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75화 (75/358)

〈 75화 〉 72. 폰허브로 가는 대항해시대

* * *

"샤를, 점심은 먹었어?"

그러자 샤를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면서도 떨어지기 싫어 머리를 푹 박는다. 가슴이 내 피부에 꾹꾹 닿으며 나를 눌렀다.

점심은 뒷전으로 치워놓고 하루 종일 가슴이나 주므르고 싶네. 하지만 영선 누나와 있으며 세 발 뺀 몸은 자연스레 주방으로 향했다.

"조금만 기다려. 맛있는 거 해줄게."

오늘의 요리는 토마토 파스타! 소금 한 줌을 물에 넣어 물이 끓을때까지 기다린 다음, 파스타 면을 끓인다. 파스타는 소스 맛이 아니라 면의 짭짤한 맛으로 먹는 거라고.

8분 20초 타이머를 맞춰 놓고 소스를 준비한다. 양파와 소시지를 추가로 볶아서 단맛을 더 내고. 소스를 프라이팬에 올린다. 치즈 두 장을 준비한다.

"으흠,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뭐. 자취 요리에는 통달했으니까. 가게에서 스파게티 사먹는 것보다 훨씬 싸고 더 맛있지. 나름 자신있어!

샤를은 내 등 뒤에서 날 껴안으며 요리하는 걸 흥미롭게 바라봤다. 토마토 정도는 마계에 있었으려나, 생각하는데 목덜미에 키스하며 손이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요리해야 하는데­라는 말은 쏙 들어갔다. 어차피 밑준비도 다 끝났고. 오분 정도는 시간이 있으니까.

"오빠. 영선누나랑 오늘 뭐했어요?"

음모를 쓰다듬으며 불알 아래를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평소엔 햇빛 볼 일을 없는 부분을 부드럽게 쓸어주자 몸이 떨린다. 다른 한 손으로는 기둥에 고리를 씌워 흔들어 준다.

"오늘 얼마나 했길래 이렇게 안 설까아­"

샤를의 실망한 듯한 목소리. 여기서 대답을 하면 웬지 더 상황이 안 좋아질 것 같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냥 얌전히 만져주는 거나 즐겨야지.

"오빠. 오빠는 내 생각 안 했어요?"

등 뒤에서 귀에 바람을 집어넣으며 서서히 내려온다. 바지를 휙 내려버리고는, 엉덩이 사이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 똥까시를 해주겠다는 의미겠지. 가스불을 줄이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샤를의 혀가 가볍게 엉덩이 위를 터치했다.

"츄릅­츄르릅­오빠, 나빴어­ 나 혼자만 심심하게 놔두고. 영선누나랑­츄읍, 츄으읍­ 뭐 했냐구­."

중간중간 말을 하며 똥까시를 해주는 게 굉장히 꼴렸다. 피가 절반쯤 몰리며 발기했다. 하지만 요리 먼저 해야해! 면이 불면 맛 없다고! 바지를 올리며 변명했다.

"별 거 안 했어. 그냥 성인용품 사러 갔다 온 거야!"

성인용품? 샤를이 내 항문에서 입을 떼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오빠가 뭘 들고 왔었던 것 같은데. 껴안구 인사하느라 뭔지도 못 봤네­ 하는 몸짓.

"네 것도 사 왔는데. 한번 볼래?"

샤를은 그제서야 현관 옆에 세워뒀던 쇼핑백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나온 것들을 보더니 입을 떡 벌리고 얼굴을 붉혔다.

좋아, 관심이 저 쪽으로 갔다. 이제 요리 준비해야지! 물을 버리고 면은 전부 건져 소스와 비비며 치즈를 얹는다. 찐득찐득한 스파게티가 완성되는 동안 샤를은 물건을 감상했다.

"으아­ 세상에...이게 뭐야. 이, 인간들은 참 죄 많은 족속들이네요­"

샤를은 쇼핑백에서 나온 걸 하나씩 꺼내보며 입을 가렸다. 마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묘한 물품들이니까 신기하긴 하겠다.

"아, 이거­ 스팽킹할때 쓰는­"

플라스틱 패들. 검은색 주걱처럼 생겼지만 패들 중간이 비워져 있고, 비워져 있는 곳은 '걸레'라는 글자가 써져 있다. 그래서 내리치면 맞은 부분은 빨갛게 되고, '걸레' 부분은 흰 색으로 남아서 몸에 글씨가 써지는 스팽킹 패들.

'낙서플레이 용' 이라고 써진 보드마카.

보석 박힌 애널 플러그와 핑크색 하트모양 애널 비즈(전부 미개봉 신품이다).

우마나이저.

1m짜리 가래떡에 이르자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날 쳐다본다. 거기 나와있는 설명을 더듬더듬 읽는다.

"애널로 뽑아내며 비명절정극태실리콘 애널딜도, 직경 3.5cm...? 이... 이런 걸... 제 엉덩이에 넣고 싶으시단 거예요...?"

나는 볼을 긁으며 스파게티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일단 먹고 이야기하자."

샤를은 볼을 부풀리며 식탁으로 다가왔다.

"아니­ 오빠는... 너무 변태예요. 진짜 서큐버스가 놀라 쓰러질 정도라니까요."

그러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치즈가 잔뜩 올라간 부분을 입에 넣자 우물거리며 말을 멈춘다. 얼굴이 녹아내리는 듯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음­ 치즈, 진짜 너무 맛있어어­­­"

뭘 해줘도 맛있게 먹으니 해주는 보람이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인상을 팍 쓰고는 면을 조금 집어들어 냄새를 맡았다.

"오빠. 이 위에 올라간 검은색 알갱이는 뭐예요? 되게 알싸하고­ 톡 쏘는데."

"아, 그거? 후추야."

"예­­­?"

샤를은 눈을 크게 뜨다가, 스파게티가 목에 걸린 듯 쿨럭 기침했다. 뭐야? 왜 이래? 등을 툭툭 두드려 주고 물을 떠다 줬다. 후추가 좋은 건가? 후추 통도 통째로 들고왔다.

샤를은 물을 마시며 후추통을 빤히 바라봤다.

"후추라구요? 이게 전부?"

의심스러운 듯 통을 들어보고 냄새를 맡아본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봤다.

"이거 가짜 후추 아니예요? 아니지. 내가 후추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말을 못하겠네."

게이트가 준 지식의 편차가 너무 심하다. 샤를의 후추에 대한 지식은 대항해시대에 머물러 있는 건가?

아니다. 아마 게이트의 지식에는 후추에 대한 건 들어가 있겠지. 하지만 후추의 가격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은 없고. 마계 있을 때 기준에 맞춰 생각하는 걸 거야.

샤를은 후추 통을 경건하게 내려놓고는 나를 바라봤다.

"후추가 이만큼이나 있으면 엄청 비싸지 않아요? 이 정도면 저번에 타고 왔던 차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처량하게 후추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가리켰다. 4500원. 갈아서 쓸 수 있는 그라인더 첨부. 샤를은 머리를 긁으며 의문을 표했다.

"으음­ 이상해요... 마계에서는 이거, 같은 무게의 금이랑 가격이 똑같았는데."

"게이트가 닫히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니까 그럴 법 해."

게이트 너머로 무역하고 싶네. 나는 오래 전에 잠깐 했던 게임 대항해시대를 기억했다. 게이트가 열리기만 하면 저 너머로 물품을 쓸어넣어서 돈을 왕창 벌고 싶다.이런 게 이세계 치트?

아쉬움이 남은 듯 보였지만, 식어가는 스파게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샤를은 후추를 포기하고 스파게티에 집중했다. 마계 만찬에나 올라올 법한 음식이라며 후추를 더 치려는 걸 내가 말렸다. 아무리 비싼 거여도 과하면 맛 없어...

샤를이 성인용품을 정리하는 동안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마치자 샤를이 침대에 누워 날 부른다. 느슨한 티셔츠 사이로 H컵 가슴과 어깨의 생년월일(2001.10.05)문신이 보인다. 음, 꼴리는데.

내가 옆에 가서 눕자, 샤를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다. 샤를이 찍혀 있는데, 내 방 침대에 앉아 있는 걸 멀리서 찍은 듯한 사진이다.

"어, 이거. 영상 찍어봤어?"

"네! 폰허브에 올릴 초안으로 만들어 봤는데요. 어때요?"

"틀어보자."

샤를은 책상다리를 하고, 침대 위에 앉아서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 하지만 약간 어색해 보이는군.

"안녕하세요, 캐나다에서 온 샤를이예요. 반가워요!"

캐나다 여권을 흔들며 인사한다. 캐나다에서 온 걸 살리는 건 좋네. 살짝살짝 보이는 어깨 타투도 합격이다. 다음 대사는­

"강민 오빠 여자친구구요. 사귄 지는 2주일 됐어요. 오빠가, 같이 영상 찍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구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거 전부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눈 옆에 브이를 하고 마무리. 그 뒤에는 서서 속옷을 보여주는 사진 몇 장. 가슴을 모아 보여주는 사진 몇 장.

예쁘긴 하지만...여기에는 스토리가 없다. 감동이 없다. 꼴림이 없다. 영상에서 컷이 가지는 의미를 모르고, 일단 아무거나 넣어보자! 싶어서 만든 느낌이다.

"음, 잘 만들었네."

나는 거짓말을 하며 머리를 짚었다.

"헤헤, 진짜요?"

"응. 다만 여기에 몇 가지만 더하면 훨씬 멋져질 것 같아. 초보자가 만든 영상같지 않고 엄청 잘 했네!"

샤를은 히히 웃으며 기뻐했지만 나는 안타까웠다.

샤를은 자신의 몸이 가진 매력을 하나도 못 살리고 있었다. 애초에 복장부터 아쉽잖아! 돌핀팬츠라니. 그걸 입으면 예쁜 리본타투가 보이질 않는다.

물론 돌핀팬츠가 매력적인 옷인 건 맞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꼴리게 오프닝 영상을 찍을 자신이 있었다. 일단은, 옷부터 다 갈아입혀야겠어!

그리고 수치심을 강조할 만한 대사도!

더 꼴리게 만들 시청각 자료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식저해 마법이라도 찾아서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타투를 덕지덕지 발라도 그냥 예림이처럼만 보인다. 이대로라면 화장을 바꿔도 똑같을 터였다.

본판이 워낙 압도적으로 이쁘니 다른 요소를 더해도 얼굴에 밀려버리는 것이다. 이 정도 미모라면 코 후크를 걸고 마스크를 써도 들킬 거야.

"저, 샤를. 근데 우리 인식저해 마법이라도 걸어야 할 것 같아. 이건 너무... 예림이 닮았어."

그런데 인식저해 마법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예림이는 뾰로통하게 답했다.

"진작 찾아 놨어요. 적용한 버전으로 보여드릴게요."

"진짜? 샤를, 진짜 착하다! 아이구, 잘했어!"

내가 쪽쪽 뽀뽀를 해 줬지만 샤를은 기뻐하면서도 조금 불편한 표정이었다.

이런 때에도 예림이 생각이냐­ 란 시위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예림이 인생을 진짜로 망칠 순 없어... 그리고 너도 길에서 야동 찍었냐고 물어보면 상당히 불쾌할 거란 말야.

예림이뿐만 아니라 널 위한 거기도 하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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