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14. 예림이 너 연기 잘한다?
* * *
"음냐, 음냐... 오빠... 언제 와요..."
예림은 비몽사몽간에 옆의 남자를 껴안았다. 졸린 눈을 뜨자, 어느새 강민오빠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늦는다고 문자가 도착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도착이었다.
강아지처럼 문 밖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현관문 앞에 가서 입을 벌리고 무릎꿇어 기다리길 십 몇차례. 오지 않는 강민에게 잔뜩 토라져 침대에서 누워서 쉬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든 듯 했다.
'...내일 일어나면 두배로 짜내야지. 아니다. 지금 꿈 속에 들어가서 괴롭힐까?'
돌아오면 펠라 해주려고 했는데, 자기 복을 자기가 걷어차네. 오늘은 두번 했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하단 말야. 용서해 줄까. 아니면 꿈 속에서 괴롭힐까? 고민하며 강민을 바짝 껴안았다. 그리고 눈을 반짝 떴다.
강민오빠, '꿈의 통로'가 열렸네?
'누가 내 꿈에 나온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옛날의 말은 문장 안에 진실을 감추고 있다.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온다, 안에 사람이 없는 걸 알면서 문을 두드리지 마라, 밤에 손톱을 깎으면 부모님의 임종을 못 지킨다(‘그게’ 나오니까…). 이런 강렬한 주술 혹은 금기를 말에 실어 전승하는 것이다.
그리고 '꿈의 통로'도 말 속에 숨어 전승되어온 주술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잠에 드는 것은 오래된 주법(?)중의 하나다. 남의 꿈에 나타나게 해 주는 주술이었다. 아직도 이런 옛날 방법이 통하는구나. 예림은 감탄하며 열린 꿈길을 따라 비행했다. 대체 누굴까?
그 끝에 있는 건 새근새근 자고 있는 금발 숏컷의 미녀였다. 몸은 자신보단 못했지만 꽤 글래머러스했고, 얼굴도 날카롭게 이쁘장하다. 강민과 '꿈의 통로'로 연결될 정도면 꽤나 깊게 강민을 생각한 듯 했다.
"오…"
예림, 아니 샤를은 살짝 웃었다. 마법을 써 영선을 읽어보자 아주 복잡하고 변태적인,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된 욕망이 보였다. 결박당해서 양쪽 구멍 다 범해지고 싶고, 밤엔 완벽하게 통제당하면서도 낮에는 꽁냥꽁냥 하고 싶다라. 이거 완전 강민오빠 여자 버전인데?
꽤나 먹음직스러운 욕망이었다. 이 정도로 복잡한 욕망이 충족되며 발생하는 마력은 꽤 많은 양일 것이었다. 샤를은 어떻게 하면 이 여자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샤를은 인큐버스가 아니니 강민 오빠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순 없었다. 하지만 강민의 꿈과 영선이라는 여자의 꿈을 엮어 주면 강민이 영선의 꿈으로 건너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섹스를 하며 마력을 생산할 거고, 나는 공짜 마력을 얻는 거지!
'아마 둘이 친구겠지?'
샤를은 둘의 꿈을 묶어주며 잠깐 고민했다. 이게 계기가 되서, 강민오빠가 나중에 이 여자랑 직접 섹스하게 될 일은 없겠지? 나 혼자 정액 받기에도 부족한데!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짜피 강민 오빠는 영선과 섹스하면서도, 샤를과 성교하는 것으로 착각할 것이었다.
'일하지 않고 마력을 벌 테야!'
밤에 꿈에 들어가는 것은 몽마인 샤를의 체력을 소모한다. 그런데 영선과 강민의 꿈을 엮고, 거기서 나오는 마력을 받으면 일하지 않고 마력을 모을 수 있다!
'자면서도 마력을 버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너는 평생 가난할 것이다.'
음, 정말 좋은 말이야.
누가 말했는진 모르지만, 몽마들에게 유명한 말을 되뇌이며 예림은 콧노래를 불렀다. 일 안하고 마력을 버는 건 행복해~ 물론 강민 오빠는 깊게 잠들진 못하겠지만, 내일 늦게까지 자게 두지! 일어나면 아침 발기를 처리해 주고~
샤를은 꿈을 다 엮은 뒤 몽계를 통해 침대로 돌아왔다. 옆에서 자는 강민오빠가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다. 음, 내 마력줄! 예림은 방긋 웃었다. 영선 언니랑 꿈 속에서 즐겁게 섹스하세요! 저는 공짜 마력을 받을게요!
다시 잠에 들려던 샤를은 뭔갈 발견했다.
'이건 뭐지?'
못 보던 가방이 있다. 가방을 열어보자 옷들로 가득차 있었다. 딱 봐도 자신을 위한 옷이었다.
'어머.'
예림은 뭔가가 가슴 한 구석을 콕 찌르는 걸 느꼈다. 누가 이렇게 선물을 가져온 게 얼마만이지? 창관에서 일할 때 뺨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었는데.
'인간계로 뛰어들길 정말 잘했네.'
예림은 침대 머리맡에 주저앉아 강민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는 객관적으로 봐도 꽤 열심이었고, 계약한지 며칠 되진 않았지만 꼬박꼬박 두세번씩 섹스도 해 주고. 상냥하고. 친절했다. 마력줄이라고 이야기한게 뭔가 찔렸다.
아, 어떡한담! 진짜로 좋아지면 어떻게 하지? 예림은 무릎을 껴안고 복잡한 마음으로 강민을 바라봤다. 모르겠다! 좋아지면 그냥 평생 붙어있지! 예림은 그렇게 생각하며 강민의 옆으로 들어가 껴안고 잠 속에 빠져들었다.
***
영선은 불편함에 눈을 떴다. 자신의 캐노피 침대 안이었다. 잠든 자세가 이상했나? 몸을 뒤척거리려고 하는데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손에서 뭔가가 걸렸다. 손에는 가죽과 사슬로 이루어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성인용품점에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 쓸데가 없잖아, 하고 포기한 제품이었다.
"어, 어?"
영선은 당혹감에 눈을 크게 떴다. 뭐지? 왜 내가 묶여 있지? 게다가 방 안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희미한 간접등 조명 아래 서 있는 사람은 강민이었다.
"야, 야! 너 방에 어떻게 들어왔어!"
그런데 이상하다. 상체의 근육이 다 보인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배꼽 위까지 올라와 꺼떡거리고 있는 몽둥이같은 물건이 보였다.
아무래도 강민이는 옷을 다 벗고 있는 듯 했다.
'뭐지? 대체 뭐지? 지금 강민이가 나 묶어놓은 거야? 대체 뭘 하려고?'
영선은 도망치려고 버둥거려봤지만 튼튼히 묶인 수갑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꿈 속이네.'
강민은 머리를 짚었다. 예림이 자신을 꿈 속으로 끌어들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 앞에 영선누나가 묶여있을리가 없지 않겠는가. 자긴 벌거벗고 있고.
꿈의 도입부가 부자연스러워서 바로 눈치챘다.
'하. 예림이랑 아침에 두 번 했는데 부족했나 보네.'
어제는 순진한 예림으로 변신했고, 오늘은 영선누나로 변한 듯 했다. 강민은 한숨을 쉬고 침대에 묶여 있는 영선을 쳐다봤다. 어짜피 또 개판 오분전의 연기를 보여주겠지. 그래도 내 기억을 읽어 침대랑 영선누나 방은 똑같이 구현해놨네.
"잠깐만, 잠깐만! 야, 이거 네가 묶은거야?"
영선누나는 볼이 새빨개진 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애쓰며 나에게 소리쳤다.
오? 오늘은 연기가 좋은데? 강민은 예림(인 줄 알지만, 사실은 영선)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팔은 아빠가 사줬다는 침대 머리맡에 결박되어 있고, 다리는 허벅지 가장 굵은 부분과 발목을 빨간 가죽 구속구로 묶어 놨다. 다리가 벌어져 있어 하복부가 전부 드러난다.
'이게 웬 일이래? 예림이 오늘은 꿈 셋팅이 제대론데? 처음으로 맘에 든다.'
게다가 영선누나의 보지 부분은, 복싱의 부상 방지용 분홍색 테이핑으로 꼼꼼하게 막아놨다. 일본 야동에서 규제를 피하는 방식처럼. 오늘은 엉덩이만 괴롭혀 달라는 뜻인가? 강민은 자신의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영선아. 후장으로 하는 건 별로라면서 준비는 착실하게 해놨네?"
아파서 가급적 안 하고 싶다고 했으면서, 꿈 속이니까 후하게 쓰게 해 주겠다 이건가?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영선은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지경이었다.
"야, 누, 누가 엉덩이로 섹스하는 걸 준비했다고 그래! 그런거 아니거든?"
허, 뭐지? 이번엔 확실히 연기를 잘 하네? 제발 후장을 써달라는 애원이 아니라 안 하고 싶다는 연기라니. 그새 내 취향을 파악했나?
"젤 어디있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윤활제를 찾는 강민의 모습에 영선은 혼란에 빠졌다. 아까까진 세상 순진한 쑥맥처럼 굴더니, 갑자기 자신의 방에 침입해서 묶어놓고는 강제로 자신을 범하려고 든다. 너무 급격한 변화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일단 영선은 저항해 봤다.
"야! 너 뭐 하려는 거야! 하지마, 싫다고! 페티쉬 같은 거 없다면서!"
얼씨구. 아까 영선누나랑 대화를 기억하고는 완벽하게 써먹는구나. 샤를의 연기능력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영선 누나의 후장에 내 대물을 갖다댔다.
"젤 없으면 그냥 후장에 바로 박는다? 찢어져도 몰라?"
영선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엉덩이에 닿은 물건을 확인했다. 대체 강민이 왜 자신을 덮치는 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손가락 중지만 겨우 넣어본 자신의 항문에, 저런 흉악한 물건이 쌩으로 들어온다면 까무러치고 말 것이다. 영선은 자신의 팔에 얼굴을 파묻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침대 옆... 서랍에 있어..."
흠, 오늘 되게 신선한데? 샤를의 반응이 정말 풋풋했다. 진짜로 영선누나와 애널섹스 직전의 분위기처럼 느껴졌다. 그럼 좀 더 짖궃게 해 볼까?
"영선아, 젤은 얼만큼 발라주면 좋겠어?"
귀끝까지 새빨개진 얼굴로 웅얼거린다.
"...몰라. 네가 바르고 싶은 만큼 알아서 바르면 되잖아."
"그래? 그럼 이만큼 바른다?"
겨우 새끼손톱 크기정도의 젤을 짜서 귀두에 발랐다. 귀두도 채 못 적시고 말라 버렸다. 얼굴을 슬쩍 확인하자 영선은 무서운 척을 하는지 입술을 깨물고 바들바들 떨었다.
진짜로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갑자기 급격하게 흥분된다.
"알았어. 풀어주긴 할게. 너무 쫄진 말고. 어짜피 이젠 익숙하잖아."
"안 익숙해!"
영선은 수치심에 소리를 빽 질렀다. 하지만 눈 앞의 후배놈은 그러건 말건 손가락에 젤을 듬뿍 발라 엉덩이 안에 집어넣고,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괄약근을 헤집었다. 차라리 긴장해서 저항하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평소 손가락 장난질을 많이 해놓은 후장은 금세 풀어져 금세 뻐끔뻐끔 입을 벌렸다.
"영선 누나, 후장으로 섹스 얼마나 해봤어?"
샤를은 예림이 경험도 다 읽었으니까, 영선 누나 경험도 다 읽어서 말해주겠지. 와, 근데 이렇게 풀릴 정도면 얼마나 해 댄 거야?
"한번도... 안 해봤어...손가락만 넣어 봤어..."
강민의 질문에 영선은 미칠 지경이었다. 자기 입으로 자신의 애널 성벽을 밝히는 것은 죽도록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랫도리는 취향을 실토하며 침을 질질 흘려댄다.
"진짜? 그런데 이렇게나 허벌 후장이야?"
영선은 말도 못하고 질끈 눈을 감았다. 하복부가 지끈거릴 정도로 젖어들었다. 강민의 매도만으로 질벽이 아플 정도로 뒤틀린다.
아까 자신을 개변태라고 매도하는 강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상상이고, 지금은 현실이다. 현실에서 강민한테 허벌후장 취급당하는 건 극도로 흥분되는 일이었다. 제야의 종 행사에 쓰이는 당좌(??/종을 치는 나무 기둥)가 자신의 자궁을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강민이 어느 새 자신의 아랫도리로 무릎을 꿇고 접근했다. 영선은 가쁜 숨을 토해내며 잠깐만 멈춰 달라고 빌었다.
"잠깐만, 잠깐만 있다가..."
"그럼, 셋 세고 넣을게. 셋, 하나."
예고도 없이, 굵은 당좌가 영선의 부드럽게 녹은 항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영선은 그대로 가볍게 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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