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73. 다시, 첫경험
* * *
"인식저해 실험 한번 해보실래요? 화장실에 가서 이 영상 보고 누구인지 떠올려 봐요."
샤를이 건네준 폰을 들고 변기에 앉았다. 재생을 누르자 아이돌같은 여자가 나온다.
허벅지의 레이스 타투, 골반의 리본 타투. 세상에. 왜 이렇게 예뻐? 이거 에밀리야? 얼굴은 에밀리가 아닌 것 같은데. 누구지 이거. 잠깐 생각해보려 했지만 닮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여기 나오는 사람이 샤를이라는 생각조차 안 든다. 분명히 샤를이란 걸 알고 있는데 머릿속에선 거부한다.
'이 사람이 어딜 봐서 샤를이야?'.
세상에. 인식 저해가 진짜 작동하네.
"샤를. 이거 진짜...!"
영상을 틀어 놓고 나오는데 앞에 앉은 샤를을 보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이거. 영상에 나오는 거 샤를 너야?"
"인식저해 성능 확실하네요."
"잠깐, 근데 영상을 보면서 실제 사람 보니까 풀리는데?"
"인식 저해니까요. 둘이 같이 보면서 작동할 성능이라면 망각마법 급이에요...그리고 실제 인물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긴가민가 하게 된다구요. 다시 화장실 들어가봐요."
샤를의 말대로 쪼르르 화장실로 들어가서 영상을 쳐다봤다.
왜 이 사람을 샤를이랑 착각했지. 전혀 다른데. 아까는 내가 좀 정신이 나갔나 봐.
"미안, 내가 잘못 생각 아니, 샤를 너 맞잖아!"
"하하. 바보 같아요! 그만해요."
화장실 밖으로 나와 한번 더 반복하자 샤를이 타박했다. 응. 알았어.
그래도 이 정도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네. 내가 몸으로 시험해 본 결과, 샤를이나 예림이를 닮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됐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오프닝 영상을 준비해 볼까?
"샤를. 일단 속옷은 검정 끈팬티로 입고. 윗도리는 흰색 스포츠브라로 입자."
사실 생각대로라면 수영복이 가장 어울릴텐데 원하는 디자인의 상품을 구하려면 한참 걸린다. 지금 바로 찍고 싶다고! 나중에 수영장 갈 일 있으면 사서 따로 촬영해야지.
"오빠... 이거 가슴이 너무 꽉 끼는데요?"
영선 누나도 가슴이 작은 편이 아닌데, 샤를이 입자 스포츠브라 위로 융기가 도드라졌다. 젖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삽입해 봤다.
"손가락이 안 빠지네."
샤를은 가슴 양쪽을 살짝 눌러줬다. 여기에 자지를 끼워 보면 재밌겠군.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거울 한번 봐 볼래?"
위아래의 흰색, 검정색 대비로 상당히 야해 보인다. 특히 팬티의 면적이 더 작으니까 자연스레 눈이 아래의 삼각지로 쏠린다.
보지에 포인트를 강조하듯 골반에 새긴 타투. 그리고 허벅지에 둘러져 있는 검은색 가터벨트.
누구든 끈을 풀어 보지를 확인해 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릴 것이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돌핀팬츠에 흰 티를 입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노출이다. 이렇게 입으니 자연스레 비부를 가리려는 움직임을 취하게 되고, 훨씬 야해 보였다.
"이 다음은요?"
"당연히 컨셉을 잡아야지. 아까처럼 남친이랑 알콩달콩 찍어보겠다는 것보다, 더 억지로 찍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인기가 좋을걸!"
그러자 샤를이 나를 의심스레 쳐다봤다.
"...그냥 오빠 취향인 거 아니예요?"
어라?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실제 통계를 들어 반격했다.
"아니야. 성인만화 태그 중 남녀 모두에게 인기있는게 뭔지 알아? 바로 네토라레 장르야."
샤를의 표정이 바로 구겨졌다. 아냐! 그런 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나는 황급히 이야기를 진행했다.
"네토라레 장르가 인기가 많다고는 하지만, 여자가 시작부터 대놓고 남자에게 달라붙어서 남자친구가 절망을 느끼는 만화는 없어!"
아마 그런 건 개그만화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네토라레에서 포인트는 그거야. 여자가 입으로는 싫다, 싫다고 하면서 결국엔 타락해 떨어지는 게 가장 흥분되는거야!"
샤를은 죽은 눈을 하고 날 쳐다봤다. 평판이 죽어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진짜라고...
"즉 영상의 포인트는 그거야. 처음엔 무조건, 싫어해야 해. 그리고 하드코어해야 한다고."
샤를이 한숨을 푹 쉬며 날 의심스레 쳐다봤다.
"네토라레 장르같은 걸 예시로 드는 걸 보니... 실제로 그런 걸 좋아하는 게... 제가 막 다른 남자한테 안기고 그런 걸 보고싶으신 건 아니죠...?"
절대 아니라고! 나는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니야! 뭐가 남자를 흥분하게 만드는 지 잘 알고 있는 것뿐이라고! 자, 이걸 봐봐."
간단하게 쓴 대본을 넘겨줬다. 죽은 눈을 하고 날 보던 샤를은 내가 준 대본을 읽고 흥미롭다는 듯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다 후반으로 갈수록 흥분해서 다리를 꼬았다.
"오빠... 음... 좋아요."
샤를은 내가 설명하는 꼴림의 포인트가 뭔지 알아낸 것 같았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대본을 훑는다.
"상당히 흥분되네요. 오빠가 말하는 꼴림 포인트가 뭔지 알겠어요. 여자여도 흥분할 것 같네요. 근데 너무 하드하지 않아요?"
폰허브에서 여자들이 주로 찾는 태그는 레즈비언, 쓰리섬, 시오후키, 흑인거근 등의 하드코어한 태그들이다. 상상 속에서는 다들 하드한 플레이를 하는 걸 원한다고!
그리고 나는 모두가 좋아할만한 영상을 만들어서 부자가 될 거야! 샤를도 엄청난 마력을 벌게 해 줄 거고!
"오빠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게 마력이 더 벌리려나?"
샤를은 고민했다. 그 동안 나는 영상 찍기에 적합한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해멨다. 역시 침대쪽이 제일 나은 것 같은데.
"일단 가볍게 리허설 한번 해볼까?"
"좋아요. 그럼 시작할게요."
샤를은 침대에 앉았다. 여권을 들고 자기소개를 한 후, 이제 내가 써준 대본을 읽을 차례다.
샤를이 자신의 문신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슬픈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사실, 저는 이게 첫 연애구요. 아직 첫경험도 못해본 처녀예요. 알아요. 이런 문신 해놓고 무슨 소리냐 하겠죠?"
카메라가 타투를 보여준다. 허벅지를 감싸는 가터벨트, 골반 옆의 분홍빛 리본, 쇄골을 따라 흐르는 생년월일. 이런 타투를 해놓고 처녀라는 건 너무 억지 설정 아닌가? 차라리 처녀 과부가 더 현실성 있는 설정이다.
여기서 내가 등장한다. '아하, 저런 타투를 하고도 처녀일 수 있구나'하는 개연성을 주기 위해서.
"안녕하세요. 샤를의 남자친구입니다."
웃으며 샤를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제 취미가 여자친구에게 타투 시키는 거거든요. 샤를은 제가 부탁하는 거면 뭐든 해주는데. 역시 타투는 고민 많이 하더라구요. 결국 해주긴 했지만."
그리고 볼에 쪽 뽀뽀. 샤를은 살짝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꽉 잡는다.
샤를과의 영상에서 내가 차지하는 포지션은 양아치 남친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40초 가량. 샤를이 골반과 허벅지 타투받는 영상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내가 허벅지에 타투를 새겨주는 모습으로 마무리 한 후. 이제 내 최종 멘트!
건들거리는 연기를 하며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샤를이 많이 예쁘잖아요. 그래서 기념으로 남기려고, 처녀상실 동영상을 찍으려고 해요."
샤를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V를 보였다.
"이틀 뒤에 나오는 제 처녀상실 동영상,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촬영 종료.
리허설이 끝나자, 샤를이 웃으며 나한테 기대온다.
"히히. 근데 사람들이 진짜로. 이렇게 좀 살짝 싫은 듯 하는 걸 더 좋아할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 통계도 그렇게 말을 하고!
진짜 자기소개 영상이 나오면 반응이 어떨지 정말 기대된다.
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샤를. 처녀막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했지?"
그러자 샤를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귓가에 속삭였다.
"자기소개 말고. 촬영할 동영상도 연습해 볼 겸."
"알았어요."
샤를이 자신의 배 아래에 손을 대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손에서 보라색 빛이 살짝 비치며 어두워지는 방 안을 밝혔다.
"오빠. 됐어요."
샤를이 날 껴안으며 침대로 굴렀다. 그러며 요염하고 토라진 표정으로 귓가에 속삭인다.
"결국 오늘 한번 더 제 처녀막 찢어보고 싶다는 소리잖아요."
아랫배가 살짝 당기긴 하지만, 자지는 무리 없이 발기했다. 아까 샤를한테 림잡을 받으면서, 그리고 영상을 찍을 동안 준비는 끝났다.
"맨 처음에 기승위로 한 게 너무 아까워서 그래."
그리고 샤를의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문제는, 저 건방진 가슴이 자꾸 내 시선을 끈다는 거다.
침대 아래의 러브젤을 집어, 샤를의 가슴 사이에 짜냈다. 내가 무슨 플레이를 하고 싶은 지 눈치챈 샤를은, 자신의 스포츠브라 아래 부분을 들어올려 내 자지가 들어갈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손으로 가슴 양쪽을 눌러주지 않아도, 팽팽한 스포츠브라가 충분한 압력을 제공한다. 나는 가슴 사이에 자지를 끼웠다.
"보기는 좋네."
보지에 넣고 흔드는 것만큼 좋진 않지만, 독특한 플레이라는게 나를 만족시켰다. 팽팽하게 스포츠브라를 당기는 손. 젖통 사이로 꿈틀꿈틀 들어가는 자지, 그리고 혀를 내밀어 끝 부분을 낼름낼름 핥아준다.
음... 시각적인 만족은 있지만 어렵네. 아무래도 본방으로 넘어가야겠다. 자지를 빼고, 러브젤로 범벅된 자지를 어떻게 박을 지 고민했다.
바로 보지에 넣고 싶긴 하지만. 처녀막도 재생했겠다. 처음 섹스하는 기분을 내볼까? 나는 샤를의 옷을 다 벗겨주고, 가슴의 러브젤도 다 닦아냈다. 그리고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샤를이 깜짝 놀라 날 바라봤다. 얼굴이 붉어진다.
"샤를, 첫경험 하는 거 무섭지 않아?"
그러자 샤를이 자신의 생년월일 타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나를 애달프게 바라봤다.
"...친절하게 대해 주셔야 해요. 이런 문신 새겨 놓고, 나빴어...짐승."
자지가 바짝 솟아올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