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70화 (70/358)

〈 70화 〉 67. 낙서를 새기고 집으로

* * *

영선 누나는 얌전히 원피스를 들어올리고 팬티를 무릎까지 내렸다. 운동으로 단련된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이 드러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아랫도리였다.

애널용 제품을 고르는 동안 흥분했는지 팬티와 보지 사이에 애액이 늘어졌다. 정말 음란한 몸이다.

"누나, 엄청 흥분했네요."

"응, 응..."

아까 바구니에 담았던 애널플러그를 꺼내, 보지 위로 살살 문질렀다. 질척한 애액이 윤활유처럼 애널플러그에 발라졌다. 차가운 느낌이 이상한지 작게 신음했다.

"아으­..."

"돌아서서 손 짚어봐요."

영선누나가 벽에 손을 대고 엉덩이를 내 쪽으로 쭉 뺐다.

갈색으로 예쁘게 탄 피부, 그리고 하얗게 남은 수영복 자국. 그 가운데에 위치한 분홍색 항문에 플러그를 갖다댄다.

"여기 낙서도 아직 남아있네요?"

라는 낙서가 아직 있다. 이제는 4일째니까 수정도 좀 해줘야겠네.

낙서를 손으로 콕콕 찌르자, 영선 누나의 훌쩍거림은 잦아들고 거친 숨이 새나온다. 항문 주변으로 플러그를 살짝살짝 문지르며 귓가에 속삭인다.

"누나. 나쁘게 대해서 미안해요."

그러자 영선누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벽을 짚고 있는 팔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아냐...나, 강민이가 못되게 구는게 엄청 좋아... 네가 영상 올린다는 거 정말 싫지만... 엄청 흥분했어... 그냥 내가 싫다고 해도 계속 괴롭혀 줘. 오히려 멈추는 게 싫어. 진짜, 너무 싫어서 못하겠는 건 세이프워드 말할게."

그래. 누나는 싫다고 하면서 억지로 당하는 걸 좋아한다. 진짜로 싫었다면 난 3초 안에 죽었을 걸... 흥분이 솟아오르다가 세이프워드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 보니 세이프워드를 아직 안 정했는데.

세이프워드는 성향자들의 관계 중 쓰이는 말이다. 만약 누나가 '부끄러워... 그만 해...' 라고 말할 때, 그게 실제로는 더 해주길 바라는 건지 진짜로 하기 싫어서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미리 정해 놓은 단어로 플레이의 중지의사를 표하는 것이다. 물론 '안돼, 그만해'라는 단어같이 흔하게 쓰이는 말은 실수로 말할 수도 있으니까 별로다. 인터넷에서 본 바로는 '택배 왔어', 라던가 '밖에 누구 있는 것 같은데?' 등의 말이 쓰인다고 하던데.

어떤 플레이를 하든 세이프워드를 말하면 무조건 멈춰야 한다. 말하고 나서도 계속 성관계를 지속하면 그때부터는 강간이다.

아직까지 영선누나가 말한 적이 없어서 세이프워드가 뭔지 모르긴 하지만. 미리 들었어야 했는데, 영선누나나 나나 어떤 행위에도 멈출 생각이 없어서 지금까지 폭주하는 중이었다. 누나에게 물어봤다.

"누나, 세이프워드는 뭐예요?"

"그... 임신했다고 말하면..."

와우. 정말 정신이 번쩍 드는 세이프워다... 내가 영선 누나를 묶어놓고 격하게 섹스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나가 '강민아... 나 임신했어...' 라고 말한다면.

상상만으로 불알이 쪼그라드는 공포다!

"알았어요. 기억할게요."

말을 하며 애널플러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잘 들어가지 않았다.

"누나, 힘 좀 빼봐요. 잘 안 들어가잖아요."

그러자 영선누나가 허리를 더 꺾으며 고양이 자세를 취한다. C자 커브로 허리가 들어가자, 엉덩이에 힘이 빠지며 더 느슨해졌다. 은색으로 빛나는 애널플러그가 서서히 항문을 확장시키며, 영선누나의 항내로 진입한다.

"으으으읏­"

"이런 거 처음 써보니까, 기분이 어때요?"

"기, 기분이 이상해... 지금, 엉덩이가 벌어진 게 느껴져..."

좀 더 짓궃게 굴고 싶은데.

"누나, 엉덩이 말고. 다른 말로 해봐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챈 영선누나의 목덜미가 붉어졌다. 벽에서 손을 떼고, 엉덩이에 손을 대 양쪽으로 벌리며 플러그가 더 쉽게 들어오게 한다.

"영, 영선이 똥구멍에 플러그 들어오는 거, 기분 좋아요...♥ 계속 안 닫힌 상태로 벌어져 있으니까 엄청 흥분돼요...♥"

꾸욱. 플러그가 끝까지 들어갔다. 누나의 항문이 가장 굵은 부분에서 크게 팽창했다가, 이제 꼭 오므라들었다. 엉덩이 사이에서 보석이 반짝거린다.

"누나, 잘 어울리네요."

정말, 누나의 후장 구멍에 애널 플러그가 박혀 있으니 AV 표지로써도 손색이 없다. 특히 스쿼트로 다져진 근육질 엉덩이는 손으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봉긋 솟아올라 있었다. 스팽킹하면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니, 욕망을 꾹꾹 참으며 다른 플레이를 한다.

낙서플용 펜을 꺼냈다.

뒤쪽을 흘끔거리고 있던 영선누나는 펜을 보고 다시 벽을 짚었다. 얌전히 엉덩이에 펜이 지나가는 감각을 즐긴다. 사악, 사악. 이번엔 왼쪽 엉덩이에도 글씨가 써진다. 매직이 지나가며 무슨 글자를 쓰는 지 알아챈 영선누나는 '흐으읏­' 신음소리를 내며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오른쪽 엉덩이에 남아 있던 이틀 전의 글자도 수정한다.

"이건 제 폰으로 찍어도 돼요? 어디 올리진 않을게요."

얼굴도 나오지 않고, 엉덩이만 나오니까 괜찮겠지? 영선 누나는 수락하듯, 왼손으로 V자를 만들어 꼬리뼈 부근에 댔다. 검지와 중지 사이로, 애널 플러그에 박힌 보석이 반짝인다. 그리고 양쪽 엉덩이에 써진 음란한 말들.

4

2L 관장 예정 ­>

특히 글자 2를 낙서플용 펜으로 까맣게 칠한 뒤, 위에 4라고 써 놓은 게 정말 싸구려 낙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탄 피부와 대비되는 엉덩이의 하얀 부분을 도화지 삼아서 멋대로 낙서를 해놓고, 화살표로 항문을 강조해 놓는다. 아마 순진한 여자라면, 이런 낙서플을 당했을 때 치욕감에 엉엉 울 터였다.내가 한 낙서지만 정말 흥분됐다.

바짝 자지가 서는 걸 느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엉덩이가 돋보이도록 들어올린 자세, 항문 위로 들어올린 V자 손가락, 반짝거리는 애널 플러그, 그리고 치욕스러운 낙서, 무릎에 걸쳐져 있는 레이스 티팬티,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양쪽 허벅지...

정말 야하지 않은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여기서 애널 플러그를 빼내고 항내에 자지를 박고 싶은 마음을 꾸욱꾸욱 참으며, 사진을 찍었다.

찰칵. 그 소리를 듣는 영선누나의 허리가 떨린다. 보지 사이로 새로운 애액이 새나오는 중이다. 애널 플러그는 삽입한 채로 속옷을 올리고, 치마를 내려 엉덩이를 가려 주자 영선 누나가 몸을 확 돌려 내 목을 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했다.

나를 음란한 열망이 타오르는 눈으로 응시한다. 혀가 거침없이 내 입 속으로 들어오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몸을 비튼다. 열락의 불꽃이 뱃속에 피어오른 듯 했다. 비부를 내게 문질러 대며 간절하게 속삭였다.

"강민아... 빨리... 집 가자... 나,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나는 손을 잡고, 장바구니를 챙겨 커튼 밖으로 나왔다. 우릴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빨리 계산하고 집으로 가야­

영선 누나를 끌고 가는데, 영선 누나의 눈이 물품 하나에 못박혔다. 등신대 마네킹에게 채워져 있는 새빨간 가죽 구속구다. 손목과 발목, 그리고 목에 연결하는. 사슬이 달려 있어 위치를 바꿔가며 묶을 수도 있고.

아, 이거. 그때 영선 누나 꿈에서 봤던 거다. 맨 처음에 샤를이 연기하는 걸로 착각하고, 애널이랑 보지 처녀 동시에 뚫었던 날.

"이것도 쓰고 싶어요?"

속삭이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격을 보자 꽤 비싸다. 27만원? 본격적인 SM도구라 그런가?

"이거, 써 줄 사람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장바구니에만 담아 놓고는 안 샀거든..."

하지만 영선 누나는 가격은 신경쓰지 않고, 물건을 꺼내 장바구니에 담았다. 게다가 내가 보지 않았던 새에 다른 물건들도 담았는지 장바구니가 터져나갈 지경이다. 장바구니를 빤히 보고 있자 영선누나가 마스크를 고쳐쓴다. 얼굴은 아직도 빨갛다.

"너, 내가 이거 들고 계산대 가는 게 좋지?"

영선누나는 내 손에서 장바구니를 뺏었다. 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네. 물건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빨리 계산해 주세요. 라고 재촉한다. 카운터의 여자 알바생은 장바구니 안에 가득 찬 물건들을 힐끔 보고, 영선누나의 얼굴을 본다.

누나는 몸을 돌려 얼굴을 피했다. 날 노려보며 '좋아?'라고 묻는 듯 했다. 남자 알바생이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러면 여성 손님들 다 떨어져 나갈테니 어쩔 수 없나?

여자 알바생이어도, 영선 누나는 창피를 느끼고 있다. 좋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주자 영선 누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누나 또 흥분했네. 이래서 영선누나랑 섹스하면 좋다니까. 계산대의 올라가는 금액을 보다가 놓친 걸 깨달았다.

'앗차! 샤를한테 쓸 것도 필요한데!'

나는 다시 돌아가 물건을 좀 더 담았다. 영선 누나가 원하는 플레이를 해 주는데 이 정도는 수고비로 받아도 되잖아? 그리고 1m짜리 실리콘 가래떡까지 챙겨 카운터로 돌아오자, 영선 누나가 내 장바구니를 쳐다보며 공포에 질려 속삭였다.

'저, 정말로... 1m짜리 딜도... 나한테 쓸거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건 샤를한테 써 보려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그래...?'

다행이라는 마음과 아쉬움, 두 가지가 섞인 표정을 짓는다. 누나도 곧 쓰게 될 것 같은데.

계산대원은 손을 움직여 물건을 찍었다. 안 보이는 봉투에 담아준다. 이런 건 센스가 있구만. 그래서... 금액이... 67만원. 계산대원도 이런 금액은 처음 보는 듯 놀라 말했다.

"67만원 나왔습니다."

카드를 꺼내는 영선 누나의 손이 부끄러움으로 덜덜 떨린다. 아, 그러고 보니 계산할 게 하나 더 있었지.

"저, 애널 플러그도 하나 있거든요?"

"음? 계산대에 올려 주시겠어요?"

나는 바코드만 캐셔에게 내밀었다. 나와 바코드를 번갈아 쳐다보던 캐셔가, 눈치를 챘는지 영선누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누나는 얼굴을 거의 바닥으로 쳐박다시피 숙였다. 귀부터 목덜미까지 삶은 문어처럼 빨갛게 달아오른다. 갈색 피부인데도 정말 잘 보이네.

"플레이는 가급적 계산 후에 해 주시길 바랍니다."

계산대원도 공감성 부끄러움을 느끼는 지 얼굴을 붉히고 웅얼거렸다. 이런 상황이 많진 않은가보다. 하긴, AV 성인용품점 특집도 아니고.

"다음부턴 참고할게요."

영선 누나는 창피함에 얼굴이 터질 지경이다. 빨리 가게를 나가고 싶지만, 원피스가 자꾸 올라가는 통에 종종걸음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익힌 랍스터처럼 빨개진 누나는 택시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 변태 자식... 진짜...어떻게... 그걸... 말을 할 수가 있어..."

음, 정말 흥분되는군.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