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가능충 주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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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드라실에서의 사절단행은 끝났다. 사절단은 여왕과 잘 교섭했고 우리는 흑마법사 간부 디케이를 포획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나이트킹덤 제국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다만, 무사히 돌아온 거랑 달리 하사나 사바흐가 내 여자가 됐다는 사실을 고백하니 눈에 불을 킨 그녀들이 틈만 나면 사용인의 눈을 피하며 은밀한 곳에서 타인의 눈을 피하며 나와 야스를 주도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마리와 하사나 모녀가 내게 안기면 발정난 개새끼인 나는 자기들에게서 눈이 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나. 개새끼라서 부정 못한다는 점이 남자로서 슬픈 본능이었다.
그래도 역시 평화로운 게 최고인 것 같다. 그때 이후로 벌써 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커다란 사건은 별로 없었다. 굳이 있다고 하자면 내 행보와 명성 때문에 앨리스를 다음 황제로 지지하고자 하는 지지세력이 생겨서 제1, 2 황자랑 비벼볼 만하다는 걸까. 그래도 내가 그녀의 예비 남편으로 뒷받침을 하고 있으며 딱히 별다른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에 이대로 순탄하게만 간다면 황자들이 황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요즘 정설이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사용인들이 타준 커피로 목을 축이고 아침햇살을 받으며 신문을 펼쳤다.
훈련과 여인들과의 섹스 시간이 아니면 여유를 만끽하는 내게 있어 이런 시간은 아주 좋았다.
[제목: 세계수의 나뭇잎이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식물 전문가인 드루이드들이 말하길 세계수에게 오염되거나 잘못된 부분은 딱히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그드라실 여왕인 테일레나 이그드라실은 이미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확인했으니 백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 하지만 정확하게 세계수가 분홍색으로 물든 후 요정들의 임신율이 상승했다는 보고가 국정에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연관되었을까?]
"……."
저거 하사나가 날 덮쳤을 때랑 거의 겹치는 것 같은데.
'우연인가?'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답은 하나였다.
그럴 리가 없지.
소추라서 성욕이 적은 남성 요정들이 성욕 왕성한 여성 요정들을 임신시켰다는 건 그만큼 의무방어전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는 건데 뭔가 성욕을 뒷받침할 버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디케이가 오염된 증거라며 내밀었던 분홍색 잎사귀를 보고 화안금정으로 분석한 내가 내린 결론은 세계수가 미약을 배출 안 하고 흡수해서 완전히 하나가 됐다가 생긴 결과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세계수가 미약 먹고 핑챙 나무가 되어 흥분한 바람에 영역이라 할 수도 있는 요정왕국 이그드라실 전역에 음란버프라도 부여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세계수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는 핑계만으로 유사한 관계를 가지던 하사나가 꾹 참던 걸 포기하고 날 덮치기 위해 폭주한 게 아닐까. 뭐, 그런 이유로 나랑 이어진 거라 하더라도 이제 와서 하사나를 놓아줄 마음은 일절도 없었지만.
그때 하물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에 무심코 신음을 흘렸다.
"읏."
"츄르릅. 쮸웁. 프하아아……."
테이블 아래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침펠라를 열심히 하던 아르잔느가 이빨을 살짝 세워 물은 것이다.
실제로 통증은 별로 크지도 않지만 이빨에 급소, 그것도 자지를 물린다는 건 수컷으로서 본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기에 식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테이블에 부딪히지 않게 페가수스 특유의 뿔을 조심히 움직이며 펠라를 하던 아르잔느가 입을 떼고서 새초롬한 눈길로 이쪽을 올려다보며 힐난의 시선을 보냈다.
"저 같은 미인이 봉사하고 있을 때는 다른 여자들 생각을 하면 안 돼죠. 실례라고요, 공자님."
여자가 된 지 이 년이란 세월이 가깝게 흘러 이제는 천상 여자가 다 된 아르잔느의 질책에 나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미안. 그나저나 한 달 후면 이제 합동 결혼식이 있을 예정인데 아직도 그렇게 부를 거야?"
"결혼 전까지는 이렇게 부를래요. 다른 언니동생들이 공자님을 부르는 호칭도 각자 다른데 저만 똑같이 부르면 개성이 떨어지잖아요."
"이런 관계가 됐으니까 이제 개성이 떨어지니 마니 할 때는 지난 것 같은데. 그걸 따지기 이전에 내가 너희들을 차별하거나 놓아줄 생각 같은 거 아예 없다니까."
그리 말하며 발을 뻗는다. 침실이었기에 신발을 신지 않아 그대로 드러난 발가락을 뻗어 아르잔느의 고간…을 넘어 벌어져 있는 뒷구멍에 스윽 비볐다.
"흐으응…."
어제 하루종일 쑤셔서 그런지 아직도 벌어져 있는 항문은 발등이 닿자마자 빠르게 수축하며 닫히는 게 느껴진다.
묘하게 달뜬 신음을 흘리는 아르잔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이 바뀐 바람에 보지는 둔감하나 항문은 그 누구보다도 민감한 그녀였다.
"그래도, 예요."
신성술로 상시 치료해서 굳은 살이 없는 부드러운 손길로 육기둥을 훑으며 말랑한 볼살에 갖다댄 아르잔느가 서글퍼 보이는 눈웃음을 지었다.
"여자라는 건 누구나 더 사랑받고 싶은 법이라고요. 자기를 아껴 주는 걸 알아도 더 사랑받고 싶어서 공자님에게 개성적인 매력을 보여 주고 싶어하죠. 그런 걸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건 여자들에게 고문에 가까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걸 공자님도 아셨으면 해요."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항복할 테니까 그런 눈물 흘릴 것 같은 반응은 보이지 말아줘."
"후후. 알겠어요."
항복선언이 나오자마자 곧장 서글퍼 보이던 눈매가 야릇하게 변했다.
원하던 대답이 들려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아르잔느의 여우 같은 변모를 보면 어제 밤에 침대 위에서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항문을 벌렸던 그 여인이 맞나 싶기도 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다른 애들도 그렇지.'
하나같이 여자들이 더 꼴리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협력을 하거나 밤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고 있다. 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말이다.
아니, 365일 밤마다 착정을 당하는 내 입장을 고려하면 어떤 의미로 육욕지옥일지도 모른다. 성행위 스킬로 모자라 세계수의 과실과 용인이 되지 않았다면 정력이 모잘라서 복상사를 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남자였다면 백퍼 죽었다.
나도 요즘 버겁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면 확실히 그럴 것이다.
왠지 요정 유부남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달까. 장인어른이신 황제폐하께 한 번 상담을 받아봤더니 양심도 없는 새끼라며 욕을 박으시더라. 그래도 내가 세계수의 과실을 진상하며 선배에게 배운 성기강화의 방법을 전수하자 엄청나게 좋아하셨지만.
그 나이대가 되셔도 성기를 강화한다는 말에 좋아하는 걸 보면 역시 수컷이란 생물은 하반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생물이라는 걸 체감했다.
"그런데 공자님. 며칠 후에 바닷가로 여행을 가기로 했잖아요. 준비는 되셨나요?"
"무슨 준비?"
"저희들 전부 열심히 준비하고 있거든요."
아르잔느의 혀가 입술을 핥으며 관능적인 미소를 그린다.
"공자님 착정할 준비요."
"……나 죽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대비하셔야죠."
지금 대비라 했다. 당하는 건 확정인가.
아비 누나랑 마리 마망이 같이 덤비면 겨우 무승부를 내는데 다른 여자들 셋이 달라붙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 참. 그러고 보니 아이 형님께서도 오신데요."
"……."
조졌다. 확실히 뒤진다.
이럴 때를 위해 대비한 정력제들을 마실 준비를 해야겠다.
마조성검이 생전에 건국제로서 모았던 정력제부터 선배의 도움을 받아 연금술로 제작한 간단한 정력제들이 지금 내 비밀공간에 비축해둔 상황이니까. 전부 먹으면 여섯 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형님 밑에 공자님의 아들이 있었죠? 이제 태어난 지 육개 월 정도 된."
"그렇지. 하르트 공작가를 이을 핏줄이지만 일단 고자가 된 형님이 아니라 내 핏줄이긴 해."
"하르트 공작가랑 백작가의 다음 가주가 전부 공자님 핏줄이란 거네요."
하지만 아버지를 제외한 가문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이미 나부터가 북부 설산 야만인과 제국인의 혼혈이라 연갈색 피부의 태닝남인데 거기서 또 제국인의 피를 받아서 그런지 백인이 대부분인 제국에서 아서레그의 피부는 보기 드문 황갈색인 황인이었다. 그래도 황인이 제국에 그렇게까지 드문 게 아니니 의심하는 이들은 없겠지. 머리색도 진한 금발이라 하르트의 핏줄을 이었다는 건 확실하니까.
한 달에 한 번은 본가를 방문해서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아이 숏다운은 거의 내 여자다. 게다가 형님 앞에서 아이랑 섹스하면서 모욕적인 언사를 날리는 건 언제나 짜릿하더라.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는 임산부여도 그냥 섹스했었지.'
배에 아기가 있으니 자제하려고 해도 괜찮다면서 산부복 치마를 들추며 노팬티를 보여 주는 아이의 히토미스러운 발상에 꼴리는 나도 정상은 아니지만.
"그러데 그거 아세요?"
"뭐가?"
"아서레그, 그 아이를 보고 저희들 모두 아기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엄청 커졌다는 거요."
"……."
"착정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실제로는 진짜 임신할 때까지 쥐어짤 수도 있어요."
닭살이 돋았다. 진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어. 한 달 후면 결혼할 텐데 임신해도 배가 조금 나온 정도일 테니 문제는 없겠지.
나는 침을 삼키며 공포를 애써 억누르고 아르잔느에게 물었다.
"그걸 나한테 알려 주는 이유가 뭐야?"
"저는 공자님이 안 죽었으면 하거든요."
…………이번에는 진짜 뒤질지도.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최근 교단에서 성녀로 인정을 받은 아비 누나가 식은땀으로 젖은 얼굴을 하고서 들어왔다.
"레온! 지금 큰일났어!"
"무슨 일이야, 누나? 전쟁이라도 난데?"
"나…… 아가사 님한테 계시를 받았어."
응?
"그린스킨도 아니고 대륙을 멸망시킬 수 있는 커다란 괴수가 우리가 여행 가기로 한 바닷가에 등장할 거래!"
"……."
지랄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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