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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33화 (33/358)

〈 33화 〉 32. 예림이 달래기

* * *

"아이고, 무슨 일로 그렇게 울고 계셨어요?"

예림이는 대답하지 않고 내 옆에 딱 붙어 꼼지락댔다. 내가 대신 말했다.

"여자친구가 버스타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오다가 길을 잃었대요."

내 입에서 나온 여자친구란 말에 예림의 손에 꽉 힘이 들어갔다. 아이고. 이거 착각하는 거 아냐? 내무반 사람들한테 괜히 여자친구라고 말해서... 여자친구 비슷한... 음. 파트너에 가까운 건데. 말실수였나.

도지가 내 속은 모르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힘드셨겠네. 외국 살다 오셨어요?"

예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마계도 외국이긴 하지. 그러면서 처음 타 본 승용차가 신기한 듯 차 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도지가 신나서 자랑했다.

"아, 아반떼 N 예쁘죠? 가상화폐로 돈좀 벌었을 때 샀죠. 근데 도지에 물려가지고, 수익금으로 물타고 월급으로 물타다 보니까 결국 제 돈으로 차 산 셈이더라구요. 가상화폐 투자 하세요?"

예림은 고개를 저었다. 가상화폐가 뭔지도 모르는 듯 날 흘끔거렸다. 게이트에서 주는 지식이 어느 정돈진 모르겠지만,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지식을 너무 대충 파는 거 아니냐? 가상화폐는 몰라도 버스 타는 법 정도는 제대로 가르쳐 줘야... 예림이에게 신경쓰지 않았던 나를 원망하는 대신 게이트를 원망해 봤다.

에효, 아니다. 나한테 비행기 타는 법을 알려주고 제주도로 오라고 하면 나도 갈 자신이 없다. 아마 예림이처럼 엄청 헤매겠지. 결국 이건 내 잘못이다. 한숨을 푹 쉬며 예림이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예림은 내 어깨에 기대 있다가 문득 질문했다.

"저, 이 차는 얼마정도 해요?"

어, 나도 잘 모르겠는데.

"풀옵션으로 4천8백만원? 삼천은 수익금이니까 1800만원으로 차 산 셈이죠."

자기 입으로 잃었다면서, 실 수익은 3천만원이라... 역시 가상화폐가 돈이 되긴 하네. 나도 가상화폐가 오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은 하나도 없다. 투자할 여유 없이 아등바등하게 사는 삶...

가난은 지긋지긋하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고 싶다. 나는 창가에 기댄 예림이를 슬쩍 봤다.폰허브, 온리팬즈에서 영상 파는 거,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예림이 날 살짝 보더니 빨간 눈매로 부드럽게 웃었다. 음, 갑자기 퍼뜩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진짜 예림이 생각만 했지. 샤를의 생각은 하나도 안 해봤네. 만약 샤를이 싫다고 하면? 서큐버스라서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진행한 계획인데. 싫다고 하면...

계약서의 1번 조항. '샤를은 김강민이 원하는 형태의 성적 쾌락을 제공한다'를 들이밀면 억지로 영상을 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까? 이제서야 샤를의 마음을 생각해본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 새 아반떼는 집 근처에 도착했다. 도지는 사는 곳까지 물어보고는 친절하게 그 앞쪽까지 데려다 줬다. 왜 이렇게 잘 해주지?

"혹시 차 사고싶으면 연락하세요. 제 친구중에 딜러도 있고 하니까. "

어떻게든 연락을 하고 싶은지, 명함 두 장을 나와 예림이에게 건냈다. 둘 모두에게 건넨 걸로 보아 최소한의 예의는 있는 사람이네. 하지만 예림은 관심조차 없는지, 도지가 차를 타고 떠나자 바로 내게 명함을 건내줬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물었다.

"오빠, 저 진짜 오빠 여자친구예요?"

아­ 이런 질문 나올 줄 알았지. 나는 정확한 대답은 피하고 싶었다.

"어, 뭐ㅡ 그, 비슷하지."

예림은 그래요. 하고 화제를 돌렸다. 내가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티를 너무 냈나?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 듯 밝게 웃고 팔짱을 꼈다.

"오빠, 저 배고파요."

"뭐 먹을래?"

"저 처음 인간계 왔을 때, 오빠가 사준 거요! 닭 튀긴 거! 통닭!"

오, 괜찮지. 역시 예비군 끝나면 고기를 먹어야 해. 우린 동네 닭집으로 향했다. 에어컨 아래 앉아 일단 맥주부터 마셨다. 예림이는 배가 고픈지 샐러드와 치킨무를 미친 듯이 흡입했다. 미안하다, 예림아...

"오빠, 이거... 더 시켜도 돼요? 비싸요?"

아니, 샐러드는 공짜야. 그리고 예림이 네 얼굴로 달라고 하면 아마 양배추 한 통도 썰어줄걸. 그 사실을 말해주자 예림은 환하게 웃으며 샐러드를 시켰다. 많이 달라는 말도 곁들여서. 주방에서 나온 샐러드는 거의 작은 산 수준이었다.

"치킨도 있으니까, 너무 많이 먹진 마."

"알았어요 오빠.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미안해! 내가 쓰레기였어! 신경 안 쓰고 예비군 훈련장까지 알아서 오라고 해서 미안해!

"게다가 이 샐러드 엄청 맛있어요! 마계에선 고급 식당에서나 나올 걸요!"

그러냐. 예림이는 소처럼 샐러드를 우물거리다가 질문했다.

"오빠, 오빠 돈은 얼마나 있어요?"

원룸 보증금, 저금, 그제 들어온 월급 합쳐서 550? 거기서 예림이가 내 체크카드로 쓴 금액이 좀 빠지긴 하지만 식당, 약국 말고는 없다(나 없을 동안 쌓인 결제 문자 내역은 거의 다 밥과 간식거리밖에 없어서 더 미안해졌다).

그리고 장학금 대출로 빚이 천만원 있고. 집에도 빚이 꽤 있고. 말을 하려는데 아까 아반떼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예림이 생각났다. 누구는 오천만원짜리 차도 턱턱 사서 타고 다니는데. 550만원이란 돈이 주는 궁색함. 입을 떼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한참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쓸 수 있는 돈은... 250만원정도 있고. 원룸 보증금 300. 근데 빚이 많아. 당장 갚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실망할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예림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빠, 제가 아르바이트라도 할까요? 같이 살면 아무래도 돈도 많이 들 텐데. 같이 레온PC방에서 일하는 건 어때요?"

앗. 조금 감동. 근데 꼭 그럴 필요까지 있나?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예림이가 집에서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진짜 예림이와 같이 알바하던 카페는 여기와 정 반대쪽이지만, 예림이 정도 외모라면 소문이 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괜히 밖에 나갔다가 날파리들이 달라붙기라도 하면. 물론 예림이는 다른 남자 안 만나겠다고 했지만.

어라, 그럼 괜찮나? 갸웃거리다가, 예비군 내내 고민했던 문제를 떠올렸다. 맞다. 폰허브!

"저, 예림아. 만약에 누가 네 섹스 동영상을, 돈을 내고 사고 싶다면 어쩔거야?"

그러자 예림이가 손을 휙휙 저었다.

"에이, 저같이 하급 서큐버스가 섹스하는 걸 누가 보고싶어하겠어요. 창관에서 반나절치 일급만 내면 안을 수 있는데. 꿈만 꾸게 해주는 거면 훨씬 싸고."

음? 기겁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게 수요가 있겠냐는 장사꾼적 마인드다.

"생각해 봐. 여긴 인간계잖아? 서큐버스처럼 남자가 없으면 죽는 생물은 존재하지 않아. 그만큼 여자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거야."

어, 그건 생각 못해봤는데. 예림이 멈칫하는데 치킨이 나왔다. 치킨을 열심히 오물거리며 눈을 빛냈다.

"오빠,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봐요. 저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싫어하진 않네! 고민 한가지는 해결! 나는 휴대폰을 꺼내 폰허브를 틀었다. 남녀가 벌거벗고 뒤엉키고 있는 걸 보며 예림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이런 녹화물을 진짜로 보고싶어하네요! 세상에. 상상도 못해봤는데. 이런 게 몇개나 있어요?"

나는 총 포르노 갯수를 가리켰다. 560만개. 예림은 눈을 크게 떴다.

"...올려볼까요? 돈은 얼마나 벌 수 있으려나?"

글쎄... 폰허브 수익구조는 잘 몰라서. 예림이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열심히 검색해봤다.

일본 커플이 인터뷰 한 게 있었다. 폰허브 재생 수익은 30만엔.

"30만엔이면 얼마예요?"

"대략 300만원?"

한 달에 300만원이라. 그렇게 많지는 않네? 온리팬스에서도 팔아야 하나?

그런데 휴대폰을 쭉쭉 내리던 예림이 탄성을 질렀다.

"팬 클럽, 월 정액... 그러니까... 돈을 내면 풀 버전 영상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얻는 수익이 3천만원이래요!"

뭐? 3천만원? 달마다 아반떼를 한 대씩 살 수 있는 돈이잖아. 갑자기 가슴 속에 장밋빛 꿈이 부풀어 올랐다. 혹시 몰라서 한번 더 물어봤다.

"예림이 넌 올려도 괜찮아?"

"에이, 창관에서 일해봤는데 이게 뭔 대수겠어요. 그냥 좀 인기 많은 서큐버스여서 모두가 내 몸을 봤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지."

"음. 알았어. 근데 진짜 예림이 문제도 있으니까 이건 생각을 좀 해보자."

"아, 그렇네요."

예림이는 잠깐 이야기를 멈추고 맥주를 홀짝거렸다. 그리고 이건 샤를 너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데.

"그리고, 내가 네 동영상을 보고 자위를 하니까, 마력이 올랐다고 했지?"

"그랬죠?"

대답하던 예림의 눈이 커졌다. 잠깐, 그럼?

"이 영상으로 마력도 벌 수 있다는 거예요?"

쉿!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예림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딱 붙었다. 어, 이런 실험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어서. 진짜 마력이 생길 지 모르겠네? 생각해보면 근본적으로 똑같은 거긴 하죠? 날 보고 욕망을 해소해서 마력이 생겼고. 꿈속 통로에서 나온 마력도 내 거고, 오빠가 자위했을 때도 마력이 올랐으니까...!

한참 중얼거리던 예림이 내 목을 껴안고 뽀뽀했다.

"오빠, 사랑해요! 너무 좋아요!! 오빠 완전 천재인 것 같아!!!"

아우. 부끄럽다. 손님들 다 본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시선을 즐기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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