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62화 (62/358)

〈 62화 〉 59. 뱀과의 뽀뽀

* * *

"오빠, 저 먼저 씻을게요."

유다가 준 책자를 읽어보며 샤를은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그냥 물 안닿게 조심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하네. 나도 한 부 받아왔다.

'계속 촉촉하게 유지하기, 깔끔하게 하기!'

유다가 직접 그린듯한 일러스트 캐릭터와 주의사항 등이 써진 소책자였다. 나름 귀엽네.

[ 씻을때 향균 비누로 씻고. 비판텐 계속 발라주기! ]

음.

[ 딱지가 지고 피부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억지로 떼지 말 것.

모든 과정은 2주~ 한 달 정도 걸려요! 술은 상처가 덧날 수 있으니 조심! ]

[ 피부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즉시 병원으로 갈 것! ]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몸을 감쌌다. 샤를한테 못할 짓을 한 게 아닐까...? 그냥 문신을 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좀 더 잘 해줘야겠어.

물소리가 멎고 샤를이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 박스티와 돌핀팬츠... 그런데 허벅지가 왜 저래?.

"세상에. 샤를. 괜찮아? 아프진 않아?"

골반 리본 주위, 그리고 가터벨트 타투 옆이 온통 빨갰다. 누가 보면 빨간 피부에 타투를 새겼다고 생각할 정도로. 급히 유다의 책자를 뒤져봤다.

[ 문신을 하고 나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요. 타투를 하고 난 다음 자연스러운 현상!

하루 이틀 지나면 피부는 가라앉고 문신은 검정색이 된답니다.

그 후 껍질이 벗겨지면 톤이 다운된 것처럼 보일 거예요.

다 낫고 나면 그제서야 타투 색이 나온답니다! ]

벗겨진 것 같은 피부가 정상이라고? 샤를의 피부가 너무 하얘서 빨갛게 부은 자국들이 너무 도드라졌다. 마음이 무거웠다.

"샤를, 아프진 않아?"

"음... 솔직히 조금 따끔따끔하고, 가려워요."

샤를은 울상이었다. 타투는 처음이어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던 듯 했다. 으윽... 마음 속의 삼각형이 날 마구 찔러댔다.

"앉아 봐. 연고 발라줄게."

비판텐(향균 연고)를 꺼내서 손가락에 바른 후, 골반의 리본 위에 얇게 펴발라줬다. 누군가 인두로 리본 모양의 타투를 찍은 것처럼 피부 주변이 새빨겠다. 예쁘긴 했지만, 음심보다는 죄책감으로 자지가 서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프지..."

샤를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괜히 날 생각해서 아프지 않은 척 하는 건가.

허벅지의 가터벨트 타투는 더 심했다. 가터벨트 타투 안쪽은 빨간색으로 색을 채워놓은 것 같았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연고를 발랐다. 소용량으로 샀더니 허벅지에 다 발라주고 끝이었다. 100g짜리 대용량으로 살 걸.

허벅지 밑에 수건을 깔아주자 샤를이 나를 누워서 빤히 바라봤다. 하얀 피부에 남은 불꽃같은 자국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침을 꿀걱 삼켰다.

"오빠, 씻고 올래요...?"

인스타 모델 에밀리와 비슷한 타투지만, 에밀리보다 훨씬 예쁘고 섹시했다. 일단 씻고 나서 생각하자.

나름 빠르게 씻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나가자 샤를은 잠들어 있었다. 생각해보니 다섯 시간동안 작업대 위에서 긴장하고 있었으니 피곤할 법 했다. 그리고 아침에도 네 번 연속으로 가버렸고... 아직 초저녁이지만 충분히 잠들 법 했다.

"어떻게 하지..."

자지는 이미 문신을 한 샤를과 섹스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하지만 안쓰러운 표정으로 쌕쌕 잠을 자는 샤를을 보자 천천히 수그러들었다. 타투 주위에 얼룩덜룩한 빨간색 피부들도 죄책감을 만들어냈다.

"그냥... 자자... 문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샤를의 옆에 베개를 딱 붙이고 이불을 덮어줬다. 한 이불 속에 눕자 나도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잘 자, 샤를...

***

"잠깐만. 유다 누나.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잘못 들은 거 아냐."

타투가 끝나고 유다 누나의 오피스텔에 놀러왔는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그, 샤를이랑 나랑. 세...섹스를 하는 걸, 보고 싶다고?"

유다 누나가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끄덕거렸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이 사람에게는 도덕이라는 게 없는 것인가?

"누나... 우리가 친하다곤 하지만... 아니, 샤를은 뭐래?"

"보여주는 대신 너랑 나랑 꼭 키스해야한대. 강민이 네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는 거 보고싶다던데?"

"내 인권은 어디 간 건데!"

"강민아, 나랑 키스하기 싫어? 내가 그렇게 매력 없어?"

유다 누나의 시무룩한 표정에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이건...허들이 좀 높았다.

"애초에 누나. 남자는 무섭다면서."

"너는 괜찮...아니. 너랑 샤를이 같이 있는건 괜찮아."

나 혼자서는 또 빠꾸인 거야?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요청이었다.

그러니까. 여기 오피스텔 복층 위. 똑바로 서면 천장에 머리 부딫치는 여기 침대매트 위에서 샤를과 내가 섹스하는 걸 보여달라고?

"샤를...너 진짜 이거 수락한 거야?"

1층에서 맥주를 마시는 샤를에게 묻자, 샤를이 검지손가락을 콕콕 부딪히며 복층을 올려다봤다.

"으음... 저도 3P는 관심이 좀 있거든요. 남자 둘 있는 3P 말구. 여자 둘 있는."

아, 진짜 돌겠군! 그래. 알았어. 남자로 태어나서 3P 한번 해봐야지. 나는 복받았다. 복받은 남자다. 여친이 3P도 턱턱 수락해주고. 아이고! 하지만 시작하려니 좀 쑥스러웠다.

"맨정신으론 좀 그런데."

"그럴 줄 알고 맥주 좀 가져왔어요."

샤를이 쟁반에 술과 과자를 좀 담아 올라왔다. 우리 셋은 앉아서 맥주를 한캔씩 마시며 긴장을 좀 풀었다. 물론 풀리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강행돌파 해야겠군.

샤를이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내가 그 위로 껴안듯 올라탄다. 내 방 침대와는 다른 향이 느껴지자, 갑자기 흥분된다.

일단은 키스부터 먼저 해볼까. 샤를의 뺨에 쪽, 쪽 키스를 해가며 티셔츠를 벗겼다. 어깨와 골반 타투가 동시에 드러났다. 아, 이쁘다. 검은색 브래지어 위를 꼬옥 꼬집으며 유두를 살살 괴롭히자, 브래지어 끝이 봉긋 솟아올랐다.

좋아. 잘 되고 있군. 하지만 옆을 흘끔 보자 흥분이 팍 식는 느낌이었다.

체크무늬 긴팔 잠옷, 체크무늬 긴 바지 잠옷. 레이스 가디건까지? 뭐랄까... 너무 색기가 없고 우리랑 안 맞잖아. 우린 곧 전부 벗을텐데! 나는 조언을 좀 했다.

"근데 누나. 그렇게 옷 다 입고 있으면... 우리도 좀 긴장되거든... 우리랑 비슷하게 맞춰 주면 안될까?"

"응, 어, 알았어."

유다 누나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잠옷을 풀어헤쳤다. 긴장을 했는지, 혀가 낼름 입술을 핥고 들어간다. 뱀처럼 갈라진 혀, 그리고 반짝거리는 피어싱. 그걸 보자 내 자지가 거세게 발기하며 샤를의 허벅지 안쪽을 쿡 찔렀다.

"바, 바지도 벗어야 해­?"

유다 누나가 윗도리 잠옷을 벗어 개어 놓고, 팔짱을 껴 가슴을 가리며 묻는다. 영선 누나보다 조금 작지만 그래도 꽉 찬 B? 아니면 작은 C는 되어보인다. 그리고 분홍색 베이비돌 언더웨어까지. 유다 누나는 치렁치렁한 시스루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응. 바지도 벗어 줘."

유다 누나가 허리에 손을 대고 바지를 내리려고 했다.

그 때 갑자기, 유다씨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이거, 꿈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나한테. 친구가 있을 리가 없잖아. 오늘 두 번째 본 사람이. 이런걸 해 줄리가."

유다 씨는 자신의 어깨에 있는 장미 문신을 감싸며 시무룩해졌다. 그러자 나도 퍼뜩 정신이 들었다.

잠깐, 이거 꿈이야? 유다 씨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진짜 유다 씨인것 같은데. 꿈인지 어떻게 알아챈 거지.

중얼거리는 말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뿌리깊은 자기 혐오로 자각한 듯 했다. 꿈에서도 나에게 친구가 있을리가 없어­ 라니! 왜 이렇게 사람이 불쌍해!

샤를을 쳐다보자 역시 당황중이었다. 하지만 금세 유다 씨를 회유했다.

"유다 언니. 잠깐만요. 꿈은 맞긴 한데."

그러자 유다가 깜짝 놀랬다.

"어, 어? 나랑 이야기할 수 있어? 이거 뭐 루시드 드림 비슷한 건가?"

"루시드 드림보다 더 대단한 거죠. 샤를한테 받으신 부적 기억해요?"

"아, 그거? 응! 엄청 좋은 꿈 꿨는데."

부적? 그거 부적이 아니라 계약서잖아? 하지만 샤를은 거짓말을 이어갔다.

"그게 부적이 아니라 아티팩트거든요. 루시드 드림은 망상일 뿐이지만, 이 꿈은 실제를 반영해요. 실제 사람들의 기억을 읽어서, 꿈에 불러다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랑 강민 오빠는, 진짜로 유다 누나가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하면 되어주고. 섹스하는 걸 보여줄 마음도 있다는 거죠."

"어, 어? 그거 진짜야?"

샤를의 말을 들은 유다 씨의 얼굴은 확 밝아졌다. 일단 샤를의 거짓말에 맞춰줘야겠군.

"그, 그럼 말야. 정말, 나 둘이랑 친구 될 수 있는 거야? 저번에도 그런 꿈을 꿨거든. 정말, 꿈 말고 현실에서도 친해지고 나면 내 잘못 아니라고 말해주는 거야?"

샤를과 나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아이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불쌍한 거야!

그리고 나서야, 반쯤 벗고 있는 우리를 자각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럼.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둘은 모른단 소리야?"

유다는 가슴이 콩닥거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모았다. 얼굴이 빨개지는 걸로 봐서 뭔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한데.

"그럼요."

"그, 그래?"

유다가 뭔가를 생각하는 사이, 나는 샤를을 끌어당겨 속삭였다.

'잠깐, 샤를. 왜 거짓말했어? 그냥 악마라고 밝히고 계약서 내밀면 괜찮지 않아?'

'악마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지 않다구요! 성당 기사단한테 쫓기고 싶지 않음 오컬트 물품인 척 해요! 그리고 저 믿어봐요. 우리가 진짜 사람인 걸 알면 도망쳐서 다시는 연락 안 받을 걸요. 유다 언니 섬세하잖아요.'

'그건 맞는 것 같지만.'

우리가 귓속말을 하는 동안 유다 씨는 마음을 굳힌 듯 말을 뱉었다.

"그, 그럼 샤를. 나랑 키스해주면 안돼? 그리고 강민이도. 나랑. 꿈이면 괜찮을 것 같아."

"저, 저랑 먼저요?"

샤를은 당황한 듯 나와 유다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무래도 샤를이 더 편해서 긴장 풀 겸 그러는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던 샤를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저랑 먼저는 안 돼요. 강민 오빠랑 먼저."

"응? 왜, 왜? 이건 내 꿈이잖아!"

"유다 언니 꿈이긴 하지만. 사실을 반영하기도 한답니다. 언니 첫키스죠?"

그러자 유다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푹 숙였다.

"그, 그렇긴 한데..."

"현실의 강민 오빠는요. 첫키스 뺏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전 강민 오빠 말은 언제나 들어주고요."

"그, 그래?"

유다는 양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불안하게 나와 샤를을 열심히 쳐다봤다.

"샤를 네가 그러라면, 그러겠지만..."

그러고는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키스를 하면 코는 어디로 가지, 이런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틀어서 입술이 맞닻길 기다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접촉.

긴장한 나머지 입도 제대로 벌리고 있지 않았다. 나 혼자만 입술을 벌리고 있잖아? 스플릿 텅이랑 키스해 보고 싶은데.

"유다 누나. 이건 키스가 아니라 뽀뽀잖아요. 아, 해봐요."

그러자 유다 누나는 눈을 질끈 감고, 바들바들 떨며 천천히 입을 벌렸다.

갈라진 두갈래 혀도 긴장한듯, 입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럼, 유다 누나와 첫키스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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