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14화 (14/358)

〈 14화 〉 13. 영선 누나의 음란하고 말할수 없는 비밀

* *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취향은 남한테 드러낼만한 건 못 됐다. 없다고 대답했다.

"재미없긴."

내가 페티시가 없는 게 못내 아쉬운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들어서 뭐하게요!

"너는 성격도 참 좋다. 야한 생각도 안 하고. 사장 때리지 말라고 신경도 써 주고. 손해보면서 사는 타입인가봐."

음, 뭐. 그렇죠. 우리는 그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를 계속해 가며 누나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나는 방 안의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뭐? 왜?"

평소의 털털한 모습과는 다르게, 방 안은 무채색 계열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특히 12kg 아령과 케틀벨, 턱걸이바. 20대 여자 방이라기보다는... 강철부대 특전사 방이라고 해도 믿겠다. 군대 내무반도 이렇게 칼각 잡혀있진 않을 것 같은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어울리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중 성격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1. 벽면을 메운 전국체전 복싱 우승 트로피와 메달들.

2. 세워둘 수 있는 샌드백.

3. 12kg 아령, 케틀밸, 루마니안 백, 힘콩 치닝디핑 딥스 & 풀업 바.

4. 핑크색 레이스가 달린 캐노피 침대.

영선누나는 침대가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아빠가 내가 좀 얌전해질까봐 싶어서 중학교때 사 준 건데. 효과는 전혀 없는 것 같지?"

숏컷, 화장 없음, 피부관리는 로션&스킨 올인원 제품. 그리고 웬만한 남자따위는 바디블로로 일격에 접어버릴 수 있으니까. 좀 여성스럽게 지내길 바라는 맘으로 사주신 거구나.

"야, 그만 봐. 옷이나 좀 골라봐."

누나가 벽면의 옷장 문을 열었다. 차곡차곡 접혀있는 운동복들이 가득했다.

"일단 딱 붙는 레깅스 종류는 내가 안 입어서. 특히 y존 드러나는 것들은 버리려고 했거든. 한 번 입고 안입은 거니까 가져가도 괜찮을 거야."

영선누나 힙이 꽤 있는 편이지만 예림이보단 부족하지. 그런데도 꽉 낀다면 예림이가 입으면 어떨까? 몰래 침을 꿀꺽 삼키며 누나의 보스턴 백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리고 핑크, 민트색 돌핀팬츠. 각종 체육대회에서 나눠준 티셔츠, 크롭 티 몇장. 그리고 내가 시선을 돌린 사이 누나가 잽싸게 비닐포장된 걸 집어넣었다. 아마 속옷류겠지. 세심한 씀씀이에 감동...!

"어휴. 힘들다."

옷 정리를 대략 끝낸 누나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맥주를 꺼냈다. 내게도 한 캔 주고는 벌컥벌컥 마신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지? 왜 자꾸 날 쳐다보지? 혹시...나랑 뭔가 하고 싶나? 자취방까지 데려온 걸 보면 뭔가 좀 이상하긴 했는데. 아까 사장이랑 푸닥거리 한 것도 그렇고, 나한테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 혹시 나한테 반했나?

누나가 나에게 빌려준 수건, 그리고 나한테 보여주는 호의... 혹시? 흘끔흘끔 눈치를 보자. 누나가 갑자기 성큼 내 옆으로 앉았다.

"야, 너는 누나가 옷을 줬으면 보답을 해야지."

"보답이요? 뭐요?"

그러자 갑자기 영선누나가 내 목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대뜸 키스를 했다. 평소 이미지처럼 우악스러운 게 아니라, 예림이와 할 때처럼 부드럽다. 입술 이곳저곳을 살짝 깨물고, 입 안에 혀가 들어와 서로 얽혔다. 부끄러운지 눈은 꼭 감고 있었다.

어, 그런 건가? 뭐. 사귀기 전에 키스부터 해 봐야 한다고 하는, 그런 옛날 광고 같은...

꽤 오랜 시간동안 키스했다. 나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 지 고민하다 목과 허리를 껴안았다. 허리에 드러난 맨살은 살짝 시원했다. 그대로 붙어 있는 게 얼마나 지났을까­

영선은 키스를 그만두고 입술을 뗐다. 쯧, 이번에도 역시군. 끈적한 키스를 아무리 오래 하고, 섹스하는 상상을 해봐도 젖지 않는다. 영선은 실망하며 뒤로 물러났다. 강민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봤다.

"됐다. 옷 줬으니까 이제 집에 가라."

강민이 걱정스럽게 영선에게 말했다.

"누나,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껴안고 키스하더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쫓아내고. 누가 봐도 이상했지만 영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어. 이거면 충분해. 너 어디 가서 이거 소문내고 다니면 죽는다?"

손을 치켜들고 주먹을 쥐었지만, 강민은 끝까지 영선의 얼굴을 살피며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나섰다. 문 닫기 직전에도 소리쳤다.

"누나 진짜 무슨 고민 있으면 연락해요!"

혼자 남은 영선은 한숨을 푹 쉬었다. 샤워나 해야지. 샤워가 끝난 후 영선은 침대에 혼자 누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장 때리지 않게 말려준 것도 그렇고... 강민이도 친절하고 상냥한 성격인가 봐. 에휴, 이번에도 글렀다.'

속옷을 입고, 몸을 모로 눕혀 기다란 베개를 껴안았다. 베개를 클리토리스 부근에 누르고, 지그시 양 발로 조였다.

'혼자서 할 땐, 이렇게나 잘 젖는데...'

조금 차이가 있다. 영선은 강민이 자신의 손을 수건으로 묶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팔을 묶어놓은 강민이에게 싫다고 소리를 질렀다.

"아냐, 싫어, 하지 마­!"

"왜요. 누나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강민이 능글맞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한번 더 묶는다.

상상 속의 자신은 결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의 몸은 손으로 침대 옆 협탁에서 마사지용 로션을 꺼냈다.

근육 마사지용 로션이지만, 영선에게는 그 용도로 쓰이지 않은 지 오래됐다. 준비는 아까 샤워하며 비데로 다 했다. 라텍스 장갑을 손에 끼고, 장갑의 손 끝에 마사지용 젤을 살짝 묻힌다. 그리고 자신의 엉덩이 구멍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아냐, 강민아... 그런 거 아냐..."

고개를 돌리며 필사적으로 부정해 봤지만 눈 앞의 강민이는 이미 자신의 생각을 속속들이 읽고 있었다.

"오늘 누나 내 자지 잡아보고 흥분했으면서. 이렇게 굵은 게 후장 쑤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강민이 후장이란 단어를 말하자 보지가 강하게 조여든다. 이미 보지에선 홍수가 날 지경이었다.

"그만! 그만해! 나... 아직 한번도 못해봤단 말야...! 그런데 엉덩이부터라니, 이상하잖아!"

세상 어떤 여자가 보지로는 한번도 안 하고, 후장 섹스를 먼저 하겠는가. 먼저 섹스부터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봤지만, 강민이는 고개를 저었다.

"누나는 진짜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으면서, 왜 자꾸 거짓말해요."

그러더니 강민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귓가에 속삭인다.

"이 변태같은 년아."

아직 자신의 엉덩이에 넣는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강민이 자신을 매도하는 부분에서 손가락은 이미 격렬하게 항문 입구를 쑤시며 영선을 절정으로 보내고 있었다. 바디필로우에 얼굴을 파묻으며, 소리없이 비명을 질렀다. 머릿속에서 강하게 불꽃이 튀는 듯 하다가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하아...하아..."

영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아는 사람의 얼굴로 자위하는 건 찜찜했다. 어짜피 이루어지지 않을 상상. 차라리 몸 좋은 가상의 헬스 트레이너로 상상할 걸.

이게 다 망할 오빠때문이야. 영선은 자신의 친오빠를 욕했다. 학교 다닐 때 오빠와 컴퓨터를 공유했었다. 어느 날은 심심해서 컴퓨터를 뒤지는 데 이상하게 용량이 많은 폴더가 있었다.

그 안에서 발견한 야동들. 그 중 오빠가 자신의 취향이 아니어서 다른 폴더로 빼 놓은 것들이 있었다. 일본에서 찍은 하드한 노모 관장&애널, 가학 SM 시리즈들이었다.

영상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아랫도리가 간질거리고, 뱃속에서 짜릿거리는 느낌. 그 이후로 관련 영상들은 계속 늘어났다. 그때마다 몰래 PMP에 복사해 보관했다가, 교실의 맨 뒤 스탠드 책상에서 서서 자습하는 척 하며, 하드코어 능욕결박 애널물을 보는 건 아랫도리가 흠뻑 젖을 정도로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게 정상적이지 않은 거란 건 잘 알고 있었다.

그 이후로 고쳐보려 했지만 평범한 야동으로는 아랫도리가 사막처럼 바싹 말랐다. 오히려 행위는 천천히 에스컬레이트했다. 손목을 수건으로 묶고 침대에 고정시킨 후, 한 손으로 클리를 만지면서 자위. 두 손을 베개 밑에 넣고 머리로 눌러 못 움직이게 하고, 기승위로 바디필로우에 사타구니 문지르기 등.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가끔 술 먹고, 남자와 키스를 해 보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싶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만났던 모든 남자들은 영선을 거칠게 다루길 무서워했다. 그렇다고 영선은 자신의 입으로 취향을 말하는 건 죽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러다 보니 항상 관계를 하려고 하다가도, 바싹 말라있으니 계속 실패했다.

'이런 변태적인 페티시를 도대체 누구한테 말해!'

아까 회식때 술을 먹으며 영선은 강민을 흘끔흘끔 봤다. 꽤 친하기도 하고, 얼굴이나 몸매도 나쁘지는 않고. 지각도 잘 안하고 성실하고. 혹시 SM쪽이나 애널에 흥미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영 시원찮았다.

'아깝다... 그렇게 두꺼운 자지를 갖고 있으면서...'

영선은 자신의 손을 움직이며 낮에 만진 자지의 크기를 가늠해 봤다.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게 자신의 엉덩이에 들어온다면... 그것도 변태라고 매도하면서.

'트위터에서 파트너라도 구해 볼까?'

잠깐 들어가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알계로 계정들을 살펴봤지만, 성병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사람과 하드코어한 섹스라... 아무리 생각해도 무서웠다. 타임라인을 쭉 살펴보다 휴대폰을 내려놨다.

낮에는 꽁냥꽁냥 데이트 하다가도, 밤에는 자신이 아무리 울부짖어도 엉망으로 범해줄 사람. 그것도 안전하게. 그런 사람은 트위터에서 찾기 어렵겠지... 영선은 한숨을 내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졸음이 몰려왔다. 영선은 천천히 잠에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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