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5. 예림아... 집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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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입구... 투르크메니스탄에 생성된 분화구로, 땅 속에 있는 메탄가스가 불타며 지옥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꽤나 멋지지만 이 곳에 가기 위해선 교통편이 극악으로...
한참 동안 쓸모없는 나무위키 지식을 들여다 보던 나는 한참 후에 정신을 차렸다. 이건 전혀 상관없는 거잖아! 젠장!
그 다음으로는 서큐버스에 대한 걸 찾아봤지만 영 허탕이었다. '창작물에서의 서큐버스', '이런 별명이 붙은 캐릭터'.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항목이었다. 그러던 중 한 항목이 눈에 띄었다.
'결국 악마도 신의 창조물이다. 악마가 있는 것은 신의 뜻이다. 그 분은 유혹에도 우리가 스스로를 잃지 않길 바라신다.'
쳇. 개소리람. 신이 있으면 얼굴이나 보고 싶다. 아버지는 바람나서 집을 나갔고,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고된 식당 일을 하느라 바쁘시다. 그러면서도 나한테는 공부하는 게 효도라고 하며 모아둔 쌈짓돈으로 날 상경시켰고. 지금은 방학이라 바쁘진 않지만 쉴 시간이 없다. 지금 돈을 열심히 모아놔야 학기 중에 공부해서 장학금이라도 타지!
하지만 내 마음은 집에 있는 예림이에게 온통 쏠려 있었다. 마계에 갔다 온다고 했는데, 안 돌아오는 건 아니야? 그보다 이렇게 쉽게 아다를 떼도 되는건가? 그리고... 집에 가면 또 예림이랑 섹스할 수 있는 거야?
아랫도리 사이에 키스를 해주던 예림을 생각하자 다리 사이의 물건이 다시 빳빳해졌다.
'어우, 잠깐! 씨바 너무 티나는데!'
예림이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아기 팔뚝만해진 물건은 여전했다. 회색 헐렁한 추리닝 가운데를 24인용 텐트마냥 벌떡 치고 올라와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닮도록
"저기요! 여기 재떨이좀 갖다 달라니까요!"
발에 깁스를 한 단골 손님이 나한테 소리쳤다. 구석에서 서든어택이나 허구헌날 하는 재떨이 선인장 생산녀. 재떨이를 챙겨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굽히고 가서 종이컵을 교체했다. PC방 금연 따위는 개나 주라는 태도지만, 대놓고 재떨이를 줄 순 없지.
"어우, 들킬 뻔했네."
그녀는 다행히도 스나이퍼 A롱을 째느라 바빠보였다. 이 쪽엔 눈길도 안 준다. 잽싸게 종이컵을 파란 쓰레기통 안에 쳐박고 카운터 안으로 돌아왔다. 물건은 아직도 빳빳했다.
이런 걸 손님한테 보여줬다가는 성희롱으로 잡혀 들어갈지도 모르는 외설적인 사이즈다. 주머니에 빅팜을 넣고 있어도 이 정도는 안 될 것 같군. 나는 예림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멀리하며 스쿼트를 했다. 앞으로 다섯 시간만 더 있으면 집에 갈 수 있다...
"예, 사장님. 아까 누나 시재 5000원 빈 거 말고는 별 지장 없습니다."
"아니~ 걔는 왜 그렇게 빡대가리인 거야? 맨날 돈이 맞은 적이 한 번이 없어! 나 참. 그렇다고 월급에서 깔 수도 없고."
영선 누나 덕분에 오는 손님이 득시글하다. 동네 체육관 관장, 오빠, 주짓수도장 친구, 그리고 주변 상인회... 만약 누나가 자꾸 돈이 비어서 사장님이 월급 깐대요, 하고 사발 한번 풀면 바로 우리랑 같이 일하자고 할 사람이 천지빼까리다.
그보다 밤중에 걷다 습격당할 수도 있다. 야, 너 뭔데 우리 영선이 구박해? 하면서. 피씨방 사장으로는 피하고 싶은 전개다. 게다가 영선 누나에게 회식하면서 들러붙는 사장의 꼬라지를 보면 월급에서 까는 건 요원해 보인다.
"야, 그러고 보니 영선이 걔는 왜 회식하는데 자꾸 빠진대?"
그야 너같은 뚱근돼 문신충이 옆에서 자꾸 치근대니까 빡쳐서 그렇겠지. 영선 누나가 아는 사람 대타로 몇달 일해주기로 했는데, 남자한테는 별 거 없이 대하던 사장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보고 있는 나도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영선 누나는 어떻겠어~
여튼, 알아서 하세요~ 사장님.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야간 근무자도 꾸벅 인사를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 좃빠지게 일한 다음 들어오는 게 겨우 하루 6만 4천원...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세상이군.
그때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동네 옛날 치킨이다. 예림의 이야기로 미루어 보아 마계의 생활 수준은 썩 좋지 못한 듯 했다. 촛불도 겨우겨우 쓰는 세상이라. 그럼 튀긴 닭은 정말 고급음식이 아닐까? 나는 홀린 듯 가게로 들어가 치킨과 닭강정을 주문했다.
흠, 흠. 아무리 서큐버스라고 해도 잘 챙겨주고 싶어서 그런 거지. 잘 보이고 싶기도 하고... 봉투를 앞 바구니에 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있으려나?
삑. 삑. 도어락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집안이 캄캄했다. 어라? 없는 건가? 어디 갔지? 싱크대 옆에 치킨을 올려두고 어두운 집안을 살폈다. 널브러진 옷가지들. 내가 나가기 전과 변한 게 없는 것...
구석에서 예림이 무릎을 붙잡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예림아! 불도 안 켜고 뭐하는 거야!"
그러자 예림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오빠, 어떻게 해요. 게이트가 안 열려요. 마계에 돌아갈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요..."
눈물범벅이 된 예림은 정말 가슴이 찢어질정도로 안 돼 보였고, 번진 마스카라와 립스틱이 내 가슴팍에 도장을 찍었다. 서둘러 휴지를 뽑아 얼굴을 닦아주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인간계로 가는 포탈은 저희 마계에선 닫힌 지 엄청 오래됐고, 한번 열려면 정말 정말 정말 막대한 마력이 필요해요. 그걸 유지하는 건 저희보다 윗층에 있는 지옥에서도 불가능한 일이예요. 근데 언니가 인간계로 가는 차원의 틈이 열리면 무조건 뛰어들라고 저한테 말했거든요. 그래서 막연하게, 인간계에 가면 다시 돌아가는 포탈이 생기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예림의 눈에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근데 포탈이 없어요. 전 다시 못 돌아간다는 건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어떻게 해요, 언니가 저 엄청 걱정하고 있을 텐데. 으아앙!"
나는 아까 대화에서 들었던 걸 기억했다. 분명히 한국말을 배운 건 마력을 내고 구매한 거라고 들었는데. 게이트를 여는 것도 마력을 지불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예림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마법적 지식을 살 수 있는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마나가 드는데. 아까 오빠랑 한 번 한 것 가지고는 연결되자마자 끊길 거예요. 게다가 포탈을 여는 데엔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은 마력이 필요할 거예요.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평생 아껴놨던 마력은 다 필요한 언어 습득이랑, 육화하는데 써 버렸는데."
예림은 내 품에 안겨 처량하게 엉엉 울었다. 낮선 이역만리 타향에 가족도 없이 내팽겨진 신세다. 이세계 판타지물과 현실은 아주 다른 법이다. 어떻게 예림이를 달래주지?
"음... 예림아... 일단 섹스할래?"
예림이 울음을 뚝 멈췄다. 긍정인가 부정인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남성은 화가 났을때 여자친구가 가슴을 만지게 해주면 바로 풀린다던데, 예림은 어떤 생각이지? 오빠는 섹스할 생각밖에 없냐고 따지려나?
"좋긴 한데... 일단... 배고파요. 서큐버스라고 해도 정기만으로는 못 사는데..."
다행히 긍정적이구만! 예림의 눈이 내가 사 온 치킨을 힐끔거렸다. 맛있는 냄새가 풍겨나오는 게 신경이 쓰였나보다. 나는 상을 펴고 위에 닭을 올렸다.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소스와 통닭을 번갈아 먹으며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상에. 엄청 맛있어요! 이런 건 축제날에나 겨우 먹는 건데!"
한참 먹고 있던 예림은 자신만 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오빠도 좀 드세요."
"아니, 잘 먹는게 귀엽다 싶어서."
나도 말을 하며 닭고기를 뜯었다. 순식간에 음식이 사라져간다. 얼추 배를 채우자, 예림이 내 아랫도리를 흘끔 쳐다봤다.
"오빠, 그럼 바로 할래요?"
"잠깐만! 그 전에 좀 씻고!"
아, 그렇죠. 맞아요. 하고 예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빠가 섹스하자는 말이 너무 좋아서 까먹을 뻔 했네요. 마계에서도 손님 받기 전에는 항상 양치부터 하니까.
예림이 욕실로 들어갔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다 뭐예요? 욕조에 불빛에. 세상에! 수건 부드러운 거 봐! 오빠 진짜 어디 영주 아니예요?
"아니라니까. 요새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아. 일단 얼굴도 씻고, 샤워도 하고 나와."
예림이 씻을 동안 안에선 탄성이 계속 터져나왔다. 세상에, 이 수도꼭지란 거 따뜻한 물이 나와요! 우와!
그 동안 나는 갈아입을 옷을 문 앞에 두고 방을 정리했다.
방 구석에 있는 예림의 청바지, 그리고 밖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브래지어...
'세상에, 대체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 거야? 거의 내 주먹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큰데?'
슬쩍 확인해 본 브래지어 사이즈는 H컵이었다. 스트리버 샤인베리가 65H컵이었나? 살짝 들어서 정리하는데 좋은 향기가 훅 끼쳐왔다.
알바하는 곳에 있던 예림이와 똑같은 향이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졌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정리하자, 안에서 목욕을 마친 예림이 나왔다.
"오빠... 이제 오빠 차례에요. 쓰세요."
예림이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나왔다. 숱 많은 머리카락. 그리고 투명한 피부. 다만 복장이 좀 아쉽다. 내가 입는 반바지와 티셔츠로는 예림의 몸매가 가슴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내 펑퍼짐한 티셔츠 위로도 저렇게나 부각되다니.
게다가 마스카라와 메이크업, 립스틱이 지워지자 훨씬 청순해 보였다. 인스타에 말하는 '누구 남친 시점'이라는 게 이걸 말하는 거구나! 마음이 엄청 설렜다.
"아, 오빠. 자지는 씻지 말고 나와요. 입으로 다 청소해 드릴게요."
제기랄!!!!! 제발 색녀같은 소리만 안했으면 참 좋겠는데!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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