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31화 (31/358)

〈 31화 〉 30. 예비군의 무게 하편 언제나오냐?

* * *

하지만 우리 둘다 뺄 생각은 하지조차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은데, 어떻게 멈춰.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나는 더욱 거세게 박았다. 예림이 내 목을 깨물며 자신의 신음을 간신히 참았다.

'­­­­!'

둘 모두 말없는 비명을 지르며 절정에 올랐다. 난 결국 못 빼고 예림의 질내에 싸지르고 말았다. 백일휴가 나갔다 온 후 2주간 묵은, 진하디 진한 정액이 예림의 질 안에 쭉쭉 뿌려졌다. 얼마나 진했는지 자지를 빼내도 입구에 맺혀 흐르질 않았다. 나는 당황해서 속삭였다. 임신하면 큰일인데...!

'미안해, 예림아. 이거 어떻게 하지!'

'괜찮아요 오빠! 일단 저 너머로 움직여요! 그리고 섹스했냐고 물어보면 절대 안했다고 둘러대고!'

예림이 관목 아래로 나를 쑤셔박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바지를 올린다. 질속에 꽉 들어찬 정액을 좀 닦기라도 해야 하는데, 시간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꽝꽝나무가 나를 푹푹 찔렀지만 들키지 않으려면 감수해야지. 온 몸을 긁혀대면서 관목 울타리 밖으로 도망쳤다. 일단 이봉곤의 시야는 벗어난 듯 했다.

'김강민 이 새끼, 넌 뒤졌다.'

이봉곤은 이상한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서 달려왔다. 김강민 이새끼는 맘에 들지 않았다. 일도 잘 해내고, 선임들이랑도 친하고, 심지어 연예인처럼 예쁜 여친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멀리서 보니 여친이랑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 같았는데 이 근처에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으면 바로 신고해 버려야지.

이봉곤이 마주친 건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있는 예림이었다. 거의 브래지어 아래까지 말려올라간 얇은 흰색 티셔츠, 뭉개진 립스틱, 가쁘게 내쉬는 숨까지. 누가 봐도 직전까지 정사를 치르던 모습이었다. 이봉곤은 숨을 씩씩 몰아쉬며 예림을 위아래로 훑었다.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예림은 브래지어가 보이지 않도록 티셔츠 위로 팔짱을 꼈다. 불쾌했다.

"김강민 이새끼 어디갔습니까?"

"모르겠네요. 부대 구경하다 잠깐 헤어져서..."

이봉곤은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였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 예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민이 그새끼랑 섹스했죠?"

이봉곤이 예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강민은 예림의 날카로운 비명을 듣고 뛰어들었다.

"야, 이 개새끼야! 너 뭐하는거야!"

강민이 이봉곤의 손목을 붙들고 몸싸움을 했다. 선임이었지만 쳐버리고 싶었는데 잘 됐다! 우악스럽게 서로 손목을 붙들고 빙빙 돌았다.

"이 개새끼, 너 씨발 여자랑 뭐 했어!"

"개소리 하지마, 병신새끼야!"

그렇게 욕을 외치며 드잡이질을 했다. 팔꿈치가 몇번 움직이며 서로의 얼굴을 쳐 댔다.

"저기예요! 제 남자친구좀 도와주세요!"

예림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정문에서 경비를 서던 헌병들이 예림을 따라 달려왔다. 곧바로 이봉곤을 붙들고 바닥을 굴렀다. 예림은 울먹거리며 외쳤다.

"저 사람이, 제 손 잡고 성추행했어요! 막 저한테 섹스했냐고 물어보고!"

"잠깐! 잠깐만요! 오햅니다! 강민이 저새끼가 이상한 짓 하고 있었다니까요!"

바닥에 깔린 이봉곤은 악다구니를 내질렀지만 듣는 사람은 없었다. 면회장에 있던 면회객, 다른 군인들도 슬금슬금 나와서 쳐다봤다. 멀리서 장교 한 명이 달려오는 중이었다. 이봉곤은 유치장으로 끌려갔고, 우리 둘은 행정실로 안내받았다.

"저, 일단 조사를 좀 해야 하는데... 부대 안에 계시겠습니까?"

예림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 이 안에 있기 싫어요. 밖에서라면 기다릴 수 있지만..."

"아, 그럼 그렇게 하시죠.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작전과장과 인사과장이 같이 머리를 숙였다. 예림은 내 옷깃을 잡고 울먹였다.

"오빠는 같이 못 있나요?"

"당연히 해 드려야죠."

심기를 거슬렀다가 성추행 사건으로 기사라도 난다면 정말 곤란해진다.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인사과장은 손수 차를 몰고 시내의 모텔에 내려줬다. 외박증에 모텔비까지 결제하고, 맛있는 거 사드리라고 오만원권까지 두 장.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며 우린 마주보고 활짝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사후피임약.

"병원 안 들려도 돼?"

"괜찮아요. 언니가 가방에 사후피임약 넣어놨다고 알려줘서. 그래서 먹었어요."

허, 예림의 언니라. 말로만 들었지만 뭐랄까... 개방적이고 화끈한 분이시네. 우리는 모텔 안에 짐을 풀고, 맥주를 사 온 후 다 식은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양념치킨이니까 괜찮겠지 뭐.

예림이는 샤워가운만 입고 날 보며 배실거렸다.

"잘 됐네요 오빠!"

"덕분에 외박까지 나왔네! 손목은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영창 가겠지. 내 맞선임 걷어차고 그러기도 했으니까 날아갈걸. 잘됐네, 어휴. 속이 다 시원하다!"

예림과 나는 맥주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러길 한참. 몽롱하던 예림이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 보니까 오빠, 제 영상 보면서 자위했죠."

"뭐?"

"영상 보면서 자위했잖아요. 그... 저 애널 처녀 잃은 날 영상 보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아직 그런 플레이는 안 했는데.

혼란스러워하자 예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를 팍팍 쳤다.

"아, 이 이야기부터 할 게 아니었는데. 저도 좀 어지럽네요. 오빠, 이거 꿈이예요, 정신 차려요. 오빠 이러다 군대 생활 3일쯤 더 할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꿀 먹은 소처럼 눈만 꿈벅거렸다. 예림이 울상을 지으며 날 껴안았다.

"평소엔 꿈인 거 잘 눈치채다가, 왜 오늘은 이래요! 오빠 만기전역한 예비군이예요. 지금은 동원예비군 와서 밤에 자고 있는 거구."

"무슨 소리야?"

아, 아직도 꿈에서 못 벗어났네. 보통 꿈이라고 말하면 눈치채는데. 예림은 머리를 움츠리고 미안해했다.

"죄송해요. 원래 이렇게 꿈을 크게 만들고 싶진 않았는데, 오빠한테 연결하는 순간... 뭔가 이 땅에 있는 것들이 확, 들어오면서 꿈이 커지더니. 제가 감당 못하게 돼 버렸어요. 저도 휩쓸려가지고, 이제서야 정신 차렸구. 아, 초반부가 너무 리얼해서 아직도 못 빠져나오네. 이래서 언니가 트라우마를 꿈 도입 소재로 쓴 거구나."

이해 못할 소리들이 나열됐다. 황망한 내 눈빛을 보고 예림은 전략을 바꿨다.

"그럼 오빠... 영선언니 기억해요?"

영선 누나? 나랑 같은 PC방 알바.

"오, 좋아요. 그럼 그 알바 몇년도에 했어요?"

2021년이지. 어라? 그럼 지금은? 2019년... 여름?

시간이 뒤죽박죽했다. 나는 머리를 붙잡았다. 맞아. 난 오늘 예림이 사진을 보고 자위했고, 그 이야기를 하다 잠에 들었...

"흐어어어어억!!!!"

물에서 빠져나온 사람처럼 나는 숨을 내쉬었다. 아니, 꿈이 왜 이모양이야! 이봉곤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고! 난 선진 병영이었다고! 왜 내 기억이 아닌 것들이 꿈에 섞였지?

"이 땅에 있는 것들 때문이예요."

이 땅에 있는 것들이라고? 예림이 바닥을 톡톡 쳤다.

"여기 터에, 사념이 막 돌아다녀요. 되게 억울해하고, 울고, 집에 가고싶다. 아프다. 여자친구 보고 싶다. 이런 것들.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잘 컨트롤했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아, 군인들의 원념 비슷한 것과 접촉했다는 소린가. 꿈이란 건 정말 알 수가 없구만. 의외로 위험한 걸 막 다루고 있었네!

"뭐, 괜찮아. 꿈인 걸 아예 눈치 못 챘다 보니 더 흥분되더라. 야외섹스도 그렇고. 근데 예림이 너도...뭐랄까... 되게 순진하고, 대학교 후배 여친 같더라."

예림이가 머리카락을 검지로 배배 꼬았다.

"뭐, 어느 정도는 제 판타지도 조금 들어간 것 같긴 해요."

...어...

"뭐, 뭐. 좋았어."

"그것보다요. 오늘 저녁에 왜 자위했어요? 아깝게."

예림이 도끼눈을 뜨고 날 쳐다봤다. 아니, 그건 어떻게 알아?

"마력이 올라가서 눈치챘어요. 꿈에서 한 것보다 훨씬 적긴 하지만. 십분의 일... 아니면 이십분의 일? 직접 하는 것에 비해서는 1%, 혹은 0.5%! 형편없는 양이예요! 그런 아까운 짓을 왜 하냐구요! 차라리 이거 끝나는 날 마중나오라고 하지!"

예림이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하긴. 돈을 땅에, 아니 휴지통에 버린 셈이다. 그보다 영상을 보고 자위해도, 예림이의 마력이 올라가는구나...

"오빠가 저랑 계약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여튼 그래요. 하여튼 자위 금지에요. 계약서에라도 써놓을까보다."

"그건 좀 봐줘라."

그러자 예림이 한숨을 푹 쉬었다.

"오빠 진짜 언제 돌아와요? 아직 하루밖에 안 됐는데, 너무 보고싶어요."

그건 나도 그렇다.

"아, 그리고 돌아오면..."

예림이 우물쭈물하다 말을 멈췄다. 이건 돌아와서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게 낫겠다. 영선 언니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서 전하긴 싫었다. 조금이라도 미뤄야지.

"돌아오면 오빠 원하는 플레이대로 전부 해드릴게요.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어, 그럼... 매직이랑. 그... 관장 기구..."

"진짜, 변태라니까... 이런 줄 알았으면 안 사귀었을 텐데."

예림이 부끄러운지 나를 노려봤다. 이젠 연기인지 진짜 부끄러워하는 건지 구분이 잘 안가네. 애널섹스는 그렇게 안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고. 뭐, 싫어하는 걸 좋아하게 만드는 게 제일 흥분되긴 하지. 점점 변해가는 예림이 마음에 더 들었다.

"알았어요.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돌아와요."

예림과 나는 껴안고 침대에 누웠다.

"빨리 나와요... 입구에서 기다릴 테니까."

아, 예비군 훈련장 앞에서 기다린다구. 잘 됐네. 나와 예림은 서로 껴안고 꿈 속에서 한번 더 잠들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