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47화 (47/358)

〈 47화 〉 46. 서큐버스 임신의 비밀

* * *

내게 질문하며 자지에 남아 있는 거품 낀 식도액을 입으로 꼼꼼히 빨아들인다. 그러고 나자 좆대가 다시 깔끔해졌다.

"응, 기분 좋네. 고마워."

청소까지 끝내고 나서야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숨을 진정시킨다. 내 만족한 얼굴이 좋았는지, 아랫도리에 기대 애교를 부렸다.

"사실 기승위로 올라타 있고 싶었는데, 아랫도리가 좀 얼얼해서요. 오빠게 너무 크다 보니까."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선 내 자지를 만족스러운 듯 손으로 만지며 빤히 바라본다. 어라? 넓이 조절은?

"음? 맨 처음에 섹스할 때는, 질 넓이 조정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오빠는 꽉꽉 조이는 거 좋아하잖아요. 안 그래도 물 많아서 싸기도 힘들 텐데. 앞으로도 가급적 조이기만 할거고, 넓히진 않을 것 같아요."

아이구, 예뻐라. 나는 예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 뒤를 만져 주자 고양이처럼 고개를 슬쩍 저었다.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그런데 아래가 얼얼하다니, 어제 질싸를 많이 해서 몸에 무리가 간 건가.

그러다 갑자기 퍼뜩 생각이 들었다. 예림이한테 질싸해도 임신 걱정은 없는건가? 인간의 몸이라면서? 서큐버스는 임신을 어떻게 하지?

"저, 혹시 내가 질싸해서 임신하진 않겠지?"

"아. 괜찮아요. 정액이야 전부 마력으로 변환해 버려서."

참 편안하고 야한 몸이다. 나는 멍하니 누워 예림이의 나신을 바라봤다. 정말 남자를 꼴리게 만드는 데 최적화된 몸매다.

그런데 정액을 마력으로 변환시켜서 임신하지 않는 거라면, 생리는 하나? 막 한달에 한번씩 성질내려나?

"생리는 해?"

"아뇨. 사실 자궁이랑 질 쪽은 서큐버스의 몸이랑 섞어놔서. 훨씬 편해요오. 넓이 조절이라던가 생리하지 않는다던가."

여자들이 탐낼만한 몸이네. 육화라는 건 생각보다 편리한 옵션을 제공하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이세계에 가며 몸을 재구성해야 하는데 제약이 많으면 귀찮을 법 하다. 묻다 보니 궁금증이 팍팍 떠오른다.

"이종족으로도 육화가 되는 거야?"

"늑대인간, 토끼 수인 등등. 전부 가능하죠? 일정 부분은 섞는 것도 가능하고."

퍼리는 취향 아니니까 됐어. 고개를 저으며 예림이의 아랫배를 살펴봤다. 세로로 긴 배꼽, 손으로 쓸면 녹아내릴 것 같은, 눈처럼 새하얀 피부. 그런데 생리를 안 하면 임신은 어떻게 하는 거야?

"임신은 어떻게 해? 생리를 안 하는데 임신이 되나?"

임신이란 말을 듣자, 예림이는 자기가 말하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검지손가락 두개를 콕콕 마주쳤다.

"어, 음. 서큐버스는 부부의 맹세를 하구요. 그 다음에 배란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 상태에서 첫날밤을 치루면 100% 임신해요."

오... 역시 음란한 종족이네. 무조건 허니문 베이비라...

"부부의 맹세를 하면 배란이 시작되는 거야?"

"그, 그건 아니구요. 맹세 없이도 배란이야 할 수 있지만. 이상하잖아요. 부부가 된 것도 아닌데 왜 아이를 낳아요."

내 쪽을 보던 예림이는 혹시, 혹시 이야기하다 입을 가렸다. 그러고서는 귀가 서서히 빨갛게 물들어간다. 뭐야, 왜 저래?

"꿈도 꾸지 마세요!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음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얼굴이 정말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새빨개져 있었다. 잘 익은 토마토보다 붉다.

"말도 안 돼... 부부의 맹세도 안하고 임신이라니. 말, 말도 안돼.

정말 말도 안 돼. 마왕이 맹세도 안 하고 임신시키려다가 살해당한 거 몰라요?"

"알 리가 있나."

아무래도 서큐버스의 혼전 임신은 마계에서는 절대적인 터부, 금기에 해당되는 듯 했다. 당황한 태도가 그걸 증명했다. 빽빽 소리지르는 것도. 혼전 임신이 그렇게 부끄러운가?

"아니, 그래도 우리는 혼전 임신이 의외로 흔한데."

너무 인간 중심적인 마인드인가?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은 듯 했다. 예림이는 이불을 휙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가렸다.

"애초에 부부가 될 생각도 없으면서 임신이라니! 불경해요!"

아, 그런 생각 한 적 없다니까! 거 참 앞서나가는 서큐버스구만! 이런 점에서는 극렬 기독교만큼 보수적인 듯 했다. 결혼 전 성관계라던가 창관에서 몸을 파는 건 괜찮지만, 혼전 임신만큼은 절대적인 금기라.

상당히 신선한 관점이라 머리의 한 구석이 깨어나는 듯 했다. 하긴, 임신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서큐버스를 임신시키는 건, 부부가 아니라면 이상한 일이지.

임신 상태에서는 아이에게 무리가 갈 지도 모르니 애널로 한다고 하겠지? 임신 중 아날 성관계라... 영상으로 보기만 했는데. 부푼 배가 시각적으로 뭔가, 날 뒤틀리게 만들긴 했었지...

아냐, 그런 생각 안했어!

"임신 원하면, 저 다 때려치우고 마계로 돌아갈 거예요. 세상에나..."

예림이는 이제 벌벌 떨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날 무슨 짐승 보는 듯 하다. 하긴, 내가 그동안 좀 거친 플레이를 많이 하긴 했지만. 이정도 취급을 받을 정도라니.

"야, 나도 젊은 나이에 애아빠 되긴 싫거든?"

"하지만 눈빛이 음흉했는걸요!"

"임신시켜서 섹스를 할 정도로 미치진 않았어!"

억울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불을 머리까지 두르고 멀어지던 예림이도 멈췄다.

"...진짜죠? 제가 뭐든 해 준다곤 했지만, 그건 정말... 정말... 안될 일이예요."

"안 해!"

그러고 나서야 진정했는지 꾸물꾸물 내 쪽으로 다가왔다. 슬라임처럼 이불로 내 몸을 삼켜왔다.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본 거죠? 할 생각 없죠?"

주온처럼 내 배 위에 올라와서 묻는다. 이런 귀신이라면 누구나 환영할텐데. 절대 없다고 못박으며 예림이의 몸을 껴안았다. 예림이도 그제서야 안심이 됐는지 날 껴안았다. 그냥 두면 계속 임신 이야기만 할 것 같아서 말을 돌렸다.

"우리 아카식 레코드에 들러서 촬영 마법좀 찾아볼까?"

"아, 좋아요! 아침은 갔다 와서 먹으면 되겠다. 아침 먹고 아카식 레코드 가면 토할지도."

예림이가 내 손을 꽉 잡고 침대 위에 편하게 누웠다. 나도 베개 높이를 조정했다.

"지금 바로 갈까요? 준비됐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몸 안에 뭔가 차오른다. 빙빙. 격렬한 놀이기구를 탄 듯 하다가, 그 속도를 서서히 올리더니. 갑자기 뚝 떨어진다.

침대 아래의 세계가 무너지고 모루가 아흐레 떨어지는 것처럼 빠르게 검은 우주 사이를 가르다가, 퍼억! 길게 빠진 파랑 벨벳 쇼파 의자에 누워있는 상태로 깨어났다..

"꼭 이렇게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욱."

"마력 적성이 없으면 더 힘들어서 그래요오­"

예림이가 옆에서 손을 뻗어 날 일으켰다. 옷은 어느 새 이미 입은 상태였다.

"촬영 마법이 있을까?"

"모든 멀티버스를 아우르니까 있겠죠. 아웃사이더 갤러리란 곳도 연결되어 있대요. 그 쪽 마법사들이 괴상한 마법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던데."

예림이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

"흠, 촬영 마법. 마력 소모량은 보통으로. 화질은 뭐예요? 높을 수록 좋은건가? 현실 그대로 구현 가능, 촉감까지 동시 녹화라는데. 대신 10 분당 녹화 크리스탈 한 개, 과학 단위로는 10분당 400GB?"

"그 정도는 필요 없어. 영상만, 화질은 4000K. 전기적 형태로 저장 가능하게."

예림이 태그를 하나 더할때마다 눈 앞의 책들이 확확 줄어들었다. 다행히 아직도 열 권은 남아 있었다. 예림이가 책을 뽑아 펄럭펄럭 펼쳐보며 그중 한권을 골랐다.

"시전자를 중심으로 360도 촬영, 4m까지 제공한다고 하고, 편집 기능 포함? 촬영과 각도 조정. 촬영에 드는 마력은 이용자에게서 충당."

"아, 그거 괜찮아 보인다. 편집 기능까지 있어야 해. 원하는 장면을 잘라내는 건데."

무료 편집 제품으로 영화를 만들던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노트북으로 영상작업을 하는 건 정말 미친 짓이었지...

이 마법의 이름은 라네보. 영상 촬영 관련 툴중 가장 많은 리뷰를 자랑하는 마법이었다. 마법으로 촬영이라니! 샤를의 존재 자체가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었다.

하지만 샤를은 이마를 찌푸렸다.

"엑, 100에테? 아니, 무슨 촬영 마법이 이렇게 비싸!"

"지금 몇 에테 있댔지?"

"11.5 에테요."

"...어쩌지."

만약 마계에서 저 마법을 배우려고 한다면 60년은 걸릴 테다. 인간계에서는 훨씬 빠르지만, 그래도 필요한 마력을 모으는 데 최소한 한 달은 넘게 걸리겠네(일 3회씩 섹스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이라도 촬영해서 올려보고 싶은데. 아니면 그냥 휴대폰으로 작업해서 올릴까?

하지만 집에서 만드는 홈메이드 포르노가 개판인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섹스할 동안 카메라 각도를 바꿔가며 촬영해야 하는데. 고정 휴대폰 만으로? 끙.

우리 둘이서 찍은 휴대폰 영상을 쓴다면, 좋은 배우를 망치는 셈이다.

특히 라네보의 360도 촬영기능이란 건 너무 끌렸다. 영화를 작업할 때면 카메라 한 대로 다섯 방향을 돌아가면서 찍는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샷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걸 한 번의 촬영으로 해결할 수 있다니. 화면에 잡히는 다른 카메라도 없이... 이걸 꼭 갖고 싶은데. 이미 내 마음은 이 마법에 쏠려 있었다. 예림은 조건을 뒤적거렸다.

"...라네보란 아이콘 박아서 촬영하면 90% 할인해 준다는데요."

...공짜 편집 프로그램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GIF 파일 만들때도 허니뷰라고 떡하니 박혀나와서 얼마나 싫었는데!

"마법 세상이라고 해도 인간계랑 크게 다를 건 없네..."

의외의 잔혹한 현실에 마주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네.

"저도 한 달 기다리는 건 싫어요..."

"그냥 제품명 박고 찍자. 나중에 너무 거슬리면 마력 더 써서 지우고..."

"그래요. 그럼 살까요?"

"잠깐만. 혹시 문신 새기는 마법도 볼 수 있나? 이건 보관해 놓고."

"오빠, 자기 손으로 나한테 문신 새겨주고 싶어요?"

예림이는 감동한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음. 의외로 직접 새겨주고,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