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2. 다른 남자랑도 하고 싶다고?
* * *
"하루에 자위는 몇 번 정도 하세요?"
빌어먹을, 내 첫 필로토크가 이 모양 이 꼴일리 없어! 아팠지만 기분 좋았어요, 처음이라 무서웠지만 오빠니까 하고 싶었어요... 이런 대화를 기대했다고!!
마음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예림이가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며 옆에 달라붙자 달콤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뭐든 대답해 주고 싶어지는군.
"많이 할 때는... 네 번?"
보통은 하루 한 번 정도지만, 이상하게 허세를 부리고 싶어지네. 내 대답을 듣자 예림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눈에 기대감을 가득 채워 날 바라본다.
"진짜요? 그럼 앞으로 저랑 하루 네 번씩 할 수 있는 건가요?"
엉? 지금도 좀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몸은 땀 범벅이고. 섹스란 건 생각보다 근육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운동이었네. 한 번 정도 더 할 수는 있지만, 매일 섹스를?
"하루 네 번은... 잘 모르겠지만 두 번까진 할 수 있어!"
그러자 예림이 고민을 하며 입을 뾰족 내밀었다.
"이상하다... 오빠 기억 읽어봤을 때는 하루 여덟번까지 자위하던데..."
아냐! 섹스랑 자위는 달라! 오늘 해 보니까 알겠어!
예림이는 뭔가 고민을 하는 듯, 검지손가락 두 개를 콕콕 마주친다. 그러다 귀엽게 나를 바라보며 폭탄 선언을 했다.
"다른 남자랑 자고 오는 게 오빠 취향이라서, 일반적인 섹스로는 두번이 한계인 거죠? 에이, 선심 썼다! 다른 남자랑 자 드릴게요! 저야 뭐든 다 해드리는 서큐버스잖아요! 제가 다른 남자랑 자고 오면 오빠가 엄청 흥분하겠죠? 아마 하루 여덟번은 거뜬하실 거예요!"
이런 미친! 내가 NTR 망가라던가 야동을 엄청나게 보긴 했지만, 현실에서 그런 취향은 없다고!!!! 백 보 양보해서 내가 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당하는 건 사양이야!! 나는 그런 취향이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저, 예림아. 나는 순애가 취향이야. 네가 왜 그런 오해를 하는 지 모르겠네?"
변명을 하는 내 등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하지만 예림은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거짓말. 오빠 부끄러워서 저한테 거짓말하는 거죠? 오빠 성적 취향은 다 알거든요? 과거에 가장 자주 성욕을 품었던 대상이 ... 상상? 근데 이게 뭐지? 그림...?"
예림이 기억을 뒤지고 있는 듯 머리를 긁다가, 뭔가를 읽듯 말했다.
"남친 있는 여자가 엉엉 울면서 앞뒤로 범해지는.avi? 품번 [avd942]? 하여튼 이걸로 지난 3년간 신세 많이 지셨네요! "
빌어머어어어어억을! 과거의 나를 죽이고 싶어졌다. 최소한 제목이라도 좀 바꿔 놓을걸! 품번만으로는 야동 찾기 힘들어서 나름대로 라벨링을 해놓은 게 내 목을 조를 줄은!
"제가 여기 나오는 여자처럼 박혀 드린다면 어때요? 그리고 꿈 속에서 그 장면을 몇십번이고, 생생하게 눈 앞에서 관람하면 오빠가 진짜 좋아할 것 같은데?"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게 생겼구나! 막상 보면 상당히 꼴릴 것 같긴 하지만, 현실에서 보긴 싫다고! 나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했다.
"그건... 동영상이 자극적이니까 본 거지! 실제로 섹스를 하게 된다면 순애 취향이라고!"
"하지만 여기, 움직이는 그림이랑. 만화들은 전부 다 그런 쪽이잖아요. 야한 여자. 밝히고 경박한 여자. 남친 있는 여자가 타락하는 만화도 다 따로 빼놨잖아요!
가슴 크고 남친 있는 순진한 여자가 금발 태닝 양아치에게 피어싱당하며 엉엉 울기. 윤간. 관장. 애널. 타락. 많이 보셨네!"
아냐!! 그건 결단코 아니었다!! 이런 장르가 인기 있고, 꼴리는 작가가 많아서 본 거지!
물론 순애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적긴 하지만, 자위하면서까지 순애물을 찾을 필욘 없잖아! 순애는 현실에서, 상상과 욕망은 창작물로! 그런 거라고!
"아하, 실제로 섹스를 하게 되면 순애가 좋다?"
예림이 팔짱을 끼고 자기만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죠. 내가 마커스의 야한 소설을 읽으면서 흥분한다고, 꼭 책에 나오는 성교를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니까. 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예림이가 열심히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엔 팔짱을 끼면 미드가 보기좋게 튀어나온다는 사실밖에 남지 않았다.
예림이 팔짱을 풀고 내 옆에 딱 달라붙어 방긋 웃었다.
"근데 오빠, 진짜예요? 진짜로 순애 취향이예요? 거짓말 하는 거 같은데. 혹시 저한테 계속 거짓말 하는 거 아니예요? 한번 시험해 보실래요? 제 생각엔, 오빠가 부끄러워서 못 밝히고 있는 것 같은데. 옆집 남자랑 시험해 볼까요?"
절대 안 돼! 예림이가 다른 남자와 못 자게 말릴 방법을 찾으며 계약서를 뒤졌다. 이 서큐버스, 착각이 너무 심하다고!
어라? 근데 계약을 어기면 누가 알려주지?
"만약 여기 나온 조항을 어기게 된다면, 계약을 어겼다는 건 누가 판정해 줘?"
내 말에 예림이 손뼉을 탁 치며 환하게 웃었다.
"이 계약서가 붉어지면서 뜨겁게 변하거든요! 맞아! 그냥 지금 한번 시험해 보고 올게요! 1번 조항이 그거잖아요. 오빠가 원하는 성적 쾌락을 제공한다.
다른 남자에게 뺏기는 상황이, 오빠가 원하는 성적 쾌락이 아니어서 계약을 어긴 걸로 판정이 돼도, 유예기간동안 강민 오빠가 용서해주면 괜찮잖아요?
그리고 저 진짜 불안하단 말이예요. 오빠가 여자친구 뺏기는 게 취향인데 저한테 그걸 숨기다가, 나중에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하면서 저랑 계약 깨버린다면.
그리고 흥분을 위해 저를 남에게 넘긴다면... 저 진짜로 계약 깨지는 거 싫거든요. 그러니까 시험해 보고 올게요."
시험해보기도 싫다고! 싫다고오오오! 예림이가 옆집 남자랑 섹스하는 꼴을 어떻게 봐! 나는 숫제 엎드려서 빌었다.
"예림아, 그거 진짜 착각이야. 나는 절대, 절대, 절대 NTR 취향이 없어. 영상은 그냥 영상일 뿐이야! 제발, 진짜야! 믿어줘! 네가 다른 남자랑 손잡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니까!"
물론 하드코어한 플레이는 취향이지만... 가슴이 아프다는 내 말에 예림이 살짝 얼굴을 붉히고, 새침하게 날 쳐다봤다.
"오빠, 진짜예요? 믿어도 되는 거죠? 손잡는 상상만 해도 아플 만큼 제가 좋은거죠? 뺏기는 취향 아닌거죠?"
제기랄! 이건 진짜 귀엽다! 반해 버리겠네!
"그럼! 난 너랑 알콩달콩하게 연애같은 섹스를 하고 싶다고! 물론 좀 격렬한 플레이도 있겠지만!"
예림의 얼굴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물론 내 하드에 쌓여 있는 동영상들이 다 그런 쪽이라 의심할만 해!
다른 남자에게 몸을 내줄 만큼 계약을 깨기 싫어하는 걸 보니 계약이란 게 그만큼 중요한 듯 했다. 예림은 계속 고민했다.
"아닌데... 오빠 취향 보면 진짜 내가 천박하고 걸레같이 돼서 다른 남자에게 뺏길수록 좋아할 것 같은데..."
"진짜 아니야!!!"
"알았어요... 오빠가 그렇다고 하면 믿을게요. 대신 계약서에 항목 하나만 더 써줘요."
"뭐? 무슨 항목?"
벌써부터 특약 조항이라니! 등이 서늘해졌다. 알바를 하기 전에 표준계약서에 덕지덕지 항목을 붙이던 점장이 생각난다. 휴대폰 금지, 월급의 10%를 적립금으로 뗀다는 조항, 폐기는 먹는 것 금지라던가!
"별 거 아니에요. 최소한 1일 1회는... 저랑 자 줘야 하는 걸로. 어기면 그 다음날은 두 배로. 아파서 못한 건 봐 드릴게요."
"음, 그래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일단 한 달 정도는 두고 보는 게 어떨까? 나도 섹스는 처음이라. 분명 네가 매력적이니까 그만큼 하겠지만. 계약서는 조금..."
알바에서 특약 많이 붙였다가 엄청 데였다고! 좀 봐줘! 그러자 예림이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그럼 말만이라도 해줘요. 1일 1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고."
사탕을 뺏긴 어린아이처럼 시무룩해져서 이불을 만지작대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해졌다.
"...알았어. 예림이 넌 매력적이니까. 나도 1일 1회, 가능하면 그 이상으로 노력을 해 볼게."
"진짜죠? 히힛. 강민 오빠, 사랑해요!"
예림이가 입술로 쪽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기랄. 저 여자가 진짜 예림이면 정말 좋았을 텐데... 너무 복에 겨운 소리인가.
"계약서는 어디에 보관하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계약서를 보관하기 위해 두리번거리자, 예림이가 그건 제 거에요.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래? 그럼 내 계약서는..."
예림이가 계약서를 들고 다른 손으로 자신의 터틀넥을 쑤욱 걷어올렸다. 수박만한 가슴이 출렁거리며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 잠깐 말을 멈추고, 눈을 돌렸다가 다시 쳐다봤다.
어짜피 뭐든 다 해준다는데, 눈을 돌릴 이유가 뭐가 있담!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가슴이네. 음. 역시 하루 한 번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예림이 자신의 양 젖가슴 사이로 손을 가져다 대더니, 손가락으로 주욱 그었다.
가슴의 피부가 열리며, 두근거리고 있는 심장이 드러난다. 펄떡, 펄떡. 혈관이 눈에 띄인다. 충격적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악마와의 계약서는 심장에 보관하는 거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계약서를 심장에 가져다 댄다. 심장이 종이를 먹어치우듯, 구깃구깃해지고 천천히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자, 예림이 씨익 웃었다. 정말 악마같은 웃음이었다.
"이리로 와 봐요."
어라, 왜 손에 계약서가 한장 더 들려 있지? 설마 저게 내 계약서인가? 어, 어?
예림이 손을 뻗어 내 가슴을 건드린다. 그리고... 피부와 근육과, 뼈가 열린다. 세상에, 이게 뭐야!!
"계약서는 원래 서로 한 부씩. 알잖아요?"
으악, 세상에, 진짜 악마잖아! 나는 이 때 뼛속까지 악마인 걸 체감했다. 예림의 얼굴로 나타났을 때, 그리고 거시기를 크게 만들어 줄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지만 이 광경으로 똑똑히 알겠다.
내 가슴을 봉합하고 나서 예림이 순진하게 히히 웃었다.
"오빠, 그럼 이제. 한번 더 할까요? 이번엔 오빠가 좋아하는 정상위? 아님 후배위? 아니면..."
음, 정말 뭐든 다 해주는구나! 나는 예림이를 껴안고 침대 위로 굴렀다. 이번엔 정상위로 천천히 해봐야지! 그리고... 지금 거의 배꼽까지 오는 내 물건을 한번 써보고 싶기도 하고!
축축히 젖은 예림의 안으로 몸을 밀어넣으려는데, 내 어깨를 껴안은 예림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근데 오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