히 내저었다.
"저, 저 진짜 아무 짓도 안했어요! 오히려 샤를이 제안한 거예요! 제가 억지로 뭔가 시킨 것 같아요?"
유다는 잠깐 샤를을 떠올렸다. 강민을 무서워하거나 억지로 협박당하는 느낌은 아니었지. 미심쩍은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만난 진 얼마나 됐는데?"
"육개월이요."
한 달이라고 이야기했다가는 유다 누나가 날 정말 쓰레기로 볼 것 같다! 육 개월이라고 늘려 말하자 유다 누나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만난지 육개월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그렇게 친해진 거야?"
하긴. 유다 누나는 평생 같이 산 부모하고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못해봤으니까. 인간관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겠구나. 나는 볼을 긁으며 생각했다.
그러게, 샤를이랑 나랑 친해진 이유는...
"샤를이랑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거든요. 샤를은 제가 뭘 좋아하는지 전부 알아요."
이야기했다기보다는, 내 성적 취향을 전부 읽은 거니까.
잠깐, 그래서 샤를이 나한테 엄청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거구나! 내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봤으니까!
유다 누나와 이야기하다 보니 샤를이 왜 나와 있는 걸 좋아하는 지 알 것 같다. 취향을 아니까 맞춰주기도 편하고, 지금까지 내가 어떤 이성에게 끌렸는지 그리고 뭘 좋아하는지도 다 알고 있고.
그러고 나니 샤를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난 샤를이 뭘 좋아하는지 거의 모르네. 기껏해야 책 읽는 거, 인셉션같은 영화, 그리고 먹는 것...'
생각보다 많이 알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일 데이트 가면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신경을 다시 유다 누나에게로 돌렸다.
"누나는 뭘 좋아해요?"
먼저 키스하진 않고 기다렸다. 유다 누나가 먼 곳을 바라봤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 모르는 듯한 눈길. 좀 도와줘 볼까. 목에 부드럽게 입술을 가져다 대고 나비가 앉아 있듯 머물렀다.
"누나는 차 마시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커피도 되게 잘 타는데."
내가 말하자 간지러운 듯 웃는다. 그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 차를 좋아해."
저번엔 남자친구 생기면 해보고 싶은 것 이야기를 했었고, 이번엔 누나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 말고, 좀 더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걸로.
"어떤 차가 좋아요?"
"페퍼민트. 허브류 차가 좋아.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거든."
"누나 평소에 불안해요?"
그러자 유다 누나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좀 더 파내볼까? 기다려볼까?
억지로 파냈다간 다칠 것 같았다. 나도 입을 닫고 누나의 허리만 쓰다듬었다. 유다 누나의 마음이 편해졌는지 입이 열렸다. 우울한 자기 고백이었다.
"불안해...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남자만 보면 몸도 굳어버리고. 부모님이랑은 절연하고. 타투이스트가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도 아니고, 내 몸에 있는 문신들... 그리고..."
누나가 입을 열어 혀를 내밀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혓바닥. 그리고 왼쪽 혀 끝에 매달린 피어싱이 반짝 빛났다.
"어쩌면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강민아, 네 생각은 어때? 너도 그렇게 생각해?"
안경 너머의 눈이 슬퍼 보였다. 눈꼬리에 살짝 매달린 눈물이 은빛으로 빛났다.
"괜찮아요, 누나. 누나는 그때 필요해서 한 일이었잖아요. 기억 안나요? 스플릿 텅을 하지 않았으면 차에 뛰어들지도 몰랐다고 했잖아요."
아, 그랬지 유다 누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윗옷 단추를 세 개 풀어내렸다. 와이셔츠가 내려가고 쇄골의 고래와 달 문신이 드러났다. 그리고 검은색 브래지어까지 훤히 보인다. 영선 누나보다 조금 더 큰 가슴. 슬렌더 몸매면서 가슴만 크기가 쉽지 않은데.
유다 누나는 고래를 손으로 짚었다.
"이것도 이상하지 않아?"
"아뇨. 예쁜데요. 고래 이야기도 되게 감동적이었고. 타투가 없었으면 누나는 더 힘들거였잖아요. 전... 엄청 좋다고 생각해요."
위로하며 피어싱이 있는 왼쪽 혀 끝에 입술을 갖다댔다. 오른쪽 혀는 놔두고, 왼쪽 혀만 내 입안으로 가져와 피어싱을 부드럽게 혀로 애무했다.
"흣, 흐으으"
내 입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오른쪽 혀는 입술 주변을 애타게 돌아다닌다. 왼쪽 혀만 키스당하는 느낌이 이상한지 얼굴을 붉혔지만,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 목을 감싸고 더 편한 자세를 취했다.
나도 몸에 힘을 빼고, 혀의 피어싱 위주로 키스했다. 이와 혀 사이에 끼우기도 하고 입술로 부드럽게 빨아들이기도 하고. 유다 누나의 숨이 금세 가빠졌다. 오른쪽 혀는 계속 내 입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만 실패.
오른쪽 혀가 지쳐서 입술을 두드리는 게 멈출 때쯤, 입을 크게 벌려 혀 모두를 입 안으로 가져왔다. 온도 차이가 났다. 차가운 오른쪽 혀를 입안에 넣고 따뜻하게 만든다.
쭈으읍 쪽, 쪽쪽
침과 침, 혀와 혀가 뒤섞이는 음란한 소리가 공방 안에 울려퍼졌다. 혀를 입천장에 올리고 내 혀로 꾹꾹 눌러주거나, 무한대 기호를 그리며 핥아주거나.
그러자 유다 누나의 혀는 동면에서 깨어난 뱀처럼 내 입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누나... 좀 흥분했나?'
떨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달뜬 숨도. 허리도 묘하게 움찔거린다. 숨이 가빠오며 내 얼굴에 이산화탄소를 더 뱉어냈다. 페퍼민트 향이 내 콧속을, 폐를 가득 채웠다. 유다 누나의 몸이 기체로 변해 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특히 입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촉촉히 젖은 혀. 이건 유다누나가 액체 상태로 내 몸 안을 흐르는 기분이다. 두 갈래로 갈라진 혀는 입안을 촉촉히 적시며 수분을 가져갔다가, 다시 침으로 질척질척하게 돌려주거나
'이런, 서버렸다'
일부러 편한 바지를 입고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지는 아플 정도로 팽창했다.
유다 누나의 눈이 흘끔 사타구니 사이를 향했다. 자동차 기어봉처럼 바짝 서 있는 걸 보고는 흐으 신음을 흘렸다. 무서운지 입안의 혀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면서도 팔을 풀지는 않는다. 도망갈지, 계속할지 선택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 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흰색 새틴 셔츠 아래로 손을 넣었다. 그러며 등을 쓰다듬어줬다.
"흣, 흐으읏"
이제 이 정도 스킨십까진 괜찮은 건가. 그런데 목을 계속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었더니 근육통으로 끊어질 것 같다. 누나에게 자세 바꿔달라고 해야지.
"누나. 제 무릎 위로 올라와 볼래요?"
유다 누나는 이제 내 정면으로 올라왔다. 무릎을 벌려 사타구니 사이에 내 몸을 넣고, 소파에 기댄 자세. 내 목을 껴안고 자지는 우리 둘 사이의 배에 끼어있는 형태.
누나가 다시 키스를 시작했다. 나는 그 동안 등을 계속 쓰다듬었다.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받치며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못 도망가도록 꼬옥 안았다.
유다 누나는 등을 쓰다듬어주는게 좋은지 허리를 이리저리 꼬며 내 스킨십을 즐겼다. 이제 우리 둘의 혀는 녹았다가 다시 붙은 얼음처럼 하나로 엉겨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숨에서 나온 공기를 다시 마셔대며 끝나지 않는 질척한 키스를 즐겼다.
하지만 슬슬 한계다.
벌써 키스만 한 시간째. 쿠퍼액이 얼마나 흘러나왔는지 감도 안 잡힌다. 빳빳이 선 자지는 끊임없이 불평을 토해냈다. '어이, 주인. 사정은 언제 할 수 있는거야? 쌀 수 있는 건 맞아?'
유다 누나는 야속하게도 입술을 뗐다. 우리 둘 사이에 늘어지는 타액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이리저리 저었다.
"오, 오늘은 여기까지."
으윽, 최소한 사정만이라도 할 수는 없나? 나는 최대한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유다 누나를 올려다봤다. 그러며 허리를 살짝 흔들어 자지로 유다 누나 배꼽을 지그시 눌렀다.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눈도 안 마주치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봤다.
"저, 강민아. 남자는 못 싸면 힘들다고 들었는데. 정말 많이 힘들어?"
"솔직히 말하면... 좀 힘들긴 해요..."
조금만 더 죄책감을 자극하면, 최소한 손으로라도 해 줄 것 같은데! 꿈에서는 펠라치오까지 해줬잖아!
"으으... 20분 뒤면, 손님 예약 시간인데... 어쩌지..."
제발. 제발! 이대로 집 갔다간 아마 불알이 푸른색으로 변해서 괴사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더욱 애처롭게 쳐다봤다. 누나가 자신의 배꼽을 쿡쿡 찔러대는 물건을, 조심스레 바라봤다.
되냐? 되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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