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2. 영선누나에게 낙서를 해보자
* * *
애널에서 자지를 빼자 정액이 주륵 흘러나왔다. 티슈 하나를 뜯어 허벅지의 애액을 닦아주며, 뻐끔 벌어져 있는 엉덩이 주변도 쓸어낸다. 꿈틀거리는 괄약근이 엄청 야하네, 이런 생각을 하며 영선에게 말했다.
"누나, 엉덩이에 힘 줘봐요. 이대로 두면 나중에 다 흘러나와서 옷 더러워 질 것 같은데."
마치 어린아이의 엉덩이를 닦아주는 듯한 행동에, 영선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별 말 없이 엉덩이를 조였다. 남은 정액들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또 이런 건 상냥하네... 잠깐, 잠깐, 뭐야!'
"야, 뭐 하는 거야!"
영선은 당황했다. 닦아주는 걸로 끝날 줄 알았는데, 뭔가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엉덩이에 강민이 뭔가를 쓱쓱 쓰는게 느껴졌다.
"아, 여기에 매직이 있더라구요."
비품 정리, 재고 조사에 쓰는 매직이지만 지금은 다른 목적이다. 영선은 입을 다물고 자신의 엉덩이에 무슨 글자가 새겨지는지, 엉덩이 감각을 따라 읽어냈다.
[
2일차 ]
오른쪽 엉덩이에 치욕스러운 단어가 새겨졌다. 화살표를 뻗어 자신의 항문을 가리키는 중이다.
영선은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자식, 남의 몸을 무슨 도화지처럼... 아아, 애널 비처녀 인생이라니, 그런 나쁜 말을...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선을 앞으로 돌려세운 강민은 아랫배에도 글자를 썼다.
영선은 몸을 뒤틀면서도 자신의 배에 무슨 말을 쓸 지 기대감에 차 눈을 반짝거리며 내려다봤다.
[ 처녀 보지 ]
자위 금지
사용 금지
처녀 보지라는 단어는 괄호를 씌워서 강조하고, 보지를 가리키는는 화살표를 일부러 두껍게 그렸다. 외곽선을 먼저 그리고, 안쪽을 타투 칠하듯 색칠했다.
그러자 놀랄 정도로 음탕해 보이는 메모장이 완성됐다. 엉덩이는 비처녀면서, 아직 보지는 처녀. 영선은 치욕감에 입술을 깨물면서도 글자 윗쪽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보지는 제발 박아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물을 흘리지만, 강민이는 박아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아, 여긴 언제쯤 써 주는 걸까...
하지만 실망감을 표현하는 대신 강민에게 앙탈을 부렸다.
"이런 글씨 쓰는거, 이상해에... 너무, 변태같잖아...누가 보면 어떻게 해...?"
"또, 또. 싫어하는 척 한다."
"이런 거 써 놓으면, 운동은 어떻게 가아..."
영선은 몸을 꼬면서 말은 울먹거리지만, 표정은 피학의 기쁨으로 젖어 있었다. 강민은 웃으며 매직의 뚜껑을 닫고, 직접 영선의 바람막이 지퍼를 채워주려다 멈췄다.
"휴대폰 줘봐요."
사진 모드로 바꾼 다음 뒤로 물러섰다.
"보지 손으로 가리고, 눈도 가려봐요."
"이, 이렇게?"
영선이 손으로 눈과 보지를 가리자 AV 컨셉 배우같이 변했다. 실제로는 체대 여대생일 뿐이지만.
상체는 스포츠 브라와 바람막이를 입었으면서 아래쪽은 아무것도 없다. 강민의 취향에 딱 맞다. 상체 쪽 애무같은 건 일절 없이, 아랫도리만 벗겨서 성욕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마음에 든다.
여성의 기분따윈 신경쓰지 않고 온갖 치욕을 주는 게 좋다!
'바텀레스(bottomless) 패션이 역시 예뻐. 탑레스같은건 꼴알못들이나 좋아하는 거지!'
사진도 일부러 무릎에서 잘라서, 발목에 걸린 속옷과 트레이닝복은 보이지 않는다.
구릿빛 아랫배엔 온갖 음란한 말이 써져 있다. 하나의 음란한 조각품처럼 보였다. 강민은 침을 꿀꺽 삼키며 사진을 찍었다.
"찍을게요, 웃어요!"
영선은 바셀린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끌어올렸다.
찰칵. 찰칵. 자신의 음란한 몸이, 이제 사진에 찍혀 갤러리에 저장되겠지. 영선은 숨을 몰아쉬었다. 사진 찍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신의 보지가 조여든다
강민이 마저 바람막이 지퍼를 올려줬다. 바지까지 올리자 입술의 바셀린을 제외하고는, 겉으로 봐서는 방금까지 애널섹스를 하고 있던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바람막이를 내리면 배에 써진 단어들이 보일 것이다. 처녀 보지, 자위 금지 등등. 엉덩이에 새겨진 애널 비처녀 인생이란 단어도.
'아, 오늘 운동 가야 하는데'
하지만 이 글자를 일찍 지우고 싶진 않았다. 오늘은 그냥 로드워크만 하고 갈까? 아니면 바막 입고 운동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강민은 영선에게 하나 더 시켰다.
"누나, 입으로 청소해 봐요."
자신의 엉덩이를 들락날락하던 자지로, 보지 쪽을 쿡쿡 찌른다. 하지만 영선은 이번엔 피했다.
"이, 일단 지금은 좀 무리야..."
"저번엔 잘 했잖아요."
잘 하진 못했다. 그냥 혀만 가져다 대는 수준이었지. 영선은 핑계를 찾아 CCTV 화면을 가리켰다.
"밖에 손님 와 있어."
"앗, 이런."
영선은 입으로 무는 대신, 물티슈를 꺼내 강민의 대물을 닦아준다.
'뭔가 아쉬운데...'
아무래도 입으로 청소해주는 건 아직까진 무리인 듯 했다. 펠라치오도 제대로 못 배웠으니 당연한 건가. 강민은 영선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누나, 뭐든지 한다면서요."
"손님 와서 못 해준 거야. 다, 다음엔 꼭 할게."
"알았어요. 이번주 일요일 기대할게요."
머리 위에서 강민이 하는 말을 들으며 영선은 얼굴을 붉혔다.
아아, 일요일엔 도대체 뭘 시킬까. 혹시 처녀를 깨 주려나? 사실 영선은 지금, 강민이 요청한다면 손님따위는 무시하고 처녀를 바칠 수도 있었다. 어둡고 퀘퀘한 창고방 안에서, 몇 번이고 꿰뚫리며 가고 싶어
하지만 물티슈로 닦아주는 동안 자지는 천천히 수그러들었다. 영선은 몰래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말 잘 들으면 보지도 써 줄게, 그렇게 말했었지. 말 잘 들으면 언제쯤 처녀막을 찢어 줄까, 저 두꺼운 자지로...
'이런, 손님 기다리겠다.'
둘은 정리하고 창고에서 나왔다. 남은 알바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저녁 여섯시가 넘어가자 손님들이 많아져서 딱히 뭘 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하지만 누나가 아는 사람들이 들어오며 인사하는 걸 보자 묘하게 흥분됐다. 저 사람들은 오늘 누나가 창고 안에서 애널 섹스한 걸 알까? 보지는 아직 처녀면서 뒷구멍은 따인 음란녀란 걸 짐작이나 할까?
그리고 아랫배에, 엉덩이에 음란한 낙서가 새겨져 있는 걸 알까?
그 생각을 하자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안돼!
하지만 그건 영선누나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중간중간에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나 배에 손을 올리곤 했다. 그리고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우, 더워."
영선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퍼를 쭉 내렸다.
"누나, 뭐해요?"
"응?"
영선누나는 순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다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자신의 배를 보다가...
"!!!!"
다시 목끝까지 바람막이를 채웠다. 음, 가끔 이런 귀여운 모습도 좋군. 매직으로 낙서해 놓은 걸 잊은 듯 했다. 영선 누나는 귀까지 붉히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다시, 천천히 지퍼를 내려서...
카운터에 있는 내게 배에 쓰여진 음란한 글자를 보여줬다. 바람막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여차하면 팔을 휙 접어 배를 가릴 수 있도록. 그렇다곤 해도 뒤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하지만 영선 누나는 이게 즐거운 듯 했다. 누군가가 낙서를 볼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좋은가? 뭐, 나도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되게 흥분되긴 하니까.
누나는 자신의 낙서를 자랑하다가 보지 부분을 손으로 톡톡 쳤다. 입모양으로 속삭인다. 입술이 요염하게 움직였다.
'빨. 리. 써. 줘.'
나 진짜, 영선누나 아다 깨는 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
퇴근이다. 영선 누나는 운동할 거라고 보스턴 백을 메고 밤 거리로 사라져갔다. 뽀뽀 정도는 하고 싶었는데 매정하구만. 부르기도 전에 쌩 멀어졌다.
집에 가면 씻고, 예림이랑 놀아야겠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예림이가 도시락도 사놨다고 했으니까.
"오빠 왔어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예림이가 다가와 날 꼭 껴안았다.
쇄골에 새겨진 타투에 눈이 갔다. 2001.10.05. 새하얀 피부 위에 올라앉은 타투는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미모와 어울려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이전의 예림이와는 다르게, 훨씬 기 세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타투 하나로 이렇게나 이미지가 변할 수 있다니. 다만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지 타투 아래가 아직 울긋불긋했다. 여기에 키스하는 건 좀 참아야겠지.
변한 예림이를 보자 짜르르 흥분이 흘렀다. 어, 근데.
"허벅지 타투는?"
짧은 돌핀팬츠를 입고 있었기에 타투가 보여야 할 텐데. 무슨 일이 있었나?
"저, 그게. 타투하시는 분이 너무 울어서. 일단 밥 먹고 이야기하실래요?"
울었다고? 혼란에 빠진 내게 예림이는 데운 한솥 도시락을 가져왔다. 자기 것과 내 것.
"밥 안 먹었어?"
"오빠 오면 같이 먹으려구 기다리고 있었어요."
엇, 감동... 타투를 해도 예림이는 그냥 예림이구나. 역시 속이 변할 리는 없지.
아니, 예림이가 아니라 샤를이지. 이제 슬슬 이름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 나도 예림과 샤를이 같은 존재가 아니란 걸 서서히 느낀다. 타투를 보고 나니 더욱 더.
밥상에 앉아 치킨마요를 먹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예림이가 술술 대답했다. 트라우마때문에 너무 울어서 작업이 어려워가지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저 유다 언니랑 계약했어요.
깜짝 놀랐다...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영선 누나랑 하는 계약은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그러자 예림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 꿈 꾸면 알 거예요. 여튼, 오늘 밤엔 저랑, 오빠랑, 진짜 유다 언니. 셋이 나올 거예요."
"그럼 난 뭐 하면 돼? 그, 유다라는 사람이랑 야한 짓 하면 되는 거야?"
남자를 무서워하는 데 야한 짓을? 끔찍한 악몽이 되진 않을까? 걱정스레 묻자 예림이 고개를 저었다.
"야한 꿈을 꾸게 하진 않을거에요. 오늘은 그냥, 가볍게 유다 씨랑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해요."
뭐, 예림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계약한 거겠지. 여자 말 들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마저 먹었다.
"오빠, 근데 타투 이쁘다는 이야기는 안하네요."
쿨럭, 쿨럭. 아, 내가 신경을 못 썼구나. 머릿속으로는 생각했는데, 허벅지 타투가 없는 것에 놀라서 그랬어 길고 긴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