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7. 어디서든 잘 젖는 영선누나
* * *
'아니, 근데 진짜 꿈이었다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속옷을 들어 확인해 봤다. 속옷엔 정사의 흔적 없이 깔끔했다. 게다가 꿈 속에서는 맨들맨들했던 음부의 털도 비키니 라인을 따라 남아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새 나왔다.
질싸당했을 때 임신하면 어쩌지 걱정했었는데 꿈이라니 너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방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너무 진짜같은 꿈이라 의심이 됐다. 팔목을 감싸던 구속구의 촉감이 아직도 생생했다. 방 어딘가에 구속구가 있을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묶여 있었으면 손에 자국이 남았겠지?'
손목은 상처 없이 깔끔했다. 영선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꿈 속의 격렬하고 아찔한 플레이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게다가 하필 강민이가 나오다니. 발을 동동 굴렀다.
"아, 얼굴 진짜 어떻게 보냐고!"
영선은 옆으로 누워 베개를 꽉 붙들었다. 그리고 누워있길 잠깐. 손을 속옷 위에 올려 천천히 쓰다듬었다.
"앗...아으..."
꿈이란 걸 모를 땐 공포스러웠는데 꿈인 걸 알고 나니 최고의 자위 재료였다. 강민이가 날 묶어놓고 항문을 범한 다음에, 보지까지 우악스럽게 쑤셔 줬어. 그리고 중간중간에 이어지는 끊임없는 매도와 더티톡. 자신도 모르게 양 쪽의 구멍에 손가락을 올렸다. 어제 꿈의 흥분이 이어졌다.
"강민아... 아침부터 이러면 안 돼..."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손가락은 영선의 안을 쓰다듬는다. 앗, 아아. 아아아, 몰라아나 이렇게 야한 여자가 아닌데. 앗, 아흐, 아아아
자위를 시작한 지 3분도 안 돼서 성대하게 가 버렸다. 이번엔 살짝 기분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꽤 깊숙한 절정이었다.
"출근까지.. 다섯 시간... 아우, 진짜 오늘 강민이 얼굴 어떻게 보지...?"
***
"안녕하세요~"
피씨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영선누나 혼자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엥? 전 타임 근무자는 어디갔어?
"내가 오늘 좀 일찍 출근해가지고. 인수인계 다 받고 보냈어."
"어? 누나 그만두는거 아니었어요?"
그러자 영선누나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일어났다. 오늘은 아디다스 바지가 아니라 레깅스네? 근데 왜 저렇게 몸에 달라붙는 걸 입었대? Y존은 왜 저렇게 잘 보여?
시선을 간신히 떼고 얼굴을 봤다. 저걸 쳐다보다간 아다새끼, 엉덩이 만지게 해줘? 에휴, 누나가 선심 썼다 등의 성희롱으로 자신을 괴롭힐 게 뻔했다. 그게 아니면 뭘 쳐다보냐고 후드려 까던가. 영선 누나는 자신의 복장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지 쾌활하게 이야기했다.
"매니저 오빠가 그러는데, 사장 어제 맛이 가서 기억 못한다더라. 그냥 일 하다가 월급이나 마저 받고 뜨려고."
영선은 거짓말을 했다. 약속을 잡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강민을 만날 수 있는 알바를 왜 그만두겠는가. 일단은 좀 붙어있을 생각이었다. 강민이 반가운 표정을 짓는 걸 보자 마음속에서 안도감이 솟아올랐다.
"아, 그래요? 좋네! 누나가 안 그만두면 저야 좋죠."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영선누나랑 같이 있으면 알바 시간도 참 잘가고. 말도 잘 통하고. 착하고 좋은 누나였다. 예쁘기도 하고.
근데 오늘은 왜 이래?
내가 밀대를 들고 바닥을 밀자 자꾸 근처로 따라온다. 오늘 옷도 그렇고, 날 대놓고 놀리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연관되지 말아야겠어. 그렇게 다짐하고 일부러 청소에 집중했다.
영선은 마음이 심란했다. 알바에 집중이 안 됐다. 원래 꿈이란 것은 아침의 안개처럼 금새 사라져 버려야 맞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졌다. 헐렁한 후장이라고 매도당하던 기억, 항문을 거침없이 애무해주던 손가락, 그리고 핏줄이 곤두서 있는 웰치스 두께의 자지...
자꾸 강민이 청소하는 곳 근처에서 알짱거리게 된다. 영선의 발이 자꾸 밀대에 부딪히자 강민은 짜증을 냈다.
"아, 누나. 옆에 그만 붙어요. 정리하기 힘들어요."
그렇게 말하며 강민이 영선의 엉덩이 윗부분, 레깅스로 간신히 감싸져 있는 곳을 손으로 밀었다. 영선은 깜짝 놀라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응, 알았어.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달라붙는 건데! 자꾸 어젯밤이 생각나잖아? 아무래도 화장실 간 사이에 빨리 정리해 버려야겠어. 밀대로 바닥을 부지런히 밀었다. 그러면서 영선누나가 들어간 여자화장실 문을 봤다. 무슨 일 있나?
'전영선, 너 미쳤어? 너 진짜 정신이 나갔구나!'
화장실에 들어간 영선은 속옷을 확인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키스나 애무로도 절대 젖을 생각을 안 하던 비부는 강민의 허리 터치 한 번에 끈적한 습지로 변해 있었다. 면 속옷은 흠뻑 젖었고 이대로 두면 레깅스까지 젖게 만들 기세였다. 아니, 몸에 손만 올렸다고 이렇게 돼?
일단 화장지로 좀 흡수하고, 속옷과 레깅스 사이에 휴지를 접어 넣었다. 강민을 보면 또 젖어들 것 같았다. 레깅스 색깔이 변하는 것은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둔덕의 Y존이 도톰하게 부풀어올라 더 부각됐다. 발정기에 들어선 동물들은 음부에 피가 몰리며 부푼다. 시각적으로 흥분했다는 걸 알리는 것이다. 영선이 딱 그 모양이었다.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레깅스 입고 오지 말 걸...'
하지만 어제 강민이 자신에게 한 말이 자꾸 기억에 남았다. 왜 자꾸 야한 옷을 입고 오냐고. 그것때문에 날 묶어놓고 엉덩이를 쑤셔주고 싶었다고 했지? 영선은 혹시 모르는 기대감 때문에 출근하며 레깅스를 골라 입었다. 일부러 한 사이즈 작은 걸로. 사타구니 사이에 도끼 자국이 보일 정도로 타이트했다.
그러고 나가기엔 너무 부끄러워 운동용 저지를 허리에 묶자 다행히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출근해서 저지를 푸니 거울을 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속옷 라인이 훤히 보였고, 비부와 허벅지 사이의 삼각형 공간은 두드러졌으며, 운동으로 다져진 매끈한 허벅지는 레깅스를 한껏 부풀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절대 안 입었을 텐데.
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쓴 효과가 있었다. 안 보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레깅스로 내려오는 시선이 느껴졌다.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은데...'
화장실에서 나오자 강민은 카운터에서 시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영선은 안으로 들어가 매대에 기댔다.
강민이 물건을 진열하려고 영선의 배 쪽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영선의 몸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혹시, 혹시 실수로 내 아랫도리를 쓰다듬어 주진 않을까?'
평소같으면 일부러 손을 잡아서 엉덩이 근처에 갖다대고 만지게 해 줄까? 하고 놀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만약 지금 그런 말을 한다면 얼굴에 불이 붙을지도 몰랐다. 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기다렸다.
하지만 강민은 손을 뻗어 영선의 뒤에 있는 물건을 집었다. 역시 인생이 그렇게 기대대로 흘러갈리가 없지. 영선이 한숨을 쉬는데, 강민이 짜증을 냈다.
"아우, 누나. 좀 카운터 밖으로 나가요. 뭐하러 이 좁은데 자꾸 붙어있어! "
아이씨! 영선은 손가락을 장전해 강민의 팔뚝에 딱밤을 날렸다.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붉게 물들어 올랐다.
"앗 따가!!! 아니, 무슨 손이 이렇게 매워! 에휴, 알았어요. 내가 나가고 말지."
강민은 어제의 정사가 생각나서 붙어 있기 불편했다. 그렇게 나가자 영선은 머리를 헤집으며 카운터에 앉았다. 아, 이게 아닌데! 얼굴을 양 손으로 감쌌다.
손 사이로 힐끔 보자 강민은 키보드를 붙들고 행주로 박박 닦는 중이었다. 아, 저기 키보드 대신 붙잡혀 있는게 내 아랫도리라면...
'아, 진짜 미쳤나봐.'
영선은 자신도 모르게 카운터 아래로 손을 내려 보지 둔덕을 꾹꾹 눌렀다. 신음이 새어나올 것 같은 입을 손으로 막고 레깅스 너머의 클리를 강하게 압박한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흥분이 올라왔다.
***
예림은 시리얼에 우유를 말며 어제 쌓인 마력을 확인했다. 양이 꽤 됐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한 번 섹스한 정도로 쌓여 있었다. 효율이 열 배가 차이나는데, 도대체 밤에 얼마나 해댄 거야?
예림은 눈을 감고 어젯밤의 꿈 속을 천천히 둘러봤다. 싫다고 엉엉 우는 영선의 항문을 꿰뚫고, 그걸 꺼내서 처녀까지 관통한다. 너무 진한 하드코어 섹스에 예림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자신의 서큐버스 기준으로는 꽤 과격한 꿈이었다.
"응...강민 오빠가 엄청 흥분하네. 싫다고 울고, 반항하는 부분이 흥분되는 건가...? 좀 더 색녀 스타일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예림은 턱을 괴고 이마를 찌푸렸다. 이상했다. 강민오빠의 기억을 뒤져봤을 때는, 항상 모든 창작물의 결말이 이렇게 끝났는데. 완전히 순종적이고, 철저하게 조교되서 제발 엉망진창으로 범해 달라고 했었는데.
좀 더 싫다고 반항하는 게 취향이란 건가?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샤를, 야한 포인트가 그게 아니라니까! 아휴. 연기도 못하고...'
샤를이 너무 걱정되는지, 언니는 꼭 껴안고 슬픈 목소리로 속삭였다.
'꿈에선 그나마 괜찮아도, 실전에서 잘 못하면 마력 벌기 힘든데. 벌이가 열 배 차이나는데, 우리 샤를. 어떡할까...'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왔다. 언니가 보고 싶었다. 텅 빈 집안이 싫었다.
"오늘은 오빠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배웅이라도 나가 볼까...?"
예림은 보스턴 백을 뒤적였다. 레깅스와 면 크롭티. 강민의 휴대폰 다운로드 함에 저장될만한 옷이다. 다 입고 거울에 비춰봤다. 배꼽, 허리, 엉덩이,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이 강조가 된다.
'여기에 하이힐은 무리겠지?'
하이힐 대신 강민의 슬리퍼를 꿰어신고 집을 나섰다. 거리를 걷는데 사람들이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좋아, 반응이 이 정도라면 강민오빠도 좋아하겠네!
레온 피시방을 올라가 문을 열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예림을 쳐다봤다.
'음? 강민오빠 꿈에 나왔던 여자잖아? 아하, 알바하는 곳 친구였나보네? 영선언니라고 불러야 하나?'
잠깐 호칭을 고민하는데, 카운터 밖으로 나온 영선이 말을 더듬으며 예림이를 쳐다봤다. 얼굴이 새빨갰다.
"어, 저, 네가 강민이 사촌동생이니?"
사촌동생? 그게 무슨 말이지? 그때 강민이 닦고 있던 키보드를 내던지고 그대로 달려와 예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 제 사촌동생 이쁘죠! 깜짝 놀랐죠! 예림아, 이 누나가 너한테 옷 주신 분이야."
다행히 예림이는 눈치가 빨랐다. 바로 생글 웃으며 언니한테 고개숙여 인사했다.
"아, 언니가 영선 언니였구나, 고마워요!"
"응, 응. 레깅스 보고 알았어. 잘 어울린다!"
남자가 보기에 잘 어울릴만한 옷이었지만. 서로 인사를 하고 나자 셋 사이에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예림이보고 사촌동생이라고 거짓말한 거 들키면 안 되는데.'
'...내가 영선언니 꿈이랑 강민오빠 꿈 연결시켰다는 거 들키진 않았겠지? 영선언니가 이상한 꿈 꿨다던가, 그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자위하던 거, 들키진 않았겠지?'
각자 다른 생각이 공기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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