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89. 림잡&펠라 1+1 행사
* * *
"안 잤어요!"
당황하며 대답하자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잘 거야?"
유다 누나와 내 얼굴이 붉어졌다. 유다 누나가 부정을 하지 않자 주변 테이블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더럽게 따갑군. 필사적으로 영선 누나를 말렸다.
"누나, 제발 목소리 좀 줄여요! 다 듣잖아요!"
영선 누나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봤다. 귀를 세우고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자기 앞의 음식을 퍼먹었다. 영선 누나는 자기가 한 행동을 깨닫고 당황해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음량 조절이 안되네."
"아우, 씨. 술이나 더 마셔요."
술을 콸콸 따라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건... 영선누나가 질투하는 거겠지? 아니다. 여자가 세 명이니까 질쓰리인가.
이런 좆같은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걸 보니 나도 많이 취했나본데? 영선 누나의 잔에 연태고량과 맥주를 섞어서 담아줬다.
"나도 나도 줘어"
유다 누나도 술을 졸랐다. 완전히 풀린 눈동자. 오랜만에 독한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해 버린 모양이었다.
그래도 연태고량주 한 병 마실때까지는 각자 운동 이야기, 타투 손님 이야기, 영상 편집 이야기(무슨 영상인지는 말 안했지만)등으로 대화했으니 꽤 괜찮지 않아?
성공적인 첫 모임을 자축하며 유다 누나의 잔에 물을 따라줬다.
"자 유다 누나. 소주예요. 쭉 들이켜요~"
그걸 보던 영선 누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휴, 강민이 저거 끼 부리는 거 봐. 샤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맞아요. 완전 여우라니까요. 평소에도 일어나면 아침 차려주고. 알바하면서도 심심하진 않냐고 문자 해주고. 다른 여자들한테도 다 저러는 거 아닌가 몰라."
샤를도 영선 누나의 편을 들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영선 누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뭐야? 왜 나한테는 카톡 안 해?"
"일주일에 두 번 보면 된 거죠 뭐..."
그렇게 둘러댔지만, 바빠서란 핑계를 대기엔 찔린다. 사실 영선 누나랑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겠어서 그렇다. 좋은 누나긴 한데. 연락 자주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누나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고. 조심스럽게 말해봤다.
"누나랑 저랑 파트너 사이잖아요. 너무 감정적으로 깊게 들어가면 서로 힘들지 않겠어요? 애초에 누나 샤를이랑 계약서 써서, 저랑 사귀는 사이라고 주변에 말도 못할텐데."
그러자 영선 누나의 표정이 슬프게 변했다.
"그럼 너랑 샤를 사이는 뭔데? 샤를도 파트너야?"
이번엔 샤를이 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니, 이번엔 여기로 포문이 넘어간다고?
"아니, 뭐... 샤를이랑 저는 파트너랑 애인 사이의... 그 어딘가...죠?"
샤를은'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란 표정을 지으며 영선 누나의 눈치를 봤다. 영선 누나는 잔뜩 삐져서 연태고량과 맥주를 섞어 마시며 날 노려봤다.
따가운 눈빛을 피하기 위해 남은 온면 국수와 국물을 들이켰다. 하지만 눈총에 찔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맥주를 좀 더 따라 마시는데 유다 누나가 내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
그러자 영선 누나가 숫제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강민이한테 머리 기대고 싶다고오"
...오늘은 집에 가야겠네.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했지만 과정이 좋으면 다 좋은거야! 콜 택시를 부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깨달음이 떠올랐다.
유다 누나는 어떻게 하지? 유다 누나 집주소도 모르는데.
"지갑..."
유다 누나의 지갑을 봤지만 주소가 전북 장성으로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옛날 주소인 것 같은데. 예상 외의 사태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렇다고 원룸인 우리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고. 이불도 한 채밖에 없는데... 결국은 투룸 영선누나 집으로 갈 수밖에 없나? 항상 술 먹은 다음엔 영선누나 집에 가게 되는 것 같네.
"영선 누나. 집에 이불 좀 더 있어요?"
"어어~? 우리 집에서 자고 갈거야~?"
방금 전까지 울상이던 영선 누나가 방긋 웃으며 내 옆으로 왔다. 팔짱을 끼며 내 어깨에 머리를 부볐다. 향긋한 샴푸 냄새. 오늘 유다 누나한테 시달리기만 하며 사정하지 못했던 자지가 다시 섰다.
"네, 자고 가는 수밖에 없겠네요."
"유다 언니만 집에 두고~ 가버린다거나~ 이러면 용서 안할거야~"
그러며 손으로 내 팔을 꽈악 움켜쥔다. 아파! 아프다고!
"알았어요! 알았다니까!"
그러자 힘을 빼며 내 목덜미에 쪽쪽 키스한다. 방금 콜택시 불렀으니까 곧 오겠지. 그런데 이번엔 또 샤를이 말썽이다. 술을 잔뜩 먹어서 풀린 눈으로 날 쳐다봤다.
"강민 오빠아"
"왜."
"나, 그냥 오빠 여자친구라고 말해주면 안 돼요?"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꼭 여자친구라고 해야 해?
"지금도 여자 두 명 끼고 있잖아요. 불안하단 말야. 여자친구라고 말이라도 해 주면 내 마음이 편할텐데"
"그러니까, 여자 둘 끼고 여자친구라고 해 주는게 더 이상하잖아!"
등 뒤로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샤를과 영선 누나는 계약자나 섹파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것 같은데. 그냥 이 관계를 유지하면 안 될까? 서로 부담감도 없고 좋잖아!
"부담감이 없다는 건... 책임감도 없다는 거잖아요. 난 오빠가 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아악, 이 서큐버스도 그렇고, 영선 누나도 그렇고! 왜 다들 몸을 좀 섞고 나면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건지 모르겠네? 미드에서 나오는 FWB(Friend With Benefit, 섹파) 관계는 그냥 환상일 뿐인가?
"알았어. 일단 이런 이야기는 술 깨고 하자! 나도 생각해 볼 테니까!"
그러자 샤를의 얼굴이 풀어졌다. 그러며 자신의 희망 사항을 덧붙였다.
"으음... 저는 사실, 셋 전부 여자친구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전부 섹파라고 하면 그건 좀... 싫어요..."
... 어라? 그런가? 의외로 설득력 있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 요새 유행한다는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인가 머시기도 있잖아. 그걸 받아들인다면 그냥 셋 다 여친처럼 지낼 수도 있을 거고. 진짜 셋 다 여친이라고 하면 이렇게 시달리진 않을 것 같은데
내 생각을 깨트리는 진동이 울렸다. 택시 왔다!
나는 유다 누나를 끙 들었다. 샤를은 영선 누나와 팔짱을 끼고 계산대로 향했다. 아, 계산은...
갑자기 번쩍, 눈을 뜬 유다 누나가 카드를 꺼내 내밀고 푹 쓰러졌다. 자는 척 하는 건가 싶어 일어나라고 흔들어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폐 끼치기 싫다는 마음이 극한으로 발현된 모양이었다.
"내가...사... 줄...거야...."
지옥에서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다. 알었어요 누나. 잘 마셨어요.
32만원. 정말 엄청나게 마셨네. 칭따오만 열 다섯병이라고? 세상에. 우리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연태고량 두 병이랑...
우리가 마신 술을 확인하자 갑자기 다리가 풀려오는 기분이다. 녹아내리는 다리를 붙잡고 전부 택시에 태웠다. 영선 누나를 맨 먼저, 그 다음 유다 누나. 그리고 샤를. 앞자리엔 나.
그러자 내 눈치를 보다가 기사가 말을 걸었다.
"...거, 무슨 유튜브같은 거 찍은 거요?"
그러면서 창문을 슬쩍 내린다. 술냄새가 무시무시한가보다. 근데 웬 유튜브?
"아뇨, 왜요?"
"아니 뭐. 다들 선남선녀길래 혹시 그런 건가 해서."
그런 건 아니구요. 입꼬리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슬쩍 뒷좌석을 보자 모두 행복한 얼굴로 반쯤 잠들어 있다.
"그냥, 뭐. 다 친구예요."
"재미있게 사는구만. 그려~ 젊었을 때 그렇게 살아야지. 늙으면 당뇨니 고혈압이니 해서 술도 못 먹고 아주 고약해 내 아는 사람은 맥주를 너무 마셔서 통풍이 왔는데"
아저씨의 헛소리를 자장가삼아 나도 반쯤 꾸벅거렸다. 15분쯤 지나 영선 누나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것도 유다 누나 카드로 계산해도 괜찮겠지? 카드를 내밀고 내려서 사람들을 꺼냈다. 다들 비틀비틀거리는게 많이 취했나보다.
"누나, 문좀 열어줘요."
유다 누나를 집 안으로 옮기고 이불 위에 뉘였다. 방을 나오는데 영선 누나가 날 껴안았다. 부드러운 베이지색 원피스가 몸에 달라붙는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영선 누나가 더 예뻐보이네.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에 꾼 꿈 같다."
그리고 키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입안을 헤집는다. 우리를 보고 샤를도 포옹에 참여한다. 두 여자가 양쪽에서 날 껴안고 있으니까 언제 꾼 꿈인지 알겠다.
영선 누나랑 샤를이랑 같이 서로 애널 애무해주던 그때구나. 누나가 눈을 반짝거리며 날 봤다.
"강민아, 그냥 잘 거야?"
...뭐. 솔직히 그냥 잘 생각은 없었으니까.
"침대로 갈까요?"
우리 셋은 씻지도 않고 침대로 향했다. 가며 옷을 하나씩 벗는다.
어느새 영선 누나의 얼굴은 완전히 암컷처럼 변해 있었다. 샤를도 속옷만 입고 나머진 다 벗었다. 일단 펠라부터 받아볼까?
"샤를. 무릎 꿇고. 누나도."
둘을 무릎꿇리고 그 사이에 섰다. 다들 취한 김에 막 나가는 플레이도 해봐야겠다. 샤를에게 자지를 물리고, 영선 누나에게는
"영선아. 뭐 해야할 지 알겠지?"
그러자 영선 누나가 내 엉덩이골 사이에 혀를 가져다 댔다.림잡과 펠라를 동시에 받기. 이거,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어.
"잘 못하지만 노력해 볼게에"
그러며 혀를 놀린다.
쪼옥 쪼옥 조용한 방 안에, 두 여자의 쪽쪽 빠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예상 외의 쾌감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몸의 성감대 두 곳을 혀로 핥아주자 천국처럼 느껴진다. 특히 영선 누나의 혀 쓰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 입술을 오므려 항문을 빨아주며, 혀로는 정성스레 주변 근육을 애무한다. 펠라보다 림잡을 훨씬 더 잘한다.
샤를도 앞에서 불알, 기둥, 음모 등 가리지 않고 입 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아랫도리가 두 여자의 침으로 젖어든다.
"그래서... 오늘은 누구랑 먼저 할 거야?"
영선 누나가 엉덩이에서 잠깐 입을 떼며 물었다.
"오늘은... 어떻게 해볼까..."
나는 씨익 웃었다. 이제 영선 누나가, 술집에서 버릇없게 군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