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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41화 (41/358)

〈 41화 〉 40. 애프터 필로우 토크? 놉 캣파

* * *

영선은 불안해져서 이불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몸을 세웠다. 누구지?

"강민아. 밖에 누구야?"

영선의 직장 안에 화려하게 사정하고 난 강민은 멍한 상태였다. 보지 만지는 걸 금지시킨 것까진 좋았지만 그 이후의 플레이를 생각해보진 않았다. 청소 펠라를 시키고 싶긴 한데, 밖에 세워놓은 예림이도 들어오라고 해야 하고.

아, 이럼 되겠군.

"누나는 신경쓰지 말구요. 일단 입으로 청소해요."

"이, 입으로...?"

꿈에서도 펠라치오를 해본 적은 없다. 난생 처음 겪는 플레이다. 물론 오빠의 야동 중에서 애널섹스와 펠라치오를 번갈아 하는 배우를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이 그런 플레이를 하는 건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민은 번들거리는 자지를 자신의 코 앞에 들이대고 펠라치오를 요구한다. 방금까지 자신의 항문 안을 들락날락하던, 정액과 러브젤이 끈적하게 얽힌 물건을 입으로 닦으라니.

같이 알바할 때 성실하고, 친절하고, 잘 웃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그런 후배였는데. 섹스할 때는 왜 이렇게 난폭하고 잔혹할까.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자지를 청소해 주고 싶기도 했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왜 가장 바라는 플레이를 했는데. 방금도 엄청나게 가버렸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왜 이럴까.

"강민아. 나... 너랑 키스도 한 번 밖에 못해봤는데. 이러는 건 너무해..."

영선은 애처롭게 올려다봤다.

인간의 마음은 딱 한 가지만을 바라지 않는다.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 정말 싫지만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보고 있으면 아프지만 그럼에도 옆에 두고 싶을 수 있다.

영선도 그랬다. 엄청 괴롭힘당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비참하게 매도당하며 애널섹스를 했으면 조금 정도는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을까.

"뭐든지 한다면서요."

하지만 강민은 아직 친절하게 대해 줄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로는 아직 그의 디그레이더 성향을 만족시키기 부족했다. 조금 더. 울 정도로 심하게 대한 다음에야 속에 쌓인 것이 풀릴 것 같았다.

지금은 좀 더 괴롭히고 싶다. 예림이때문에 올라간 섹스의 수위는 여지없이 영선에게도 적용된다. 결국 영선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감추며 강민의 자지에, 덜덜 떨리는 혀를 갖다댔다. 혀로 톡톡 건드는 수준의 펠라치오가 잠시 이어졌다. 그러다 강민이 질문했다.

"누나. 현관 비밀번호좀 알려줘요."

"팔, 육, 칠, 사. 그리고 별."

아, 이제 강민이는 내 집을 멋대로 들락거리겠지. 강민이 자신의 집에 놀러온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아랫도리가 꾸욱 조여왔다.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강민이 난폭하게 대하자 서서히 사라져간다. 어찌됐든 영선이 바라던 것은 엄청나게 하드코어한 플레이다. 아까는 욕망이 충족되자 일시적으로 친절함을 갈구한 것이다.

영선이 펠라치오를 계속하는데 밖에서 삑삑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들어오는 중이다. 영선은 깜짝 놀라 입을 뗐다.

"괜찮아요. 예림이예요. 계속해요."

예림이니까 괜찮다고 계속하라니. 강민이 얘, 진짜 짐승이구나. 영선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물쭈물하는데, 문을 열고 들어온 예림이 방 문설주에 기댔다. 영선은 그쪽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꼭 감고, 입을 벌려 귀두를 삼켰다.

예림은 많이 실망중이었다.

'결국 오빠가 영선언니랑 섹스했어... 게다가 영선언니가 영상을 보며 자위해도 마력은 안 올라. 나만 완전 손해야.'

게다가 영선은 눈물 맺힌 눈으로 강민의 자지를 청소 중이었다. 항문은 살짝 벌어져 그 사이로 정액이 흘러나온다. 왠만한 하드코어 플레이는 다 해주는구나. 그럼 서큐버스인 나는 어떻게 하지? 내가 잘 하는 건 몸쓰는 것밖에 없는데. 버려지는 건 아니겠지. 예림은 복잡한 생각을 하며 방 입구에 섰다.

"강민 오빠, 좋아요?"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눈치채라고 퉁명스럽게 말해봤지만, 강민은 영선의 입에 좆을 물리느라 신경도 쓰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샤를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아까 카페에서, 강민의 연락을 기다리며 여섯 시간동안 작성한 거다. 그러자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샤를이 까페에 앉아 있는 중간중간, 남자들이 번호 받으려고 음료 여섯 잔과 쿠키, 케잌, 샌드위치, 그리고 롤케잌 한 줄까지 바쳤다. 전부 거절했다. 그래도 남자들은 일단 시킨거니 드세요 하고 탁자 위에 두고 갔다.

솔직히, 맛있긴 했다. 달콤한 디저트, 치즈와 햄이 든 토스트, 씁쓸한 커피, 온갖 화려한 맛의 음료.

마계의 축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하지만 샤를은 손에 든 종이를 작성하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샤를이 손에 들고 있는 건 계약서다.

영선 언니 용으로 만든 거다. 셋의 협의사항을 조절해서, 앞으로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내가 이런 것까지 쓰게될 줄은 몰랐는데...'

강민 오빠가 나랑만 붙어있었으면 했는데. 자신이 몇백번이나 쓰고 지우며 고심한 문장을 보자 시무룩해졌다.

1. 김강민과 전영선의 성관계는 일주일 중 하루만 가능하다.

2. 전영선과 데이트를 했다면, 샤를과도 똑같이 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3. 전영선과 지낸다고 샤를에게 소홀하지 않는다.

4. 전영선은 타인에게 김강민과 연애관계라고 말하지 않는다.

5. 1~4의 조건을 어길 시, 2개월간 김강민과 전영선의 만남을 제한할 수 있다.

6. 이상의 사항은 3인의 동의 하에 수정이 가능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계약서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다시 한번 계약서를 검토했다.

근데 만나지 말라고 해도 만나면, 나는 무슨 페널티를 주지? 2개월간 자지 거대화의 마법 압수? 그럼 나도 손해인데.

샤를은 한숨을 쉬었다. 강민과 자신이 쓴 계약서도 그렇고, 모든 계약서가 강민에게 너무나 유리하다. 제대로 된 벌칙조차 없다. 표준계약서를 고쳐 쓴 탓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인간이 계약을 거부하는걸.'

악마들이 제시하는 계약서는 처음 보는 인간이 보면 기겁할 만 하다. 계약 불이행의 벌칙으로 영혼을 가져간다던가. 엄청난 양의 보물을 요구한다던가. 인간들은 약아져서 절대 계약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민은 어땠었나. 처음 만났을 때 샤를을 집 밖으로 쫓아내려고 했다.

그래서 벌칙조차 없는 수준의 계약서를 제시했다.

'이런 후한 조건이라면, 미치지 않는 이상 날 쫓아내진 않겠지?'

하지만 막상 영선과 강민이 섹스를 하게 되자 샤를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찼다. 날 쫓아내진 않겠지만 세워놓은 빗자루 취급할지도 몰라.

그래서 부랴부랴 영선용 계약서를 들고 온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강민과 자신의 계약서에 6번 항목을 집어넣고 싶었다. '샤를을 버리지 않고, 잘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강민이 싫어할까봐 차마 넣지 못했다. 진짜 강민 오빠. 참 복받았다. 나같이 착한 서큐버스랑 같이 살게 됐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영선의 펠라치오를 한참 보던 샤를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저런 툭툭 건드는 펠라치오로는 싸는 데 하루 종일 걸리겠다. 안그래도 영선은 아픔 때문에 찡그리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펠라치오에 턱이 뻐근한 것이다. 예림은 강민을 톡톡 쳤다.

"강민오빠, 더 하기 전에 이것부터 봐요."

"한번 더 싸고 싶은데."

"이따 제가 많이 해드릴테니까. 먼저 이야기좀 해요."

예림이 침대 위에 계약서를 펼쳤다. 영선도 펠라치오를 멈추고 턱을 주무르며 눈을 떴다.

지금 속옷만 입고 있는게 부끄러웠지만 둘은 별 신경 안쓰는 듯 했다. 자신도 우물쭈물하면 이상해 보이겠지. 이불로 아랫도리만 가리고 뭘 가져왔는지 봤다.

"뭐야, 이건? 샤를은 누구고?"

"제 애칭이에요."

새빨간, 피로 쓴 듯한 계약서. 그리고 등장하는 자신과 강민, 샤를이라는 이름. 영선은 미심쩍어하며 계약서를 훑었다.

"너네 이런 계약서도 쓰고 정말 본격적으로 섹스 파트너구나. 이건 내 거야?"

"맞아요. 셋이서 보고, 괜찮으면 사인하세요."

영선은 계약서의 항목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갑자기 예림이에게 미안해지는 걸 느꼈다. 강민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섹스 파트너가 아니라 좋아하는 거 아닌가? 내가 끼어들어서 방해했나보네. 하지만 나도 강민이랑 섹스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으니까. 좀 참아줘.

음, 하지만 주 1회 만남은 너무 적은데... 영선은 계약서를 들여다보며 횟수를 좀 늘릴 방도를 찾았다. 장난 같은 계약서지만 자신이 계약에 묶인다는 생각을 하니 좀 흥분된다.

"횟수 부분만 좀 조정해주면, 난 괜찮아."

"나도, 횟수랑... 조건 하나만 추가하면."

난 계약서를 보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조건을 많이 붙인다고 해도 샤를은 남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서큐버스니까. 양보는 좀 해줘야지. 하지만 영선누나랑 주 몇번 만나는지는 제한하기 싫은데. 그냥 샤를한테 1일 1회 섹스를 약속해? 그러다가 아프거나 피곤하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일단 뒤로 젖혀두고 문장 하나를 추가했다.

'7. 영선은 강민의 허락 없이 자신의 클리토리스, 보지를 멋대로 만질 수 없다.'

"야."

영선누나가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날 툭 쳤다. 하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음, 근데 내 계약서에 있는 문장이, 여기엔 없는 것 같은데?

조항 3번이었나... 희미한 기억 속을 더듬어봤다. 계약서를 다시 한번 봐야 정확한 문장이 기억날 것 같았다. 일단 손을 등 뒤로 돌렸다.

보통 계약서는 원할 때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해놨겠지. 머릿속으로 강하게 '나와라!'생각하자 등에서 종이를 뱉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진짜 되네!

영선누나는 침대 위의 계약서를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그동안 내 계약서를 읽는다. 3번 조항.

'3. 김강민과 샤를의 관계 사이에서 발생한 마력은 모두 샤를에게 귀속된다.'

흠. 이걸 읽고 있자니 뭔가 전구가 켜질 듯, 말듯 한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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