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00화 (100/358)

〈 100화 〉 97. 샤를, 질내사정 몇회째야?

* * *

침대에 누워 아랫배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가, 경민의 질문에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며 숫자를 셌다.

[ 질내사정이요...? 열 다섯번 정도...? ]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자 경민이 샤를의 배에 낙서플용 펜으로 거침없이 글씨를 썼다.

[ 질내사정 15회♥ ]

자신의 배 위에 글자가 써지는 동안, 샤를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고 신음소리를 냈다. 발도 살짝 바둥거려 봤지만 글자가 혹여 틀어질까, 강하게 움직이진 않았다.

하트가 그려질 때에는 하으­ 하는, 귀여운 신음소리를 냈다. 화살표까지 그려넣고 나서 경민은 씨익 웃었다.

샤를의 몸은 광고판처럼 질내사정 당한 횟수를 자랑했다. 장봉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영상이 맨 처음 올라왔을 때가 열흘쯤 전이었나? 지금 열 다섯번이라면... 그럼 최소 하루 한 번, 어떤 날은 두 번 질내사정을 했다는 소리였다.

'와... 진짜 누구한테는, 섹스가 평범한 일이구나.'

장봉은 샤를과 경민의 평범한 일상을 상상했다. 같이 카페를 가고, 술도 마시겠지. 손잡고 경리단길을 걷거나 쇼핑을 하기도 할 거야.

아직까진 벗은 몸밖에 못 봤지만 밖에 나갈 땐 옷도 예쁘게 차려입을 거고.

저런 청순한 얼굴을 하고서 일상을 즐기다가, 집에 들어오면 경민한테 개처럼 박힌다니.

'둘이 데이트하는 영상이라던가, 룩북. 아니면 일상 사진도 올려줬으면 좋겠다. 친구들이랑 노는 사진도... 그럼 지금 샤를 엉엉 울면서 섹스하는 영상이랑 대비되서 더 흥분될 것 같은데.'

장봉은 샤를의 인스타 계정이 있는지 질문하려다 인싸 친구(다음학기 칼 졸업 예정, 현재 학점 2.7)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장봉보다 1년 먼저 졸업하지만 문과생이라 졸업하고 갈 곳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푹푹 쉬던 친구였다. 둘이서 술을 마시다 뭐라고 했더라?

"하... 내가 대학에 온 게 맞는 선택인지 후회가 된다."

"뭐? 갑자기 왜?"

"아니, 딱히 배운 것도 없고. 그냥 4년간 섹스만 존나게 한 것 같아서... 내가 섹스나 하려고 대학에 온 건가 싶고..."

"이 씨발새끼가?"

장봉은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카이지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개새끼... 배부른 소리를 쳐 하고 있어. 그럴 거면 여사친 소개나 좀 해 주지. 장봉은 남중 남고 공대 트리를 탄 불쌍한 존재였다. 심지어 기계과.

여기서 여자라는 존재는 더럽게 희귀하다. 물론 취업이야 잘 되겠지만 졸업할 때가 되자,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경민&친구는 현실에서 존나게 섹스해대는데 나는 여기서 샤를의 인스타 계정이 있느냐나 물어보고 있는 인생이라니...

'샤를이 우리 학교 학생이라던가, 그럴 일은 없겠지?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해도 뭘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장봉은 멍하니 상상의 나래를 부풀렸다.

'크큭­ 네년, 이런 영상을 찍었더군. 남친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면­'

'남친이랑 찍은 건데.'

영상으로 협박하는 건 삼류 망가에나 나오는 일이다. 샤를에게 이런 소리를 했다간 정문에 대자보가 붙고 경찰에 붙들려가서 끝이겠지.

망상의 방향을 바꿔봤다. 샤를이 같은 동아리 회원이라면. 같이 술 마시다 한번쯤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이런 영상을 찍는 걸로 봐선 헤픈 여자일 것 같은데.

친구중에 동영상을 찍는 헤픈 친구가 있으면 자신에게도 한번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동정 냄새 풀풀 나는 망상­! 영상을 찍는다고 쉬운 여자라는 보장은 없고, 쉬운 여자가 모두에게 쉬운 것도 아니다.

장봉은 자기 검증을 마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가 섹스나 하려고 대학에 온 건가 싶고­'라는 친구의 말이 자꾸 귓속을 맴돌았다.

장봉이 마음속의 대화로 상처를 입는 동안 영상은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경민이 샤를의 리본 타투를 팡팡 쳤다.

[ 엎드려 봐. ]

샤를이 몸을 뒤집었다. 완벽한 엉덩이 곡선이 드러났다. 복숭아처럼 하얗고 분홍빛이었다.

경민은 그 위에 검은색 펜으로 지저분한 낙서를 했다. 항문 옆에 화살표를 쓱쓱 그리고, 천박한 말을 써넣는다.

* 관장 후 애널섹스 예정.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른쪽 허벅지에도 글자를 써넣는다.

배설용X

왼쪽 허벅지, 가터벨트 위에 또 글자를 쓴다.

섹스용 구멍♥

마치 글을 강조하기 위해 밑줄을 친 것처럼, 가터벨트가 글자 밑에 위치해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각의 글자들을 화살표로 묶어, 전부 항문 쪽으로 강조 표시를 해줬다.

장봉은 글자를 보며 터질 듯한 자지를 눌렀다. 여기서 한번 더 싸면 정액이 아니라 피가 나올지도 몰랐다.

[ 샤를, 기념사진 찍을 테니까. 브이 해~]

경민의 말에, 샤를은 엎드린 상태로 양쪽 엉덩이에 손가락을 올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 여기가 비어있으니까 좀 허전하네? ]

유일한 공백으로 남아있던 왼쪽 엉덩이. 거기에 샤를의 민증이 올라간다. 매직으로 주민번호 뒷자리와 사는 곳의 주소는 가려놨지만 샤를의 생년월일, 그리고 살짝 웃고 있는 민증 사진까지 훤히 드러났다. 아이돌 증명사진같은 얼굴이 엉덩이에 위치해 있었다.

히토미 같은 곳에서 자주 보이는, 민증 공개 인생나락 증명사진­ 하지만 샤를은 울먹거리는 것을 끝으로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남친을 얼마나 좋아하길래 저런 것까지 다 받아주는 걸까.

하지만 경민은 그런 사실엔 관심 없는듯 웃으며 샤를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 샤를. 곧 애널도 써 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

[ 가... 감사합니다... ]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엉덩이 위로 V를 하는 고화질의 사진이 뜨며 영상이 끝났다. 장봉은 꿀꺽 침을 삼켰다.

관장과 항문 섹스를 예고하는 글자, 민증 공개까지... 웬만한 멘탈이 아니라면 이런 건 못 할텐데. 아, 생각해보니 애초에 얼굴 까고 영상을 올리고 있었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협박당하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쓰레기같은 남친이랑 사귈 이유가 뭐가 있지?'

'샤를은 친구도 없나? 저러면 아는 사람들이 연락 안 할까?'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진실은 달랐다. 장봉은 중얼거렸다.

"와... 후장 따는 거, 곧 나오겠는데... 여친 처녀에 후장까지 다 딴다고? 그것도 스무살짜리 여자애를? 씨발새끼... 존나 부럽다..."

성욕은 솔직하다. 장봉은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봤다.

­ 남친 개 쓰레기새끼네.

­ 경민이 조루새끼 후배위로 5분도 못버티고 싸네

­ 샤를이랑은 나도 네번 할 수 있어

­ 샤를눈나 저도 똥까시 해주세요

­ 씨발년 3일동안 안씻은 내 똥구멍 청소시키고싶네

ㄴ 우욱씹

ㄴ 좀 씻어라 좆구렁내난다 씨발XX새끼야

­ 한국말 하니까 개흥분되네

­ 샤를 쟤 강남 클럽에서 본 것 같은데, 문신 보니까 알아보겠다.

­ 후장 따는 영상 일주일 안에 안올리면 바지에 똥싼다

­ 글자 몸에 써놓고 야노시키자 샤를 야노하면서 질질 짜는꼴 보고싶음

­ 혹시 샤를 오줌 보내주실 수 있나요? 10만원에 살게요 꼭꼭 씹어먹고 싶습니다

ㄴ 아 제발 미친새끼냐?

ㄴ 나가뒤지십쇼형님

온갖 이상성욕과 부러움으로 댓글이 불타고 있었다.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안 된 영상에 이렇게나 반응이 뜨겁다니. 샤를의 영상은 뭇 남성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걸 나 혼자만 볼 순 없지!'

장봉은 갤러리에 유동닉으로 글을 올렸다.

[ 샤를 영상 새거 떴다 ㄱㄱ]

다들 샤를의 영상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자신의 글에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

­ 고맙다 가서본다

­ 어떻게 얼굴까고 저런 하드코어 영상을 찍냐? 진짜 미친년아님?

­ 타투 존나 싸보임 얼굴도 이쁜데 아깝네

­ 저런 년 줘도 안먹고버림

ㄴ 니애미도 너 안먹버했어야되는데 까비아깝숑

ㄴ 대체 줄거라는 상상은 왜함?

­ 오늘 3연딸친다 기다려라

­ 나만샤를없어나만샤를없어나만샤를없어

­ 후장땃냐?

장봉은 댓글에 만족감을 느끼며 컴퓨터를 껐다. 인생의 소중한 부분을 놓친 것 같다는 슬픔은 댓글의 기쁨으로 승화됐다.

장봉은 침대에 드러누우며, 계속 달리는 댓글을 폰으로 확인했다.

역시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장봉은 웃으며 폰을 베개 옆에 뒀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경민을 닥달하면 다음 영상도 금방 나오겠지.

7연딸을 마친 몸은 몹시 피곤했다. 그대로 물에 빠지듯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영상에 달린 댓글을 강민도 확인중이었다.

***

[ 샤를 쟤 강남 클럽에서 본 것 같은데, 문신 보니까 알아보겠다. ]

이를 닦다 거품을 전부 삼킬 뻔 했다. 쿨럭쿨럭 기침하며 댓글을 살폈다. 강남 클럽에서 샤를을 봤다고? 진짜 예림이가 간 건가? 설마 인식저해가 작동하지 않는 건가?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댓글을 뜯어보니 뭔가 이상했다.

강남 클럽에서 진짜 예림이를 본 거라면, 문신이 있을리가 없다. 문신은 샤를한테만 있으니까. 분노에 차 댓글을 달았다.

ㄴ 헛소리 하지 말고 자라. 여친 나랑 붙어있는데 클럽을 왜 가.

계정 주인이 댓글을 남겼다는 표시. kyungmin_2 옆에 별이 붙어 있다. 댓글을 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십새끼. 사람 놀라게 만들고 있어. 식겁했잖아.

잠시 뒤 그 댓글을 쓴 놈이 삭제했다. 역시 괜히 어그로 끌려고 쓴 글이었다.

"샤를, 오늘 인기 엄청 좋은데?"

"그쵸! 그쵸!"

하지만 댓글 상태는 지저분했다. 샤를은 이마를 찌푸렸다.

"어우... 다들 "

하지만 그 중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샤를이 댓글을 보여주며 물었다.

"오빠, 야외노출은 어떨 것 같아요?"

어, 어? 야외노출?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샤를을 바라봤다. 얇은 원피스 한 장만 입혀놓고 속옷은 없이 산책하다가, 가로등 아래서 원피스 아랫단을 입에 물리고 서있게 시킨다면...

이것도 꼴리는데?

"생각좀 해 보자. 일단은 다음 영상도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까."

"알았어요! 콘티 빨리 짜 주세요!"

샤를은 천진난만하게 말하며, 침대 위를 뒹굴 굴렀다.

마력 수집? 순조로움. 수익? 출금만 제외하면 순항중. 천명은? 내게 있노라!

여기에, 오후에 유다 누나의 알바 돕기...

뭐랄까. 너무 행복해서 무서울 정도다. 이렇게나 행복하면 갑자기 모든 게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하지만 일단, 지금을 즐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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