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87. 유다누나와의 길고 긴 키스
* * *
"일단은, 같이 카페에 가 보고 싶어. 여의도에 식물원이랑 카페랑 같이 합쳐놓은 곳이 있대. 멋지지 않아?"
유다 누나가 왼손으로는 깍지를 끼고, 오른손으로 사진을 보여준다. 식물들에 뒤덮인 테이블. 벽. 딱 봐도 아기자기하고 예뻐 보인다. 혼자서 가기엔 좀 어려운 곳이겠네.
"나중에 날 잡고 같이 가보면 좋겠네요."
"그치? 음... 그리고... 영화관이라던가. 기흥 쪽에는 아쿠아리움과 합쳐져 있는 카페가 있다던데. 거기도 가 보고 싶고"
마음속에 메모했다. 유다 누나랑 같이 가고. 나중에 샤를이나 영선누나랑 갈 때 써먹을 수 있겠네. 유다 누나는 하고 싶은 일들을 계속 재잘거렸다. 그러다가 술 이야기가 나왔다.
"강민이 너는 술 좋아해?"
"없어서 못 먹는 편이죠."
"좋다! 근처에 진짜 맛있는 양꼬치 파는 데가 있는데. 거기 가 보고 싶어."
건대 근처는 맛있는 양꼬치 가게가 많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삼선이라던가 달걀볶음, 온면, 마파두부, 가지튀김에다가 연태고량 마시고 싶다아 나 혼자서는 양꼬치에 꿔바로우가 한계야. 게다가 혼자 들어가려니까 너무 눈치가 보여. "
그런 안타까운 일이! 나는 정말 진심으로 슬퍼지려고 했다.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것도 만만찮게 슬프지만,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못 먹는것도 슬프다. 나는 제안해봤다.
"다음 번에 샤를이랑 셋이서 같이 가서 저녁 먹어요. 요리 네 개 시켜서 나눠먹으면 딱 맞겠는데?"
샤를이 정말 잘 먹는 편이지. 그러고 보니 영선누나도 술 좋아하는데. 같이 부르면 진짜 재밌겠다. 내 제안에 유다 누나는 헤헤 웃으며 달력을 꺼냈다. 그러며 날짜를 언제로 하지, 중얼거리며 톡톡 찍어봤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길 좋아하는 법이다. 유다 누나는 생각보다 이 대화가 마음에 드는 듯, 계속 생글생글 웃었다. 하지만 나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하루만에 치료될 일이라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겠지.
정신의 상처는 길게 오래 남는 법이다. 나도 겪어본 일이라 아주 잘 안다. 그 때 유다 누나가 날 쳐다봤다.
"음,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 아예 같이 먹을래? 샤를까지 불러서."
오. 괜찮은 제안 같은데?
"잠깐만요. 샤를한테 연락해 볼게요."
샤를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저녁에 같이 중식 먹을래? 유다누나랑 같이.
[ 좋아요! 몇 시? ]
[ 여섯시. 작업실로 오면 될거야. ]
라이언이 신나게 춤추는 아이콘이 돌아왔다.
"유다 누나, 여섯시면 괜찮죠?"
"좋아. 그때면 작업도 다 끝났을 거야."
좋아. 폰을 덮으려는데 카톡 하나가 도착했다. 영선 누나였다.
[ 오늘 저녁에 뭐해? 우리 집 놀러올래? ]
아이구. 영선 누나, 몸이 달았네.
약속이 있다고 거절하려다가 멈칫했다. 한번 유다누나한테 물어볼까?
"저, 유다 누나. 아는 친구가 저한테 오늘 저녁에 뭐하냐고 하거든요. 같이 볼래요?"
원래 다양한 인간관계가 많아야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편하다. 그런 점에서 유다 누나가 영선 누나처럼 밝은 사람과 친해지는 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유다 누나가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남자야, 여자야?"
"여자요."
"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려운지 망설였다. 하지만 첫 한 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고! 나는 살짝 응원했다.
"한 번 시도해 보는 건 어때요? 좋은 기회인데. 그리고 잘 안 맞다 싶으면, 다음번엔 같이 모이는 자리엔 안 부를게요."
"그래도 되는 거야...?"
초, 중, 고 전부 친구 없이 지내다 보니 대인 관계 스킬이 많이 부족한가보네. 불쌍해라.
"그럼요. 괜찮아요."
그러자 유다 누나가 결심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누나. 오늘 저녁에 친구들이랑 술 마시기로 했거든요. 같이 볼래요? ]
[ 어? 그래도 돼? ]
[ 넵. 저녁 여섯시. ]
카카오맵으로 지도를 보내자 바로 수락의 대답이 돌아왔다. 잘 됐네! 차근차근 유다 누나에게 친구도 만들어주고 그래야지.
"온다네요. 오늘 네 명이서 같이 술 마시면 되겠다!"
그러자 유다 누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무래도 엄청 신나나보다.
"재밌겠다...! 뭐 먹지?"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던듯, '남자친구와 하고 싶은 것' 주제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나, 남자친구랑 같이 커플 타투같은 것도 해 보고 싶었는데. 볼래?"
유다 누나는 자신의 가디건을 내려 쇄골을 보여줬다. 쇄골 부근엔 달 위를 뛰노는 고래가 그려져 있었다. 흑백도 아니고 풀 컬러. 달 위를 지나가는 몽환적인 광경을 묘사했는데 정말 예뻤다. 유다 누나의 타투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가 궁금증이 생겼다. 왜 고래지?
"누나, 고래 좋아해요?"
유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고래를 짚으며 설명했다.
"고래는 보통 북극 쪽에 살면서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대. 그러다 아이를 낳을 때쯤엔 적도로 이동한다는 거야."
북극에서 적도까지. 지구 반 바퀴, 1만 km의 여정. 갓 태어난 새끼는 북극해의 차가운 물을 견디기 어려우니 적도에서 새끼를 낳는다. 적도에서 어미는 먹을 게 없어 굶고, 새끼에게는 젖을 먹인다.
새끼 고래가 어느 정도 자라면 함께 북극으로 되돌아온다. 이걸 매 해 반복한다. 열 세살의 고래가 이동한 거리를 합하면 달까지 갔다 올 수 있다. 자그마치 13만km나 되는 대여정.
유다 누나는 그렇게 설명하며 살풋 웃었다.
"나는 타투가 날 부른다고 생각했어. 고래가 때가 되면 적도의 부름을 받는 것처럼. 타투를 배워 보라는 열망 덕분에 나는 집을 뛰쳐나올 수 있었지."
자신의 쇄골에 새겨진 고래를 바라보는 유다 누나는 슬프고, 행복해 보였다. 손을 뻗어서 고래를 살짝 쓰다듬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유다 누나가 뜨거운 숨을 쉬었다.
페퍼민트 향. 상큼한 허브 향.
눈을 감고, 천천히 유다 누나의 입술로 다가갔다. 누나도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통에 우리 둘의 코가 살짝 부딪혔다.
내가 살짝 눈을 뜨고 방향을 조절했다. 누나의 입이 열리고 뜨거운 숨이 얽히다가, 내 혀가 누나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유다 누나의 첫 키스.
누나의 혀는 양 쪽으로 갈라져, 내 혀를 더듬듯 천천히 움직였다. 왼쪽 혀에 박혀있는 큐빅이 정말 뚜렷하게 느껴졌다. 온통 부드러운 입 안에서 유일한 금속. 피어싱이 내 뇌를 찌르는 것처럼 강렬한 자극이었다.
침을 섞거나 빠는 하드코어한 행위 없이 쭈욱 키스가 계속된다. 코로 가쁜 숨을 뱉어내고 천천히 움직인다. 입 안에서 전해지는 온기, 그리고 꿈틀거리는 혀 때문에 자지는 서서히 솟아올랐다.
일부러 자세를 바꾸며 자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유다 누나가 보면 좀 무서워 할 것 같았다. 다행히 눈을 감고 나와 키스하느라 그쪽엔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유다 누나의 입술. 깨물지도 않고 그저 상냥한 키스로 핥아주기만 했다. 입술, 혀끝, 혀 사이 모든 곳을 세심하게 더듬어가며 한참동안 키스했다. 먼저 입을 뗀 건 누나였다. 새빨개진 얼굴로 입술 옆의 침을 훔친다.
"어떤 것 같아요?"
"...모르겠어. 안아줘."
암요. 돈 받았으니까 해야죠. 안 그래도 좀 추웠다. 유다 누나를 껴안자 찰랑거리고 푸른빛 도는 은발이 내 어깨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유다 누나의 긴 한숨이 느껴졌다. 긴장한 건지, 좋은 건지...
솔직히 말하면 유다 누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샤를처럼 나와의 섹스에 관심있는 것도 아니고, 영선 누나처럼 하드한 애널 플레이에 관심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남자가 필요한 거라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나여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러며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누나, 괜찮아요?"
대답 대신 날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뱀 같은 혀가 나와서 입술 근처를 맴돌았다. 뭐랄까, 보는 것만으로 죄 짓는 기분이다. 원래부터 입 속은 들여다보면 실례인 부위인데, 그 안에 두 갈래로 갈라진 혀가 있다니.
남의 팬티 안을 의도치 않게 본 기분이다. 유다 누나도 자신의 혀를 보여주는 건 부끄러운지 금세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내게 물었다.
"저, 이 혀...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아?"
기분 나쁠리가. 오히려 엄청 야해 보여서 좋은걸.
"좋은데요 뭘."
그러자 유다 누나가 다시 눈을 감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참 동안 키스가 이어졌다. 젠장, 자지 서지 말라고. 오늘은 유다 누나랑은 섹스는 커녕, 손으로 만지는 것도 안 돼! 무서워 할 거라고!
하지만 자지는 눈치도 없이 계속 섰다. 아마 이 정도면 쿠퍼액도 나왔을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유다누나와의 키스는 천국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저 혀로 내 귓 속, 목덜미, 유두, 가슴, 배꼽, 자지, 엉덩이, 애널까지 싹싹 핥아줬으면 좋겠네.
하지만 그럴 순 없으니 오늘은 키스만 하고... 저녁에 밥 먹고 영선누나 집에 가던가, 샤를이랑 놀던가...
내 속도 모르고 유다 누나의 혀는 계속 움직였다. 정말. 야하고 녹진한, 뱀과의 교접같은 키스였다. 특히 혀 사이에 내 혀를 끼워주는 게 너무나 기분좋았다. 자지를 박는 섹스만큼.
누나는 뱀이 온기를 채우듯, 혀를 겹쳐왔다.
정말 최고의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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