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42화 (42/358)

〈 42화 〉 41. 우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 * *

'예림아. 내 계약서 3번 조항. 만약 이걸 수정한다면 나도 마력을 받을 수 있어?'

예림에게 속삭이자 머리를 저었다.

'그릇이 없는 사람에게 물을 흘려봤자 흘릴 뿐이죠. 평범한 인간은 마력을 저장할 수 없어요.'

평범한 인간은 마력을 저장할 수 없단 말이지.

나는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샤를의 말에 따르면 마력 발생 메카니즘은 욕망의 해소다. 그런데 내가 자위해서 생긴 마력은 샤를에게 가고, 누나의 마력은 사라졌다. 둘 다 저장소는 없는데.

영선누나와 나의 차이가 뭘까? 욕망이 해소된 건 똑같다. 그럼 다른 건? 계약서에 마력의 귀속 여부를 적었냐. 적지 않았냐. 이 차이밖에 없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가슴이 떨렸다. 어쩌면 폰허브 동영상에서 마력을 얻게 될지도 몰라. 나는 샤를을 톡톡 쳤다.

"누나 계약서에 이것도 써봐. 전영선과 김강민 사이에서..."

음, 마력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겠는데. 예림이가 악마인 걸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예림이의 귀에 소곤거렸다.

'이따 계약 직전에, 영선과 강민 사이에서 나온 마력은 너한테 귀속된다고 조항 추가해봐.'

지금 이 상황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예림의 얼굴이 갑자기 확 펴졌다. 만약 이 조건을 추가했는데 마력이 들어온다면? 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마력의 행방이 결정되는 거라면?

그렇다면 영선이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일하지 않고 마력을 얻을 수도 있고. 폰허브에서 마력을 얻어내는 연구의 기반이 된다. 포기하기엔 너무 많은 마력이니까!

"좋아요. 영선 언니. 주 1회 말고, 주 2회까진 어때요?"

거 참 쫀쫀하네! 좀 더 쓰지? 우리 둘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력도 다 가져갈 셈이면서.

하지만 횟수를 늘려서 계약해놓고, 마력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샤를이 정말 독박쓰는거다. 내가 영선누나랑 놀아나지 않았다면 다 자기 마력이었을 테니까.

다행히 영선누나는 주 2회로 올라간 계약이 충분히 마음에 드는 듯 했다. 하지만 도장을 찍기 전 요구사항을 더 말했다.

"...세이프워드가 있었으면 좋겠어."

뭐, 우리처럼 하드코어한 관계에서 그건 당연하지. 나는 여덟번째 조항을 추가했다.

8. 전영선이 세이프워드를 말하면 모든 플레이를 즉시 중단한다.

"그리고 하나 더. 강민이 너 말고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건 싫어. 영상 찍을 때도 내 폰으로 찍을거야. 영상 올릴 거면 내 허락 받아야 해."

하나만 더 말한다고 해놓고 세개를 말했지만, 나는 9, 10, 11번의 조항을 아무 불만사항 없이 추가했다. 펜으로 쓱쓱 눌러썼다. 영선누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의 브래지어 앞섶을 꼭 쥐고 날 바라봤다. 고양이같은 눈동자였다. 음. 난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도 최소한의 합의는 있어야 하는 거지.

"이거면 됐어요?"

"...좋아. 그럼 여기에 싸인하면 되는 거야?"

"그냥 손가락만 올리면 돼요."

예림이가 설명하며, 영선누나가 도장 찍기 전에 계약서 위에 손을 한번 휘저었다. 피처럼 번져나가는 문자가 계약서의 중간에 끼어든다. 강민과 영선 사이에서 나온 마력은 샤를에게 귀속된다...

문장의 번호가 하나씩 밀려났지만 영선누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름 옆에 지장이 찍힌다. 나도, 샤를도 엄지를 올려 찍는다. 따끔함도 없이, 빨간 지장이 찍힌다.

"이건 서랍속에 넣어 놓을게요."

예림이 계약서를 접어 영선누나의 책상 서랍 속에 보관했다. 악마와의 계약서는 심장에 보관하는 거라고 했지만, 저런 종이 형태로 보관해도 효과가 있나 보구나.

그러고 나자 예림이 내게 눈짓했다. 빨리 실험을 해보고 싶어 못견디겠다는 눈치다. 과연 직접 섹스를 하거나, 꿈을 설치하지 않고도 마력을 벌 수 있을까?

나도 궁금했다. 정말 마력을 벌어서 예림이로 1인 하렘을 꾸릴 수 있을까? 내 질문의 답을 알려줄 영선누나에게 질문했다.

"누나. 아직도 보지로 가고 싶어요?"

영선이 이불을 둘둘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빨갛게 물들이고 자꾸 예림이를 힐끔거린다. 예림이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러운가보다. 더 부끄럽게 해 볼까.

"그럼 여기서, 자위하는 거 허락해 줄게요."

섹스는 하지 않는다. 실험에 방해가 될만한 요인은 최대한 제거한다. 최대한 영선누나의 욕망만 해소되도록. 내가 끼어들면 사정하면서 발생한 마력이, 실험을 오염시킬지도 모르니까.

자지로 쑤셔주는 걸 기대했는지 영선 누나의 얼굴이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자위라도 할 수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꾸물꾸물 몸을 움직였다.

"예림이한테도 보여줘야 해?"

예림도 실험을 방해하긴 싫었다.

"뭐, 이번엔 빠져 드릴게요."

그리고 아예 집 밖으로 나갔다. 예림은 집 옆 계단에 앉아 기다린다.

'아, 제발. 마력이 올랐으면 좋겠는데.'

예림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난 영선누나가 말고 있는 이불을 젖혔다. 경영 수영복 모양으로 예쁘게 탄 몸매. 예쁘게 비키니 라인을 따라 정리되어 있는 보지털. 그리고 하복부를 싸고 있는 가터벨트.

"평소에 하던 것처럼 자위해봐요."

영선 누나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클리토리스 위에 손을 얹었다. 아까 계약서를 쓰는 소동을 벌이느라 좀 마르긴 했지만, 앞에서 강민이 쳐다보고 있으니 다시 금세 젖어들었다.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다 입을 열었다.

"오늘 섹스할 것 같아서. 손톱도 이렇게 바짝 깎은 거예요?"

"으, 응..."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바싹 깎은 손톱. 이렇게 섹스에 순종적인 섹파가 생기다니. 예림이 덕분이네. 나는 문 밖에서 기다릴 예림을 생각하며 웃었다. 오늘은 집 가면 예림이랑도 섹스해야지.

내가 빤히 쳐다보며 웃자 영선누나가 볼을 붉혔다. 그러고는 다리를 좀 더 양쪽으로 벌린다. M자가 더 벌어지며, 보지 깊은 균열까지 보였다.

좀 도와줘 볼까?

뻗은 발에 살짝 키스했다. 이젠 좀 부드럽게 해도 괜찮겠지. 누나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바디샴푸 냄새가 훅 끼쳤다.

작은 발톱, 귀엽게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나는 입을 벌려 약지발가락 끝을 살짝 깨물었다.

"하으­"

누나의 손가락이 좀 더 열심히 움직인다. 나도 거기에 맞춰 혀로 살짝 쓸어주고, 발가락 사이를 왔다갔다 해본다. 부끄러운지 누나는 더 빠르게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발이 보이니까 해보고 싶었는데. 반응이 은근 재미있다. 더럽지도 않고. 오히려 매끈매끈하다.

그렇게 쭉 키스를 하며 올라갔다. 발목, 정강이, 무릎, 허벅지. 키스 정도로는 내 욕망이 풀리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허벅지 안쪽을 깨물었다.

"흐아, 기분이, 이상해."

내가 애무를 하는 동안 자위하는 경험은 없으니까. 계속 쪽쪽 뽀뽀를 해대자 영선누나의 몸이 떨렸다. 꽤 흥분한 듯 했다. 그러길 몇 분, 숨을 거칠게 내쉬며­

"강민아, 키스해줘. 그럼 갈 것 같아..."

촉촉히 젖은 입술로 애원한다. 음, 이런 평범한 순애도 충분히 야할 수 있네. 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누나의 몸 위로 내 몸을 겹쳤다. 영선누나가 자위하는 동안 나는 키스로 입술을 희롱한다. 깊숙이 혀를 찔러 넣고, 깨물고.

숨이 격렬해진다. 그러며 혀가 내 입 속으로 침입해온다. 나는 예림에게 배운대로 혀로 혀를 감싸며, 입술로 쪼옥 빨았다.

"흑, 흐으으읏­"

영선누나의 몸이 가볍게 튀고 떨렸다. 음, 간 건가? 이쯤이면 됐으려나? 내 질문에 답하듯 클리토리스를 쓸고 있는 손가락은 멈췄고, 눈은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좋아, 그럼 이제 예림이한테 물어보러 가 볼까!

"영선 누나. 오늘 진짜 좋았어요. 특히 엉덩이로 한 거. 완전 흥분됐어요."

"그런 말 하지 마. 부끄러워."

영선누나는 누워서 베개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만 내쉬었다. 오늘 보지는 신품인채로 엉덩이부터 따였으니 생각이 복잡해질 법 하지. 나는 마무리로 입술에 한번 더 키스한 후 방을 나왔다.

"쉬어요, 누나. 내일 알바에서 봐요."

"으, 응."

영선 누나가 몸을 일으키며 손을 흔들었다. 극한의 절정에 키스하며 부드러운 절정까지 겪었으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한 듯 하다. 이미 얼굴은 꼬박꼬박 졸고 있다. 나도 이제 나가볼까.

옷을 입으며 흥분감에 손이 떨렸다. 영선 누나랑 섹스한 건 좋았지만, 마력이 올랐을지 확인해 보는 건 더욱 흥분된다.

과연 샤를의 마력이 올랐을까? 내 생각엔 될 것 같긴 했다. 근본적으로 계약의 대상자만 바뀌었지, 계약 내용 자체는 똑같지 않나. 코딩처럼, 코드의 줄기는 똑같고 변수만 달라진다면 코드는 문제없이 동작한다.

하지만 마법이란 건 완벽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예림에게 묻기 전까진 모른다. 집 밖으로 나오자 예림이 계단참에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었다.

"됐어?"

예림은 무표정으로 말 없이 현관 밖으로 걸어나갔다. 성과가 없어 실망한 듯한 모습이었다. 제기랄, 진짜로 안 된건가!

그런데 현관 밖을 나서자, 갑자기 예림이 펄쩍 뛰었다. 모양 좋은 가슴도 같이 흔들렸다.

"됐어요!!! 마력이 들어왔다구요! 직접 하는 것보단 훨씬 적지만! 정말 백분의 일 정도지만, 들어왔다구요!!! 오빤 진짜 천재에요! 마계에선 아무도 실험해보지 않았던 건데!"

그리고 나를 껴안으며 빙빙 돈다. 진짜야? 그럼 폰허브 동영상에 계약서를 붙일 방법만 생각하면 우린 부자가 될 수 있는 건가? 생각해 둔 방법 있어? 그러자 예림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진 어떻게 할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문신도 해야 하고, 아카식 레코드에서 카메라도 찾아야 하고. 국적도 바꿔야 하고, 할 게 너무 많네요! 일단 가볍게 영상 찍어서 올려보고 생각하죠! 인사 동영상 같은 걸로만!"

예림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지 방방 뛰었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정말, 그럼 이제 1인하렘을 꾸릴 수 있는 건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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