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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24화 (124/142)

〈 124화 〉 금속딜도 암살자 (5)

* * *

"안녕하세요, 새아버지."

"…………………어, 음. 그래. 오랜만이네?"

마리 마망. 나의 마망이자 동시에 연인인 그녀는 밀프다. 밀프=애엄마.

즉, 나랑 만나기 전에 남편과 사별했으며 둘 사이에는 애까지 있었다는 소리다. 그 딸이 당신의 그림자를 운영하는 주인이라는 사실에는 굉장히 놀랐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이단심판관이 될 정도의 공적을 쌓을 수 있었다고 납득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사나 사바흐가 어떻게 마리의 딸이라고 생각을 해봤겠냐고.

'딱 봐도 미드……는 닮은 점이 있지만 그 외에는 다 다르잖어.'

미드는 하사나 또한 풍만해서 과실처럼 보이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다 다르다.

마리의 육덕지면서도 살이 쪘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 풍요로운 몸매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밀프에 가까웠다. 웃긴 건 그러면서도 체형 자체는 그리 살찌지도 않았다는 거다. 워낙에 골격이 가느다라 보이는 구조여서 살이 찌지 않았음에도 육덕졌다는 인상이 들게 하는 몸매라는 거다.

그러나 하사나는 아니다.

그녀 또한 분명 미소녀라 부를 정도로 한 미모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건 합법로리거유의 매력이다. 마망의 매력을 가진 마리와는 상반되는 것이었다.

'하아. 소인의 핏줄이 대단하긴 하네.'

손기술이 좋기로 유명한 소인(드워프)의 핏줄을 친부에게서 진하게 물려받은 하사나는 음마임에도 불구하고 소인이라는 종족 특유의 작은 신장을 물려받은 것이다.

하사나의 아버지… 마리의 전 남편이 제대로 조준해서 질싸를 한 듯 싶었다.

문제는 하사나와 나의 관계에 있었다. 서로 안면도 모르는 사이였다면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한때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였으며 내 호위를 서며 여자들과의 은밀한 성생활을 그녀가 훔쳐보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비단, 그것만이 아니라 그림자 속에서 관음하면서 미스릴 딜도로 항문을 쑤시던 그 자위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미소녀 합법로리거유가 희귀 금속으로 제작한 딜도를 가지고 관음하면서 항문자위를 한다는 그 레어한 광경을 어떻게 기억 못하겠냐고.

그래서 새아버지와 의붓딸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이 되자 나도 그렇고 그녀도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힌다는 거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하사… 사바흐는 나이가 몇?"

"스물일곱입니다만."

"……."

연상의 딸이 생겼습니다, 여러분.

'시바 이기 족보가 어뜨케 되는 기고.'

되지도 않는 사투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당혹스럽다. 내가 심란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상황이 진전되질 못하자 이내 한숨을 내쉰 하사나가 내게 말했다.

"하아. 그냥 편히 말씀하셔도 돼요. 어차피…… 어머니 마음을 돌리는 거 이미 늦은 것 같고. 두 분 모두 배를 맞춘 사이이신 것 같으니까요."

"어. 음. 하사나는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새아빠가 생겨도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않죠."

하사나가 뚱한 얼굴로 날 지긋이 노려본다. 마리를 작정하고 꼬드긴 만큼 양심이 살짝 찔리긴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요. 저도 제 어머니가 아버지를 잃고 홀몸으로 절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아요. 그런 만큼 새 사랑을 찾아서 만나길 바라기도 했고요."

"진심이야?"

"네. 음마는 보통 바람을 자주 펴서 결혼하기 힘든데 어머니는 절 낳으시고도 아버지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독수공방하는 걸 봤으니까요."

그만큼 어머니가 새로운 행복을 찾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 말한 하사나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맺힌다. 그 미소를 보니 가족에게만 보일 수 있는 얼굴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암살자로서 생활하며 정보조직까지 설립한 하사나는 가족이 아니면 타인에게 저 얼굴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쉽네. 예쁜 얼굴인데.'

그래도 새아버지 입장이 된 내게도 마음을 푼다면 저런 얼굴을 종종 볼 수 있을 테니,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요. 절 부른 건 디케이 이그드라실에 대한 신변 조사가 맞나요?"

"맞아. 솔직히 그가 이단, 혹은 그에 협력하는 가까운 위치의 존재라고 생각되는 데 신분이 문제라서 말이야."

"국서라는 자리 말이군요."

"맞아. 여왕 사이에 자식까지 있어서 고위귀족을 심문한다 해도 그를 조사할 수는 없거든."

왕가의 핏줄을 이은 이들이라면 조금 무리해서 얼마든지 이단심문이 가능하겠지만 왕가 직계, 그것도 여왕의 남편인 디케이를 심문하겠다는 건 그쪽 왕가를 못 믿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에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었다. 그나마 흑마법사라는 증거가 나온다면 상황이 좀 괜찮아지겠지만 만약 협력자 위치에 있는 거라 마리의 피맛감별을 피한다면 그때부터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은 지금 예정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였다.

"그런 의미에서 하사나 네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어. 마리가 그러는데 하사나가 잠입과 정보수집에는 더 능하다고 했거든."

"그렇기 한데, 저도 자신은 없어요."

당신의 그림자를 이끄는 수장인 하사나가 자신이 없다고?

의외의 이야기에 내가 당황하자 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음마의 능력으로 그림자를 다루는 거예요. 그림자 속으로 이동하고 상대방을 훔쳐보는 거죠."

"당당하게 훔쳐본다고 말하는 구나."

"……시끄러워요. 그 얘기를 하던 게 아니잖아요."

"미안. 다시 이어서 설명해 줘."

"하여간."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출렁이는 하사나.

음. 미드와 전신 타이츠인 복장을 보면 마리와 비슷한 면이 의외로 있는 듯한 하사나였다.

"일단 정령들은 민감해요. 저희보다도 자연에 더욱 위화감을 잘 느끼죠. 중급 정령이라면 괜찮겠지만 상급 정령부터는 제가 그림자에 숨어 있다는 것도 눈치챌 가능성이 높아요. 심지어 상대방이 타락한 요정이라면 계약정령 또한 전염돼서 강제로 속성이 어둠의 정령으로 바뀌죠. 그러면 하급 정령만 해도 제 그림자 이동을 간파할 테죠."

"문제는 여기가 왕성이고 상급 정령이 적지 않게 보인다는 거네."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그림자로 숨어 들어가 그의 주변을 조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비록 국서인 디케이는 중급 정령사지만 이곳은 요정왕국의 왕성이고 고위요정의 핏줄이 많다는 거다. 핏줄에 따라 선천적인 정령술이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기에 고위요정들 중 순혈에 가까울 수록 상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가 많아졌으며 그들 대부분으로 왕성을 지키는 엘븐 가드를 채우고 있으니 하사나가 약한 소리를 할 만도 했다.

하사나 또한 자신이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시종으로 사절단에 포함되어 있던 멤버였다고 속이는 건 어때? 대충 요리사든 메이드든 변장하고 나나 내 여자들의 시중을 드는 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거야. 그러면 왕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네가 그림자로 정보를 수집해도 그리 쉽게 눈치를 채는 일은 없겠지. 상급 정령을 상시 왕성에 깔아두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네요. 확실히…… 제가 사용인의 입장으로 변장하면 순조롭게 정보수집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괜찮아요?"

"뭐가?"

"저 같은 몸매의 사용인은 인상이 확 띄어서 지금 들어가 봤자 오히려 더 의심을 받을 텐데요."

"……."

나는 그대로 장인어른 찬스를 사용했다. 제국에서 느긋히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폐하에게 원거리 통신구로 부탁했다. 사절단을 보조할 인원들을 더 보내달라고.

그리고 그 명단에 하사나 사바흐라는 시종을 비밀리에 넣어달라고 말이다.

[사위.]

"네, 폐하."

[여자가 또 늘었나?]

"아닙니다."

통신구에서 불신한다는 듯 흔들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진짜?]

"진짜 아닙니다."

[…….]

"……."

옆에서 하사나가 날 한심하게 쳐다본다. 하긴, 제국의 황제와 성자라는 양반이 이런 한심한 대화나 나누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만약 이 광경을 충성심 넘치는 신하가 봤다면 있던 존경심이 산치처펌 팍팍 깎여나가 결국 실망할 것이다.

[어쨌든, 정보수집이라. 그것도 국서의 주변과 신변을 조사하기 위함이라. 이게 잘못 걸린다면 큰 문제가 된다는 건 알고 있나?]

폐하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만약 들킨다면 책임을 질 수 있겠냐는 어조였다.

그에 나는 당당하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압니다. 하지만 자신 있습니다."

[…….]

"……."

확신 가득한 발언에 폐하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하사나도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만큼 실력이 있는 자입니다. 사용인 신분으로 들어온다면 더욱 수월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니 들킬 일은 없다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들킨다면?]

"그때는 발견한 자가 흑마법사라는 확증을 얻게 되는 겁니다. 그녀의 실력은 뛰어나고 작정하고 밀착 감시를 하지 않는 이상 들킬 일이 없는데 들켰다는 건 그녀의 정보수집을 간파할 수 있는 어둠의 정령과 계약을 했다는 것이며 그걸 밝히는 자는 그 정령을 사역하는 정령사, 타락요정(다크엘프)일 테니까요."

[호오. 그렇게까지 확신한다면…… 알겠네.]

결국 폐하에게서 허락을 얻어냈다. 그 이후로는 하사나와 미리 나누었던 조건을 폐하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 어려운 조건이 아니었기에 제법 시원할 정도로 빠르게 받아들이신 폐하는 며칠 이내로 사절단 보조 사용인들이 합류할 거라는 확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통신이 끝나고 나는 살짝 분위기가 누그러진 듯한 하사나에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내 여자들에게 자기소개라도 좀 할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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