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95화 (95/358)

〈 95화 〉 92. 아니. 남편은 아닌데.

* * *

"헤헤..."

밥을 먹는 영선 누나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어제 밤중에 죽도록 괴롭힘당한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지만 나와 샤를, 유다 누나의 얼굴은 퀭­했다. 숙취에 시달리는 중이다. 겨우 짬뽕을 먹을 동안 영선 누나는 멀쩡하게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 누나, 진짜 무적이다...

"누나 체력 진짜 좋네요. 머리 안 아파요?"

"이 정도로 쓰러지면 안 되지! 강민이 너 체력이 너무 약한 거 아냐?"

일인당 소주 두병에 맥주 네 병씩은 마신 셈이라고! 누나가 이상한 거야! 내 반박에 누나는 머리를 긁었다.

"안 되겠어. 어차피 우리 둘 다 피씨방도 그만 뒀겠다. 내일부터 누나랑 같이 운동할래?"

어?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인데? 안 그래도 체력의 부족을 느끼던 터였다. 샤를도 반가운 소식인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오빠, 잘 됐다! 운동하면 좋잖아요! 건강해지고!"

이 둘에게서 운동을 하라는 거대한 압력이 느껴진다. 으음... 역시, 한 번 섹스할 때 세 번. 혹은 네 번 까진 쌀 수 있어야 하니까... 뭐,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는 건 나도 바라는 일이니까...

"알았어요. 내일부터 같이 운동해요."

내 대답에 영선 누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유다 누나의 혀를 보고 깜짝 놀랬다.

"언니, 혀 왜 그래요?"

유다 누나가 짬뽕을 먹다 매워서 혀를 베­ 내밀고 있었다. 뱀처럼 갈라진 혀와 혀 끝의 피어싱을 처음 보면 엄청 놀랄만 하지. 유다 누나는 깜짝 놀라 입을 가리며 혀를 쏙 집어넣었다.

"봐, 봤어?"

영선 누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물었다.

"혀... 아프지 않아요?"

"나는 마취하고 한 거라서. 그렇게 아프진 않았는데. 메스로 한 번에 했거든."

혀를 한번 더 베­ 내밀어서 낼름거렸다. 혀가 뱀이 교미하듯 뒤섞이고 음란하게 움직였다. 영선 누나는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흥분을 느끼며 바라봤다.

음, 근데 확실히 저 혀는 그냥 입 밖에 내놓으면 그냥 야하네. 그런데 유다 누나가 혀를 뒤섞으며 내 쪽을 빤히 봤다.

'어, 어?'

착각인가 했지만 그렇지 않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도 빤히 바라보며 입술 주변을 양갈래 혀로 핥았다. 침으로 반질반질한 광택을 더하며 두 갈래 혀가 매끄럽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흠칫 놀라 혀를 집어넣었다.

"아우, 배부르네. 오늘은 이제 다들 뭐 할 거야?"

유다 누나가 자리를 마감하려고 황급히 서둘렀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열두시 반. 영선 누나는 음식을 정리해서 내놓으며 기지개를 폈다.

"아으으­ 전 이제 한강변 따라서 10km 로드웤 하고. 미트좀 칠 것 같은데."

술 먹고도 그게 되다니, 정말 강철 체력이다. 샤를은 내 팔을 껴안으며 히­ 웃는다.

"전 오빠랑 집에서 노닥거리려구요."

파직. 순식간에 다른 여자 둘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다 누나가 저렇게 노골적인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어! 둘은 잠깐 그런 표정을 보이다가 순식간에 거둬들이며, 그런 적 없다는 듯 음식을 마저 정리했다.

누나들은 역시 능숙하구나. 그래도 좀 더 살았다 이건가... 역시 무섭네.

방을 다 정리하고 문 밖으로 나가는데 영선누나가 내 팔을 두드렸다.

"내일 다섯시 반에 운동이니까 잊지 말고. 첫 날이니까 가볍게 할게."

"알았어요."

대답을 했지만 무섭다. 이 누나가 가벼운 운동이라고 하면 10km 뛸 것 같단 말이지! 누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유다 누나는 택시 탈 거라고 해서 같이 기다리는 도중, 누나가 손뼉을 쳤다.

"아, 맞다! 알바비 줘야지!"

유다 누나가 지갑을 꺼냈다. 그런데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지갑 안에는 5만원권으로 빡빡하게 차 있었다. 타투가 현금 장사에 세금도 안 내니 돈이 되는구나! 그걸 보고 있는데 유다 누나는 5만원권 여섯장을 착착 뽑았다. 내 주머니에 푹 찔러줬다.

"어, 누나. 이렇게 많이요? 어제 술도 누나가 샀는데!"

괜찮아. 신경쓰지 마. 그러며 누나가 내 귓가로 다가와 속삭였다.

"내일도 타투 샵 놀러 와. 내일도 알바 필요해서..."

귓속을 간질거리는 속삭임. 알바라.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내 손을 잡고 있던 샤를은 손을 꽉 쥐었지만 다른 액션을 보이진 않았다.

내일 유다 누나 도와주는 일이라. 내일도 같이 손 잡고 키스하는 정도로 끝나려나.

"택시 왔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

"가세요!"

우린 유다 누나를 배웅했다. 우리 둘만 남자 샤를이 날 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빠! 오늘은 제가 저녁 해 드릴게요! 감자 사러 가요!"

샤를­ 정말 너밖에 없다! 다들 뭔가 나한테 바라지만 샤를은 날 편하게 해준다. 아, 행복해. 어제 저녁까지 내 밑에 깔려서 애널로 자지 받아주고, 입으로 청소까지 해 줬으면서 오늘은 밥을 해주겠다니! 누가 해 주는 저녁을 먹어본 게 얼마만이지? 웃으며 샤를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샤를. 왜 이렇게 착해?"

"힛. 몰라요."

그러며 내 팔을 껴안았다. 푹신푹신한 거유가 팔을 감쌌다. 흰색 나시티가 모양을 바꾸며 가슴 골을 드러낸다. 저절로 눈이 가네.

우린 길을 걸으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샤를은 저녁 메뉴가 내 마음에 안 들까봐 걱정했다.

"제가 할 줄 아는 요리는 별로 없어서. 오빠가 먹고싶은 건 있어요? 알려줘도 잘 못할 것 같지만..."

아냐. 뭐든 괜찮아. 감자만 쪄서 내와도 행복하게 잘 먹을 수 있어.

"샤를이 해 주는 거면 뭐든 괜찮은데?"

"음, 알았어요! 노력해 볼게요!"

샤를은 한 손을 꽉 쥐며 투지를 불태웠다. 귀여워라. 열의를 보이는 샤를을 데리고 이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를이 입을 떠억 벌렸다.

"여, 여기... 무슨 시장이예요? 며칠마다 열리는 거야?"

아무래도 집 근처의 전통시장을 생각했나본데. 높이 4m가 넘는 공장형 마트를 보면 놀랄만 하긴 했다. 얼이 빠진 샤를의 팔을 잡고 마트 안으로 향했다. 카트를 보며 신기해하던 샤를은 입구의 농산물을 보며 한번 더 놀랬다.

"세상에, 과일이 몇 종류야?"

수박, 사과, 배, 레몬 등 온갖 종류의 과일­ 샤를은 그걸 들어보며 눈을 빛냈다.

"엄청 크네요! 마계에서는 크기도 다들 들쑥날쑥하고. 못생긴 것들밖에 없었는데. 이건 왕 식탁에 올라가겠다."

샤를은 메론을 보며 이건 무슨 과일일까­ 턱을 괴고 있었다. 그러다 들고 살핀다. 샤를 가슴 크기만하네.

"샤를, 과일 먹을래?"

"어, 어? 그래도 돼요?"

샤를 오고 먹을 일이 없었으니까 뭐. 자취생이 가끔 과일 먹어줘야지. 멜론을 담으며 샤를에게도 사고 싶은 것 있으면 다 사라고 했다. 샤를의 눈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음~ 감자랑. 베이컨! 양파! 우유랑. 또 뭐가 있을까!"

뭐든 사라고 했어도 일단 내 저녁 메뉴부터 먼저 고른다. 뭐랄까. 음. 날 챙겨 준다는 기분이 정말 확실하게 드네.

그러고 이렇게 손 잡고 카트를 밀고 있으니 뭐랄까. 신혼 부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걸 참기 힘들었다. 샤를은 계속 재잘거리며, 내 손을 한시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행복하네.

"만두 판촉 중입니다! 드셔 보세요!"

샤를은 의심스레 시식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뭘 하는 사람인지 살피고 있는 듯 했다. 게이트에서 지식을 알려주는 기준은 알다가도 모르겠군. 의심하는 샤를 대신 내가 나서 만두 두 컵을 받았다.

"이건 뭐예요?"

샤를이 의심스레 쳐다봤다. 냄새를 킁킁 맡길래 이쑤시개로 찍어 입 앞까지 가져다 줬다.

"아, 에헷."

부끄럽게 웃다가 앙­ 입을 벌리고 오물거렸다. 만두를 맛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음, 이거 정말 맛있네요!"

"맛있어?"

내 몫의 만두도 찍어 샤를의 입에 넣어준다. 아, 오빠도 먹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했지만 입 앞까지 가져다 주자 거절하지 못하고 또 먹는다. 우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판촉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아휴, 맛있죠? 오늘 1+1 행사인데. 들여가세요. 남편 분도 한번 드셔보면 진짜 좋아할텐데."

나... 남편...

우리 둘은 큼, 큼. 기침을 하며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근데 여기서 부정하기도 그렇고. 그냥 만두나 담아야지. 한 봉을 집어 카트에 넣었다. 만두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릴 배웅하고, 또 다른 손님에게도 접객했다.

"잘 사셨어요! 맛있게 드세요! 거기 가는 꼬마 손님! 손님도 만두 드셔보시겠어요?"

만두 아주머니가 부른 꼬마는 만두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여자애가 갑자기 샤를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엄마! 저 언니 허벅지는 왜 저래?"

돌핀팬츠 아래로 훤히 드러난 가터벨트 문신. 순간 당황해서 샤를을 쳐다봤지만, 샤를은 여자애의 의문에 친절하게 답해 줬다.

"으응, 언니는 남자친구를 너어­무 좋아해서. 남자친구가 해 달라는 건 다 해주거든. 이건 허벅지에 그린 그림이예요~."

"우와! 언니! 그림 진짜 멋져요!"

다섯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는 눈을 반짝거리며 샤를의 허벅지를 열렬히 쳐다봤다. 하긴. 가터벨트도 일종의 레이스니까 예쁘긴 하지. 어린애가 보기엔 좀 공주님 같을지도.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멀리서 후다닥 달려와, 아이를 감싸고 멀어졌다. 그러며 사과했다.

"아휴,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을 하면서도 아주머니의 눈은 차가웠다. 뭐. 어르신들 입장에서 이런 문신은 좀 꺼려지긴 하지. 샤를은 멀어져 가는 어린애에게 손을 흔들어 주다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다음번엔 좀 긴 바지 입을까요? 여기 허벅지 가릴 수 있게."

음. 하지만 이 가터벨트 타투. 남들한테 자랑하고 싶은 걸. 샤를이 날 좋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걸 감추고 싶진 않은데!

"됐어, 샤를. 진짜 예뻐. 감추면 아깝잖아."

"그렇죠~?"

샤를은 웃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하지만 강민은 모른다. 샤를이 돌핀팬츠를 살짝 끌어내려 문신을 가리려 해 본 걸. 강민이 기뻐하니 좋지만, 이런 타투는 샤를에게도 좀 부끄럽단 걸.

'아으­ 남자들 지나갈 때마다, 다 내 가슴이랑­ 허벅지만 쳐다봐­'

샤를은 복잡한 마음으로 강민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아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알겠지만! 그래도 옷장 전부가 돌핀팬츠나 나시티, 크롭티같은 것밖에 없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남들 눈 안 타게 집 안에 좀 모셔두고, 질투도 해주고, 그럼 어디 덧날까!

샤를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민의 손을 좀 더 세게 잡았다.

'에휴, 먼저 반한 내가 죄인이지 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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