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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83화 (83/358)

〈 83화 〉 80. 아니 엄마, 아프면 말을 해야지 왜 무식하게!!!

* * *

샤를과 난 밤을 새다시피 했다. 잠을 자다가도 중간에 눈이 떠졌다. 폰허브 영상 수익을 확인하고 댓글도 확인하고 다시 잠들고. 조회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쿵쿵 뛰어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아침이 되고 나서야 겨우 잠들었다가 한 시가 다 되서야 깨어났다. 세 시에 알바가야하니까, 슬슬 준비해야겠네. 영선누나랑도 두시에 만나기로 했고... 제때 잠을 못 자니 많이 잤는데도 피곤하네.

뿌득거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샤를은 아직도 자는 중이었다. 주방으로 가서 대충 밥을 준비했다. 고추참치에 치즈를 얹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밥을 펐다. 여기에 봉지김 하나를 더하면 자취생 한상차림!

샤를은 김을 특히 좋아했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짭짤한 맛이 마음에 드는지 간식처럼 하나씩 집어먹기도 했다. 알바중일 때면 항상 김 먹어도 되냐고 카톡으로 물어봐서, 신경쓰지 말고 먹으라고는 했지만 가슴이 아프다. 꼭 어릴 적 못 먹고 자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김 정도야 마음껏 먹으라고! 아직 통장에 돈도 꽤 남았고 폰허브 영상도 곧 출금 가능하게 될 테니까. 밥상에 밥을 차려놓고 샤를을 불렀다. 샤를은 졸린 눈을 비비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히히... 오빠, 밥 차려줘서 고마워요­."

나를 꼭 껴안으며 볼에 쪽 키스했다. 팔을 감싼 거유가 뭉클거린다. 나도 허리를 감싸고 입술에 답례 키스를 해줬다.

"뭘 이런 걸 가지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고추참치치즈를 젓가락으로 떠서 올리고 한 입. 샤를의 표정이 다양하게 바뀐다. 밥이나 빵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니 마음에 든다. 밥을 먹으며 샤를에게 오후 일정을 권해봤다.

"샤를. 심심하면 피시방 놀러와."

영상은 하나 올렸으니 하루쯤은 쉬어야지. 물론 돈을 버는 게 좋아서 빨리 올리고 싶긴 하지만, 그러다 퍼지면 말짱 꽝이라고! 하지만 샤를은 선약이 있었다.

"오늘 유다 언니랑 만나기로 했거든요."

샤를은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쭈욱­ 펴며 이야기했다. 밥상머리에서 기지개 키지 말라고 엄마가 맨날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귀여운 샤를이라면 기지개를 펴도 뭐라고 안 하시겠지. 근데 유다 누나라. 무슨 일로?

"아. 타투 관리하는 법 알려준대요. 그리고 저희 커플이랑 좀 친해지고 싶은가봐요! 오빠도 같이 나올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알바때문에 안 된다고 그랬거든요."

이런, 아쉬워라!

"다음번엔 일요일엔 나갈 수 있다고 해주라."

샤를이랑 같이 살면서 주 6일 알바로 바꿨다. 생활비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하지만 폰허브 수익이 이만큼 났으니까 출금만 되면 바로 그만두고 폰허브 영상 만들기에 집중해야겠어!

"알았어요. 아­ 빨리 수익금 났으면 좋겠다! 그럼 하루 종일 오빠랑 붙어있을 수 있잖아요!"

샤를은 밥을 오물거리며 행복하게 웃었다. 나랑 같이 붙어 있을 생각에 좋은 듯 했다. 아휴! 샤를 얘는 뭘 먹어서 이렇게 귀엽담!

"샤를, 왜 이렇게 귀여워?"

볼에 쪽 뽀뽀를 해 주자 히이­ 웃으며 내 볼에도 키스를 돌려줬다. 밥을 다 먹고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샤를은 설거지를 했다. 씻고 옷을 갈아입자 내 옆에 딱 달라붙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오빠, 오늘 돌아오면... 뭐 하고 싶어요?"

글쎄. 오늘은 영선누나 애널 괴롭히면서 똥까시랑 펠라치오 가르칠 생각이니까. 샤를이랑은 노멀하게 할까?

"으음... 같이 영화나 볼래? 영상 컨셉 이야기하면서. 중간에 뽀뽀도 하고."

뽀뽀라고 말하며 허리를 쓰다듬자, 샤를이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팍팍 끄덕였다. 내가 친절하게 대해주자 좋은 듯 했다. 하드코어함은 영상 찍을때를 위해 남겨놓으면 되니까.

"갔다올게!"

짐을 챙겨 인사하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신호등에 걸려 기다리는데 전화가 울렸다.

샤를인가? 아님 영선누나?

엄마 전화였다. 무슨 일이시지? 원래 먼저 전화 거의 안 하시는데. 나는 불길한 예감에 이마를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엄마. 무슨 일이야?"

"응, 강민아. 엄마다. 잘 지내니?"

엄마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최근 엄마는 통화만 하면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잘 지내냐는 질문에 그저 그렇다. 뭘 물어봐도 별 일 없다. 이런 식으로 말해서 무슨 일 있나 싶었는데. 엄마에게 먼저 전화가 오다니. 불안했다.

"나야 잘 지내지. 엄마는 무슨 일이야?"

내 물음에 엄마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무슨 일 있나 싶어 자전거를 세우고 신호등 불이 바뀌고 나서도 기다렸다. 그러고도 머뭇거리던 엄마가 말했다.

"저...돈 좀 보내줄 수 있니?"

나는 경악했다. 평생 이런 소리 한번도 안 하던 엄마가? 옛날에 내가 알바를 하니까 돈 벌 필요 없다고 종아리를 회초리로 후려쳐가며 못 하게 했는데. 갑자기 이런 말을?

내가 고등학교 때 어려운 집안 사정을 알아서, 주말에 전단지 배달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이틀 내내 아파트 단지 위아래로 왔다갔다 하며 10만원을 받아서 엄마한테 내미니까 나에게 불같이 화를 내셨었다.

'네가 언제 니한테 돈 벌어오라고 했드나! 너도 평생 느그 에미처럼 살래? 공부나 혀라니까! 왜 말을 안 들어!'

그러고도 속이 풀리지 않으셨는지 나를 세워놓고 매질했다. 나는 묵묵히 맞고 방에 들어갔다. 속으로는 엄청 화를 냈었다. 대체 왜 때리시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으니까.

엄마는 그 날 밤중에 잠든 척하는 내 종아리를 쓰다듬으며 사과하셨다.

'미안하다... 너같이 어린 것한테 돈 걱정 하게 만드는 내 꼴이 너무 비참해서, 미안하다... 너도 에미 생각해서 한 일일 것인데...아이고, 우리 강민이... 누굴 닮아서 속이 이렇게 깊을꼬...'

엄마는 미안하다고 울며 사과했다. 나도 일어나지 않고 울음만 삼켰다.

그 이후로 대학교 오기 전까지 알바를 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교 올라와서는, 엄마가 생활비 보내주시겠다는 것도 끝끝내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으니까. 엄마는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장학금 못 받으면 그만두겠다는 내 말에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리고 1학년 전액 장학금. 2학년 1학기도 전액장학금. 그리고 방학 기간에는... 공부는 좀 미뤄두고 카페 알바. 지금 돈을 좀 모아놔야 2학기에도 공부할 시간을 뺄 수 있으니까.

샤를을 만나서 삶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고는 있었지만.

어찌됐든 나에게 돈을 보내줬으면 보내줬지. 받을 생각따윈 절대 안 하실 엄마가 나한테 돈을 보내달라고 해서 충격이 컸다. 왜 필요하냐고 채근했다.

"엄마. 무슨 일인데. 왜 돈이 필요한지 말을 해야 보내줄 거 아냐."

그러자 또 한참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이번에... 엄마가 넘어져서. 손목이 시큰거려서 일을 못 나갔거든. 약값이랑... 생활비 좀 해서."

뭐? 다쳤다고? 머리가 핑 돌았다.

"엄마. 언제부터 아팠어?"

"2주 정도 됐다. 지금은 괜찮은데."

"아, 왜 말을 안 했는데!!"

"말하면 네 공부 집중 못할까봐 그랬지..."

방학인데 공부는 무슨 공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폰허브로 번 돈이 400만원이 쌓여 있는데, 출금까지 한 달, 혹은 그 이상 걸린다고 했지.

머리를 벅벅 쓸어내렸다. 지금 남아있는 돈이 170만원.

"엄마, 돈 얼마나 필요한데?"

"오십만원... 아니, 백만원만 빌려줄 수 있니...? 식당 아줌마들한테 진 빚도 갚아야 하고..."

나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엄마 성격상 200만원은 필요한 데 한참 줄여서 말하는 거겠지. 나는 잠깐 수화기를 떼고 한참 고민했다. 생활비... 샤를이랑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젠장...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뒷일따윈 생각 않고 150만원을 눌러 송금했다. 그러자 엄마가 깜짝 놀라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고, 강민아. 미안하다. 아니, 백 오십만원이나... 너 생활비는 있니?"

"됐어. 어차피 지금 여윳돈좀 있어."

"아니,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공부도 놓으면 안 되는데. 알바하느라 공부 소홀히 하는 거 아니지?"

뭐라고 대답하지? 폰허브라고 할 수는 없고.

"최근에 가상화폐 유행하잖아. 옛날에 친구가 말해서 10만원어치 사놨었는데. 그게 지금 400만원이 됐거든. 출금하는데 좀 걸리긴 하는데 돈 걱정은 하지 마."

"뭐? 야, 너는 학생이 공부나 하지. 뭐하러 그런 걸 해서...!"

타박하는 말의 내용과 다르게, 엄마의 목소리는 밝았다. 자식에게 돈을 빌렸다는 죄책감이 해소되서 기쁜 듯 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프면 말을 하지. 돈 빌려달라는 말하기 싫고 걱정끼치기 싫어서 그걸 멍청하게 꾸역꾸역 숨기고...

"됐어, 엄마. 그걸로 약값 하고 생활비 해. 지금 안 아픈 거 확실하지? 나 안 내려가봐도 돼?"

"아이고, 괜찮다. 엄마 튼튼한 거 말고는 뭐 없는거 알잖니."

"알았어. 몸조심하고. 다음엔 꼭 이야기해."

"알았다. 끊는다."

전화를 끊고 계좌를 확인했다. 3만원 남았네. 예비군 여비 만오천원 들어온 거 있고. 더 들어올 돈 있나? 나는 부질없는 희망을 가지며 타임라인을 새로고침했다. 나간 돈만 있다. ATM 출금 80만원. 이건 타투 비용이고...

타임라인을 새로고침 하는데 갑자기 잔액이 2천원으로 변했다.

"어? 뭐야?"

나는 당황하며 내역을 열었다.

[ 7월 전기세 ­ 2만 7천원

작년 동월 대비 전기세가 늘었어요!

주변 대비 45% 덜 쓰고 있어요. 잘 하고 있어요!

시...발... 나는 팔을 툭 내리고 절망에 빠졌다. 샤를이 더워할까봐 에어컨도 빵빵하게 켜 주고 그랬는데 그게 내 통장에 마지막 일격을 먹일 줄은.

월급날은 2주 정도 남았지만 별 수 없지... 사장님한테 가불을 부탁하는 수밖에... 영선 누나랑 10분 후에 섹스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돈 문제를 겪자 갑자기 성적 흥분이 팍 식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 손목은 다 나았다니 다행이지만...

"아냐! 우울해지지 말자!"

나는 속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양 볼을 짝 때렸다. 폰허브에서 나올 수익이 있잖아! 출금신청 불가능 기간이긴 하지만 있는 돈이라고! 실체를 확인할 겸 폰허브 판매자 탭에 들어가 수익금을 봤다. 미화 5110달러.

그새 560만원까지 올랐네! 수익을 확인하자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 한 달 후라면 출금 가능할거야! 그 동안 월급 가불해서 아껴 쓰며 버티지! 정 안되면 영선누나한테 부탁을 해보고...

아니. 이건 너무 쓰레기 기둥서방같은 생각이야! 가까운 사람끼리 돈 거래하면 안 된다고!

내 양심에 물을 주며 레온PC방으로 향했다. 현재 시각 한시 사십오분. 좋아. 영선누나 오려면 15분 남았네. 그럼 사전 준비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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