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71. 섹스 뒤에 오는 것들
* * *
"내가 서툴러서 그런가봐... 앞으로 연습할게...."
영선 누나는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듯 시무룩해졌다.
"괜찮아요, 누나. 다음번에 잘 하면 되죠. 지금도 충분히 기분 좋아요."
"그래?"
내 말에 기운을 차리더니, 손으로 물을 받아 입을 헹궈내고 등을 돌려 앉았다. 본격적으로 샤워를 할 모양이었다.
"강민이 너도 앉아."
휴우. 나도 이제 좀 쉬어야겠다. 영선 누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기분 좋은 안도감이 몸을 감쌌다.
그러고 보니 샤를은 바디워시 혀에 올리고 똥까시까지 해 줬는데. 영선 누나한테 펠라치오랑 똥까시는 또 언제 가르치냐 똥까시는 받고 싶긴 한데.
일단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영선 누나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향긋한 냄새가 올라온다. 누나도 얼굴을 붉히며 내게 몸을 기댄다.
"이러고 있으니 좋다아"
"그러게요."
살 냄새를 맡으며 누나가 림잡을 배우는 장면을 상상했다. 아직 누나 꿈 속에서만 해봤었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히며 엉덩이 사이에 서툴게 키스하는 상상을 하니 행복하구만. 나도 그 전까진 영선 누나에게 좀 친절해 볼까?
샤워기를 들어 영선누나의 등 이곳저곳을 물로 적시고 바디워시를 타월에 풀어 문질렀다. 누나가 콧노래를 불렀다.
"으흠 남이 씻겨주니까 좋네"
나도 누나를 씻겨 주는 게 즐겁다. 온 몸에 근육이 꽉 잡혀있는 운동계 미녀랑 같이 샤워하는 사이가 될 줄은 몰랐는데.
특히 영선누나랑 말야. 그냥 친한 PC방 누나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런 사이가 됐는지.
슬쩍 손을 뻗어 엉덩이 사이의 구멍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샤워를 즐기던 영선 누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야하게 바뀌었다.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본다.
"응...? 누나 좀 아픈데에... 여기서 또 할 거야...?"
하긴, 이 대물로 범해졌으면 좀 아플만하지. 나는 고개를 젓고 손가락만 살짝 넣는다.
"안쪽에 정액이 남은 것 같아서요. 옷 입을 때 흘러나오면 불편하니까."
"변태... 말은 그렇게 하면서, 괴롭히고 싶어하잖아."
흑, 아흣.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넣고 이리저리 젓자 허리가 조금씩 틀어졌다. 안쪽까지 깊숙히 손가락을 집어넣어 구멍을 후벼 주자 욕조 옆을 꽉 붙잡고 신음소리를 냈다.
"하아... 하아..."
아, 삽입하고 싶지만 발기가 되자 아랫도리에 통증이 올라온다. 역시 연속 세 번 사정은 좀 무리였나. 좀 쉬었다 할 걸 그랬어.
본격적인 성관계까진 가지 않고 누나랑 껴안고 키스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누나는 살짝 아쉬운지 날 바라봤다.
미안, 누나... 그렇게까진 무리야... 나 죽어...
대신 샤워를 마친 후, 수건으로 몸을 닦아 주자 누나가 얌전해졌다. 다 닦아 주자 누나도 내 몸을 닦아준다. 뭔가 분위기가 묘해져서, 우리 둘 다 큼큼 기침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아, 치킨 왔다. 누나 들어가 있어요."
내가 대충 바지만 입고 나가 치킨을 받아왔다. 누나도 어느 새 옷을 다 입고, 맥주 두 캔까지 탁자 위에 뒀다. 치킨을 뜯으며 앞으로의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나, 앞으로 내가 해 줬으면 하는 거 있어요?"
그러자 누나는 맥주를 꼴깍꼴깍 마시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그것보다는. 내가 해 주고 싶은 거? 내가, 입으로 하는 건 좀 서투르잖아... 그래서 그거 연습해 보고 싶은데..."
그러며 내 가랑이 사이를 힐끗 쳐다본다. 음. 좋아. 다음 주엔 입으로만 놀아볼까.
"그리고... 음..."
누나는 말하기 어려운 지 머뭇거렸다.
"왜요? 또 뭐 있어요?"
"아냐. 됐어."
뭐야, 싱겁긴. 그 이후로 시덥잖은 이야기를 했다. 매니저 오빠가 자꾸 쳐다봐서 싫다, 대회 준비하느라 감량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등등. 즐거운 이야기였다.
"아, 누나. 쓰레기 둬요. 제가 정리할게요."
식사가 끝나고 먹은 잔해를 정리해서 버리는데, 누나가 손을 등 뒤로 모으고 움찔거리며 묻는다.
"저, 강민아. 오늘은 자고 갈 거야?"
시계를 봤다. 벌써 세 시... 샤를 혼자 집에 있으면 밥은 제대로 챙겨 먹으려나? 걱정이 된다. 어차피 영선 누나도 섹스 이만큼 했으면 만족했을 텐데. 나는 영선 누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누나, 나도 자고 가고 싶은데. 샤를이 집에 혼자 있어서 좀 걱정되거든요."
"아, 맞다. 가출했댔지? 알았어. 들어가 봐."
영선 누나는 의외로 쉽게 OK했다. 옷을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서는 내게 따라와 배웅까지 해 줬다.
"누나, 그러면 내일 봐요!"
"응! 조심히 들어가!"
누나는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아우, 피곤해. 샤를이랑 저녁 먹기 전에 좀 자고 일어나던가 해야지.
나는 영선 누나의 속도 모르고, 태평하게 집에 들어갔다.
***
강민이 집에 가고 난 후, 영선은 지친 몸을 침대에 뉘며 생각했다.
'오늘은, 좀 힘들었지...'
세이프워드를 말하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정신적으로 한계가 온 때가 분명 있었다.
강민이가 너무 심하게 매도할 때, 자신을 성욕처리용 좆물변기처럼 생각할 때... 물론 플레이 도중에만 그렇게 취급하는 거지만 가끔은 상냥하게 관계하고 싶었다.
'물론 가학적으로 대할수록 엄청 흥분되긴 하지만...'
영선은 복잡한 생각에 몸을 꾸욱 숙였다. 자기가 상냥하게 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어느 날은 친절하게 해 줬으면.
물론 오늘처럼 관장에 애널비즈까지 사용하는 하드한 플레이도 엄청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렇게 하드코어한 섹스만 하다가 한 번은,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것처럼 대해 준다면...
'아아... 어떻게 해...'
손만 잡고 있어도 젖는데 연인처럼 달콤하게 키스하고, 사랑한다고 귀에 속삭인다면? 상상만으로도 다시 보지가 젖어든다. 하지만 강민이가 손 대지 말랬으니까 참아야지. 영선은 몸 안의 간지러운 감각을 무시하며 데이트하는 상상을 계속했다.
손 잡고, 영화 보고. 렌트카 빌려서 그 안에서 연인처럼 카섹스 같은 것도 해보고싶다. 그 때는 심한 말 하지 않고, 예쁘다거나 사랑한다는 말도 해 줬으면 좋겠고.
파트너 관계라고 하지만, 애정 없이 섹스만 한다면 내가 지쳐 결국 끝내자고 할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야 영선은 자신의 딜레마를 눈치챘다.
상대방과 가혹한 SM플레이를 즐기는 게 좋다. 매도하고, 자신을 비참하게 깎아내리고, 엉엉 울어도 용서 없이 범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지속되면 상처를 입는다. 심하게 대하면서도 자신을 아껴주는 티를 내면 좋겠다 오늘처럼 옷을 사주는 물질적인 것 말고. 정신적으로. 그렇다고 사랑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강민이는 같이 있어주지도 않고 가 버리네.
"나쁜 놈."
영선은 혼자 중얼거렸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괴롭힌다는 것은 양립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영선이나 강민같은 성향자의 파트너 관계 끝은 별로 좋지 않다. 감정 없는 섹스파트너의 끝은 결국 한 명이 상처받고 떠나간다. 마음이 없으면 섹스도 불가능한 것이다.
강민이랑 오래오래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영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민이 가끔 상냥했으면 좋겠다. 대충 1:3정도의 비율로.
'그렇다고 내가 직접 상냥하게 해달라고 말하긴 싫은데. 말하지 않아도... 해 줬으면 좋겠다.'
아까 강민에게 말하다 만 부분도 그런 이야기였다. 하드코어한 섹스도 하고 싶고, 알콩달콩한 섹스도 하고 싶은 복잡한 영선의 마음이었다. 영선은 베개를 꾸욱 껴안으며 이불을 덮었다.
오늘도... 섹스 끝나니까 먼저 집에 갔네. 물론 샤를이 혼자 집에 있는 건 알지만 조금 섭섭해. 강민이 너 떠나고 나면 나도 혼자란 말야.
'차라리 샤를도 불러서 섹스하고, 셋이 같이 있으면 더 좋겠다. 동거를 하던가.'
영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쁜 자식. 사람을 정말 오나홀처럼 쓰고 있어... 싫은 건 아니지만...
"아, 몰라! 잘래!"
영선은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벌렁 드러누웠다. 내일 아침은 한강 따라서 10km 로드웍이나 해야지. 곧 복싱 대회인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잘 될까?
복잡한 마음속과는 다르게, 네 시간 동안 격렬한 섹스에 시달린 몸은 금세 잠들었다. 꿈도 없는 깊고 편한 잠이었다.
***
속상한 사람은 영선뿐만이 아니었다.
'아, 짜증나!'
샤를은 영상 작업을 하다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검은 비단같은 머릿결이 이리저리 휘날린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더 치솟는다.
분명히 마력이 차고 있는 거니까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마력이 찰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아침 아홉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대체 뭘 얼마나 해대는 거야!'
샤를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대체 어디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걸까? 영화관이란 곳인가? 아니면 같이 쇼핑? 막 강민 오빠가 영선 언니한테 선물같은 거 해준 거 아냐? 아니면 만나자마자 여관 들어가서 계속 섹스하고 있는 건가?
섹스를 하지 않고 둘이서 꽁냥거리는 것만으로 마력이 차오른다. 영선 언니는 강민 오빠를 만나기만 해도 욕망이 해소되며, 동시에 새로운 욕망으로 채워진다.
'아, 진짜 싫어...'
샤를은 둘을 상상하며 울상을 지었다. 폰허브에 올릴 자기 소개 영상을 만들며 혼자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웠다. 강민 오빠가 없는 여섯 시간은 정말 생각보다 길었다. 특히 일하지 않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날 혼자 두고 나가다니.
'문자라도 보내볼까...?'
하지만 강민의 성격상, 자신이 문자를 보내면 '영선아, 지금 샤를이 뭐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영선이 후장 쑤시고 있는 중이라고 답해줄까?'란 식으로, 플레이의 재료로 써먹을 게 뻔했다.
결국 그냥 기다리는 게 답이다. 샤를은 폰을 침대 위에 던지고, 자신도 침대에 엎드렸다. 우울했다. 그 때, 문에서 삑삑 소리가 들렸다.
'강민 오빠다!'
샤를은 잽싸게 문 앞으로 달려갔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번호 키 눌리는 소리에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가는 자신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민 오빠랑 같이 있으면 즐거우니까.
"오빠 왔어요?"
샤를은 뛰어들어 강민의 품에 폭 안겼다. 긴 기다림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강민도 웃으며 샤를을 껴안는다. 히히, 찍은 자기소개 영상 보여줘야지! 샤를은 헤헤 웃으며 강민에게 달라붙었다.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즐거운 일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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